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정태 너만이 해결할 수 있는.
“정우!?”
이 타이밍에 정우가 왜?
“제 말 들려요?”
“응, 들려.”
그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나 트렁크에요.”
“…!?”
“온몸이 묶여 있던 걸 이제 겨우 풀었어요. 포승 탈출법을 익혀놓지 않았으면 당할 뻔 했어.”
그가 뿌듯하다는 듯 말했다.
“이 두 번째 휴대폰도 들고 다니길 잘했어요. 미국 다큐멘터리 유명 수사관들은 다 이렇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
“납치당한 거야?”
정우가 트렁크에서 숨죽여 전화하는 것.
이 상황이 나오려면 앞 장면은 납치여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네, 누나도 잡혀 있어요.”
“…!”
“억양을 들어보니 조선족들이에요. 집 앞에 있던 저랑 누나를 마취 수건으로 기절시키고 차에 실었어요. 기절하기 직전 누가 우리를 구해주러 달려왔는데, 그 사람도 제압당했어요.”
관우가 심어놓은 ‘귀’도 당한 듯했다.
내가 은빈의 상태를 물어볼 새도 없이.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요. 듣고 머리에 생생히 떠올려요.”
정우의 설명이 시작됐다.
“저 마취에서 꽤 일찍 깨어난 것 같아요.”
화학 물질도 그의 정신을 지배하지 못한 건가.
“온몸이 줄로 묶인 채 트렁크에 실려 있었어요. 전 곧장 탈출을 시도하며 차의 방향과 속도를 읽었어요.”
나는 눈을 감고.
“처음 그 조선족들의 차는 저희 집에서 남쪽 방향으로 세워져 있었어요.”
그의 말을 시각화했다.
“제가 마취에서 깨어난 직후 과속방지턱을 두 번 연속 넘었고.”
나는 정우가 기절한 시간 동안 차가 이동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떠올렸다.
이어 그동안 봤던 모든 서울 시내 CCTV 자료들을 상기하며 방지턱이 있는 도로를 찾았다.
“35초를 직진하다가 좌회전.”
그가 말하는 시간에 맞춰 차를 움직이기도 하고.
“다시 5분 정도 직진. 그 사이에 신호가 2개 있었어요.”
맞는 도로를 찾아 차를 끼워 맞추기도 했다.
“그 후 우회전. 다시 3분 정도 달리다가 또 우회전.”
그의 말이 너무나도 정확해 퍼즐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그 후엔 고속도로를 탔나 봐요. 1시간을 넘게 직진만 했어요. 아주 빠른 속도로.”
그곳은 톨게이트가 맞다.
거길 지나 1시간 넘게 직진만 했다면.
“인천이야.”
차는 인천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거다.
“5분 전에 고속도로를 빠져나왔어요.”
나는 시계를 보고 계산한 뒤 답했다.
“북인천으로 빠진 거야.”
“그리고 방금 전에 우회전했는데.”
쿠궁- 쿵-
쿠궁- 쿵-
휴대폰 너머로 꿀렁거리는 차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이 엄청 울퉁불퉁한가 봐요. 차가 많이 흔들려요.”
북인천에서 빠져 방금 전 우회전.
그 후 비포장도로.
“인천 북항 끝 쪽이야!”
그때.
끼익-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형, 차 멈췄어요! 끊어야겠어!”
“잠깐만!”
뚜- 뚜- 뚜-
전화가 끊겼다.
‘……’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이지.
‘은빈 씨와 정우 납치. 이동한 곳은 북항 끝. 장천의 탈주…’
나는 현재 일어난 일들을 조합해 해결책을 내보려 했다.
하지만.
‘이렇게 행동할 이유가 없는데…’
좀처럼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 “6청(인천청) 상황실, 여기 탁등원. 010-XXXX ··· 이 번호 지금 당장 위치추적 해주세요!”
– “위치추적… 일단 칠팔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은빈과 정우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이어서.
– “청하나(경찰청장.) 여기 탁등원(경찰관.)”
종직에게도 무전했다.
– “여기 청하나.”
– “헬기 내리세요.”
– “…!?”
– “헬기 내리세요. 근처에 인질이 잡혀 있습니다. 저희 위치를 알려서도, 자극을 해서도 안 돼요.”
– “…!”
투투투투투투-
헬기가 잠시 상공을 배회하는가 싶더니.
투투투투투-
쉬이익-
세 대 모두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 “각 부서 장들 제 쪽으로 오세요.”
나는 간부들을 불러 모았다.
중범과장, 특공대장, 경기남부청 각 부서 과장들, 인천청 기동대장까지 모였다.
“작전 길게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내가 그들을 둘러보며 차갑게 말했다.
“조선족 피의자가 서울에서 인질 2명을 납치해 방금 전 현재 인천 북항 끝에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지금 인질을 구출하러 가야 합니다.”
“!!”
처음 듣는 소리를 너무나 상세히 설명하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많은 인원이 갈 수는 없습니다. 인질들을 죽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몇 명이 간단 말입니까?”
중범과장 차현철이 날카로운 눈을 하고 물었다.
“차 한 대만 갈 겁니다. 인원은 6명 정도요.”
“너무 적은 것 같은데요.”
“적어야만 합니다. 인질의 안전이 우선이에요. 피의자들을 함부로 압박해선 안 됩니다.”
“……”
“누가 가시겠습니까?”
내가 주위를 둘러봤고.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상황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정보도 거의 전무한 상황.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들지 모르는 현장에 자원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가 여러분들을 강제할 권한은 없습니다. 지원자 없으시면 저 혼자 가겠…”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섭섭한 소리 할래? 나랑 경수는 고정 아니냐?”
치헌과 경수가 당당하게 내 앞으로 걸어왔다.
게다가.
“저희 특공대 인원들이 가겠습니다. 이런 임무에 특화되어 있으니까요. 일단 대장인 제가 자원합니다.”
특공대장 문병갑이 먼저 손을 들더니.
“중범도 갑니다.”
“경기남부청도 갑니다. 이 상황에 빼는 게 어디 있습니까?”
“기동대가 가겠습니다. 여태 3선에 있었으니 이번엔 1선으로 가죠. 대장인 저부터 갑니다.”
다른 과장들도 모두 손을 들었다.
모두들 결의에 찬 눈빛.
내가 잘못 생각했다.
뱀파 검거 작전을 요청함과 동시에 승낙했던 이들.
수백 발의 총탄이 날아다니는 데도 전혀 겁먹지 않고 작전을 수행해준 이들.
이들도 이번 작전에 사명을 걸고 있는 것이다.
내가 브리핑 때 말했듯 수사가 아닌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내가 그 눈빛을 모두 받아내며 답했다.
“장치헌 팀장님, 고경수 주임님, 그리고 특공대 3명이 가겠습니다. 나머지 인원은 율모부두까지 이동해서 대기해주세요. 지원요청하면 곧장 오시면 됩니다.”
“저기, 그럼…”
중범과장이 내게 물었다.
“도주한 장천을 잡는 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장천도 제가 가는 곳에 있을 거예요.”
“…!?”
“인질도 구하고 장천도 잡으러 가는 겁니다.”
그렇게 얘기를 마치고 특공대 인원들과 함께 차로 이동했다.
“탁경위!”
막 차에 타려는데 뒤에서 종직이 날 불렀다.
“뭐가 어떻게 된 건가? 내용은 설명해줘야지!”
헬기에서 방금 내려 뛰어왔는지 그가 숨을 헐떡거렸다.
“중범과장한테 들으세요. 다 설명했습니다.”
짧게 대답하고 차에 다시 타려는데.
“인질이 누군데!? 가족이야?”
“……”
“… 아!”
그가 뒤늦게 말실수를 했다는 걸 알아챈 듯 눈을 크게 떴다.
드륵-
나는 문을 열고.
“가족 같은 사람들입니다.”
마지막 말을 남긴 뒤 차에 올라탔다.
*
– “서울 쪽으로도 병차(구급차) 보내야 합니다. 납치하는 피의자 저지하다가 기절해 있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주소는···”
차에 타자마자 ‘귀’가 있는 쪽에도 구급차를 보냈다.
“지금 우리가 갈 곳이 북항 끝 정확히 어딘데?”
운전대를 잡은 경수가 룸미러를 보며 물었다.
“5km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하지만 좌회전을 하면 안 돼요. 지나쳐서 세우고 도보로 진입해야 합니다.”
“… 그래, 좀 이따 다시 알려줘.”
경수가 5km를 가늠하는 듯 눈을 위로 떴다.
“정태 너.”
이번엔 치헌이 날 훑어보고는 말했다.
“엄청 걱정하고 있구나?”
걱정?
당연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걱정보다는.
“이상합니다.”
이해되지 않는 답답함이 더 컸다.
“납치를 하려면 진즉에 했어야 해요.”
분명 납치는 장천이 시킨 일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늦게 지시했단 말인가.
“게다가 도주하려 했다면 이미 도주하고 없었어야 하고요.”
장천의 움직임을 보면 경찰이 들이닥칠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듯했다.
하지만 알고도 미리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이건 도망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마치 우리 경찰을 인천항으로 유인한 느낌입니다.”
오히려 ‘끌어들였다.’고 보는 게 맞았다.
“부하들도 몰랐어요. 납치는 오직 장천만의 계획이었던 겁니다.”
방금 조직원들을 검거했을 때.
그들은 정말 장천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가 그곳에 없는 이유도, 어디로 가버렸는지도 몰랐다.
아마 서울에서 납치를 한 조직원들도 오늘 막 지시를 받았을 것이다.
“경찰이 이곳으로 올 것을 알고 타이밍을 맞춰 은빈 씨와 정우를 납치했어요. 또 우리가 있는 이곳으로 끌고 왔고요.”
“……”
“모든 점이 이상합니다. 각 행동에 어떤 연관성도 없어요. 위험을 피하려기보단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어요. 장천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지금은 계속 그 생각뿐입니다.”
“아냐.”
치헌이 내 손목을 잡아 올렸다.
“나 너 손 떠는 거 처음 봐.”
“…!?”
정말이었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지금 얼굴도 벌개. 술 먹은 것처럼. 넌 지금 사건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제수 씨 걱정을 하고 있는 거라고.”
룸미러로 보니 정말 얼굴도 빨갰다.
“아니, 이건 걱정 정도가 아니라…”
치헌이 말을 잠시 흐렸다 이었다.
“분노 같은데?”
분노.
그 단어를 듣자 심장이 더 세게 뛰었다.
손은 더 격렬히 떨리고 눈까지 빨개졌다.
처음 느끼는 감정.
내가 지금 화를 내고 있는 건가?
“흥분 가라앉혀.”
치헌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다독였다.
“인질 구출하는데 흥분은 독이야.”
“……”
“나도 최선을 다해 도울 테지만, 내 예감에 이번 작전도 키포인트는 정태 네가 될 거야. 정태 너만이 예측할 수 있고 너만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고. 그땐.”
그가 잠시 틈을 두고 말했다.
“가장 너답게 행동해야 돼. 그래야 제수 씨랑 정우 구할 수 있어.”
그의 말에 맞춰.
끼익-
차가 멈춰 섰다.
그리고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 모두 힘닿는 대로 도울 테니까 너도 네 능력을 십분 발휘해.”
드륵-
사사삭-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세를 낮췄다.
“몸 숨기고 목표물 위치부터 확인하죠.”
내가 말하자.
착-
스윽-
특공대 저격수 대원이 곧장 바닥에 엎드려 스코프로 저 멀리 부두를 훑었고.
“……”
나는 그냥 눈으로 같은 곳을 훑었다.
그리고 당연히.
“장천이에요.”
내가 더 빨리 목표물을 찾았다.
몇 초 후.
“… 맞습니다. 장천이 차 옆에 서 있어요. 어깨엔 여성을 짊어 메고 있습니다.”
저격수가 내 말을 확인했다.
은빈은 장천의 어깨에 축 늘어져 있었다.
“차 트렁크에선 다른 조선족 피의자들이 실랑이를 하고 있어요. 트렁크엔 20대로 보이는 남자가 타고 있습니다.”
“정우에요.”
정우는 발버둥을 치며 저항하고 있었고.
“장천은 은빈 씨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갑니다. 컨테이너 뒤쪽으로 가면 놓칠 거예요.”
장천은 안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저격수는 여기 대기하며 상황 알려주고.”
내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나머지는 현장으로 이동하시죠.”
내 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