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내 작전.
“저를 따라 오세요.”
내 뒤로 치헌, 경수가 붙었고.
그 뒤엔 공사차량을 타고 현장에 같이 진입했던 문환과 수일이 기관단총을 들고 뒤따랐다.
특공대장에겐 지원 시 지휘를 맡기고 대원들을 데리고 왔다.
슥- 슥-
나는 품 안의 총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나와 치헌, 경수는 특공대장에게 부탁해 작은 권총 몇 정을 더 받았다.
지금 현장으로 가는 인원들이 소지한 총기는 10정이 넘는다.
– “장천이 서편 세 번째 컨테이너 뒤로 사라졌습니다.”
저격수는 계속해서 현장 상황을 알렸다.
– “장천 위치 더 이상 사독(확인) 안 됩니다. 속도 높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칠팔.”
사삭- 사삭-
우리는 발소리를 조심하며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 “차 쪽에 있던 조선족 두 명도 이동합니다.”
– “이동요? 인질을 데리고 말입니까?”
– “트렁크 인질은 그대로 둔 채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인질 휴대폰은 바다로 던졌고요.”
– “…!?”
– “이 조선족들도 컨테이너 뒤로 사라졌어요.”
정우를 놔두고 간다고?
이상했다.
그럼 왜 납치를 했단 말인가.
– “인천 상황실에서 요구조자 위치 추적 결과 구연(연락)합니다. 휴대폰 위치는 인천 북항로 42-12.”
위치추적 한 결과도 일치한다.
트렁크에 있는 저 사람은 정우가 맞다.
정우는 놔두고 은빈만 데려가다니.
또 그들은 컨테이너 뒤 어디로 사라진 걸까?
– “탁등원, 여기 특장(특공대장.)입니다. 이런 경우 차량에 폭파물 설치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폭발물 처리반 공발(출발)시킬까요?”
폭발물.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정확히 퍼즐이 맞진 않지만,
인질이 잡혀있는 만큼 안전을 기해야 했다.
– “칠팔. 최소인원만 공발시키세요.”
– “칠팔.”
사삭- 사삭-
나는 이동하며 계속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퍼즐은 여전히 들어맞지 않았다.
이곳을 맞추면 저곳이, 저곳을 맞추면 이곳이 어긋났다.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이전 상황들이 맞아떨어져야하는데, 모든 상황이 따로 노니 시뮬레이션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 “구동(이동) 중지하고 폭발물 처리반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동하시면 컨테이너 쪽에서 보입니다.”
– “칠팔.”
우리는 풀숲에 몸을 숨긴 채 대기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정우가 갇혀 있는 차가 보였다.
트렁크에 있는 정우의 모습이 시각화되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호흡이 가빠지며 당장이라도 튀어나가고 싶어졌다.
오늘 내 감정은 왜 이리 요동치는 걸까.
“후… 후…”
나는 심호흡을 하며 진정하려 애썼다.
치헌이 말했듯 흥분은 이번 작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사. 지금은 오로지 수사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눈을 감고.
“후…”
장천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여태 해온 모든 수사를 떠올렸다.
모든 조서와 모든 사람들. 모든 표정과 모든 분위기.
“……”
연계점이 없다면 연계점을 예측해내야 했다.
가장 가능성 있는 경우의 수를 엮고 엮어 결과를 도출해내야만 했다.
“박지석부터… 버팔로… 이형준 형사… 한시호… 안동현 목사…”
나는 수만 가지의 가능성을 떠올리며 퍼즐을 하나씩 제거해나갔다.
“양대석… 서인혁… 이호중… 홍설희…”
수 개월간 거쳐 갔던 모든 사람들을 떠올렸다 지우고.
‘장천… 납치… 인천 북항…’
그 결과물을 오늘의 상황에 대입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리고 잠시 후.
‘…!’
마침내 모든 걸 관통하는 하나의 연관성을 찾아냈다.
– “6청(인천청) 기대장(기동대장), 여기 탁등원.”
나는 곧장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 “여기 기대장입니다!”
– “현재 검거된 피의자 숫자 정확히 몇 명입니까?”
– “아… 숫자요?”
– “빨리 파악해서 구연(연락) 바랍니다.”
– “아, 칠팔입니다!”
의아하단 표정으로 날 보는 치헌과 경수.
잠시 후.
– “기대장입니다. 검거된 피의자 수 302명입니다!”
그 답신을 듣자마자.
스윽-
다다다다다다-
나는 풀숲에서 일어나 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정태 너 미쳤어!?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 “탁등원 둘기(대기)하세요!”
육성과 무전이 날 말렸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다다다다다다-
계속 뛰어갔다.
“에이 씨팔 진짜!”
다다다다-
뒤에 있던 치헌과 경수, 특공대원들도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다다다다-
‘후.’
나는 차에 도착하자마자.
스윽-
틱- 철컥-
트렁크를 열었다.
“형!”
정우가 깜짝 놀라며 웅크렸던 몸을 폈다.
“괜찮아?”
그의 몸 상태를 살펴보려는데.
다다다다다-
“야 이씨!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경수가 미친 듯 팔을 내저으며 달려와 소리쳤다.
이어 곧장 나와 정우를 잡아끌었으나.
“폭탄은 없어요.”
내가 태연히 말했다.
그에 경수가 더 역정을 냈다.
“네가 어떻게 알아!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장천은 저희를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 뭐?”
“이곳으로 끌어들이는 게 목적이었죠.”
“…!?”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다음 말을 하려던 찰나.
꽈악-
거대한 손이 나와 정우, 경수를 묶어 쥐더니.
휘익-
“으어어…”
콰당탕탕-
냅다 뒤쪽으로 집어 던졌다.
바닥에 처박혔던 얼굴을 드니.
“씨팔, 안전에 관련해서는 단독행동 하지 말라고 했냐 안 했냐.”
치헌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화가 난 듯했다.
“단 1퍼센트라도 확률이 있으면 나서지 말아야지! 혹시라도 폭탄 있으면 어떡하려고…”
“1퍼센트도 없어요.”
“야 인마 네가 무슨 근거로…”
“폭발물은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이지 장천의 계획에는 없어요.”
그렇게 언쟁을 하고 있는데.
“폭발물 처리반 와 봐야 알겠지만…”
차 쪽에서 문환이 소리쳤다.
“폭탄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설치되어 있을 만한 곳을 다 찾아봐도 보이지 않아요. 저희도 교육은 다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이 있습니다. 폭탄은 없는 것 같아요.”
이어서.
– “인질 구출됐으면 장소를 이동해야 합니다. 너무 사방에 노출되어 있어요.”
저격수의 무전이 들려왔다.
동시에 문환과 수일이 우리 쪽으로 붙었다.
우리는 곧장 컨테이너 옆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다음 작전은 뭡니까?”
문환이 물었다.
정우도 얼굴에 흙을 털어내며 내게 집중했다.
“다음 작전은…”
나는 잠시 생각한 뒤.
“팀을 둘로 나누죠.”
“에?”
경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인원이 몇 명 된다고 나눠? 더 위험해지는 거 아냐?”
“고주임님은 이번 작전에서 제외입니다.”
“뭐!?”
“정우 데리고 저격수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세요.”
“……”
경수가 화를 내려다 멈칫했다.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기는 겁니다. 저희가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도 다 인질을 구출하기 위함이에요.”
“……”
“정우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세요.”
경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끄덕-
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정우야, 가자.”
정우의 어깨를 부축해 뒤쪽으로 뛰었다.
“지원요청 없이 우리끼리 간다고?”
멀어지는 경수를 보며 치헌이 물었다.
“아직 인질이 있습니다. 위치와 상황을 확인하기 전까진 저희끼리 움직입니다.”
“……”
“저랑 장팀장님이 왼쪽으로 갑니다. 특공대원들은 오른쪽으로 가세요. 임무는 주변 탐색 및 목표물 위치 확인입니다. 현 위치에 있는 가건물은 총 9개. 계속 주위를 확인했으나 장천이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가 몸을 숨기고 이동할 수 있는 최대 반경은 500m 정도입니다. 특이사항 있으면 바로 무전하세요.”
“알겠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팀을 나눠.
사사삭-
사사삭-
좌우로 흩어졌다.
*
쉭- 휙-
끄덕-
쉬쉭-
쉬쉭-
저벅- 저벅-
문환과 수일은 간결한 움직임으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수없이 훈련했던 레퍼토리.
그들의 움직임에 망설임 따윈 없었다.
가장 조심스러우면서도 정확하게 이동해 나갔다.
그때.
사삭-
“…!?”
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주고받는 눈빛.
스윽-
그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벽에 붙었다.
또각- 또각-
그리고 구두 소리에 집중했다.
또각- 또각- 또각-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오다가.
또각- 또각-
…
슥-
한 번 비틀렸다.
그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사사삭-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밖으로 튀어나가 총구를 겨눴다.
“우왓!”
“이 개새이들이…”
깜짝 놀란 조선족들이 권총을 들었다.
전혀 훈련되지 않은 자세.
“총 내려놔! 움직이면 쏜다!”
문환은 그들의 손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좆까는 소리하지 말라, 이 가오리 방쯔 새이들아!”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리기 직전.
다라라라라라-
“으아아악!!”
그들의 허벅지를 걸레로 만들었다.
– “탁등원! 여기 이등원. 동편 40m 지점 조선족 피의자 2명 검거했습니다!”
– “칠팔! 잠시 둘기!(대기)”
쉬식-
둘둘둘둘-
꽈악-
“으억…”
문환과 수일은 곧장 키트에서 붕대를 꺼내 지혈을 시작했다.
– “피의자들 허벅지에 총상이 있어요! 병차(구급차) 필요합니다!”
– “칠팔. 특장(특공대장) 현 시간부로 지원병력 전원 공발하세요! 그쪽에 남는 병차도 같이 공발하세요!”
– “칠팔!”
그는 특공대장의 우렁찬 답신을 들으며 붕대를 단단히 동여맸다.
그리고 잠시 후.
– “청하나(경찰청장.) 여기 해청하나(해경청장.)”
뜬금없이 해경 쪽에서 무전이 날아왔다.
그것도 무려 해경청장이.
– “긴급 전달사항 있어 구연(연락)합니다. 현재 육경 위치한 인천 북항에서 출항 예정이 없던 배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배!?
– “48번 부두 정박 중인 배입니다. 일단 해경함정 2척 그쪽으로 공발합니다. 특상(특이사항) 있으면 구연(연락)주세요.”
– “칠팔. 현장에 있는 등원, 해청하나 무전 관련 특상 사독(확인) 되는 거 있는지.”
48번 부두.
문환이 거기가 어딘지 확인하려던 찰나.
– “이등원! 머리 위 10시 방향 갑판입니다!!”
저격수의 다급한 무전이 들려왔다.
파밧-
쉬쉬쉭-
문환은 본능적으로 무릎을 굽히고 위쪽을 조준했다.
처음 보이는 것은 거꾸로 길게 늘어진 여성의 머리카락.
그 뒤로.
“…!!”
장천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고개를 빼고 우리가 있는 쪽을 훑어보더니.
슥-
저벅- 저벅-
그대로 선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장천 저 개새끼가!!”
타이밍 맞춰 장치헌 팀장도 현장에 도착했다.
“저 씨발새끼 왜 저 위에 있는 거야!?”
아까 탁정태 경위에게 흥분하지 말라고 하더니.
본인이 더 흥분했다.
…
그런데.
“장팀장님. 탁경위 님은 어디 갔습니까?”
탁경위가 없었다.
“네!? 여기 뒤에…”
치헌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더니.
“뭐야!? 얘 어디 갔어!?”
펄쩍 뛰며 눈을 크게 떴다.
“분명 내가 전방, 정태가 후방 보면서 이쪽으로 뛰어 오고 있었는데…”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씨팔 어떻게 된 거야!”
탁경위는 보이지 않았다.
“정태야!!”
“탁경위님!!”
우리가 탁경위를 부르는 사이.
드르르릉-
웨애애애애앵-
장천이 탄 배에 시동이 걸렸다.
*
끼익-
탁-
‘후…’
겨우 타이밍을 맞춰 들어왔다.
– “긴급상황입니다! 탁정태 경위 위치 파악이 안 됩니다. 게다가 장천이 탄 배엔 시동이 걸렸어요! 이동하려는 것 같습니다. 헬기까지 빨리 공발(출발) 해주…”
띠디디디디디-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는 치헌.
나는 무전기 소리를 최소로 줄였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건 긴급상황이 아니라.
‘후, 시작해보자.’
내 작전이다.
본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