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꼬인 신념.
탄환이 발사된 순간.
그 찰나가 긴 비디오처럼 느껴졌다.
푸슉-
첫 발은 그의 오른 손등에 명중했다.
총알은 회전해 큰 구멍을 내며 그의 손을 관통했다.
이제 그가 은빈을 해코지 할 옵션이 하나 줄었다.
푸슉-
다음 총알은 그의 오른 허벅지에 박혔다.
“으아아악!!”
두 번째 탄환이 박히고 나서야 그는 비명을 질렀고.
피슈슈슉-
손과 다리에서 피가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털썩-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푸슉-
그 다음 탄환은 은빈을 잡고 있던 그의 왼손 중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손가락만 살짝 건드렸다.
털썩- 쿵-
그가 손을 뿌리치며 은빈을 바닥에 떨어뜨렸지만, 이미 자세가 낮아져있는 터라 별 충격이 없을 것이다.
이것도 다 계산을 해서 그의 다리를 먼저 쏜 거니까.
푸슉- 푸슉-
이어 그의 왼 어깨와 왼 허벅지를 맞췄다.
“끄아아악!!”
그는 두 번째 비명을 지르며 왼 무릎까지 꿇었다.
이 모든 과정이 2-3초 만에 이루어졌다.
그의 온몸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저벅- 저벅- 저벅-
나는 그의 앞으로 걸어가.
슥-
은빈의 코 밑에 검지를 대고.
쉬익- 쉬익-
숨소리를 확인했다.
다행히 호흡은 있었다.
아직 기절한 상태.
아마 코에 한 번 더 마취 수건을 덮은 듯했다.
슥- 슥-
딸각-
이어 나는 공구함 옆에 있던 응급 키트를 열고.
빙빙빙빙빙-
거즈와 붕대를 꺼내 장천의 출혈 부위에 감았다.
“이… 개새이가!!”
그는 그 와중에도 이빨을 들이밀며 날 깨물려고 했다.
나는 여유롭게 그의 이빨을 피하며 붕대를 다 감은 뒤.
빠악-
치헌에게 배운 엘보우를 그의 턱에 꽂고.
뻐억-
경수에게 배운 사커킥으로 배를 걷어찼다.
“억!”
그는 순간 숨이 멎은 듯 눈을 크게 한 번 뜨더니.
픽-
그대로 쓰러졌다.
나는 그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질질-
저벅- 저벅- 저벅-
바닥을 끌며 갑판 위쪽으로 나아갔다.
– “청하나, 여기 탁등원입니다.”
그러면서 곧장 무전을 했다.
저벅- 저벅- 저벅-
– “장천 검거했습니다. 지금 신속히 갑판 쪽으로 헬기 지원…”
끼익-
내가 무전하며 철문을 열고 갑판으로 나가자.
투투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투투-
이미 상공에 떠 있는 헬기 세 대.
팟- 팟- 팟-
착- 착- 착- 착- 착-
우우우우우웅-
어느 새 다른 배를 타고 내 배 양옆으로 붙어 나를 조준하고 있는 특공대원들.
그리고.
– “야 이씨, 탁정태!! 안 다쳤어!!?”
부두의 300명 경찰이 나를 맞아주었다.
#
다음 날 새벽 4시,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들어가시면 안 돼요!”
간호사가 속삭이듯 소리치며 날 말렸다.
“방금 대수술이 끝나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구요! 지금은 들어가시면 안 돼요.”
“됩니다.”
내가 덤덤히 말하자 간호사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한 마디라도 내뱉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진술을 들어야 합니다. 환자의 안정보다 진술이 더 중요해요.”
끼익-
탁-
그렇게 말하고 나는 병실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뒤에선.
“잠시만 얘기 좀 하겠습니다, 하하.”
경수가 간호사들을 막아주었다.
나는 뚜벅뚜벅 베드로 걸어갔다.
“진술 가능하시죠?”
“으윽…”
사지에 붕대를 감은 채 신음을 흘리는 장천.
탁-
“진술.”
내가 그의 앞에 서서 다시 물었다.
“가능하시죠?”
“니…”
그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답했다.
“니… 새끼야. 사람을 반병신 만들어놓고 진술 소리가 나오니!?”
“……”
“새벽 네 시에 찾아와서 이게 뭐하는 짓…”
“진술 잘 하시는 군요.”
나는 곧장 그의 옆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물었다.
“부하직원을 시켜 이은빈 양과 이정우 군을 납치하라고 지시했죠?”
“……”
“이미 부하들이 혐의를 다 인정했습니다. 숨겨도 소용없어요.”
3시간 전.
특공대원들이 다리를 사격해 검거한 조선족 조직원들은 치헌이 맡아 진술을 받았다.
병실 안에서 퍽퍽 소리가 몇 번 들리고는 치헌이 병실을 나오더니.
‘여기. 범죄 하달받는 내용, 시간, 장소까지 싹 다 받아냈어.’
빡빡히 타이핑이 된 노트북을 내게 건넸다.
그는 그만의 방법으로 상세한 진술을 확보해냈다.
“부하직원들의 진술과 납치 사실. 이후 그들이 인천 북항으로 이동해 당신을 만난 것. 모든 물적 증거가 확보되어 있어요.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형만 중해질 뿐이에요.”
“……”
“총도 중국에서 몰래 들여왔다고 하더군요. 총기는 허가 없이 소지하는 것 자체가 중죄입니다.”
허가 없이 총기를 소지하면 총포 등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상 1억 이하의 벌금의 형을 받는다.
“이미 살인 및 살인 교사를 너무 많이 저질러 죄가 더해지는 게 별 의미는 없겠네요.”
“……”
“하남시청 공무원은 왜 죽였습니까?”
“……”
“백양이 지시한 거죠?”
“……”
“지하실에서 발견된 300구의 시체. 그 중 장기가 적출된 것이 250구가 넘었습니다. 모두 뱀파가 저지른 거 맞죠? 당신이 교사했고요.”
“……”
“그 중에서도 백양의 지시를 받은 게 있습니까?”
계속 물었지만 그는 표정을 찡그리며 작은 신음만 흘릴 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전 사건 수사 중 눈이 실명된 북성파 조직원을 검거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신문했다.
“그가 말하길 머리가 긴 조선족이 자기 눈에 칼을 꼽았다고 하더군요.”
“……”
“그 범죄가 벌어진 장소는 서울 외곽의 한 폐건물이었어요.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카락이 발견되었죠.”
“……”
“무슨 일이 있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나는 그 당시 그곳에 없었지만.
그때의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거기서 세력의 손 바뀜이 일어난 거예요.”
“……”
“백양의 지시를 받는 세력이 북성파에서 뱀파로 바뀐 거죠.”
그가 물끄러미 날 바라봤다.
“시기상 당신은 그때 저를 제거하란 지시를 받았을 겁니다.”
“……”
“그때 같이 있었던 백양 멤버, 누굽니까?”
“……”
“나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던 그 사람. 누굽니까?”
일말의 동요도 없는 눈코입.
그는 진실과 혐의가 밝혀지는 것에 별 감흥이 없는 듯했다.
‘음.’
나는 잠시 생각한 뒤.
“안동현 목사가 그러더군요.”
질문의 색깔을 바꾸기로 했다.
“당신이 교회에 찾아와 ‘우린 서로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고 했다고.”
“……”
“당신도 특이한 것에서 쾌락을 느낀다는 말이죠.”
신념이 특이한 중대범죄자들에겐 일반적인 수사방식이 먹히지 않는다.
안동현이 그랬고 홍설희가 그랬다.
“왕청현의 누나를 납치한 것.”
그들에겐 그들이 흥미를 느끼는 색깔로 질문을 해야 한다.
“하남시청 공무원의 어머니를 기다렸다가 죽인 것. 그리고 이은빈 양을 납치해 나를 인천항으로 끌어들인 것.”
그래야 비로소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전부 당신의 쾌락을 위한 일이었던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당신은 타인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며 쾌락을 느끼는 사람이니까.”
“…!”
그의 표정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안동현은 타인의 죽음에서 쾌락을 느꼈지만, 당신은 그보다 더 꼬인 신념을 갖고 있었어요.”
그가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납치된 누나를 걱정하며 매일 두려움에 떠는 동생, 딸의 목이 잘리는 것을 보며 괴성을 지르는 어머니, 여자친구의 죽음을 보며 무너지는 남자.”
씨익-
입에 미소를 그렸다.
“그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며 극도의 쾌락을 느끼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크큭…”
“그래서 일부러 가족, 연인들을 골라 납치하고 죽였던 거예요. 사람은 유대가 깊은 사람이 죽을 때 가장 고통스러워하니까.”
“킬킬킬. 쿠헤엑!”
성치 않은 몸으로 웃던 그가 괴로운 기침을 내뱉었다.
하지만 올라오는 즐거움을 참을 수 없는지 기침을 하면서도.
“크큭…”
다시금 웃었다.
“그래서 불이 꺼진 상태에선 인질을 죽일 수 없었던 거예요. 내 표정을 볼 수 없으니까.”
“후…”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지 못하면 이 모든 총격전이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거니까. 수십 억 돈보다 훨씬 소중한 당신의 쾌락. 그걸 이루지 못한 게 되어버리니까. 그래서 인질을 죽이지 않고 후레시부터 찾은 거예요.”
어제 저녁 인천 북항에서 작전을 할 때.
나는 그동안의 수사내용을 모두 상기한 뒤 의미 있는 내용만을 골라냈다.
처음 떠올랐던 음성은.
‘웃긴 게 300구 시체 중 3분의 1이 조선족이에요. 조선족이 조선족을 죽였다는 말이죠.’
가락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죽은 조선족 중 90% 이상이 한국 거주 조선족 범죄조직원이거나 그들의 가족이란 거예요. 자신의 동료 조직원과 그 가족들을 이렇게나 많이 죽였다는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는 정신없이 사체부검을 하며 내게 그렇게 보고했었다.
다음으로 떠올랐던 건 홍설희의 목소리.
신념이 뒤틀린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그것도 장천을 가리켜 한 말이었을 것.
이어 그가 그동안 저질렀던 기이한 범죄들.
청현과 하남시 공무원, 나에게 저질렀던 범죄를 떠올렸다.
마침내 그의 의도가 파악되었다.
이런 생각의 조각들을 퍼즐로 만들고 조합한 뒤, 배에 혼자 침입해 불을 끄고 대응하는 전략을 생각해낸 것이다.
나는 확신했다.
그가 내 얼굴을 보기 전까진 절대 은빈을 죽이지 못할 거라고.
“제 말이 맞죠?”
“크큭…”
“웃지만 말고 이제 대답하세요. 당신의 쾌락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죽이라고 시키고, 300명 경찰을 인천항으로 불러들여 총격전을 벌이고 거기다가…”
나도 모르게 내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은빈 양과 이정우 군을 납치한 것, 맞죠?”
“크크…”
그가 마지막으로 웃고는.
“이야, 너 너무 똑똑한 거 아이니?”
진술을 시작했다.
“어째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알고 있니?”
“……”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다, 야.”
흐뭇한 미소.
“니 그 딱딱한 얼굴 일그러지는 걸 봤어야 했는데.”
“……”
“그러면 내가 더 바랄 게 없었는데 말이야.”
이어서.
“살아보믄 말이야. 멋있는 인간은 잘 찾아볼 수 없어.”
그의 음성이 차분해지더니.
“죄다 쓰레기들뿐이지.”
말에 진심이 깃들었다.
“닌 인간의 멋이 뭐라고 생각하니?”
멋?
“멋은 ‘신념’이야. 누가 뭐라 해도 내 신념대로 살아가는 것. 그기 멋있는 인간이란 말이지.”
“……”
“근데 요즘 인간들은 신념이란 게 없어. 전부 다 여기가 괜찮다 싶으믄 여기 붙었다가, 다시 저기가 괜찮다 싶으믄 저기로 옮겨가는 개새이들 뿐이지. 내 연변에 있을 땐 멋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그의 표정은 편안했다.
왕청현과 홍설희, 안동현이 그랬듯.
그도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 속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가이고 뱀파 그 개새이들한테서 떠나 여기 한국에 왔다. 여기가 아 새끼들 죽이기도 편하고 장기랑 마약도 더 돈이 되거든.”
“……”
“근데 여기 가오리 놈들 중에 멋진 놈들이 있더라고.”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