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마무리.
“뒤에서 사람 막 갖다 썰어버리고 약도 입에 막 털어 넣는 인간들. 권력을 꽉 쥐고 남 눈치 안보는 인간들. 자기 쾌락에 미쳐 사는 인간들.”
장천이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다시금 웃어보였다.
“내가 그런 멋진 놈들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니? 바로 달려가서 내가 애들 썰어주겠다고, 내가 약 대주겠다고 했지. 내 실력이 가오리 조폭 놈들하고 비교가 되겠니? 한 달도 안 돼서 북성파 애들 밀어내고 내가 자리 꿰찼지. 그게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야.”
장천이 백양과 손을 잡은 지 10년이 넘었다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참 재미있었지. 갸들이랑 내 신념이 서로 합치가 되니까. 갸들이 원하는 인간들을 내가 죽이주고, 또 나는 갸들한테 약을 대주니 관계가 안 좋을 수 있겠니? 뉴스에서 우리 파낼라고 쇼를 해도 다 소용없다. 언론까지 매수해버리는데 지네가 어쩔 거니?”
한시호도 그렇게 백양에 들어간 건가.
“인마들은 잡음이 생겨도 눈도 깜짝 안 한다. 그저 죽이고 매수하면 그만이니까. 위기가 생겨도 자기 신념을 계속 지켜 나가는 거, 이 얼마나 멋진 일이니?”
그는 진심으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듯 얼굴이 점점 상기되었다.
“잡음이 생기면 생길수록 오히려 세력은 더 커졌어. 우리는 위험 속에서도 쾌락을 추구했고, 그 맛은 더 짜릿했지. 위험이 커질수록 쾌락이 커지니 어쩌면 우리는 위험을 원했는지도 몰라. 누가 계속 우릴 건드려주길 바랬는지도.”
“……”
“그런데 탁정태 니놈이 나타나는 순간.”
그의 어조가 바뀌었다.
“이 새이들이 신념을 잃기 시작하더라고. 두려움에 떨고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라고. 한국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갖고 있는 놈들이! 짭새 하나에 무너지기 시작하더라고.”
분노와 실망이 담긴 목소리.
“첨엔 잠깐이겠지 했는데, 이 새이들이 하나씩 잡혀 들어가는 거 아이겠니? 그래가이고 내가 한 놈을 찾아가서 당하고만 있지 말고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는데, 빙신새끼. 지가 되레 쳐 당하고 앉았어.”
“……”
“그날로 이 새이들이 맥없이 무너지기 시작했지. 단단할 줄 알았던 그 성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모습. 내가 그걸 보며 무슨 생각했는 줄 아니?”
“…?”
“탁정태 니가 멋있어 보이더라고.”
그가 날카로운 눈을 반짝였다.
“내가 찾던 놈이 바로 니놈이더라고. 누가 뭐라 해도 자기 신념대로 사는 새끼. 주변에서 아무리 지랄해도 그 신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새끼. 그 새끼가 바로 니더라고.”
“……”
“내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놈들마저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놈. 독고다이로 혼자 성에 들어와서 결국 그 성을 무너뜨린 놈. 탁정태 니놈이 바로 내가 찾던 멋진 놈이더라고. 나 참 가오리 짭새 놈한테 이런 감정을 느껴서야…”
다시금 씩 올라가는 입꼬리.
“또 내가 뭔 생각했는 줄 아니?”
“…?”
“그런 니놈을 이번엔 내가 무너뜨려보고 싶다.”
“……”
“항상 고개 빳빳이 들고 있던 니가 고통에 휩싸여 몸부림치는 모습. 그 모습을 보고 싶더라고.”
그의 표정에 점점 광기가 올랐다.
“가족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사람. 그 표정을 본 적 있니?”
“……”
“귀가 찢어질 듯 절규하는 그 울음소리. 들어본 적 있니?”
“……”
“최악의 순간을 경험하는 이들의 감정을 온전히 느껴본 적 있니?”
목소리를 키워가며 묻던 그는 갑자기 눈을 질끈 감더니.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우,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야.”
저 표정.
무슨 느낌인지 안다.
남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저 감정을 느끼다니.
“니놈 무너지는 그 표정을 봤어야했는…”
“그러니까.”
그가 느낀 감정을 계속 듣고 있을 이유는 없다.
“한국에 와서 결탁한 그 세력이 백양이란 거죠?”
나는 감정이 아닌 사실이 필요하다.
“백양이 당신에게 살인을 청부했고, 당신은 백양에 마약을 제공했어요. 그게 당신이 말한 쾌락의 합치인 거죠.”
“……”
“당신이 찾아가 나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던 사람은 안동현 목사죠?”
“……”
“백양과 당신에게 압박을 받은 그가 신자를 교사해 저를 살인하려 했어요.”
“……”
“당신이 말한 ‘가족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사람’은 최근 하남시 공무원을 비롯해 지하실에 썩어가던 조선족 가족들을 말하는 거예요. 그들의 표정에서, 절규하는 울음소리에서 쾌락을 느꼈던 거죠. 최악의 순간을 경험하는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며 도파민 속으로 빠져들었던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면서도 황홀한 듯 눈을 뒤집는 그.
“제 말 맞죠?”
내가 그에게 차갑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나는 내 이야기만 한다.”
더 진술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나는 백양이라고 한 적 없다. 남들 얘기는 당사자한테 직접 들으라. 한 때 멋지다고 생각했던 놈들한테 그 정도 의리는 있어야 안 되겠니?”
“……”
“내는 여기 가오리 조폭 놈들이랑은 달라. 입으로만 의리를 내뱉지 않지.”
헛소리를 지껄이는 그를 내가 잠시 동안 가만히 바라봤다.
장천은 눈을 쭉 찢으며 날 응시하더니.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
“…?”
“니랑 내는 종이 한 장 차이야. 니가 내가 될 수도, 내가 니가 될 수도 있었단 말이지.”
“……”
“니랑 내랑 비슷한 인간인 거. 너도 느끼고 있지 않니?”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결론이 틀렸다.
“주먹질은 복싱이 될 수도, 폭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성질의 것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죠.”
“……”
“당신과 나는 종이가 아니라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지금의 결과가 말해주죠. 당신은 역사상 최악의 범죄자고.”
내가 잠시 틈을 두고 덧붙였다.
“난 그런 당신을 잡은 경찰이에요.”
“……”
“혐의를 인정한 부분, 부정한 부분 모두 서류에 넣었습니다. 부정한 부분에 대해선 형이 가중될 겁니다.”
“키햐, 역시 멋지다.”
그가 다시 이빨을 드러내 웃으며 물었다.
“너도 후련하겠다 야. 이제 수사 다 끝났잖니.”
“아직 남았습니다.”
“…?”
“마무리를 해야죠.”
그때.
위이이잉-
위이이잉-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아보니.
= “네. 검사님.”
= “가시죠. 마무리하러.”
#
두 시간 후.
“일출을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승합차에 같이 탄 이정재 검사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형소법 상 일출 전은 ‘야간’에 해당하니까요. 야간 수사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수사라면 더더욱요.”
아직 하늘엔 검푸른 빛만 돌고 있다.
태양이 떠오르면 우리는 곧장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최대한 한다고는 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정재의 힘 빠진 모습.
요 며칠간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는 기운이 없었다.
왜냐하면.
“영장을 받았어야 했는데.”
영장을 기각 당했기 때문이다.
내가 장천 수사에 집중하는 동안 그는 서인혁 차관과 이호중 의원의 혐의를 밝히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그도 결정적인 물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
“알맹이가 없다는 건 저도 알지만 그렇게 정황증거가 많은데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해주지 않다니…”
“판사도 두려웠겠죠.”
내가 그를 보며 덤덤히 답했다.
“이호중은 현재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대권후보입니다. 서차관은 그의 오른팔이고요. 판사도 명확한 증거 없이는 그들을 건드릴 수 없는 겁니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지금은 들이받아 보는 게 최선입니다. 영장이 없다고 기다리기엔 너무 중대한 사안이에요. 정황증거도 많이 수집했으니 기세로 눌러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
“그간 수사하며 얻은 모든 정황증거가 그들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니 이 수사, 해볼 만합니다. 설령 성과가 없더라도 이런 수사 과정들이 모여야 다음 영장 발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저희가 해온 모든 수사가 다 의미 있습니다. 그러니 의기소침하실 필요 없어요. 자료 잘 모아주셨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정재는 정말 자료를 잘 모아주었다.
이것을 토대로 압박신문을 하면, 웬만한 피의자는 맥을 추리지 못하고 혐의를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대할 피의자들은 그 어떤 피의자보다 영악한 이들.
이들은 또 어떤 기이한 방법을 펼쳐 우리의 압박을 벗어날지 모른다.
나는 검푸른 하늘의 빛이 조금씩 변하는 걸 바라보며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해 떴어요!”
일출이 시작되자마자.
– “전 등원(경찰관) 현장으로 집합하세요.”
무전을 했다.
그와 동시에.
드륵-
드륵-
드륵-
갓길에 주차되어 있던 승합차들 문이 열리더니.
척- 척- 척- 척-
또각- 또각- 또각-
저벅- 저벅- 저벅-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내려 한 곳으로 모였다.
서울청 광수대 형사들, 남부지검 검찰수사관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그들 중엔.
“오랜만입니다.”
“오셨습니까, 유청장님.”
관우도 있었다.
그에게 이번 작전을 얘기하니 반드시 그도 현장에 오겠다며 경기북부청 정보과 직원들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
그렇게 수십 명 인원이 모여든 곳은.
“여기가 이호중 의원 집입니다.”
웅장한 단독주택 대문 앞.
담 너머로 고급스런 2층 집이 보였다.
어림잡아 봐도 1, 2층과 마당을 합치면 수백 평은 될 듯한 곳.
“아시다시피 영장이 없는 상황이니 강제 진입은 금지입니다.”
“……”
“하지만.”
내가 잠시 틈을 두고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 이의원 행동과 말을 주시하여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강제진입 할 겁니다. 영장은 사후에 다시 청구하는 것으로 하고요.”
이건 어떻게 보면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집 안에서 범죄혐의가 밝혀질 것이라고 단정하고 진입하는 거니까.
하지만 ‘도박’ 같은 말은 일반인에게나 쓰는 것이다.
나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가능성이 범인을 가리킬 때, 그 확신을 갖고 행동한다.
설령 집안의 증거를 인멸했다 하더라도 괜찮다.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낀다.
보통인의 시각에선 보고 느낄 수 없는 것. 그래서 인멸할 수 없는 것.
그런 증거를 찾아내면 그만이다.
“제가 지시할 때까지 전부 대기해주세요. 그럼…”
나는 마지막으로 당부한 뒤 뒤돌아.
“시작하겠습니다.”
띵동-
벨을 눌렀다.
응답을 하지 않고 버틸 줄 알았는데.
[“누구십니까.”]
곧장 인터폰 소리가 들려왔다.
“서울청 광수대 탁정태 경위입니다. 백양 관련 물어볼 것이 있어 왔습니다.”
[“뭐요? 나는 백양 그런 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이 새벽에 찾아와서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짜증 가득한 호중의 목소리.
“이미 해가 떴습니다. 형소법상은 낮입니다. 혐의가 없으시면 없으신 대로 진술을 해주시면 됩니다. 잠시 밖으로 나와 주십시…”
탁-
그가 신경질적으로 인터폰을 끊었다.
역시 안 나오고 버티겠단 건가.
내가 다음으로 압박할 수단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끼익-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시청자 여러분! 잘 보이십니까!?”
호중이 휴대폰으로 우리를 비추며 밖으로 나왔다.
드라마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x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