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드라마.
띠링- 띠링- 띠링-
챠랑- 챠랑- 챠랑-
청명한 효과음이 계속 이어졌다.
호중은 기다란 봉에 휴대폰을 끼우더니.
“이 인간들이 새벽부터 찾아와 저를 협박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이래도 됩니까? 법조인이 이래도 돼요?”
셀카모드로 봉을 높이 들어 우리를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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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랑- 챠랑- 챠랑-
휴대폰 화면을 자세히 보니 하트와 금화 이모티콘이 쏟아졌다.
‘좋아요’와 ‘후원금’이 계속 들어오는 모양.
그는 지금 개인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화창을 살펴보니.
[저 씨***들]
[미친 거 아냐? 많이도 왔네.]
[저 **들이 조폭이랑 다를 게 뭐야?]
[의원님. 옥체를 보존하세요.]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가까이 계신 분들은 지금 바로 출발하죠!]
호중을 지지하는 팬들인 듯했다.
“여기 보십시오.”
그가 내 쪽을 비추더니.
“사람 패는 탁정태 경위도 와 있습니다! 아이고 무서워라!”
오버를 하며 몸을 떨어댔다.
“어제는 인천에서 또 총을 발사 했답니다!”
“……”
“무려 경찰 300명을 끌고 가서 총격전을 벌였대요! 이백 명이 넘는 피의자가 총상을 당했습니다! 이게 경찰입니까!!?”
“……”
“국민을 지키라고 했더니 국민을 죽이려 들고 있습니다! 이게 민중의 지팡이가 맞습니까, 여러분!”
“저희는 최루가스와 살수차로 최대한 진압해보려 했으나 피의자들이 기관총을 난사하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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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다시금 효과음이 시끄럽게 울리더니.
[저 개** 또 왔네.]
[견찰 견찰 견찰 견찰 견찰]
[대한민국을 전쟁터로 만든 새끼.]
[쟤는 왜 허구헛날 총질이야!?]
[혹시 게임 중독자냐? 현실이랑 게임을 구분하질 못하네 저 싸이코패스 놈.]
온갖 욕설이 빗발쳤다.
호중은 계속해서.
“오늘도 총을 꺼내면 어쩌죠 여러분!? 총상을 입으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은데요!?”
그들을 선동했다.
[우리 의원님 건드리면 너 진짜 가만 안 둔다.]
[** 서울청 확 불살라버릴라.]
[경찰청장은 해산명령 안 하고 뭐함?]
[뒤에 서 있는 놈들도 다 똑같은 놈들이네 개 씨***들.]
서로 소식을 전하고 있는지 접속자 수가 점점 많아졌다.
이제 일반인들은 내용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채팅이 빨리 올라가는 상태.
“이정도면 강제수사 아닙니까,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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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 영장도 없이 이러고 있습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저에겐 인권이 없습니까!?”
채팅창엔 또 다시 욕설 도배.
신기했다.
저들은 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저렇게 욕을 해대는 것이며,
호중은 왜 그런 이들을 더 돋구어 선동하는지.
나는 순식간에 올라가는 채팅창을 하나하나 다 확인하며.
“저희가 지금 하는 수사는.”
덤덤히 입을 열었다.
“하나도 잘못된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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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강제수사가 아니라 임의수사입니다. 그래서 일출 후까지 기다렸다가 집 앞에 찾아온 것이고 강제로 진입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호중 의원님께 최근 백양 사건 관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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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서울청 광수대는 최근 며칠 동안 다른 사건은 다 제쳐두고 백양 사건에만 몰두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과거 창진서 시절에 처리했던 조선족 사건과 버팔로 건부터 백양이 관여가 되어 있더군요. 그에 이어 이형준 형사 사망 건, 한시호 기자 살해사건, 안동현 목사의 살인 교사와 신자 수급비 갈취, 홍설희의 감금치사, 양대석 땅투기 그리고…”
내가 잠시 말을 흐렸다 이었다.
“최근 하남시 개발사업비리까지. 모두 백양이 연관되어 있는 범죄들이었습니다. 어제 인천에서 있었던 총격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양에서 조선족 피의자를 시켜 저를 제거하려하던 과정에서 그렇게 큰 마찰이 일어난 겁니다.”
[어쩌라고!]
[그게 뭐 어쨌는데!]
[의원님이랑 백양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 서류들”
내가 휴대폰 갤러리를 열어 채팅창 화면에 내보였다.
1m 높이는 될 법한 서류탑이 다섯 덩이나 쌓여 있었다.
쪽수로 치면 수만 장에 달하는 서류들.
“저희가 그동안 수사하면서 알아낸 내용이 담겨있는 서류들입니다. 이 모든 서류들이 이호중 의원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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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속 모든 정황들이 이호중 의원을 백양의 핵심 멤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호중 의원을 수사하러 온 겁니다. 강제수사도 아닌 임의수사로 말입니다. 이정도로 명확한 정황들이 나왔는데, 경찰로서 어떻게 수사를 안 하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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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몇 차례 후원금 효과음이 들린 후.
“들으셨습니까, 여러분!?”
호중이 목소리를 더 키워 말했다.
“탁정태 경위가 분명 ‘정황’이라고 말했는데, 들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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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정황은 수사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할 수 있을 뿐이에요!”
“……”
“저를 피의자로서 수사하려면 정황이 아닌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증거 중에서도 ‘물질적인 증거’ 말입니다!”
“……”
“그러니 법원에서도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은 겁니다! 저는 참고인에 불과하니까요! 그런데 탁정태 경위는 지금 참고인인 저를 조사하려고 이 새벽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와 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탁정태 경위를 처벌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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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후원 효과음.
그들의 비난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참고인을 찾아가면 안 된다는 법조항은 없습니다.”
내가 다시 반박했다.
“사건의 유력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참고인은 더욱 더 면밀히 조사해야 합니다. 충분히 찾아와 볼 필요가 있는 거죠. 게다가 참고인에 불과하시다면, 왜 수 차례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으신 겁니까?”
그렇게 쏘아붙였지만.
“들으셨죠, 여러분!? 탁경위 스스로 제가 참고인이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호중은 철저히 나를 무시했다.
호중의 반발에 대비해 여러 카드를 준비해오긴 했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게 소용없어져 버렸다.
이 집에 북성파 조직원들이 드나든 CCTV 영상. 홍설희와 안동현, 하남시 공무원에게 메일을 보냈던 국회 공무원이 드나든 영상.
그것들로 기세를 눌러 실수를 유도하거나 안으로 진입해 보이지 않는 단서들을 찾으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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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가라!]
[명목 없는 집행은 불법이다!]
[떳떳하지 못하니까 강제집행 못 하는 거 아니냐!]
[딱 보니까 여태 이딴 식으로 수사했겠네.]
[증거를 대라 증거를!]
오히려 뒤에 있는 직원들이 기세에 눌리고 있다.
“저렇게 많은 수사서류들을 작성하고도 왜 제 혐의를 명백히 밝히지 못했을까요?”
호중이 기세에 불을 지폈다.
“제가 혐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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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혐의를 어떻게 밝힐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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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하면 이런 위험에 계속 맞서야 합니다! 저를 모함하고 매도하는 그 세력들에 끝까지 저항해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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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랑- 챠랑- 챠랑- 챠랑-
“여기 보시면.”
그가 카메라 각도를 틀어 아래쪽을 비췄다.
“저희 집 대문으로 올라오는 턱이 있습니다. 이 턱부터 저의 ‘주거’입니다. 만약 오늘 이들이 이 턱을 넘어 저희 집으로 쳐들어온다면, 저는 이들 모두를 주거침임죄로 고소할 것입니다!”
이어 그가 나를 비췄다.
“또한 저를 백양과 엮어 모함하려 했던 탁정태 경위. 이 자를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것입니다!”
“……”
“여러분들이 이들의 죄를 증명하는 목격자가 되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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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는 완전히 기울었다.
나는 다시 반박을 하려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가 반박할수록 이들의 기세는 더올라갈 뿐이니까.
이젠 세상이 법으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법 이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 그 중에서도 특히 언론.
이 언론으로 여론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법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저들이 아무리 많은 정황을 알아냈다 한들, 물적 증거가 없는데 제게 무슨 혐의가 있단 말입니까! 혐의가 없는데 어떻게 수사가 가능하단 말입니까!”
게다가 지금 그의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언론에서는 물론 법적으로도 질 수밖에 없다.
그의 말대로 현재 우리가 가진 건 정황밖에 없으니까.
기울고 있는 기세가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는 상황.
판을 뒤집으려면 법과 언론을 모두 뒤집을 수 있을 만한 카드가 나와야 한다.
그런 카드가 어디 있을까?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비리 경찰, 법조인들 다 갈아엎겠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봤지만 떠오르는 건 없었다.
아니, 그런 카드는 나올 수가 없다.
내가 아는 선에선 모든 수사가 다 이루어졌다.
이 이상의 단서도, 증거도 없다.
적어도 현실에선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없다.
상황을 뒤집으려면 드라마가 연출되어야 한다.
현실감 없는 드라마, 꿈같은 드라마가.
저벅- 저벅- 저벅-
턱-
그때, 뒤에서 누가 걸어오더니 내 어깨를 짚었다.
돌아보니.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
관우가 옅은 미소를 머금고 날 바라봤다.
“탁경위 님이 밥상을 다 차려놓으셨는데 못 먹어서야 되겠습니까.”
“…?”
“제가 숟가락 정도는 놔드리겠습니다.”
숟가락을… 놔주겠다고?
“탁경위님 덕분에 우리 중범의 30년 수사도 빛을 발할 수 있게 됐군요.”
“그게 무슨…”
“부디 끝까지 냉철하게 수사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발걸음을 돌리며.
“끝까지, 냉철하게요.”
덧붙이고는.
저벅- 저벅- 저벅-
앞으로 쭉 걸어갔다.
그는 계속 걸어.
스윽-
탁-
대문 앞의 턱을 넘었다.
“이… 이 사람이!”
당황하는 호중.
“유관우 청장! 지금 턱 넘어온 거예요!!?”
“네, 맞습니다.”
“내 주거에 침입한 거예요!?”
“네, 침입했습니다.”
전혀 흐트러짐 없는 관우의 목소리.
그가 안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스윽-
태블릿을 하나 꺼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의원님 주거에 침입했습니다.”
“뭐요? 진실!?”
관우는 별 대답을 않고 태연하게 태블릿을 조작하다가 시계를 보고는.
“7시네요.”
호중의 휴대폰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진실을 알고 싶은 분들은 지금 티비를 켜서 YBC 뉴스를 보십시오.”
이어 그가 태블릿을 내보이더니.
“아니면 이 화면을 보셔도 되고요.”
곧장 뉴스가 재생되었다.
그때부터.
[“YBC 윤정수 기자입니다.”]
내가 상상조차 못했던 드라마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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