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연결고리.
“뭐야, 이 상황은?”
미간을 찌푸리는 치헌과.
“유청장님, 이런 얘기는 전혀 없었는데…”
당황한 듯 말을 흐리는 정재.
그 옆에서.
“일단 뭔지 보자.”
경수가 휴대폰으로 뉴스를 켰다.
[“지금부터 저희 YBC가 단독 입수한 영상을 보여드릴 텐데요…”]
평소완 다르게 뭔가 망설이는 듯한 정수의 모습.
‘단독 입수’라면 언론에서 신이 나 날뛰어야 정상인데.
그는 무엇이 불안한 걸까.
[“이 영상은… 최근 각종 중대 범죄사건에 연루된 백양의 주축 멤버들에 관한 영상입니다.”]
“!!”
[“바로 보시겠습니다.”]
백양의 주축 멤버?
백양 사건의 담당 형사는 나였고 나는 그런 영상을 입수한 적이 없는데.
뭔가를 생각할 새도 없이 화면이 전환되더니.
[“며칠 사이 야아윈 널 달래애 고오-”]
중년 남자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지직- 지직-
장소가 어두운데다 카메라도 계속 흔들렸다.
촬영자가 가슴에 캠을 꽂고 찍은 영상인 듯했다.
[“집으로오 돌아오면서어-”]
이어 흔들림이 점점 잦아들더니.
[“마지막까아지도- 하지 모옷한 말-”]
대상들을 정확히 나타내기 시작했다.
소파와 테이블, 탬버린과 고급 양주들이 보였다.
테이블 건너편엔 짧은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팔에 주사기를 꽂아 넣으며.
하앗-
허리를 드는 장면이 보였다.
그녀는 견딜 수 없는 쾌락을 느끼는 듯 침을 흘리며 몸을 꿈틀거렸다.
[“나를 봐 이렇게에- 곁에 있-어도 널 갖진- 못하잖아-”]
그렇게 노래가 끝나고.
[“와아아-”]
여성의 환호소리와 함께 화면에 중년 남자 둘과 여성 한 명이 더 잡혔다.
그들은 차례대로 소파 쪽으로 들어와.
[“아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하아- 열창을 했더니 엄청 덥네.”]
[“오빠 최고에요옹-!”]
여자들은 맨얼굴인데 반해 남자들은 코까지 가려진 가면을 쓰고 있었다.
덩치가 큰 남자가 손으로 가면을 잡더니.
[“하- 땀나서 안 되겠어. 잠깐 벗자.”]
휙-
위로 올려 벗어버렸다.
얼굴이 드러난 그는 바로.
[“너희 어디 가서 나 만났단 소리 하면 안 돼-”]
이호중 의원이었다.
그런데 최근 모습이 아니라 한 10년은 젊은 모습.
이건 언제 어디서 찍힌 영상일까?
털썩-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이… 이럴 수가…”
호중이 바닥에 쓰러져 멍한 눈으로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년은 왜 저렇게 펄떡거리는 거야? 야, 나도 하나 줘봐.”]
영상은 계속 재생되었다.
여자에게 주사기를 넘겨받은 호중은 팔을 걷더니.
꾸욱-
능숙한 손놀림으로 팔에 주사를 찔러 넣었다.
[“하아-”]
여자와 똑같이 눈을 뒤집으며 소파에 늘어지는 그.
하지만 그는 내성이 좀 있는지.
[“하아- 에이, 형님!”]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가 소파 측면을 보더니.
[“또 뭐하십니까아- 개도 아니고.”]
늘어진 말투로 누군가를 타일렀다.
카메라는 그를 보여주려는 듯.
스윽-
각도를 틀어 그쪽을 비췄다.
낼름- 낼름- 낼름- 낼름-
츄릅- 츄릅- 츄릅- 츄릅-
그곳에선 아까 늘어져 있던 여자의 목을 중년 남자가 열심히 핥아대고 있었다.
목에서 점점 올라가더니 귀, 귀를 지나 입술까지.
그는 열성적으로 여자의 얼굴을 핥아댔다.
그게 덥고 힘이 들었는지.
휘릭-
가면까지 벗어 던지고.
츄릅- 츄릅- 츄릅- 츄릅-
쉼 없이 혀를 놀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후- 나도 주사 한 개 줘봐라.”]
그는 지친 듯 소파에 털썩 앉아 호중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경상도 억양.
예상대로 그는.
[“오늘 마 기분 지기네.”]
서인혁 법무부차관이었다.
“이런 미친…”
이번엔 정재가 이빨을 꽉 깨문 채 욕을 흘렸다.
그의 비리를 수사하곤 있었지만 직접 범죄를 목격하자 분이 터지는 모양.
꾸욱-
인혁도 능숙하게 주사를 찔러 넣은 뒤.
휙-
양주까지 샷으로 털어 넣었다.
[“하- 느낌 디진다-”]
그는 테이블에 앞으로 엎어져 이마를 손으로 턱 짚고는.
[“아아… 히힛. 아아… 히힛.”]
인상을 쓰다가 웃는 기이한 행위를 반복했다.
[“거.”]
그때, 호중이 카메라 쪽으로 손짓을 했다.
촬영자를 부르는 듯했다.
[“사장님도 한 잔 하죠?”]
사장님?
[“아니면 한 대 꽂으시던지.”]
무슨 사장님일까.
촬영자가 누구길래 호중이 존대를 하는 걸까.
[“괜찮습니다.”]
짧은 대답.
목소리만으론 누군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낯선 목소리.
[“저 잠시 화장실 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끼익-
또각- 또각- 또각-
밖으로 나와 복도에 들어섰다.
‘2000년대 중반 인테리어.’
복도는 판례집과 경찰대학 교과서에서 봤던 2000년대 중반 유흥주점 스타일로 인테리어 되어 있었다.
그가 쭉 걸어 화장실을 들어가기 직전.
[“뭐 좀 더 갖다드릴까요?”]
“…!!”
카운터에 있던 홍설희가 그에게 친근히 인사했다.
설희 역시 10살은 젊은 모습.
2000년대 중반 설희의 유흥주점이라면.
그 주점에 호중과 인혁이 있다면.
이건 백양 2기 모임이다.
그렇다는 말은, 이 촬영자도 2기 멤버라는 얘긴데.
[“괜찮습니다.”]
그는 사양하고 계속 화장실을 향해 걸었다.
그렇게 다들 집중해서 뉴스 화면을 보고 있는데.
“이건 조작입니다!!”
갑자기 호중이 일어나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저… 저런 영상이 어디서 났다는 말입니까! 저는 저런 행위를 한 기억이 없습니다! 설령 했다고 해도 저 주사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이성을 잃은 듯 눈을 희번득하게 뜨고 여기저기 소리 쳤다.
“게다가 저 영상도 분명 불법 수집했을 겁니다! 불법 수집해 조작한 영상이에요! 저 촬영자가 누구인 줄 알고, 저 촬영자를 어떻게 믿고 이딴 영상을 뉴스에 송출한단 말입니까!!”
흥분해 날뛰는 그를.
“영상은 조작된 게 아닙니다. 계속 보시면 이게 믿을만한 자료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관우가 조용히 타일렀다.
그 사이.
끼익-
촬영자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쏴아아-
소변기에 소변을 봤다.
화면은 잠시 화장실 벽을 비췄다가.
또각- 또각-
비잉 돌아 세면대를 향했다.
이어 거울에 그의 얼굴이 비치기 직전.
스윽-
그가 고개를 숙이고 물을 틀었다.
거울에 비치는 건 그의 정수리와 정장 상의 뿐.
‘누굴까.’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촬영자가 누구일지 상상했다.
내가 작성한 그 어떤 수사서류에도 없던 인물.
혹시…
‘백양에서 수년간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는 겁니다.’
철성이 말했던 백양이 찾고 있는 인물.
그가 바로 이 사람인가?
백양에선 왜 이 사람을 찾고 있지?
이때 이후로 만나지 못한 건가?
궁금증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슥-
촬영자가 고개를 든 그 순간.
‘…!!!’
궁금증은 충격으로 폭발해버렸다.
“뭐지? 누구야?”
경수가 옆에서 물었지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아닌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잘못 봤나 싶어 다시 한 번 화면을 훑었다.
‘입술과 턱선, 목젖과 귀 모양…’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
다른 사람들은 아직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맞다.
충격은 점점 짙어져 두 배, 세 배로 고통이 커졌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왜 저 사람이, 왜 저 장소에 있는 거지?
잠시 후.
스윽-
마침내 촬영자가 가면을 벗는 순간.
“!!!”
주변 사람들 모두 나와 같은 표정이 되었다.
거울에 그의 얼굴이 비치며 영상은 중지되었고.
[“… 여기까집니다.”]
윤정수 기자는 암담한 표정으로 멘트를 마무리했다.
또각- 또각- 또각-
“백양의 환각파티엔 주최자가 있었습니다. 1기 주최자는 마약왕 이응삼이었고 3기 주최자는 더 퀸의 홍설희였죠.”
뉴스가 끝난 뒤, 한 남자의 덤덤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또각- 또각- 또각-
“그리고 2기의 주최자는 바로.”
그는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저, 유관우입니다.”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체포하세요.”
*
세 시간 뒤, 서울청 광수대 사무실.
[“이로써 이호중 의원과 서인혁 차관의 범죄 ‘정황’들이 모두 명백한 ‘혐의’로 밝혀졌습니다.”]
볼륨을 키워놓은 티비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양과는 전혀 일면식도 없다던 그들의 주장이 와르르 무너진 순간인데요. 의원님, 그럼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아, 먼저…”]
아나운서가 묻자 패널석에 앉은 판사 출신 여당 국회의원이 답했다.
[“영상에서 명확히 확인된 범죄는 서인혁 차관의 준강제추행입니다. 의식이 희미한 여자의 목과 입술을 핥아 추행했죠. 그 외 팔에 주사를 꽂는 행위는 마약 관련 범죄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선 단정 짓기 곤란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서류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아나운서님이 말씀 해주셨듯 그동안 밝혀졌던 정황들이 혐의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영상으로 인해 이의원, 서차관의 범죄정황과 백양 사이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졌죠. 이렇게 되면 그들의 정황을 더 면밀히 들여다 볼 이유가 생기는 거고, 법원에서도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영장이 나올 거라는 거죠. 영장이 나오게 되면 얼마나 더 큰 범죄들이 파헤쳐질지… 저도 사실 가늠이 안 됩니다.”]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판사출신인 그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사건.
[“서인혁 차관도 검거가 되었죠?”]
[“네. 이호중 의원이 체포되던 시각, 서차관 집 앞엔 황교철 창진서장을 비롯한 창진서 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요.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문을 부수고 현장 진입해 서차관을 긴급체포했습니다.”]
사전에 창진서에 지원요청을 해 인혁 쪽을 맡게 했다.
그들은 강제 진입부터 체포까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뒤, 인혁을 광수대 사무실까지 인계해주었다.
[“가장 유력한 야당 대권후보였던 이호중 의원과 법무부 차관이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질러 체포되었다는 점도 놀랍지만, 의원님이 말씀하신 그 연결고리가 유관우 경기북부청장이란 사실도 참 황당한데요. 유청장은 버팔로 클럽부터 시작해서 백양 수사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던 경찰관 중 한 명 아니었습니까?”]
[“하, 저도 이 부분이 가장 이해되지 않는데요. 아직 밝혀진 조사내용이 없기 때문에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소식이 전해져오는 대로…”]
그렇게 뉴스를 보고 있는데.
“이호중 의원은 지금 누가 피신 받고 있습니까?”
현민이 기섭에게 물었다.
“팀장님.”
“그럼 서인혁 차관은요?”
“고주임님.”
“엥?”
현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가장 중요한 피의자 두 명 중 한 명 정도는 탁주임님이 맡아 신문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탁주임님은 더 중요한 피의자 피신 받고 있어.”
“…?”
다시금 고개를 갸웃하던 현민은.
“아.”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그 분이 가장 중요한 피의자일 수 있겠네요.”
*
광수대 제 3조사실.
나는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관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
덤덤히 나를 보는 그.
긴장은커녕 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다.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겨우 정리한 뒤.
“왜 그랬습니까.”
첫 질문을 내뱉었다.
각자의 신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