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25
25화. 2+0.
“허억! 과장님. 여, 여긴 어쩐 일로…”
의자에 기대 있던 덕규는 푸드득거리며 벌떡 일어나 민상을 맞았다.
“지나가다 들렀습니다, 하하.”
“아, 아. 그러시군요…”
덕규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소매로 이마를 닦으며 그제야 막 정신을 차렸는지.
“다들 뭐해? 빨리빨리 순찰 나가, 얼른!”
팀원들을 볶아댔다.
다행히 아직까지 민상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우리가 얼른 장비를 챙겨 순찰차로 나가려던 찰나.
“아, 잠시만요.”
민상이 우리를 불러 세우더니, 손에 든 짐을 들어 흔들어보였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야식 좀 드시고 하시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킨과 피자였다.
*
팀원들이 모두 탁자에 모여 맛있게 야식을 먹었다.
“이야아- 이거 과장님이 사주셔서 그런지 맛이 죽입니다. 하하하!”
덕규가 닭을 씹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방금 전까진 그렇게 민상 욕을 해대더니.
어쩌면 민상보다 덕규가 아부에 더 능할지도 모른다.
“요즘 저희 창진서 소속 지구대·파출소 중에 매천파출소 실적이 가장 우수합니다. 매천파출소 하나가 우리 창진서 전체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 그 정도입니까?”
“그 중에서도 3팀 활약이 제일 돋보이죠.”
“하하하! 저희 팀 직원들이 열심히 하긴 합니다.”
“또 3팀 중에서도 우리…”
민상이 날 돌아봤다.
“탁정태 경위.”
“……”
나는 닭다리를 뜯다가 눈을 올려 뜨고 민상을 쳐다봤다.
“우리 탁경위가 정말 맹활약을 해주고 있죠.”
그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경찰서 강당 앞에서 그를 처음 봤던 그날처럼.
지금 짓는 미소는 진심일까.
“탁경위. 근무하는데 애로사항은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저번에 말했듯이 아무쪼록 몸조심해서 근무하세요. 우리 창진서의 보물이 다치면 안 되니까.”
“……”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하-”
이번엔 민상이 좌중을 둘러보며 괜히 웃어댔다.
그리고는.
“아, 제가 오래 있으면 아무래도 불편하겠죠? 이만 일어나야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규가 ‘아닙니다, 불편하기는요. 벌써 가시려고요?’하며 붙잡았지만 민상은 자켓을 챙겨 나갈 채비를 했다.
“아무튼 맛있게들 드시고 근무하세요. 저는 가보겠습니다.”
“예,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야식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민상이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고, 덕규를 비롯한 팀원들이 모두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잠시 후 민상이 탄 차 소리가 멀어지고 난 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경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뜬금없이 웬 야식?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민상 과장이?”
그가 의아해할 만했다.
징계위원회 때까지만 해도 민상은 나를 잡아먹으려 안달이었으니까.
그의 질문에 덕규가 답했다.
“전략을 바꾼 거야.”
“전략을요?”
“정태를 품기로 계획을 변경한 거라고.”
“…!”
“처음엔 다른 직원 밀어주려고 정태를 내치려다가, 이젠 되레 그 직원을 내치고 정태를 밀어주려는 거야.”
그리고는 날 돌아보고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정태 널 내세우는 게 자기 위신 세우기도 좋잖아. 실적의 양도 많고 질도 높고. 과장으로서 얼마나 좋아.”
“……”
“박쥐새끼마냥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거 주민상이 특기잖아. 그 특기로 저 자리까지 올라간 거고. 하여튼 주민상 저 새끼는 마음에 안 들어. 정태 너도 조심해. 띄워준다고 마냥 좋아하다간 한 방에 훅 간다.”
그러면서 덕규는 치킨 한 조각을 입에 탁 넣더니 신경질 적으로 씹어댔다.
“그런데 팀장님.”
그 모습을 보고 경수가 말했다.
“그렇게 욕하시면서 치킨은 또 엄청 잘 드시네요.”
“뭐?”
“더러워서 안 먹는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야, 인마! 닭이 무슨 죄야, 사람이 죄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다들 어서 먹어! 또 언제 신고 들어올지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며 덕규가 무를 하나 입에 집어넣는 그 순간.
딩- 딩- 딩-
스피커에서 신고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하- 정말. 오늘 입 밖으로 내뱉는 족족 다 실현되네. 로또를 사야 하나?”
덕규의 하소연에 뒤이어 무전소리가 들려왔다.
– “매천파집. 매천 하나, 둘 순마. 2512번 집폭(집단폭행)입니다. 현장으로 신속히 공발(출발)하세요!”
“뭐 집폭!?”
덕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상황근무 한 명만 남고, 한 순찰차에 세 명씩 타고 현장 가보자!”
팀원들을 둘러보며 외치고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김종민 부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도 얼른 장비를 챙겨 덕규를 따라 나섰다.
나는 경수와 덕규가 탄 순찰차 뒷좌석에 탑승했다.
딩- 딩- 딩-
딩- 딩- 딩-
딩- 딩- 딩-
순찰차에 타고 나서도 계속해서 추가 신고가 접수되었다.
서로 다른 목격자들이 계속해서 112 신고를 하는 것이다.
처음 신고 내용은 ‘4명이 엉겨 붙어 싸운다.’였지만,
다음 신고는 ‘5명이 싸운다.’
그 다음 신고는 ‘6명이 싸운다.’고 하더니.
마지막에 접수된 신고는.
“씨팔 열 명이 싸운다고? 상황실은 뭐하는 거야, 지원 안 시키고?”
‘남자 열 명이 싸우고 있다.’였다.
서로의 일행들이 계속해서 엉겨 붙고 있는 모양.
덕규가 네비게이션에 현출된 신고내용을 확인하고는 곧장 무전기를 들었다.
– “상황실, 여기 매천 팀장입니다. 집폭 인원이 많습니다. 인근 파집 순마 지원 바랍니다.”
– “아, 칠팔 칠팔. 광현파집 모든 순마 사건 둘치(조치) 중이라 기산파집 순마 지원시키겠습니다. 기산 하나 둘 순마 매천파집 관내 집폭 건 지원바랍니다.”
이어 무전에서 칠팔, 칠팔 하는 답신이 들려왔다.
“하, 그런데.”
무전이 끝나자 경수가 걱정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혹시 전에 그놈들 아닐지 걱정되네요.”
“그놈들?”
“왜 작년에 있었던 집폭 피혐의자들 있잖아요. 20대 초반 젊은 남자 애들.”
“아, 우리한테 막 달려들었던 그놈들?”
설명을 들어보니 당시 집단폭행 현장에 나갔는데, 싸우던 피혐의자들이 경찰관에게 달려들어 애를 먹었다고 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네 명인데 달려든 피혐의자는 여섯 명이라, 쪽수가 딸려 지원 순찰차가 올 때까지 5분 이상 체포도 못하고 몸싸움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국진 경위가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고 했다.
“제가 매천파출소 오고 집폭 신고 세 번 받았는데, 다 걔들이었어요. 이번에도 걔들일지 모른다구요.”
“꼭 그놈들이 아니라 다른 놈들이라도 우리한테 달려들지 모르지. 술 먹고 패싸움하는 놈들은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덕규가 손으로 혁대에 달린 총집을 더듬거렸다.
“하, 난 가스총인데. 이건 아무 짝에 쓸모없고…”
이어 경수를 보고 말했다.
“경수야. 너 지금 총 뭐 차고 있냐?”
“테이저요.”
“오, 잘 됐네. 현장 가서 정 안 되면 테이저 갈겨버려. 아직 긴 옷 입은 놈들 많으니까 카트리지 끼지 말고 스턴기능으로 목뒤나, 아니면 바지 들고 종아리 같은 데.”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뒤를 힐끗 돌아봤다.
“정태 너는 총 뭐냐?”
“38권총입니다.”
“…!”
내 대답에 덕규가 깜짝 놀라 몸을 내 쪽으로 홱 돌렸다.
“야, 정태야.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총 쏘면 안 된다. 여긴 시민들 많은 번화가라서 오발사고 나면 좆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좀 있으면 기산 하나 둘 올 거고, 광현파출소도 신고 끝나면 이쪽으로 다 지원 올 거야. 그때까지만 잘 버텨보자.”
몸으로만 버텨야 한다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는 덕규의 말을 따라 총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번화가에선 총기사용에 특히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박한 상황에선 오발 확률이 높고, 오발이 나면 무고한 시민이 죽거나 다칠 위험이 있다.
“명심해. 수갑, 테이저 전부 최후의 수단이야. 숫자 딸릴 땐 괜히 장구 꺼내다 상대한테 뺏기는 수가 있으니까. 제압하고 체포하는 건 웬만하면 다른 순마들 지원오고 나서 하라고.”
덕규가 한 번 더 당부했다.
경수는 ‘제발 걔들만 아니길.’하며 계속 차를 몰았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니나 다를까.
“하, 젠장 할. 걔들이네.”
경수의 반응을 보니 싸우고 있는 저들은 이전에 경찰관에게 달려들었던 그 사람들인 것 같았다.
몇몇은 서로 얼굴을 들이밀며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이미 입 주변에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뒤에 따라오던 매천 둘 순찰차도 거의 동시에 도착했고, 우리는 차에서 내려 양 일행 사이를 파고들며 곧바로 중재에 나섰다.
“저기 잠시만요. 자자 그만들 싸우시고. 뭐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씨발 뭐야?”
덩치가 큰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고 경수를 째려봤다.
그의 양 소매 사이로 시커먼 문신이 보였다.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배는 민상보다 더 튀어나왔을 정도로 뚱뚱했으며, 달라붙는 추리닝복을 입은 채 목과 다리를 건들거렸다.
그의 옆으로 그와 비슷한 인상착의의 일행들이 쭉 서서 우리를 노려봤다.
나와 덕규는 경수의 옆에 서서 그들과 대치했다.
저쪽을 보니 국진과 철수, 수호도 상대편 일행을 말리고 있었다.
싸운 인원은 이쪽 다섯 명, 저쪽 다섯 명이었다.
‘음.’
나는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다섯 명의 남자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들의 표정, 행동, 중간 중간 나오는 대화들까지.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들은 다섯 명이 아니라.
‘2+0 이잖아?’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경수가 계속해서 문신남자에게 말했다.
“저쪽 일행들하고 다투시는 것 같은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그쪽이 상관할 거 아니니까 비키세요.”
“사람들이 이렇게 집단으로 싸우는데, 어떻게 경찰이 상관할 일이 아닙니까?”
“아 시끄럽고 그냥 나오라고.”
문신남자가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경수를 밀고 지나쳐 상대 일행 쪽을 보고 소리쳤다.
“야 이 씨발럼들아! 짭새들 오니까 왜 주둥아리 다물고 있는 건데? 씨발 아까처럼 해보라고!”
경수가 그런 그를 말렸다.
“자 경찰관 보는 앞에서 싸우시면 안 되고, 뭐 때문에 그러는지 얘기를…”
“어!? 씨팔 뭐야?”
그러자 이제 그는 눈을 부라리며 경수에게 시비를 걸었다.
“아저씨 방금 내 팔 잡아끌었지?”
“잡아끈 게 아니라 싸움을 말린 겁니다.”
“잡아끄는 것도 폭행 아니야? 내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지금 나한테 폭행 행사한 거야!?”
“왜 싸우냐고, 무슨 문제 있냐고 물어봤지 않습니까? 왜 대답을 안 하시고 이렇게 싸우려고 하세요?”
“씨발 경찰이 민간인 폭행하고 이래도 돼!?”
남자는 술기운과 분노가 같이 올라왔는지 눈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의 행동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대학시절 배웠던 ‘비행 청소년’에 관한 논문 내용이 떠올랐다.
비행 청소년들은 힘이나 수적 우위를 이용해 위력을 과시하고, 동급생들이 자기들을 두려워하는 모습에 쾌락을 느낀다. 청소년의 비행은 먼저 집단화되고, 그 뒤에 점점 습관화 되어 성격으로 자리 잡는다.
비행 청소년의 특징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여전히 논리와 이성보다 자기 위세를 중시하며, 이런 경향은 30대가 넘어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씨발 이래도 되냐고!”
“아니, 제가 폭행을 행사한 게 아니라…”
문신남자는 계속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며 점점 기세등등해졌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한테 대듦으로써 자기 위상을 세웠다고 생각하는 모양.
경수가 계속해서 대화해보려 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경수의 팔을 툭툭 밀치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이렇게 당신 밀쳐도 아무 죄 없는 거네? 어?”
나는 다시 저쪽 편을 둘러봤다.
저쪽 편 사람들의 외모와 태도, 말투도 이쪽 사람들과 비슷했다.
‘근데 저쪽은 2+0도 아니고 그냥 0이네.’
저쪽에서 국진이 무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산과 광현파출소가 도착하려면 아직 3분이 더 걸린다는 것.
“이렇게 해도 죄 없는 거냐고? 어!?”
하지만 지금은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
그들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순 없었다.
이런 식으로 대치하는 건 상대의 기세만 키워 위험을 더 증폭시킬 뿐이다.
이들의 특성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계산을 마친 뒤.
“씨발 당신이 먼저 했으니 나도 이렇게 해도 되는 거 아니…”
슥-
빠각- 지이이익-
“으아아아악!!”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경찰이 할 수 있는 일, 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