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26
26화. 경찰이 할 수 있는 일, 그 이상.
나는 지난 무도훈련 때 배운 대로 문신남자의 손을 뒤로 꺾어 넘어뜨린 뒤 바닥을 끌었다.
“으아아악!!”
그는 한 차례 비명을 지르더니.
“짜, 짭새가 사람 팬다! 사, 살려주세요!”
마치 부당한 피해를 당하는 사람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그리고는 나를 노려봤다.
“씨발 체포할 것도 아니면서 왜 팔을 꺾고 지랄이야? 이거 불법이잖아!”
“불법 아닙니다.”
나는 주변 상황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자기 또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선 경직법상 보호조치로 수갑을 채우지 않고도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팔을 좀 더 꺾자 그가 ‘아아악!’하고 몸을 비틀어댔다.
“선생님이 경찰관을 밀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경찰관은 선생님의 폭력행위를 제지하려 한 것일 뿐 어떠한 자타해 위협도 한 적이 없으니까요.”
국진 쪽 무리들은 깜짝 놀라 멍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경수와 덕규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문신남자의 일행들을 막고 있었다.
그때.
“이 미친 짭새 새끼가!”
경수와 덕규가 놓친 일행 하나가 소주병을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뒤져, 이 씨발놈아.”
그리고 그가 내 머리를 향해 소주병을 휘두르는 순간.
사삭-
나는 문신남자의 손을 놓고 달려드는 남자에게로 파고들어.
휘익- 팍!
콰당탕탕탕-!!
옷깃과 팔을 잡고 그대로 다리를 걷어버렸다.
강단에서 강상민 경사에게 했던 다리후리기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윽… 으윽…”
나는 신음을 흘리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며 곧장 수갑을 꺼냈다.
덕규가 장구를 사용하지 말고 몸으로 버티자고 했지만, 경찰관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찍으려 했던 자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 수는 없었다.
내가 수갑을 그의 손목에 채우며 말했다.
“당신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수 있어요. 체포적부심도 청구할 수 있어요.”
“트… 특수 뭐?”
“다중이 위력을 형성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공무집행방해 했을 때 죄명입니다.”
내가 그를 체포하자 경수도 수갑을 들고 옆에 쓰러져 있던 문신남자에게로 다가왔다.
“아이 참. 아까 제가 좋은 말로 했을 때 그만 뒀으면 이럴 일 없잖아요. 저 경찰관한테 걸리면 얄짤 없다고요.”
“… 뭐요?”
“선생님이 제 팔을 민 것도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돼요. 그때 뒤에서 친구 분들이 같이 인상을 쓰고 욕을 하며 위력을 형성했으니, 따지고 보면 선생님도 특수공무집행방해 현행범이라고요.”
“뭐라는 거야 이 씨발 짭새들이!”
그가 버럭 화를 내며 일어서려 할 때.
스윽-
타닥-
경수가 그의 팔을 홱 꺾어 뒤로 잡아채고는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당신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경수도 미란다원칙을 읊으며 체포를 완료했다.
나는 체포한 남자의 팔에 팔짱을 끼고 일으켜 세우며 그의 일행들 쪽을 돌아봤다.
눈을 크게 뜨고 멈칫멈칫 하는 걸 보니 다들 많이 놀란 듯했다.
그러면서도 친구에 대한 복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조금씩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만하세요. 다른 분들은 저희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걸 압니다.”
“……”
“그저 친구들이 형성하는 허세와 분위기에 편승해있을 뿐이잖아요.”
그러자 그들이 다시 한 번 흠칫 놀라며 움직임을 멈췄다.
비행청소년 무리 중에 비행을 주도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그들의 비행에 발만 담가 놓으며 같은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 뿐이다.
물론 이들은 중고등학생 티를 벗은 성인들 같았지만, 그들의 행동에선 아직까지 비행청소년의 향기가 짙게 배어나왔다.
“다른 분들은 더 이상 행패부리지 마십시오. 그러면 체포는 하지 않겠습니다.”
“……”
이들을 제압하는 방법은 어르고 달래는 게 아니라, 더 큰 위세로 허세를 박살내는 것이다.
문신남자 무리 중 범죄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는 체포를 당한 두 명 뿐이었고, 나머지는 편승자였다.
그래서 이쪽 무리는 2+0.
심지어 상대편 일행 중엔 주도자가 없었다.
그러니 두 명만 위력으로 제압하면 현장 전체의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난 곧장 문신남자의 손을 꺾어 넘어뜨리고, 덤벼드는 남자를 땅에 메다꽂은 것이다.
웨애애애앵-
이어서 광현파출소 순찰차 두 대, 기산파출소 순찰차 두 대가 도착해 8명의 경찰관이 증원되었다.
이제 이들은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인 형국이 되었다.
내가 주춤주춤하고 있는 문신남자 일행들에게 계속 말했다.
“하지만 인적사항을 파악해 검거보고는 할 겁니다. 친구들과 함께 위력을 형성해 말리는 경찰관을 밀치며 공무집행방해에 가담한 건 맞으니까요.”
“……”
“인적사항 말 하실래요, 아니면 수갑 채워서 파출소 갈까요.”
“저…”
눈을 깜빡거리며 말을 더듬거리던 일행들은.
“저, 저는 스물 네 살이고 이름은…”
공손히 인적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
체포한 둘을 파출소로 데리고 와 서류 작성을 시작했다.
피의자 둘에 경찰관 피해자 둘, 게다가 일행들 간에 집단 폭행 건까지 엮여 있으니 범죄사실 쓰기가 복잡했다.
서류는 쉬운 문장으로 보기 좋게 써야 하는데, 복잡한 사건을 쉽게 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경수는 한참 동안 집중해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때.
끼익-
파출소 문이 열리더니.
“안녕하십니까.”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본청 감찰에 이철성 경정입니다.”
그리고 그가.
“탁경위님 잠시 저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나를 호출했다.
*
덕규는 ‘본청 감찰’이란 소리에 펄쩍 뛰며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철성을 맞았다.
그리고는 장비를 점검하고 청소를 하는 등 근무 태세를 정비했다.
철성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덕규는 예, 예 하면서도 총기대장과 근무일지가 제대로 작성되어 있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나는 경수에게 서류를 맡긴 뒤 철성과 함께 사무실 뒤편에 있는 회의실 방으로 들어갔다.
철수가 정성스레 탄 커피를 놓고 나가자 철성이 입을 열었다.
“저 기억하십니까?”
“네.”
“징계위원회 때 뵀었는데.”
“위원장이셨죠.”
철성이 내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때 애 좀 먹었습니다. 탁경위님께 내려지는 징계를 경고로 만들기 위해서요.”
“……”
“여태 조치한 중대범죄 신고에 대해 표창도 다 받으셨죠?”
“네.”
“그것도 제가 신경 좀 썼습니다.”
표창도 징계도 다 마음대로 주무르다니.
안득이 했던 말처럼 본청 직원들은 규정 위에 있는 건가.
“탁경위님 이제 곧 지역경찰 순환근무가 끝나죠?”
“네.”
“그 뒤엔 경제나 지능팀에서 2년 근무를 하셔야 하고요?”
“맞습니다.”
“혹시 그 후엔 어느 부서에서 근무를 하고 싶으십니까?”
“계속 수사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첫 표정변화.
그가 눈썹을 으쓱했다.
“만약 우리 동료가 피의자라면, 탁경위는 어떻게 수사하시겠습니까? 다른 피의자와 똑같이 공정하게 수사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번엔 입을 앞으로 쭉 모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사실 우리 감찰에서도 수사 활동을 합니다.”
그가 나를 찾아온 이유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각종 범죄에 연루된 경찰관들을 상대로요. 이땐 탁경위처럼 객관적이고 냉정한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업을 같이 하는 동료를 수사하다보면 마음이 약해지기 십상이거든요.”
감찰 직원들은 보통 경찰 고위 간부들의 비리를 탐문·감찰하며, 직원들의 각종 사건 사고를 수습·징계하는 역할을 한다.
범죄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직원들은 형사처벌과 별개로 내부 징계를 받게 되는데, 이때 감찰은 내부 징계를 위한 수사를 한다.
형사처벌 규정과 내부 징계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수사가 필요한 것이다.
“경찰 부서 중 가장 파워가 센 부서가 어디인 줄 아십니까?”
“……”
“경무입니다. 보통 경무과장 자리는 서장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라고들 하죠.”
“그렇군요.”
“그런데 유일하게 경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부서가 어디인 줄 아십니까?”
갑자기 조금 힘이 실린 듯한 목소리.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 같았다.
“바로 감찰입니다. 경무는 서장이 될 수 있는 자리이지만, 감찰은 서장을 죽일 수 있는 자리죠.”
한날 덕규에게 들어서 감찰의 파워에 대해선 알고 있다.
각 서의 감찰은 그 경찰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감시하지만. 각 청의 감찰 직원들은 그 지방청 산하 서장들을 감시한다고.
그들은 경찰서 감찰로부터 서장들의 동향을 보고받고, 직접 비리 수사를 나서기도 한다고 했다.
서장 정도 되는 사람들은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올 수 없으며, 서장들은 그 먼지를 감추기 위해 지방청 감찰 직원에게 굽신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매력적인 감찰이라는 산 꼭대기에, 저희 본청 감찰이 있는 겁니다.”
지방청 위에 있는 본청 감찰은 무려 지방청장들을 감시·감독한다.
이들의 힘은 일개 직원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며, 그 세력은 경찰조직뿐만 아니라 검찰과 법원, 정재계와 언론까지 뻗쳐 있다.
본청 감찰은 경찰조직 전체의 비리와 사건 사고를 관리 감독하며, 심지어는 경찰청장까지 그들의 감찰 대상이 된다.
“혹시 다른 직원들로부터 우리 본청 감찰 근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본청 감찰의 파워를 칭찬하는 것은 아니다.
“본청 감찰에 함부로 발을 담갔다가는 이용만 당하고 버려질 확률이 다분하다고 들었습니다. 파워가 있는 만큼 책임도 많을 테고, 그 책임을 떠안아야할 희생양이 필요할 테니까요.”
최안득 과장과 황교철 서장은 노골적으로 본청 근무를 비하했다.
“또 본청 직원들은 경찰이 아니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들은 정의를 구현하고 범인을 잡는 데는 요만큼도 관심이 없으며, 그저 윗사람에게 아부해 좋은 자리를 꿰차고 승진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요.”
“……”
철성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잠자코 내 말을 들었다.
그러다 커피 잔을 들고는 씨익 웃었다.
“탁경위님은 수사할 때 물증 없는 진술을 믿으십니까?”
“믿지 않습니다. 신빙성이 현저히 떨어지니까요.”
“탁경위님이 들은 소문이 꼭 그런 경우입니다.”
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본청에 근무해보지 못한 직원들은 본청에 대해 막연한 부정적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죠. 뭔가 비리가 가득할 것 같고 뭔가 자기들끼리 다 해먹을 것 같다는 그런 편견 말입니다.”
나도 철성과 같은 생각을 했었다.
막연히 본청 직원들을 비난하는 것은 근거 없는 편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실제 본청 직원의 의견도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본청은 전국에서 가장 유능하고 성실한 직원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실제는 비리의 현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범죄의 예방, 진압, 수사를 총괄하며 촌각을 다투는 곳이죠.”
“그렇군요.”
“물론 탁경위님이 들은 소문이 다 헛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잘 해석해 들어야합니다.”
철성이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
“본청 감찰은 파워가 센 만큼 책임이 크니 희생양이 필요하다.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
“하지만 감찰은 같은 부서 직원을 내치지는 않습니다. 우리 직원에게 오는 타격은 부서에 직결되니까요.”
“그렇다면…”
“굳이 멀쩡한 직원들을 희생양으로 몰아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감찰이 하는 일이 뭡니까? 비리 경찰을 찾는 거잖아요. 그들한테 덮어씌우면 됩니다. 간단하죠?”
그의 표정에선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당연히 그리 할 것이라는 듯한 표정.
“본청 직원들은 경찰이 아니다. 이 말도 어떤 면에선 맞는 말입니다.”
“그렇겠네요. 아무리 비리경찰이라 하더라도 그가 지은 죄 외에 다른 책임을 씌워선 안 됩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경찰이라고 할 수 없…”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그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우리 본청 감찰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찰이 할 수 있는 일, 그 이상을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뭐 예를 들면…”
그가 안경을 올리며 덧붙였다.
“생사를 모르는 부모를 찾아낸다든가, 하는 거요.”
삶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