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28
28화. 보고 들었던 모든 전경과 소리들.
“하, 요새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덕규는 잠시 한탄을 흘린 뒤.
“측정기 들고 다들 어서 나가봐! 측정기 가방 안에 물 있나 확인하고!”
“네, 알겠습니다!”
나는 얼른 장비를 챙겨 경수와 매천 하나 순찰차를 탔다.
“네비 봐봐. 신고 장소 어디야?”
“매천초 정문 삼거리입니다.”
부아아앙-
경수가 그 어느 때보다 거칠게 차를 몰았다.
신고 내용은 ‘차가 사고를 내고 그냥 갔다. 비틀거리는 걸 보니 음주운전 같다.’였다.
“음주운전자가 차를 타고 도주 중인 상황. 이거 되게 위험한 상황이야. 안 그래도 술 취해서 제대로 운전 못하는 사람이, 사람치고 당황하면 더 급하게 운전할 거 아냐. 2차 3차 사고가 날 확률이 엄청 높은 비상 상황이라고.”
그렇지 않아도 이 신고는 가장 높은 위험 수위인 ‘코드 제로’로 접수되어있었다.
경수의 걱정스러운 말 뒤에 다시 무전이 들려왔다.
– “상황실에서 음주 사고 후 도주 중인 음주용의차량 수배합니다. 용의 차량은 27모 8XXX 검정색 소나타 차량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고 불상지(알 수 없는 장소)로 도주한 상황. 신고자 말에 따르면 도주 중 갓길에 정차된 차를 충격하여 우측 등이 파손된 상태라고 합니다. 차량 정보 메모하여 근무자들 추적 근무 실시하세요.”
“차끼리 사고 난 게 아니고 보행자를 쳤다고? 이런 씨발…”
무전을 듣고 경수가 욕을 흘렸다.
“그럼 진짜 음주운전일 확률이 높아.”
“네?”
“사실 신고자 말만 듣고는 음주운전인지 장담할 수 없잖아. 비틀거리는 게 졸음운전이거나 단순 운행실수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보행자를 치고 난 후 이미 2차사고까지 내고 계속 도주하는 거 보면, 거의 음주운전이 확실하다고 봐야 해. 음주에 뺑소니. 차로 할 수 있는 범죄 중에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른 거라고.”
이어서 덕규의 무전소리가 들려왔다.
– “매천 팀장입니다. 기산이랑 광현 파집 순마들도 매천초 정문 삼거리로부터 경계가 되는 각 네거리마다 순마 배열해서 차량 검거에 전만해주세요. 차량 번호 검색해보니 차주 주소지는 경북으로 나옵니다. 차주와 운전자가 다른 사람인 것 같아요. 근무자들 참고하세요. 관제센터는 인근 CCTV 신속히 사독(확인)해서 음주용의차량 도주로 구연(연락)바람.”
– “칠팔. 관제센터에서 CCTV 사독 중에 있습니다. 잠시 둘기(대기.)”
덕규와 관제센터 직원이 빠르게 움직이긴 했으나 아직까지 용의 차량의 도주로도 알지 못하는 상황.
일단 빨리 신고자를 만나봐야 했다.
경수가 차를 빨리 운전한 덕에 금방 신고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경수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전봇대에 기대 앉아있는 신고자에게 뛰어갔다.
그는 30대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앉은 채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어디 다치셨습… 허억!”
경수는 신고자의 다리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사고 때문인지 그의 다리는 정상 방향이 아닌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져 있었다.
다리가 골절된 것이다.
경수 대신 내가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 말씀은 하실 수 있겠습니까?”
“네… 말은 할 수 있어요.”
“119는 부르셨습니까?”
“경찰에 신고했을 때 119 불러주신다고 하셨어요.”
119신고는 112상황실에서 한 모양.
“알겠습니다. 선생님 신체에 대한 구호나 치료는 구급대원들과 병원에서 할 것입니다. 저희 경찰은 선생님을 치고 도주한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저희 관내 경찰관들이 지금 추적 중이긴 한데, 혹시 차량이나 운전자 관련해서 저희한테 더 말씀해주실 사항이 있습니까?”
“두 명이였어요.”
“네?”
“차에 탄 사람. 운전석에 하나, 조수석에 하나.”
“혹시 그 사람들 인상착의 기억나십니까?”
“인상착의는 모르겠고, 운전석에 있는 사람이 여자, 조수석엔 남자가 앉아 있었어요.”
“여자가 운전, 남자는 조수석. 혹시 도주 방향은 기억나시는 거 없으세요?”
그러자 남자가 힘겹게 손을 들어 방향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갔는데 저 삼거리에서 어디로 갔는지는 못 봤어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알겠습니다. 더 말씀하지 마시고 계속 호흡하시고 눈 뜨고 계세요. 곧 119가 도착할 겁니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매천 둘 순찰차와 119가 현장에 도착했다.
나와 경수는 그들에게 신고자를 인계한 뒤, 다시 순찰차에 타 곧장 추적에 나섰다.
그때 마침 관제센터에서 무전이 흘러나왔다
– “관제센터입니다. 음주용의차량 촬영된 CCTV영상 사독되었습니다. 일단 5분 전 매천초 정문 삼거리에서 우회전 한 상황. 추가 영상 사독되는 대로 구연하겠습니다.”
– “칠팔!”
부아아앙-
경수가 다시 한 번 부리나케 차를 몰았다.
그리고 매천초 삼거리에서 우회전하고 나서부터는 속도를 줄여 천천히 운전했다.
갓길에 차가 정차해있지는 않은지 세심히 살펴봐야하기 때문이다.
스윽-
나는 창문을 열고 귀까지 기울여 집중했다.
혹시라도 정차해있는 음주 용의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면 큰 낭패니까.
– “매천초 우회전 이후 다음 CCTV 사독한 결과 용의차량 보이지 않습니다. 삼거리부터 다음 CCTV까지 쭉 직진도로 밖에 없으니 매천로 19길 도로 어딘가에 용의차량 정차중인 것 같습니다.”
이 직진도로 끝에 있는 회전식 CCTV에 용의차량이 지나간 장면이 없다면.
용의차량은 이 도로 어딘가에 정차 중인 것이 맞다.
나는 더더욱 집중해서 현장을 보고, 또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저기 저 차입니다!”
음주 용의차량을 발견했다.
차는 갓길에 삐딱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내가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키자 경수가 그 차 옆에 바싹 차를 갖다 대 도주로를 막았다.
차번호도 일치하는 데다 우측 등까지 나간 것을 보니 신고자가 말한 차량이 확실했다.
경수는 차에서 내려 무전으로 차량을 발견했다고 알린 뒤, 곧장 운전석 문을 열었다.
“… 뭐야?”
운전석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내가 문을 연 조수석엔.
“… 무슨… 일입니까?”
남자가 하나 앉아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
얼굴이 빨갛고 말투가 어눌한 것을 보니 술에 많이 취한 듯했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운전자 어디 갔습니까?”
“… 뭐요?”
“선생님은 조수석에 타고 있고, 차를 운전한 운전자가 있을 것 아닙니까. 운전자 어디 있습니까?”
“모릅니다.”
“그럼 선생님이 운전한 겁니까?”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일단.”
나는 조수석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블랙박스 칩을 뺐다.
“이건 좀 가져가겠습니다.”
“뭐하는 짓입니까? 블랙박스는 왜 가져가요!?”
“범죄를 저지른 용의차량의 블랙박스는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습니다. 추후 필요하면 조사관들이 사후영장을 발부할 겁니다.”
“범죄는 무슨 범죄입니까? 당신들이 봤어요?”
그가 언성을 높이고 묻는 질문에 운전석 쪽에 있던 경수가 답했다.
“몇 분 전 인근 CCTV에 이 차량이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이 차량은 횡단보도를 횡단하던 보행자를 치고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고요. 그럼 이미 이 차 운전자는 뺑소니를 저질렀으니 특가법 위반이 되는 거고, 만약 음주운전까지 했다면 도교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되겠죠. 그런 중범죄자를 찾고 있는 중인데,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
경수의 조리 있는 말에 남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내가 그에게 다시 물었다.
“운전자가 어디 있는지 모른단 말씀이죠?”
“네, 모릅니다.”
“그럼 여기.”
내가 음주 감지기를 내밀었다.
“음주 감지부터 하시죠.”
“뭐요? 내가 왜 음주감지를 합니까? 저는 조수석에 앉아 있잖아요.”
“그건 선생님 주장이고요. 현장에서 운전자 발견되지 않고 차 안에 있었던 선생님도 운전자가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하시니, 지금 이 차량 운전자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선생님입니다.”
“이런 씨…”
그가 입술을 씹으며 나를 노려봤다.
화가 나지만 반박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
“운전자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말씀하지 않으시면, 저희 경찰은 선생님을 용의자로 단정 짓고 수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전자 도주경로 실토하시든지, 아니면 본인이 운전했다고 인정하고 음주측정하시든지 선택하세요.”
빠져나갈 구멍은 다 막았다.
나는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를 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둘 다 선택 못합니다.”
남자의 답은 다른 방향으로 새어나갔다.
“모든 범죄혐의를 부인하신다는 겁니까? 그럼 저희는 선생님을 체포해야…”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그가 내 말을 끊고 말했다.
“채혈 측정할게요.”
“… 네?”
“호흡 측정 말고 채혈측정 하겠다고요.”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원래 음주측정을 시작할 때 채혈측정 할 수 있음을 고지해주긴 하지만, 그런 측정 방법들을 설명해주기도 전에 채혈측정을 하겠다니.
내가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더듬거리며 다시 말했다.
“그 왜… 병원 가서 피 뽑아서 검사하는 거 있다면서요… 그거 하겠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매천병원으로 가시죠.”
“아뇨!”
“… 네?”
“매천병원 말고 기산병원 갈 거예요.”
떨리는 눈.
그의 행동이 이상했다.
뭔가 긴장한 듯했고 또 어설펐다.
“저희 창진서에서 채혈 시 이용하는 병원은 매천병원…”
“아, 기산병원으로 가자고요! 병원도 내 맘대로 못 정합니까!?”
“……”
나는 지역경찰 실무를 공부할 때 음주운전자가 먼저 채혈을 요구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일반인들은 이런 절차를 잘 알지 못하니까.
그런데 병원까지 자기가 선택하겠다니.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상황이었다.
나는 잠시 대화를 멈추고 이 남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음주운전자의 채혈 측정은 병원 간호사가 채혈해 보관중인 피를 경찰 담당 조사관이 영장을 들고 와 압수하는 형식으로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이때 피를 즉시 확보하지 못하면 조사 시 어려움이 있어, 각 경찰서 별 특정 병원과 협약을 맺고 영장 없이 바로 채혈한 피를 내어주게끔 하고 있다.
우리 창진경찰서는 매천병원과 협약을 맺고 있기에 매천병원으로 가려고 한 것인데, 이 남자가 기산병원으로 가자고 하는 것은…
‘!!’
순간 흩어졌던 퍼즐들이 모아지며 제 자리를 찾아갔다.
웨애애애앵-
그때, 덕규가 지원 요청했던 다른 파출소 순찰차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수는 순찰차에서 내린 직원들에게 목례한 후 나를 보고 말했다.
“정태야. 채혈하겠다느니 뭐니 하는 거 보니까, 이 사람이 운전자 맞는 거 같은…”
“잠시만요 부장님!”
나는 검지를 입에 대고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눈을 감고 생각에 집중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보고 들었던 모든 상황들…’
나는 신고자를 만난 뒤 순찰차에 타서 이곳에 올 때까지의 모든 상황들을 다시 상기했다.
순찰차 창문을 내린 채 보고 들었던 모든 전경과 소리들.
생각에 집중하자, 먼저 소리가 상기되었다.
– ‘··· 없이는 ···못한다니까. ···로 가.’
처음에 그 소리는 일부만 상기되다가.
– ‘영장 없이는 압수 못한다니까. 기산병원으로 가.’
이내 문장 전체가 다 들려왔다.
이어서 나는 본 것을 상기했다.
기억을 더듬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다시 꺼내 시각화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나이는 20대 후반. 키 165 몸무게 55정도에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길이의 갈색 머리. 옷은 베이지 색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 검정색 사각 안경에 오른쪽 입술 위에 점.”
필요한 모든 것이 기억났다.
나는 눈을 뜨고 경수에게 외쳤다.
“5분 전, 통화하며 순찰차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던 여자. 그 사람이 범인이에요!”
8XXX 운전자 맞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