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3
3화. 박수세례.
“… 뭐?”
장교수가 당황한 듯 나에게 되물었다.
“관공서주취소란죄. 삭제되어야 할 법이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한철도 미간을 찡그린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먼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본 죄의 구성요건인 ‘술에 취한 채’, ‘관공서’, ‘몹시 거친 말과 행동’, ‘시끄럽게’라는 이 네 문장 모두요.”
그 말에 몇몇 이들이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첫 번째 ‘술에 취한 채’라는 문장. 술을 얼마나 마셔야 술에 취한 상태가 된다는 걸까요? 소주 반잔을 먹고 비틀거리는 사람은 술에 취한 사람일까요? 또 소주 다섯 병을 마시고도 멀쩡한 사람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일까요?”
장교수가 입 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턱을 괸 채 나를 바라봤다.
“다음 ‘관공서.’ 관공서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파출소 출입문 밖은 관공서에 해당될까요? 출입문 밖에서 주정을 부리는 사람은 본 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
“씨발놈, 미친놈, 바보 중 ‘몹시 거친 말’에 해당하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기준은 뭘까요? 경찰관에게 바보라고 하는 건 괜찮고 씨발놈이라고 하는 건 부적절한 걸까요?”
욕까지 나오자 다들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대신 그만큼 주장의 임팩트가 강하게 꽂혔다.
“‘시끄럽게’도 마찬가집니다. 그 기준이 모호하죠. 관공서주취소란죄의 모든 구성요건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파출소에서 행패는 부렸지만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과 ‘파출소 출입문 밖에서 창문을 통해 행패를 부린 주취자’는 본 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도 나왔었죠.”
“물론 그런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나는 계속 주장을 이어나갔다.
“한철이의 말처럼 관공서주취소란죄 입법 당시 가장 깊이 고려되었던 점은 경찰관의 안전과 업무효율이었습니다. 정말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다면, 본죄는 애초에 신설되어선 안 되었습니다.”
“관공서주취소란죄가 경찰관의 안전과 업무효율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얘긴가?”
“도움은커녕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죠.”
내 말에 장교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방해라니? 법조항에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경찰 업무에 방해가 되진 않을 텐데.”
“관공서주취소란은 실질적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합니다. 따로 만들 필요가 없는 법조항이란 말이죠.”
“하지만 공무집행방해는 그 구성요건이 까다로워 주취소란 정도의 행위로는 처벌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렇게 보완하는 법이 필요한 거고.”
“그런 입법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 그게 지금 제가 하고자 하는 말입니다.”
“… 응?”
서론이 길었다.
이제 주장의 핵심을 던져야 한다.
“2009년 공무원의 공무가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을 때, 입법부는 관공서주취소란죄를 신설할 것이 아니라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을 강화해야 했었습니다.”
“…!”
“공무수행 중인 공무원을 ‘폭행, 협박’하는 자만 처벌하는 것에서 벗어나 욕설, 주취소란, 시비 등 공무수행에 방해되는 일체의 행위들을 모두 처벌하도록 공무집행방해죄의 법조항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눈을 크게 뜬 채 입을 벌리고 있는 걸 보니 장교수는 많이 놀란 듯했다.
토론이 이런 방향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두 가지 법 조항을 연계해 기존 법의 수정과 삭제를 논하는 것은 사법연수원에서나 볼 법한 토론이었으니까.
“지금대로라면 관공서주취소란죄는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 강화를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이 법이 있으니 공무집행방해죄를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명분만 제공할 뿐이죠.”
“……”
“진정 경찰관이 안전하길 원한다면, 범법자가 술에 취했는지, 그곳이 관공서인지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공무집행방해를 당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죠. 따라서…”
내가 잠시 뜸을 들인 후 덧붙였다.
“명확하지도, 경찰관의 안전에 도움을 주지도 않는 본 법조항을 삭제하고 공무집행방해죄 구성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5분 전만해도 한철의 의견에 동조하던 강의실 사람들.
그들이 내게 동경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장교수는 더 이상 반박할 수 없다는 듯 입을 닫았고,
한철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짝-!
구석에서 누군가가 친 박수를 시작으로.
짝짝짝짝-!
짝짝짝짝-!
“역시 탁정태!”
“소름이야!”
강의실 내에 박수세례가 쏟아졌다.
‘하아…’
잘못된 것을 집어내 바로잡는 것.
그건 숨겨진 걸 밝혀내는 것만큼이나 짜릿한 일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박수세례를 느끼며,
미친 듯 솟구치는 도파민 속으로 빠져들었다.
#
어느덧 시간이 지나 4학년이 되었고 경찰대의 모든 교육과정이 끝이 났다.
“앉아.”
장규석 교수는 마지막으로 인사나 하자고 자기 방으로 날 불렀다.
그는 정성스레 탄 커피를 내 앞에 내려놓았다.
“기분이 어때? 이제 곧 졸업인데.”
“평소랑 똑같습니다.”
“아쉽진 않아?”
“…”
“그리울 거 같다거나.”
그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교수님 토론 수업은 그리울 것 같습니다.”
“아… 사람 말고 수업?”
“네, 수업요.”
내 대답에 장교수가 헛기침을 해댔다.
그의 수업은 재미있었으니 다시 생각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장교수 자체는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니 그가 그리울 일은 없을 것이다.
“좀 섭섭하군. 난 자네가 그리울 것 같은데.”
“제가요?”
“자네처럼 탁월하고 특이한 학생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테니까.”
탁월하고 특이하다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내가 들어왔던 말이다.
공부는 잘 하는데 이상하다, 천재인데 또라이다, 라는 말로 바꿔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성적대로라면 자네는 실무에 나가서도 아주 잘 할 거야. 거의 모든 과목에서 월등히 우수한 점수를 냈으니까.”
칭찬을 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그는.
“하지만 단 한 가지 단점.”
진중한 어조로 덧붙였다.
“감정 결여.”
“……”
장교수가 저 단어를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가 2학년일 때도 강의가 끝난 뒤 불러 저 말을 했었다.
상처받지 말라고, 널 위한 얘기라며.
상처 같은 건 전혀 받지 않았다.
오히려 솔직히 말해준 그 덕분에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증상이 나아지진 않았지만.
“그건 자칫 되게 큰 단점이 될 수도 있어.”
“경찰에게도 감정이 필요할까요?”
“그럼, 물론이지.”
“사건은 말을 하지 않고 법조문은 전부 글로 쓰여 있는데도요?”
“사건과 글 너머에 사람이 있잖아. 경찰은 결국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고.”
감정.
유일하게 내 말문을 막히게 하는 주제다.
장교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는 하지만 그것을 공감하지는 못한다.
이게 감정 결여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제가… 그렇게 감정이 결여되어 보이나요?”
그 질문에 장교수는 옅게 미소 짓더니.
“처음보단 많이 좋아졌어. 그런 질문을 하는 걸 보면.”
“……”
“1학년 땐 그런 고민도 하지 않았어.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지.”
생각해보니 최근 들어서야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게 문제가 되는가?’ 하는 의심만 가질 뿐 깊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니었다.
“실무에 나가서 좋은 동료들을 만나면 더 좋아질 거야.”
때문에 장교수의 저 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여태껏 사람에게 흥미와 재미를 느껴본 적이 없다.
좋은 동료란 무엇이며 그들로부터 어떻게 감정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장교수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볼멘소리를 했다.
“또 쓸데없는 말이라 생각하지 말고 새겨들어.”
“…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동료란 그 존재 자체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라는 것을.
스스로는 낼 수 없는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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