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31
31화. 커다란 바위.
“으잉?”
살짝 당황하는 표정.
“그기 뭔 말이고? 니랑 같이 직원 하나를 더 인사발령 내달란 말이가?”
“네.”
“같이 근무하고 싶은 직원이 누군데?”
“매천파출소 3팀 고경수 경사입니다.”
“흐음…”
교철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턱을 슥슥 매만졌다.
“정태야. 내가 니한테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캤던거는 니 개인에 한해서 해주겠다 칸 거지, 다른 사람 인사까지 내 마음대로 해버리는 거는 사실…”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 그기 아인나. 인사라 카는 게, 생각보다 되게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한 거거든. 내가 아무리 서장이라 캐도 명목 없는 직원을 니가 원한다 캐가 발령 내뿌는 거는…”
“그럼 본청으로 가겠습니다.”
“… 응?”
“서장님이 말씀하셨잖아요. 본청은 그런 규정을 다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그럼 본청에 가면 고경사랑 같이 근무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하하하. 에헤이, 참말로.”
내 말에 교철은 괜히 크게 웃더니.
“대한민국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그 어려운 일을 내가 해주겠다- 지금 내가 이 말을 할라카는데, 정태 니가 섭섭하게 그캐뿌면 우야노?”
그리고는 옆에 앉은 상준을 돌아봤다.
“안 그렇나 경무과장? 뭐, 두 명 정도는 우째 옮길 수 있잖아?”
“아 그게… 사실 매천파출소로 가려는 인원을 미리 확보해놓고 해야 하는 거라 확답을…”
“에헤이, 말 길게 늘어뜨리지 말고! 되나 안 되나? 그것만 딱 얘기하라고.”
“……”
상준은 떨리는 눈으로 나와 교철의 번갈아 보며 손등으로 흐르는 땀을 막 닦아내고는 겨우 입을 뗐다.
“되… 됩니다. 되도록 해놓겠습니다.”
“오케이!”
교철이 손가락을 탁 튕기며 나를 돌아봤다.
“자, 일단 절차상 발령 내는 건 됐고. 이제 두 명을 받아줄 부서만 찾으면 되는데.”
“……”
“사실 각 과장들이 정태 니는 자리를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받을라 카겠지만, 고경사까지 받기는 부담스러울 거거든.”
“형사과장님은 받아주실 겁니다.”
“잉? 최안득이 말이가.”
“네.”
“오호. 안 그래도 둘이 자주 쏙닥거린다 카는 소리 듣기는 들었다만. 마이 친해졌는갑제?”
“……”
“오케이. 바로 전화 함 해보자.”
그리고는 교철이 휴대폰을 꺼내 안득과 통화했다.
그는 나와 대화했던 내용들을 설명하고 몇 차례 응, 응 하며 대답하더니, 웃으며 전화를 끊고는 내게 말했다.
“이야, 탁정태 니 대단한데?”
“… 네?”
“빡시다고 소문난 최안득이 야를 우째 이래 잘 구워 삶았노?”
“……”
“형사과장이 무조건 자리 만들 테니까 일단 오란다.”
경수와 함께 형사과에 근무하는 것.
내가 생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카마 이제 니 창진서에 남는 걸로 서류처리 해놓는다이?”
“알겠습니다.”
“좋았으!”
교철이 아이처럼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잉 남아줘서.”
“원하는 걸 다 들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손을 맞잡은 그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제 형사과장실 가봐라. 니 기다리고 있는단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목례를 하고 나가려는데.
“아 참 정태야.”
교철이 날 불러 세웠다.
“네?”
“니 그건 알고 있어야 된다이.”
그리고는 검지를 치켜세우며 덧붙였다.
“혹여나 고경수 경사가 형사과 오기 싫다카면 강제발령은 못 낸다이. 그건 내가 우째 할 수 있는 기 아이니까.”
“……”
그 말을 듣고 나는 교철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알겠습니다.”
다시 짧게 목례를 하고 방을 나왔다.
*
“어, 왔는가?”
형사과장실에 들어가니 안득이 활짝 웃으며 나를 맞았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앉지.”
가운데 놓인 테이블엔 갖가지 과일이 놓여 있었다.
그것만 해도 많은데, 안득은 저쪽에서 수박을 썰어 더 내어왔다.
“나 참. 경정 달고 과장실에서 과일 썰어보긴 또 처음이네.”
“……”
“아아. 뭐 생색내는 건 아니고. 맛있게 들게.”
“감사합니다.”
목이 말랐던 터라 나는 수박을 맛있게 먹었다.
“사실 자네가 형사과로 와줘서 정말 기뻐.”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어제 다른 과장들은 연락 안 왔던가?”
그 질문에 내가 어제 받았던 문자들의 내용을 쭉 말해주었다.
“하하하핫. 수사관련 부서 과장들은 모두 연락을 했구만. 회의 때는 아닌 척 새침하게 있던 사람들이 말이야.”
“본청 감찰에서도 연락이 왔었습니다.”
“누구, 이철성 경정 말인가?”
“네.”
안득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설마 했더니 진짜였구만. 정말로 본청 감찰에서 바로 스카우트 하려 했던 거야.”
“하지만 저는 가기 싫었습니다. 과장님이나 서장님 말씀대로 본청 감찰은 경찰답지 않은 면이 있는 것 같아서요.”
“잘했어, 잘했어.”
그가 안도하며 과일을 하나 입에 넣고는 계속 물었다.
“주민상 과장은 연락 없었지?”
“네,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 사람은 이미 단물을 다 빨아먹었거든. 자네가 수사 쪽으로 관심 있어 하니 생안은 불러도 오지 않을 걸 알 테고, 이미 자네 공적으로 자기 심사서류 다 만들어 놓았으니 자넬 더 데리고 있을 이유도 없고.”
“그렇군요.”
생활안전과 내 질서계에 가면 수사를 할 수 있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부서는 아니었다.
안득의 말대로 생안에서 연락이 왔었다고 해도 난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고경수 경사와는 왜 같이 근무하고 싶다고 하는 거야?”
“……”
“솔직히 의외였어. 자네 입에서 누구랑 같이 근무하고 싶다,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거든. 잘 안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사실 난 오늘 갑자기 경수와 같이 근무하고 싶어 진 게 아니다.
부서를 선택하라는 철성의 문자를 받은 뒤부터 줄곧 그와 같이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말하라면 ‘좋은 동료’와 함께 근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느 부서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근무하느냐가 나에겐 더 중요했다.
“아무튼 형사과로 잘 왔어. 지금 자네와 고경사 둘을 어느 팀에 넣어야 할지 쭉 보고 있는데…”
그가 조직도가 그려진 표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아마 장치헌 팀장 밑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나는 그 이름을 머리에 새겼다.
“자넬 밑에 데리고 있으려면 장팀장 정도는 돼야 할 거야. 일도 잘하고 수사 경력도 꽤 되니까. 쪼금 과격한 면이 있긴 하지만.”
나는 머지않아 저 ‘쪼금’이라는 말이 거짓임을 알 수 있었다.
“내일부턴 형사 5팀으로 출근하면 돼. 근무복 입을 필요 없이 사복 입고.”
“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과일 접시가 다 비워졌다.
테이블 위로 안득이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해보자고.”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힘껏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안득에게 인사를 하고 형사과장실을 나오니.
위이이잉-
위이이잉-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나는 화면을 켜 발신자를 확인한 뒤 통화버튼을 눌렀다.
= “네, 고부장님.”
= “야, 탁정태! 너 이 씨…”
경수는 대뜸 화부터 냈다.
= “네 맘대로 서장한테 내가 형사과 간다고 하면 어떡해!”
= “간다고 한 게 아닙니다. 같이 근무할 수 있냐고 물어본 겁니다.”
= “아이, 그게 그 말이잖아!”
= “고부장님이 형사과 안 가겠다고 하면 발령 안 내겠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 “야! 서장이 직접 전화 와서 ‘고경사. 형사과 근무 함 해봐라.’하는데 어떻게 안 한다고 하냐? 나 아까 전화 왔을 땐 진짜 깜짝 놀래가지고…”
= “저번에 형사과 근무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한날 경수는 순찰차 안에서 그런 얘기를 했었다.
경찰생활 내내 파출소에만 있다 보니 서에서 근무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만약 서에서 근무한다면 형사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하지만 파출소 근무가 습관화 되어 선뜻 서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게다가 나이까지 차서 아마 이제 평생 서에 들어갈 기회는 없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 “그 기회를 제가 만들어드렸잖아요.”
= “아이, 형사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이렇게 갑자기 발령을 내버리면 내가 너무 당황스럽잖아. 어떤 팀장 밑에서 근무할 지도 모르고 그냥 던져지듯 가는 건데…”
= “팀은 이미 정해진 것 같던데요?”
= “뭐? 몇 팀인데?”
= “형사 5팀이요. 팀장님 성함이 장치헌이라던데요.”
= “헉! 장치헌!?”
경수가 깜짝 놀라며 언성을 높였다.
= “야, 나 안 해 안 해. 아니, 못해.”
= “왜 그러십니까?”
= “그 팀장 밑에선 무서워서 일 못해!”
= “무서워서요? 형사과장님 말씀으로는 쪼금 과격한 면이 있을 뿐 일도 잘 하시고 수사경력도 꽤 된다고 하시던데요?”
= “뭐? 쪼금?”
경수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 “쪼금은 무슨 웬만한 사람은 장치헌 팀장 눈도 못 마주 칠 거다. 팔뚝이 얼마나 큰지, 아마 펀치 한 방 맞으면 그대로 저세상 행일 거야. 게다가 그런 포스만 풍기는 게 아냐. 실제로도 열 받게 하는 피의자 독직폭행해서 중징계 받은 적도 있고, 양아치 짓 하는 부하직원도 한 번 팬 적이 있다고 하던…”
막 설명을 이어가던 경수가 말을 끊더니.
= “하이고, 됐다. 정태 너 팀장 될 사람인데 뒤에서 흉보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난 안 가는 걸로 알아. 알겠지?”
= “……”
= “… 뭐야, 왜 대답이 없어?”
= “알겠습니다.”
내가 대답하자 경수가 음성을 부드럽게 바꿨다.
= “… 미안하게 됐다. 아 당연히 나도 너랑 같이 근무하고 싶지. 하,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발령내는 것도 좀 당황스럽고, 그 팀장 밑에서 근무하기는 내가 너무 쪼달리…”
= “알겠습니다, 부장님.”
= “……”
경수의 의견은 다 들었다.
계속 들어도 같은 말의 반복일 뿐이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릴게요.”
= “응? 갑자기 무슨 말?”
이제 내 의견을 말해야 한다.
짧고 간결하게.
가장 효과적으로.
= “부장님이 말씀하셨죠.”
= “뭘?”
의아한 듯 묻는 그에게 내가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 “한 번 동료는 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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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나는 단정한 사복을 입고 창진서로 출근했다.
출입문을 통과해 형사과 사무실로 가려는데.
“어, 혹시 탁정태 경위님?”
처음 보는 중년 남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
“네,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상황실 3팀 문주임입니다. 무전으로 제 목소리 많이 들으셨죠?”
왠지 목소리가 익숙하다 했더니 매천 3팀과 근무가 같은 상황실 직원이었다.
“네, 기억납니다.”
“하하하. 김덕규 팀장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아주 멋진 직원이라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보면 서로 인사하고 다니자고요.”
“네.”
그가 지나간 뒤에도.
“탁경위님 맞으시죠? 아, 저는 철수랑 지방청에서 같이 근무했던…”
“국진 주임님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주 유명하시던데요?”
여기저기서 얼굴을 모르는 직원들이 와 인사를 해댔다.
매천파출소 마지막 회식 때 다들 ‘내가 아는 직원들한텐 다 네 얘기 잘 해 놨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런 모양이었다.
그렇게 몇몇 직원들과 인사하며.
끼익-
형사과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형사 5팀 자리로 가니.
저벅- 저벅-
척-
“반갑다. 같이 근무할 장치헌 경감이다.”
커다란 바위가 내게 와 손을 내밀었다.
형사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