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34
34화. 한 마리 범.
날카로운 그의 눈.
경수는 현장 수사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너…”
그에 치헌도 깜짝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너 뭐하는 놈이야? 로고만 보고 무슨 여자 구두인지 네가 어떻게 알아?”
그러자 경수가 찢어진 눈을 풀고는 베시시 웃었다.
“아, 하하. 예전 여자 친구한테 이 구두 세트를 선물해준 적이 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 구두 바닥모양까지 왜 외우고 다녀? 너 변태야?”
“에이 변태라뇨. 그때 엄청 심사숙고해서 선물을 고르다보니 자연스레 외워진 것뿐인데… 게다가 이 제품은 바닥 로고가 포인트라구요.”
경수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흘겨보던 치헌은.
– “관제센터, 여기 형둘(형사당직 또는 형사동차 근무자)입니다.”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 “납치 피해자 유력한 인착(인상착의) 나왔습니다. 체인 장식이 된 검정 블라우스에 포리버치 마크가 달린 회색 한정판 구두랍니다. 참고.”
– “아, 칠팔.”
그때, 다시 무전이 흘러나왔다.
– “형둘, 여기 의경지원병력입니다. 형둘 위치로부터 북서쪽 50m 지점에 특상(특이사항) 있습니다. 공착(도착) 바람.”
– “특상요? 칠팔. 잠시 둘기(대기.)”
다른 구역을 순찰 중이던 의경이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
우리는 곧장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수풀 사이로 쭉 올라가니.
“여기 무슨 특이사항이 있다는 거야?”
“충성!”
의경 두 명이 비탈에 서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옆에 있는 작은 나뭇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입니다.”
“뭐지 이건?”
구두 품번을 알아내며 기세를 올린 경수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나뭇가지엔 천 같은 것이 길게 늘어져 걸려 있었다.
내가 그것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뭔지는 몰라도 일단 사람에게서 나온 거예요. 옷이나 손수건이 걸려 찢어진 것 같은데요? 낡거나 해지지 않은 걸로 봐선 최근에 걸린 거예요. 게다가 아래엔 무언가를 질질 끌고 온 흔적이 이어져있어요.”
내가 손가락으로 우리가 지나온 길을 가리켰다.
바닥엔 큰 물체가 질질 끌린 듯한 흔적이 쭉 이어져 있었다.
“여긴 평소에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잖아. 그렇다면…”
“천은 어제 이 길 초입으로 들어섰던 납치범의 것일 확률이 높아요. 피해자를 납치한 뒤 이 길을 통해 도주한 거죠.”
“헉.”
놀라 입을 벌리는 경수.
그 뒤에서.
“잠시만.”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치헌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걸려 있는 천 가까이로 가더니.
킁킁-
천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 씨발새끼들이…”
거친 욕을 내뱉었다.
경수가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 천. 조선족 애들이 칼 손잡이 감을 때 쓰는 거야.”
“예!?”
“나 작년에 조선족 수사만 8개월 했다. 내 눈은 못 속여. 그리고.”
그가 다시 한 번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내 코는 더더욱 못 속인다. 그 새끼들 특유의 냄새야 이거.”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의경들에게 말했다.
“여기 현장보존하고 딱 지키고 있어. 좀 이따 과수반 직원들 오면 폰이랑 같이 이 천 가져가라고 해야 하니까.”
그리고는 우리를 돌아보고 외쳤다.
“우리는 당장 배림동으로 가자! 나 그 새끼들 아지트 대충 어딘지 아니까, 일단 거기부터 가보자.”
“알겠습니다!”
우리는 부리나케 산책로를 내려갔다.
내려가면서도 치헌은 계속해서 무전을 했다.
– “과수반 현장 공착(도착) 다 되어갑니까?”
– “칠팔, 공착 3분 전.”
– “혹시 보조배터리 있습니까?”
– “보조배터리요? 아, 칠팔. 있습니다.”
– “아 그럼 피해자 휴대폰 충전해서 최근 통화목록에 중국인 있는지 사독(확인)하세요. 그리고 바로 지방청에 위치추적 요청 바랍니다.”
– “아, 칠팔 칠팔!”
이어서 관제센터에도.
– “관제센터, 여기 형둘입니다. 납치 피의자, 배림동 거주하는 조선족일 확률이 높습니다. 피해자 집부터 사건 발생한 공원까지, 그리고 공원부터 배림동까지 경로에 있는 CCTV 위주로 사독바람.”
– “아, 칠팔!”
그리고 우리는 형사동차에 올라타 곧장 배림동으로 출발했다.
“하, 별 일 없어야 할 텐데…”
눈썹을 만지며 걱정하는 치헌.
그를 보고 경수가 말했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나버려서 피해자 몸이 쇠약해졌겠네요. 물이랑 음식은 제대로 줬을는지…”
“그게 문제가 아냐.”
“… 네?”
“피해자 배를 벌써 반으로 갈라버렸을 수도 있다고.”
“헉!”
놀라는 경수의 반응에 아랑곳 않고 치헌이 계속 말했다.
“조선족 놈들이 납치해서 뭘 하겠냐? 피해자 가족에게 돈 요구? 아니면 피해자 성폭행? 다 아냐. 걔들은 눈부터 배까지 쭉 갈라서 필요한 것들은 다 빼다 팔고 시체 가죽은 버려버린다고.”
“이, 이런…”
그 섬뜩한 말을 들은 경수는.
부아아앙-
엑셀을 더 세게 밟아댔다.
잠시 후.
“차는 이쯤 세우고 걸어가자. 형사동차 끌고 들어가면 쟤들 다 눈치 채니까.”
그렇게 차에서 내려 15분쯤 들어간 뒤.
“그 놈들 새로운 아지트가 어디더라… 내가 첩보 받아둔 게 있었는데…”
치헌이 길에 늘어선 건물들을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배림로 37길 여기 어디였는데…”
“팀장님.”
나는 그에게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조선족이랑 피해자가 어떻게 아는 사이가 됐을까요? 게다가 피해자는 범인에게 잘 보이려 구두까지 신고 나갔잖아요.”
“피해자는 20대 여대생. 어떻게 보면 걔들이 조선족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애들이야.”
“… 네?”
“그냥 젊고 반반하게 생긴 조선족 애들 시켜다가 깔끔하게 옷 입히고 가방 메게 한 다음, 대학 캠퍼스 어슬렁거리면서 여자애들 번호 따라고 하면 되거든. 자기는 중국에서 온 교환학생인데 뭘 물어볼 게 있다, 아니면 뭐 관심이 있으니 번호를 달라 이런 식으로.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남이 시작되는 거야.”
“아…”
신기했다.
어떻게 범죄자들은 하나 같이 연기를 다 잘 하는 걸까?
속마음을 숨기는 것, 또 속에 없는 것을 진실인냥 꾸며내는 것을 그들은 어찌 그리 쉽게 하는 걸까?
“배림로37길 9, 37길 11, 13…”
치헌이 그렇게 주소를 짚어가며 앞으로 나아가던 그때.
– “관제센텁니다. 납치 피해자 이동경로 사독되었습니다!”
관제센터에서 무전이 들려왔다.
– “피해자 마지막 위치는 어제 23시 45분경 영등포구 배림로37길 골목입니다. 20대 남자에게 업혀서 지나가는 모습이 사독(확인)되었습니다. 골목 입구 CCTV에서 사독된 후 골목 끝 CCTV에선 사독이 되지 않았으니, 피해자는 배림로37길 1에서 39 사이 건물 어딘가에 있는 것 같습니다!”
– “칠팔.”
치헌은 침착하게 대답한 뒤.
“37길 17, 19…”
계속 건물 주소를 헤아리며 앞으로 걸었다.
그때 또다시.
지지직-
무전기 키 잡는 소리가 들려왔다.
– “형둘, 지방청 상황실입니다. 형둘이 요청한 전화번호 위치추적 결과 나왔습니다.”
상황실 무전이 나오는 중에도.
“21, 23…”
치헌은 집중해서 건물 외관을 하나하나 살폈다.
– “GPS값이라 오차범위 없이 위치가 거의 정확합니다. 확인되는 위치 값은…”
“25, 27, 29…”
그때 치헌의 눈이 커지더니.
– “배림로37길 31 건물입니다!”
“31. 여기야.”
상황실 무전과 치헌의 말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들이 말한 배림로37길 31 건물은 꽤 넓은 크기의 단층 상가 건물이었는데, 간판도 없고 출입문 상태가 더러운 것으로 봐서 장사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치헌은 여러 개의 작은 칸 유리로 된 출입문을 유심히 바라보며 무전기를 들었다.
– “칠팔. 형둘 경찰관 3명 현장 공착(도착)했습니다. 추가 인력 지원시킬 때 경광등 끄고 사이렌 울리지 마세요. 차는 현장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세우고 도보로 조용히 공착해야 합니다. 조선족 애들 성격 건드리면 바로 인질극 나니까요.”
– “… 치, 칠팔!”
인질극 소리에 당황한 듯한 상황실 직원이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치헌은 무전기 소리를 줄인 뒤 속삭이듯 말했다.
“여기가 질 안 좋은 조선족 새끼들이 사용하는 아지트야.”
그리고는 건물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유리문을 살피기 시작했다.
“안이 전혀 안 보이네.”
“유리가 너무 더러워서 안 보이는 건지, 아니면 특수한 재질의 코팅을 해놓은 건지. 전혀 안 보이네요.”
경수도 유리문 근처를 기웃거리며 답했다.
이어 경수가 문을 살짝 열어봤으나.
덜컹-
잠겨서 열리지 않았다.
내가 출입문 손잡이를 자세히 보며 말했다.
“유리문 다른 곳엔 먼지가 잔뜩 앉아 있지만, 출입문 손잡이는 깨끗해요. 가게는 운영하지 않았지만 누가 수시로 출입하기는 했다는 증거입니다. 안에 누가 있긴 할 거예요.”
내가 속삭이는 말을 듣고는 경수가 양손을 기역자로 만들어 유리문에 댄 뒤 얼굴을 바싹 갖다 붙였다.
“오, 이렇게 하니까 뭔가 좀 보이는 것 같은데?”
그 모습을 본 치헌이 그를 말렸다.
“경수야, 위험하니까 얼굴 떼.”
“에이, 수사는 적극적으로 해야죠. 위치 발견했는데 유리문만 보고 서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오, 잠시만. 뭔가 움직이는 거 같은데?”
그가 뭘 발견한 듯했다.
“뭐지? 점점 커지는데.”
그리고는.
“우왁!”
갑자기 유리문에서 얼굴을 탁 떼더니, 동시에.
콰앙-!
와장창창창!
유리문 한 칸이 깨졌다.
그리고 그 칸으로.
스윽-
“헉! 이… 이 씨발…”
사시미를 든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조금만 늦었으면 찔렸을 것이다.
칼 트라우마가 있는 경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뒷걸음질 쳤다.
목표물을 놓친 사시미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탁-
꽈악-
“끄아아악!”
치헌이 그 손목을 잡아 꽉 쥐었다.
악력이 얼마나 센지, 쥐는 것만으로 안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치헌이 그의 손목을 꺾어 올리니.
“아아악!”
쨍그랑-
그대로 칼을 떨어뜨렸다.
“이 개새끼가.”
치헌이 팔을 최대한 바깥으로 당겨 그의 몸을 유리문에 가까이 붙였다.
그가 문 중앙 나무판 뒤로 머리를 숨겨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문 열어.”
“뿌!(안 열어!)”
“문 열라고 했다.”
“뿌!”
치헌이 손목을 더 꽉 쥐어 비틀며 말했지만 그는 비명만 질러댈 뿐 절대 문을 열지 않았다.
치헌은 손을 그대로 잡은 채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경수를 봤다.
경수는 볼에 흘러내리는 피를 닦고 있었다.
완벽히 피하지 못해 사시미가 볼을 살짝 스친 것이다.
칼이 조금만 아래쪽을 향했다면 목 경동맥을 베었을 수도 있었다.
“후…”
경수의 상태를 확인한 치헌은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손님이 왔는데 가게 문도 안 열어주고.”
목소리를 완전히 깔았다.
“대뜸 칼질부터 하시겠다?”
그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치헌은 진짜로 열이 받은 것이다.
나무판 뒤에 얼굴을 숨긴 채 버티고 있는 조선족.
그 모습을 노려보는 치헌의 모습은 잔뜩 달아오른 한 마리 범 같았다.
“너희 나라에서는.”
이를 갈며 말하던 그는 바위 같은 주먹을 꽉 그러쥐더니.
“손님 응대를 그렇게 가르치냐, 이 씨발 새끼야!!”
콰아앙-!
그대로 조선족 남자의 얼굴이 위치한 문짝 나무판을 후려 팼다.
쩌저저저적-!
그의 엄청난 파워에 나무판뿐만 아니라 헐겁던 나무 기둥들도 삐걱거리며 기울더니.
쿠구궁-!
문이 통째로 떨어져나갔다.
대단한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