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35
35화. 대단한 팀.
“으으윽…”
조선족 남자는 문에 깔아뭉개진 채로 신음을 흘렸다.
그는 미남형의 20대 청년이었다.
치헌은 유리에 긁혀 팔에서 피가 조금 흘렀지만, 전혀 아랑곳 않고 넘어진 문을 치운 뒤 그에게 말했다.
“어차피 이렇게 얼굴 볼 거 그냥 곱게 문 열어주면 좋았잖아. 안 그러냐?”
“……”
그리고 나는 곧장.
“박은혜 씨!”
건물 안쪽에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로 달려갔다.
체인장식이 된 검정색 블라우스에 회색 구두를 신은 걸 보니 우리가 찾던 피해자가 맞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안대를 쓰고 온몸이 줄에 포박된 채 벽 쪽 기둥에 묶여 있었다.
입엔 테이프가 발려져 있었는데 나는 그것부터 조심스레 뗀 뒤 안대를 벗겼다.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 흡…”
“박은혜 씨 맞으시죠?”
그녀는 참던 울음을 터뜨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안도감에 감정이 북받친 듯했다.
내부를 둘러보니 조선족 남자와 피해자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나는 옆에 놓인 손가방을 열어 그녀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무전기를 들고 현장 상황을 상황실에 알렸다.
– “상황실, 여기 형둘입니다. 납치 용의자 검거하고, 피해자 신병 확보했습니다. 최초 실종 건으로 접수되었던 박은혜 씨가 맞습니다. 현장 공착(도착) 당시 줄로 몸이 포박이 되어 있던 상황. 현재 외상은 없어 보이나 병원 후송해서 검사는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병차(구급차) 신속히 지원해주십시오!”
– “칠팔, 칠팔!”
그렇게 무전을 끝내고 은혜 몸에 묶인 줄을 풀고 있는데.
쿵-!
뒤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뒤따라온 경수에게 은혜를 맡긴 뒤, 소리를 따라 벽기둥을 돌아 가보니.
“…!”
치헌이 피의자의 멱살을 잡아 쥐고 공중에 띄워 벽에 쳐 박고 있었다.
나는 곧장 그에게로 뛰어갔다.
“팀장님! 그만하십시오!”
내가 외쳤으나 그는 내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조선족 피의자에게 말했다.
“저 여자, 네가 납치한 거 맞지?”
“케헥… 켁…”
“대답해. 그럼 풀어줄게.”
“케겍… 마… 맞아.”
그러자 막힌 호흡 속에서 괴로워하던 피의자가 겨우 대답을 했다.
이제 보니 한국말도 잘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치헌은 그를 놔주지 않았다.
그의 거대한 팔뚝은 힘이 잔뜩 들어가 빳빳하게 근육이 서 있었다.
“납치한 후엔 장기를 팔아먹으려 했지?”
“흐억…”
“죄 시인해라. 안 그럼 너 죽는다.”
“그… 그래. 자, 장기도 다…”
이제 호흡을 완전히 잃어버린 피의자는 목소리도 잘 내지 못했다.
“팔려고 했…”
말 끝맺지도 못한 그가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에.
탁-!
내가 치헌의 팔을 두 손으로 잡아 힘껏 뒤로 당겼다.
마침내 그의 손이 목을 놔주며.
털썩-
피의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크허억! 케엑. 허윽…”
거친 기침을 토하며 겨우 숨을 내쉬는 피의자 옆에 치헌이 쪼그려 앉았다.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경찰관한테 칼질한 것까지 물어보려 했는데. 이 경찰관 덕분에 살았네.”
“허억, 허억, 허억…”
“대답해. 아까 고의로 경찰관한테 칼질한 거 맞지?”
나는 더 이상 치헌을 두고 볼 수 없었다.
“팀장님, 그만하시죠. 추궁은 피신 받을 때 해도 되지 않습니까.”
“……”
“피의자가 아무리 나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경찰관은 피의자에게 직접적 폭행을 해선 안 됩니다. 아까 문으로 주먹질을 한데 이어 피의자의 목까지 졸랐으니, 아마 팀장님은 내부 징계는 물론 피의자 폭행으로 법적 심판까지…”
“너 왜 그 소리 안 하나 했다.”
치헌이 낮은 음성으로 내 말을 끊었다.
“정태 너 파출소 있을 때 작성해 올린 서류 보니까 아주 정의 사도가 따로 없더만.”
“……”
“넌 법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냐?”
“…?”
그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한 뒤 피해자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이 새끼들이 호출한 의사 오기 전에 도착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피해자 배 벌써 반으로 갈라져 있었을 거야. 그냥 하는 소리가 아냐. 작년에 요 뒷 건물에서 배가 반으로 갈라진 피해자를 내가 직접 목격했으니까.”
“…!”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새끼들 피신 받을 때 되면 뭐라고 하는 줄 아냐?”
그가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며 계속 말했다.
“납치는 자기 조직 상급자가 시켜서 한 일이고, 그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진 자기도 모른다고 발뺌 해. 게다가 경수한테 휘둘렀던 칼은 호신용으로 들고 있던 건데 경찰관이 문을 부수는 바람에 넘어지면서 흘렸다고 할 거고.”
“……”
“여긴 CCTV도 없고 피해자 눈에도 안대가 씌워져 있었으니 목격자도 없어. 그럼 서류엔 피의자의 시인도, 아무런 다른 증거도 적을 수가 없지. 그럼 이놈 확실히 의율 할 수 있는 죄는 납치로 인한 감금이 전부인 거야.”
치헌의 말처럼 다른 증거도, 범죄 시인도 없다면 피의자에게 장기적출인신매매예비, 특수공무집행방해 같은 혐의는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 나중에 형이 어떻게 떨어지는 줄 아냐? 고작 몇 백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떨어질 거야. 꽃 같은 청춘을 보내야 할 20대 여대생을 꼬드겨 장기적출하려 한 새끼, 이 때려죽여 마땅한 새끼가 재판이 끝나자마자 다시 사회를 활보하는 좆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
“그게 정태 네가 피의자한테 선생님, 선생님 하며 지키는 ‘법’이야. 넌 그 방식이 항상 옳다고 생각 하냐?”
난 대답할 수 없었다.
그가 수갑을 피의자의 한쪽 손에 채우며 말을 이었다.
“이놈들 죄 시인 받을 수 있는 건 현장에서 당황해서 정신없을 때. 불안해하며 공포에 떨 때, 딱 그때뿐이야. 그때 유도리를 발휘하면 서류에 죄를 시인 받은 내용을 적을 수 있지. 그 한 줄의 문구로 인해 이놈 징역 살릴 수도 있다고.”
“……”
“체포절차를 엄격히 지켜 피의자가 제대로 된 벌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약간의 강압으로 피의자 범죄시인 받고 제대로 된 벌을 받게 하는 게 맞을까? 난 후자가 맞다고 봐. 법도 유도리 있게 지켜야지.”
그리고는 피의자의 남은 손에 마저 수갑을 채웠다.
이어 그가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뒤 은혜와 경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조금만 늦었으면, 또 이놈 칼이 조금만 깊이 들어갔으면. 오늘 저 둘 다 죽었을 수도 있어.”
“……”
“그런 씹새끼 얼굴에 주먹한방 꽂고 목 좀 조른 거? 나 그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 안 해. 물론 그 행위로 인해 내가 징계나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상황이 되면 난 다음에도 이렇게 할 거야. 이렇게 해서 이 씹새끼 똑바로 처벌받게 할 거야.”
이어 그가 피의자의 팔짱을 끼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덧붙였다.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웨애애애앵-
치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곧 구급대원들이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는 피해자의 신체를 체크했다.
“……”
나는 그때까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행동도, 아무 사고도 할 수 없었다.
…
틀리다고 생각하는 말에 설득된 것.
그건 내가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
“오, 정태 경수 둘 다 처음치곤 서류 엄청 잘 치는데?”
사무실로 돌아온 치헌은 어느새 호랑이 표정을 거두고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치켜 올리며 나와 경수의 모니터를 번갈아 쳐다봤다.
나는 배림동 건물 내 현장 상황에 대해서, 경수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공원에서 단서를 찾아간 내용들에 대해 수사보고를 달고 있었다.
아까 식겁을 한 피의자는 치헌의 책상 앞에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결재 올리겠습니다.”
“오케이.”
내가 조금 일찍 서류작성을 마치고 치헌에게 결재를 올렸다.
내가 작성한 서류는 팀장의 검토를 거쳐 과장인 안득이 최종 결재를 한다.
잠시 서류를 훑어보던 치헌은.
“살짝만 수정했어. 한 번 봐봐.”
수정 후 출력을 해서는 내게 가져다줬다.
살펴보니, 배림동 건물 문을 부순 것은 ‘칼을 내지르며 항거하던 피의자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문이 부서진 것’으로, 피의자 목을 조른 것은 ‘체포과정에서 저항하는 피의자의 목을 제압한 것’으로 수정해놓았다.
그가 수정한 내용은 완벽한 진실이라고도, 그렇다고 완벽한 거짓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허나 왠지 모르게 수정한 문장이 더 옳은 문장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때? 수정한 게 더 괜찮지?”
“… 네. 그렇네요.”
“좋아, 고생했어. 과장한테 바로 올릴게.”
그렇게 서류를 작성하며 몇 시간이 흐른 뒤.
“하, 이제 좀 쉬자. 지환아. 피의자 이 새끼 유치장에 좀 넣고 와라. 어차피 영장 쳐놨으니까 내일 다시 조사해야겠다.”
“알겠습니다.”
곧 저녁식사 시간이라 오늘 조사를 여기서 마치는 듯했다.
범죄자에게도 식사할 권리와 수면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저녁시간엔 유치장에 수감해 식사를 하고 쉬게 해준다고 치헌이 설명을 보탰다.
그렇게 지환이 피의자를 데리고 나가고, 잠시 숨을 돌리려는데.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내 책상 위에 있는 형사 5팀 전화기가 울렸다.
나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 “감사합니다. 창진서 형사 5팀 탁정태 경위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어, 탁경위. 나 형사과장인데.”
안득의 전화였다.
= “장팀장이랑 고경사랑 같이 내 방으로 잠깐 올라와.”
=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치헌에게 내용을 말하니.
“뭐 때문에 부르시지? 일단 가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경수와 함께 형사과장실로 올라갔다.
노크를 한 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 어서와. 앉아.”
안득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았고, 안득은 상석에 앉았다.
그가 나에게 말했다.
“오늘 첫날부터 고생 많았지?”
“발생한 사건을 처리했을 뿐입니다.”
“그래. 그러니 고생했다고.”
이어서 그가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흥미로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서류 보니 탁경위 자네가 캐치했다며? 피해자의 족적이랑 나무에 손톱자국으로 납치 및 감금범죄임을 유추한 거.”
“맞습니다.”
“역시.”
안득이 ‘크-’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그가 치헌을 보고 말했다.
“장팀장은 나뭇가지에 걸린 천 보고 피의자가 조선족임을 유추했고.”
“네.”
“역시 짬은 무시 못해.”
그가 다시 한 번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경수를 돌아보더니.
“고경사 자네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구두 로고 족적으로 피해자 인상착의를 유추했다고?”
“아, 하하. 네네…”
“정말인가?”
“… 네.”
“미쳤구만.”
“…?”
놀라는 경수에게 안득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마 그런 능력을 가진 경찰은 전국에 고경사 자네 하나뿐일 거야.”
“아… 하하…”
“아참. 볼은 괜찮고?”
“네, 괜찮습니다.”
안득이 뿌듯한 표정으로 볼에 붙은 반창고를 매만지는 경수를 바라보다가.
“이거 정말.”
우리 전부를 번갈아 바라봤다.
“대단한 팀이구만.”
“……”
“이렇게 멋진 활약을 하는 팀엔 충분한 동기부여를 줘야하지 않겠나?”
“…?”
이어 안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내가 자네들이 솔깃할 만한 소식을 들고 왔지.”
세상이 마치 파도 위에 떠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