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40
40화. 환영합니다.
“강간 아니면 강제추행 아닌가요?”
경수가 대답하며 되물었다.
“보통 그렇게들 생각을 많이 하지.”
치헌이 경수의 말을 받으며 설명했다.
“하지만 의외로 강간이나 강제추행은 많이 일어나지 않아. 성매매 여성들은 스스로 성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선택을 하고 이런 곳에 오는 거거든. 게다가 이 여성들을 지켜주는 조폭 놈들도 항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손님과의 강압적인 성관계는 생각보다 많이 없어.”
“그렇군요. 그럼 무슨 범죄가 많이 일어나죠?”
“감금이나 약취유인.”
치헌이 좌중을 둘러보며 설명을 이었다.
“처음에 성매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여성들이 찾아오면 포주 놈들은 친절하게 받아줘. 하지만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고 나가려고 할 땐 표정이 싹 변해버리지. 각종 채무관계를 변상하라는 협박, 또는 성매매 사실을 가족에게 유포하겠다는 협박 등으로 일을 그만두지 못하게 해. 여성들을 지정된 숙소에 가둬두고 감시하며 자기 마음대로 다루지.”
감금은 사람을 감금하여 신체적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죄.
약취 유인은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하여 제 3자의 실질적 지배하에 둠으로써 신체적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죄이다.
치헌의 말대로라면 포주의 행위는 충분히 감금이나 약취 유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 그가 들고 있던 서류를 앞으로 내보였다.
“이건 최근 두 달 간 우리 창진서에 감금죄로 고소접수 되었다가 내사 종결된 사건들이야. 총 세 건인데, 세 건 다 ‘피해자의 고소 취하’로 내사 종결되었어. 뭔가 이상해서 좀 알아보니까 글쎄 피고소인 이름이 셋 다 박승우더라고.”
“박승우가 누군데요?”
“우리가 지금 덮치려고 하는 쿠잔클럽 사장.”
“…!”
“고소 접수한 여성 세 명 다 주소지가 쿠잔 클럽 인근 빌라 원룸이었어. 딱 느낌이 오지?”
그의 질문에 경수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 여성들은 박승우에게 고용된 성매매 여성들이고, 감금을 못 참고 경찰을 불러 박승우를 고소했다가, 다시 어떤 협박을 받고 취소한 거군요.”
“아마 그럴 거야.”
“저희는 오늘 박승우의 감금 혐의를 밝혀내면 되는 거고요?”
“그렇지.”
치헌과 경수의 추리는 일리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죄명으로 같은 사람이 고소가 된 데다, 그에 연관된 첩보까지 있으니까.
“그리고 고소인 셋 다 접수 당시 고소 내용에 ‘박승우가 나를 장난감처럼 다뤘다.’라고 썼어. 정확히 뭘 어떻게 했는진 모르겠지만, 공통된 내용이니 참고해서 알아둬.”
그의 설명 끝에 내가 물었다.
“그럼 박승우도 오늘 클럽에 오는 겁니까?”
“그놈도 VIP 룸에 들어올 거야. 그 새끼는 지가 사장인데도 성매매 파티에 참여한다고 하더라고. 게다가 그 새끼도 여성 한 명을 차지해서 관계를 할 때가 많대.”
“… 수사 측면에선 오히려 잘 됐군요. 박승우의 성관계 현장을 덮치면 저희 형사 5팀과 질서계 직원들의 수사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겠어요.”
“그렇지. 역시 정태 감이 좋아.”
성매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성매매 여성이 지인이 아닌 불특정인이어야 하고.
둘째,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 또는 유사 성행위가 이루어져야 하며.
셋째, 그 대가가 지불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질서계에서 성매매를 단속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막상 단속했는데 당사자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진술하거나, 옷만 벗고 마사지 중이었다고 하거나, 대가 없이 쾌락을 목적으로 관계를 했다고 진술해버리면 혐의를 입증하기가 곤란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성매매 단속은 채증 카메라를 들고 관계를 하는 현장을 덮치는 것이 가장 좋다.
박승우도 성매매에 참여한다면 질서계 직원들도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포주를 잡는 동시에 성매매 혐의도 입증하는 거니까.
이제 질서계와 합동 수사하는 목적은 확실히 알았다.
목표로 하는 범인이 누군지도 알았고.
“그래서.”
생각이 다 정리된 나는 치헌에게 물었다.
“구체적인 작전이 뭡니까?”
*
“마침 정태, 경수 너희 둘 다 셔츠 입고 왔네.”
오늘은 치헌이 운전대를 잡았다.
차도 형사동차가 아닌 사제 승용차를 배차 냈다.
몰래 클럽을 덮치러 가는 데 경광등이 있는 차를 가지고 갈 순 없으니까.
정록과 지환도 다른 차를 배차 내 우리 차 뒤를 따라오고 있다.
“무전기 이어폰 착용하는 데는 셔츠가 낫거든. 단추 안쪽에 마이크 스위치 감추기도 좋고.”
치헌이 나와 경수에게 잘 정리된 이어폰을 건넸다.
“자, 이거 질서계 직원들이 빌려주는 최신 무전용 이어폰이니까 잃어버리면 안 돼. 선이 굉장히 가는 데다 색깔도 살색이라 셔츠 안으로 넣어서 귀 뒤로 빼면 거의 안 보여.”
실제로 일반 무전기 이어폰보다 훨씬 줄이 가늘었다.
나와 경수는 자켓 안주머니에 무전기를 넣은 뒤 선을 셔츠 안으로 넣어 귀 뒤로 뺐다.
이어폰을 귀에 끼려고 하자 치헌이 나를 말렸다.
“이어폰은 클럽 안에 들어간 뒤에 껴. 혹시 입구에서 들킬지 모르니까.”
“네.”
치헌이 말하는 작전은 이러했다.
손님을 가장한 2명의 위장조가 클럽에 입장해 미리 구해 놓은 티켓으로 VIP룸에 들어간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들은 클럽 밖에서 대기한다.
위장조는 VIP룸 내에서 파티형 성매매를 지켜보다가 박승우가 여자를 선택하고 침대가 마련된 3층 룸으로 올라가면, 박승우가 들어간 호실을 알아낸 후 대기조에게 무전으로 신호한다.
클럽에 급습한 대기조와 함께 질서계에서 미리 준비한 수색영장을 근거로 문을 강제개방 후, 박승우를 검거한다.
“일단 박승우 움직임을 파악하려면 안에 누가 들어가긴 해야 하는데, 질서계 직원들은 이미 얼굴 팔린 지 오래고, 놈들이 웬만한 형사계 직원들 얼굴까지 다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정태 경수 너희가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다.”
일반인인 척 하려면 이제 막 형사계에 들어 온 나와 경수가 제격이라는 것.
이어 그가 검정색 바탕에 금장이 된 티켓 두 장을 건넸다.
“VIP룸 들어가는 티켓이야. 질서계 직원들이 티켓 판매하는 브로커 꼬신다고 세 달 동안 별 지랄을 다 했다더라. 그만큼 소중한 기회란 거야.”
그는 티켓을 클럽 입구에 제시하고 입장한 뒤, 2층으로 올라가 한 번 더 제시하면 VIP룸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설명을 하는 사이.
끼익-
차는 쿠잔 클럽 인근 골목에 도착했다.
“와…”
경수가 창밖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주변은 온통 화려한 조명으로 반짝거렸고,
한껏 꾸민 남녀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현장은 유흥과 즐거움, 웃음과 쾌락의 중심이었다.
“너희도 알겠지만 우리가 지금 하는 건 함정수사야. 눈앞에 범죄가 뻔히 벌어지는 걸 보고도 기다려야 하는 거니까.”
함정수사는 범죄를 교사하거나 기회를 제공한 후 범죄의 실행을 기다렸다가 검거하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한국에선 범죄를 유도하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불법으로 간주되며, 지금 우리가 하려는 것과 같은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만 합법으로 인정된다.
“진즉에 작전을 알렸으면 좋았지만, 함정수사는 기회가 별로 없을뿐더러 워낙 정보가 빨리 새어나가 버리기 때문에 과장들이랑 질서계장, 그리고 나만 알고 있었던 거야.”
“……”
“갑자기 이렇게 투입돼서 정신없긴 할 건데, 경수 네가 아무래도 몇 년 더 짬을 먹었으니 정태 잘 이끌어줘.”
“……”
“알겠지?”
“……”
경수는 치헌이 말하든 말든 입을 헤 벌리고 창밖에 지나가는 여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보며 치헌이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쇄골을 꽈악 눌렀다.
“아아아악!”
“알겠냐고.”
“아, 알겠습니다!”
“뭘 아는데?”
“저, 정태 잘 이끌어주라면서요!!”
“그래.”
그제야 치헌이 쇄골을 놓았고, 경수는 오만상을 하고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때.
– “형둘(형사당직 혹은 형사동차근무자), 지금 박승우 클럽 안으로 들어갑니다. 인착(인상착의) 사독(확인)하세요.”
질서계 직원의 무전이 들려왔다.
우리는 곧장 고개를 팍 숙이고 차 앞을 주시했다.
“저기, 저 파인애플 대가리 저 새끼야.”
치헌이 말 한대로 그는 옆과 뒷머리는 완전히 하얗게 깎고 가운데 머리만 남긴 파인애플 형태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청바지에 반팔티, 금목걸이와 금팔찌를 하고 있었는데, 살이 드러나 있는 곳은 온통 문신이었다.
나는 치헌에게 미리 받은 그의 사진을 펼쳐놓고, 그의 실제모습과 비교했다.
“삼십대 중반이라더니, 면상은 나랑 거의 동년배 같은데?”
치헌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사채와 불법토토로 돈을 많이 번 젊은 현금부자라고 했다.
이 쿠잔 클럽도 그렇게 번 돈으로 차린 거라고.
“아무튼 인상착의 특이해서 피의자 헷갈릴 일은 없겠네.”
그렇게 박승우가 지나가자 무전이 다시 나왔다.
– “형 둘, 탁 등원(경찰관), 고 등원 현장 진입하세요.”
– “칠팔.”
나와 경수는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다녀오겠습니다.”
차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쿠잔 클럽으로 걸어갔다.
경수는 그까지 걸어가는 새에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와, 죽인다.’ 하며 헤죽거렸다.
마침내 클럽 입구에 도착한 뒤.
척-
경수가 치헌에게 받은 VIP 티켓을 내밀자.
“어서 오십시오!”
앞에 서 있던 덩치 두 명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우리에게 인사했다.
그리고는 한 명이 고개를 들고 정중하게 손짓했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티켓을 바텐더들에게 보여주면 모든 음료와 술을 무료로 드실 수 있습니다. 1층에서 즐기시다가 23시까지 2층 VIP룸으로 오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경수가 밝게 인사하며 그를 지나쳤다.
시계를 보니 현재는 22시 30분.
“정태야.”
경수가 몰래 이어폰을 빼 귀에 꽂으며 내게 말했다.
“30분 남았다는데 술 한 잔 할까?”
“안 됩니다.”
“아이, 너무 술 안마시고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오해살 수도 있잖아.”
“그래도 근무 중에 술은 안 됩니다.”
단호히 대답하며 나도 이어폰을 빼 꼈다.
끼자마자.
– “고경수.”
치헌의 동굴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너 마이크 스위치 눌려있다.”
– “!!”
– “술 마시면 뒤진다.”
– “아,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서울청 망과 별도의 무전 통신망을 설정해놓은 것이 다행이었다.
상황실로 저 말이 그대로 흘러들어갔으면, 경수는 아마 곧장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경수가 후, 하며 안도의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들어가자.”
앞장서서 클럽 안쪽으로 들어갔다.
1층으로 가는 문을 열자.
빠암- 빠암- 빠암-!
호우- 호우- 호우-!
엄청나게 큰 음악과 함성소리가 귀를 때렸다.
눈앞은 어두컴컴했고, 이따금씩 반짝이는 조명이 아래를 비췄다.
실제 클럽 안은 뉴스 자료화면으로 봤던 것보다 더 아수라장이었다.
남녀는 거의 한 몸이 되다시피 바짝 달라붙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춰댔다.
반대편에선 손을 높이 들고 건배를 외쳤고, 옆 사람 옷에 닿든 말든 상관없이 담뱃재를 털어댔다.
나는 이 혼란스러운 공간에 오기 위해 왜 돈을 내고 줄을 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예에-! 신난다!!”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은 바로 옆에도 있었다.
경수는 완전히 신이 난 듯했다.
그 큰 키로 어찌나 높이 점프를 해대는지,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옆으로 물러났다.
아무래도 그가 유행에 맞지 않는 춤을 추고 있는 모양이었다.
말려도 들을 것 같지 않아 나는 그를 내버려두고 주변을 살폈다.
1층 스테이지를 넘어 2층을 올려다보니.
‘저기 있군.’
파인애플 머리.
박승우가 보였다.
그는 몇몇 지인들과 난간에 기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가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스윽-
경수가 내 고개를 잡아 돌렸다.
“목표물을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안 되지.”
“……”
“여기선 춤추는 게 평범한 거라고. 가만히 있으면 오해받아. 춤춰 춤!”
그렇게 경수는 30분을 더 방방 뛰어댔다.
그렇게 23시가 되었고.
내가 고개 짓을 하자.
“허억, 허억. 어, 그래. 이제 올라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경수가 숨을 헐떡이며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다 오르자 왼쪽 끝에 ‘VIP’라고 쓰여 있는 문이 보였다.
그 앞에는 커다란 덩치 두 명이 서 있었다.
박승우는 없는 걸 보니 이미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후, 잠시만.”
룸에 들어가기 전 경수가 잠시 멈춰서더니 이마에 줄줄 흐르는 땀을 막 닦아댔다.
춤추느라 에너지를 다 소비한 모양.
내가 그를 보고 말했다.
“놀러 오신 것 같네요.”
“뭐, 겸사겸사 왔지.”
“… 들어갈까요?”
“그래, 들어가자!”
그렇게 우리는 문 앞의 덩치들에게 티켓을 보여준 후.
“환영합니다.”
VIP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꼭두각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