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58
58화. 그리고 하나 더.
“상해요!?”
경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딜 다쳤다는 겁니까?”
“제출한 진단서 보니까…”
형사지원팀 직원이 서류를 살펴보고는 말했다.
“좌측 슬관절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라는데요?”
“십자인대 파열요?”
“네. 수술 후 2주 입원, 10주간의 가료가 필요하다고 진단서에 나와 있네요…”
“말도 안 됩니다!”
경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피혐의자들 중 병원에 간 사람은 있지만, 걷지 못할 정도로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 가벼운 타박상, 찰과상 정도였는데 꾀병을 부리면서 앰뷸런스를 탄 거라고요.”
맞은편에 있던 정록도 목소리를 냈다.
“십자인대 그거, 애들 축구나 농구하다가 많이 파열되는 겁니다. 그 양아치 놈이 어디 다른 데서 놀다가 다쳐놓곤 저희한테 덮어씌우는 거라니까요?”
“……”
“그 사건 마무리된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이러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
지원팀 직원이 별 대답을 못하며 우물쭈물 서 있자.
“야 이놈들아. 이 분이 무슨 잘못이 있냐.”
치헌이 좌중을 조용히 시키고는.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서류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네… 수고하십시오.”
서류를 받고 그를 돌려보냈다.
“하아.”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은 치헌이 서류를 훑어보며 말했다.
“경수가 그놈을 걷어차서 충격을 준 건 맞잖아. 그놈은 그 충격으로 수술을 한 거라고 주장하고 있고. 검사까지 빡빡한 놈 걸리면 법원에서 고소인 손을 들어줄지도 모를 일이야. 좆같은 새끼한테 걸렸네. 시팔.”
“아니, 그런데.”
경수가가 억울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사건 발생 시간이랑 수술 날짜랑 너무 시간이 차이나지 않습니까. 그때 다친 걸 지금 수술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에 대한 답변은 지환이 했다.
“음 그게… 십자인대는 파열되고 나서도 불편하다는 느낌만 있지 파열 된지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나중에 수술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저도 대학생 때 파열됐었는데 2-3주 뒤에 수술했었어요.”
“……”
그의 말에 팀원들 전부 표정이 굳었다.
아무래도 경수에게 큰 위기가 닥쳤다고 생각하는 모양.
“다들.”
하지만 난 지금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았다.
“뭘 걱정하시는 거죠?”
“…?”
“고소는 피고소인의 법적 처벌을 위해 공소를 제기해달라는 의사표시 아닙니까?”
내가 좌중을 둘러보며 덧붙였다.
“고부장님은 법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잖아요. 근데 뭘 걱정하시냔 말입니다.”
#
며칠 뒤.
“어?”
컴퓨터로 내부망을 살펴보던 지환이 입을 열었다.
“직위공모 떴네요?”
“직위공모?”
“네. 오늘자로 공문 하달됐어요.”
“그래? 나도 한 번 봐야겠다.”
정록도 모니터에 집중해 공문을 열람하려 하자.
“야, 오정록.”
치헌히 험상궂은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직위공모는 왜 보는 거야? 어디로 튀려고?”
“하하… 튀다뇨… 그냥 한 번 보는 거죠. 그런데.”
정록이 의아하다는 듯 치헌에게 물었다.
“10월에 뜬금없이 웬 직위공모죠? 인사이동은 1월이랑 8월에 하는 거 아닙니까?”
“10월에 할 때도 있어. 우리 실적 수합이 10월까지니까, 이번에 승진 못하겠다 싶은 놈들은 일찌감치 부서를 옮겨버리는 거지. 다음 승진 기회를 위해 11월부터 새로운 부서에서 다시 착실히 실적수합 하려는 거야.”
“아…”
“이미 자기들끼리 내정자 다 정해놓고 보여주기 식으로 올리는 거니, 직위공모 공문은 별 의미 없어.”
“그렇겠죠. 좋은 자리는 벌써 다 전화 들어갔겠죠. 저도 그냥 한 번 보는 거예요.”
그렇게 정록과 지환이 계속 직위공모를 보고 있는데.
“엥?”
지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본청 감찰도 직위공모가 올라왔는데요?”
“뭐?”
그 말에 치헌도 의자에서 등을 떼고 내부망에 접속해 공문을 살폈다.
“특이하네. 본청 감찰에서 공개적으로 직위공모 올리는 건 또 처음보네.”
치헌이 처음 보는 것이라기에, 나도 사이트에 접속해 공문을 클릭해봤다.
*
[ 경찰청 본청 감찰 직무범죄 수사팀 직위공모 ]
– 인원 : 경위 이하 00명.
– 자격요건 : 수사경과자로 수사경험자 우대(비수사경과자 응모 가능.)
– 접수기간 : 별명 시까지.
– 제출서류 : 자기소개서, 인사요약카드.
– 제출방법 : 내부망 메일로 서류파일 제출.
– 직위공모 절차 : 서류검토 및 면접으로 모집 인원의 2배수 우선 선발, 4주간 근무 후 적임자 최종 선발.
전화 – 경비전화 : 3XX, 일반전화 : 02-XXX-XXXX, 직무관리 담당 감찰계장 경정 이철성
*
“2배수 우선 선발 후 적임자 최종 선발?”
지환이 신기하다는 듯 다시금 눈을 크게 뜨고 모니터를 쳐다봤다.
“와 본청 감찰은 모집 절차도 특이하네요.”
“특수부서라고 아주 꼴값이란 꼴값은 다 떠는구만. 아니 그런데.”
치헌이 지환을 보며 계속 말했다.
“얘들은 뭐 하러 이걸 올리지? 여태 자기들끼리 비공개로 경찰대 후배, 경간부 출신 다 땡겨 놓고, 뜬금없이 웬 직위공모냔 말이야. 경위이하 되어 있는 거 보니 어차피 또 자기 후배 경위 누구 스카웃 할 거면서.”
“감찰도 좀 깨끗한 척 해보려나 보죠 뭐.”
“그런가? 하긴 요즘 하도 청렴경찰 청렴경찰 강조해대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때.
끼익-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 저 왔습니다.”
“어, 경수.”
경수가 들어왔다.
치헌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냐?”
“하, 그게…”
그가 자리에 앉고는 썩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일단 기소의견으로 송치는 해야겠답니다.”
경수는 지금 상해로 피소된 사건 관련 조사를 받고 오는 길이다.
경찰관을 피고소인으로 조사하는 경우에는 소속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수 없어, 그는 마포서에서 조사를 받고 왔다.
치헌이 그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 직원 상대로 하는 사건은 일단 기소의견 송치할 수밖에 없어. 불기소의견 송치해버리면 자기식구 감싸기라고 말이 나올 게 뻔하니까.”
“마포서 담당자도 딱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송치는 그렇다 치고, 조사는 잘 해주더냐?”
“네 뭐, 강압적으로 캐묻고 그런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수가 잠시 뜸을 들이고는 다시 말했다.
“마포서에서 기소의견 송치하면 검사도 기소할 확률이 높다고 했습니다.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때 저의 폭행과 고소인의 부상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기 때문에요.”
“……”
“그래서 마포서 형사가 말하는 게, 경찰수사단계에서 제가 죄를 인정하면 약식기소로 가벼운 벌금 나올 확률이 있지만, 혐의를 부인해 정식재판으로 가면 형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답니다.”
“뭐? 이런 미친, 죄가 없는데 무슨 혐의를 인정하라는 거야?”
“그분들은 그냥 선택지를 알려준 겁니다. 이런 선택지도 있다면서. 나쁜 뜻 없이요.”
“… 그래서, 경수 넌 뭐라 그랬는데?”
그 질문에 경수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혐의 인정 못한다고 했죠. 잘못한 게 없다고.”
“잘했어! 당연히 그래야지. 근데 왜 표정이 안 좋냐?”
“걱정이 돼서요. 정식재판 가게 되면 잘 할 수 있을지…”
“잘 해야지! 가서 이겨야지!”
치헌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이었다.
“불기소되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 그건 불가능할 거 같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변호인 선임해서 제대로 싸워봐야지.”
“변호인 선임, 그게 문제입니다.”
경수가 표정을 구겼다.
“괜찮은 변호사 쓰려면 수사단계에서 오백, 공판에서 천정도 든다는데. 이렇게 해서 이긴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판이 또 길어지면 돈도 더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야. 내가 도와줄 테니까 선임해. 팀장이 지휘 똑바로 못한 탓도 있으니까.”
“그건 안 돼요. 제가 잘못한 일로 팀장님이 피해를 보게 할 순 없습니다.”
“……”
단호한 경수의 말에 치헌이 말을 멎었다.
“무죄 주장하는 재판은 판사가 국선변호인 선임 잘 해준다고 하니까, 국선변호인 선임하죠 뭐.”
원래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나 고령인 때, 장애가 있는 때나 중한 형에 대한 재판을 할 때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선임되지 않는다.
하지만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는 ‘기타 변호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때’로 인정되어 판사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줄 때가 많다.
그 말을 들은 치헌은.
“야 안 돼!”
곧장 다시 손을 내저었다.
“무죄 주장하는 재판이 얼마나 까다로운데. 돈도 얼마 못 받고 의무로 일하는 국선변호인이 제대로 변호를 해주겠냐?”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확실히 이기려면 판사출신 변호사 하나 붙여야 한다고. 내가 도와준다니깐?”
“그건 제가 싫습니다.”
“하 정말…”
그렇게 서로 답이 없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데.
끼익-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고경사 도와줄 상급자가 팀장 하나만 있는 건 아니지.”
“…?”
안득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곧장 이쪽으로 걸어와 경수의 어깨에 손을 턱 얹었다.
“요즘 애들이 참 당돌해. 경찰관한테 감히 소주병을 휘두르고 말이야.”
“과장님 오셨습니까…”
“게다가 양심도 없지. 이것저것 다 떼고 범죄사실 축소시켜준 은혜에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되레 고소나 해대니 참.”
안득이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말을 이었다.
“내 경찰대 동기 중에 변호사하는 놈 몇 명 있으니 내가 한 번 알아보겠네.”
“…!”
“장팀장이 말하는 괜찮은 급의 변호사로 말이야.”
“아, 아니. 과장님. 그러실 필요 없…”
“아 물론.”
안득이 경수의 말을 끊었다.
“수임료는 받으라고 할 걸세. 시세의 반의 반의 반의 반 정도로 말이야.”
“아 정말 괜찮…”
“거절하지 말게. 과장이 이럴 때 부하직원 도와주지 언제 도와주겠나?”
안득이 씨익 웃으며 경수를 바라봤고, 경수는 결국.
“… 감사합니다.”
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부장님, 여기.”
이어 내가 그의 책상 앞에 서류봉투 하나를 놓았다.
“응? 이건 뭔데?”
“고부장님 재판 관련 참고할 증거자료들입니다.”
“헉.”
“무죄 주장해야하니 재판은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필요한 증거는 거의 다 들어있을 겁니다.”
“정태 네가 이걸 왜…”
“고부장님 사건이 곧 제 사건이잖아요. 저희는 한 조니까. 그리고 지금 뭔가 다들 잘못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내가 잠시 말을 끊은 뒤 다시 이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고부장님의 폭행과 고소인의 부상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닙니다.”
“…?”
“고부장님이 행사한 과잉방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핵심이죠.”
“…!”
“정당방위로 인정만 된다면, 상대가 사망한다 하더라도 무죄입니다. 그런 판례도 있고요.”
사망이란 단어에 다들 놀라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내 말에 안도감이 드는지 굳은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따라서 저희는 정당방위 주장을 중심으로 재판을 이끌고 나가야 합니다. 이 증거자료들도 대부분 정당방위 주장을 뒷받침 하는 것들이고요.”
“오 역시 정태…”
“과장님이 알아봐주시는 변호인과 함께 이 증거자료 바탕으로 재판 준비하면 될 겁니다.”
“하, 고맙다 정태야.”
“그리고 하나 더.”
내가 검지를 치켜세우며 덧붙였다.
“저를 증인으로 신청하십시오.”
우리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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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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