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완전히 찢어발겨야.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은빈의 눈은 깜짝 놀라 확 커졌다가 점점 줄어들며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내 얼굴 여기저기를 바라봤다.
그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피어나는 듯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후다닥-
그녀는 재빨리 손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정우에게 건넸다.
“정우야, 너 먼저 택시타고 집에 들어가.”
“응? 왜?”
“누나 좀 이따가 들어갈게.”
“싫어. 나도 형이랑 같이 걸을래.”
정우가 거절하자 은빈의 목소리가 좀 더 커졌다.
“오늘은 그냥 좀… 들어가! 몸도 안 좋잖아.”
“난 다리를 다친 게 아냐.”
“그냥 들어가라니깐?”
“싫다니깐?”
계속되는 거절에 은빈은 스스로 길가로 나가 택시 한 대를 잡더니.
“먼저 들어가. 좀 이따 집에서 보자!”
정우를 택시 안에 우겨넣고는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문을 쾅 닫아버렸다.
그렇게 택시가 떠난 뒤.
“후.”
그녀가 한 차례 숨을 내쉬고는 방긋 웃으며 나를 돌아봤다.
“이제 가요. 걸으러.”
#
2주 후.
“후, 여길 또 왔구만.”
우리는 다시 법원 앞에 왔다.
치헌이 경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잘 준비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최후변론 때도 얘기 잘 하고.”
“알겠습니다.”
치헌은 경수 옆에 있는 변호인에게도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린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어 치헌이 나를 돌아봤다.
“뭐 정태 너는 말 안 해도 잘 하겠지만, 오늘 증인신문 잘 하고.”
“네.”
“그럼.”
그가 앞으로 걸어가며 덧붙였다.
“들어가자.”
그렇게 우리는 법원 건물로 들어가 경수의 사건 재판이 열리는 재판장으로 갔다.
장내로 들어가자 머리를 올려 빗은 중년 남자 판사가 근엄한 표정으로 다른 사건 재판을 진행 중에 있었다.
우리는 방청석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잠시 후.
“사건번호 2014고단 1124호, 피고인 고경수 사건 재판 시작하겠습니다. 자리로 나오세요.”
판사가 경수를 앞으로 불러내며 재판이 시작되었다.
“검사 측 증인 나왔나요?”
1차 공판에 했던 절차들은 생략하고 곧장 증인신문 절차가 진행되었다.
판사가 방청석을 보고 묻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앞으로 나오세요.”
부름에 따라 증인이 증인석에 섰다.
그는 경수를 고소한 고소인이었다.
그의 이름은 황찬석.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양손으로 목발을 짚고 오는 걸 보니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듯했다.
판사가 그에게 말했다.
“증언으로 인해 자신의 범죄사실이 밝혀지는 사정이 있다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습니까?”
“아뇨.”
“그럼 선서하십시오.”
“허위의 증언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을 것을 맹세합니다.”
그가 증인석에 적힌 문구를 그대로 읽었다.
“검사님, 시작하시죠.”
이어 판사가 멘트하자.
“증인은 수사기관에서 이와 같은 내용으로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죠?”
검사의 신문이 시작되었다.
“네.”
“증인은 사건 당시 특수공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가 됐었죠?”
“맞아요.”
“당시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상해 사실에 대한 내용이 없는데, 왜 그땐 상해 사실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습니까?”
“그땐 몸 여기저기에 통증이 너무 심한 상태라 제대로 된 진술이 불가능했어요.”
“실제로는 상해 피해를 당했지만, 조사 당시 신체 및 정신상태가 온전치 못해 피해사실을 다 진술하지 못했다는 말인가요?”
“맞아요.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죠.”
나는 신문을 들으며 찬석의 진술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당시 왜 몸에 통증이 그렇게 심했습니까?”
“경찰관들한테 얻어맞았거든요.”
“얻어맞았다고요? 경찰관들에게 직접적 폭행을 당했다는 말입니까?”
“네. 그건 분명 방위행위가 아니라 공격행위였어요.”
고등학생의 진술이라고 보기는 어색한, 어딘가 짜 맞춘 듯한 문장들.
“증인은 왜 경찰관에게 폭행 및 체포를 당했습니까?”
“모르겠어요. 그때 문제를 일으킨 친구들과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얻어맞고 체포를 당한 것 같아요.”
“실제로는 잘못한 게 없는데 경찰이 강압적으로 체포를 했다는 말입니까?”
“제가 잘못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저는 다른 애들처럼 소주병을 휘두르거나 그러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경찰이 제압한답시고 팔을 꺾어 넘어뜨리고 발로 차고 그랬어요.”
완전한 거짓 진술.
“그럼 피고인이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상해를 당한 건 어깨에 발차기를 맞은 직후가 맞나요?”
“네, 발차기를 맞고 넘어지면서 다리를 잘못 디뎌 무릎에서 ‘빠각’하는 소리가 났어요.”
“그 발차기를 한 사람이 누굽니까?”
“저기…”
찬석이 피고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이요.”
“피고인 말입니까?”
“네.”
“그럼 증인의 말을 종합하면.”
검사가 증인석에서 한 발짝 물러서 방청석과 증인석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실질적으로 폭행을 행사한 적도 없는 증인에게 경찰관인 피고인이 정도를 초과한 물리력을 행사하여 증인을 상해에 이르게 했다는 거죠?”
“맞습니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미성년자에 불과한 증인의 십자인대가 파열될 정도로 세게 말이죠.”
“네.”
“튼튼한 두 다리로 운동장을 마음껏 뛰어다녀야 할 나이인데 마음이 많이 아프겠군요.”
“암울한 심정입니다.”
신문을 마친 검사가 뒤를 돌고는.
“이상입니다.”
판사에게 살짝 목례를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변호인 반대신문하세요.”
판사가 말하자 변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의 이름은 이치우.
그는 아마 재판장 내 모든 사람을 통틀어서 나이가 가장 많을 것이다.
“판사님, 신문하기 전에.”
그는 곧장 증인석 앞으로 가지 않고 판사에게 말했다.
“증거로 제출한 휴대폰 동영상 파일을 재생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 동의 된 증거이며 반대신문을 위해 필요한 자료입니다.”
그의 말은 느릿느릿했지만 강단과 무게감이 있었다.
그 말에 판사가 잠시 뜸을 들인 후.
“네. 지금 보겠습니다.”
요청을 허락했다.
잠시 후 전면의 스크린에 동영상 화면이 나왔다.
[“드드득- 드르륵-”]
동영상 파일이긴 했지만 카메라 앞이 가려져 까만 화면만 송출되었다.
처음엔 소리조차 휴대폰이 움직이며 긁히는 듯한 잡음만 들리더니.
[“아 어떻게 해야 하지?”]
곧 누군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른이 아닌 10대의 목소리.
지금 증인석에 있는 찬석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뭐가?”]
[“안 때렸다고 해도 괜찮을까?”]
[“당연하지. 거기 CCTV도 없고 본 사람도 없는데, 그냥 안 때렸다고 하면 되지.”]
[“그래 그럼 그냥 안 때렸다고 구라치자.”]
[“난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는데?”]
[“알겠어. 그럼 우린 안 때린 거다.”]
그들의 대화 뒤엔 ‘야 이놈들아. 수작 부리지 말고 조사 받을 때 사실대로 진술해.’하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영상이 종료된 뒤 변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증거는 사건 당일 앰뷸런스가 부족해 파출소 경찰관이 순찰차로 피혐의자들을 병원에 태워주며 촬영된 바디캠 영상입니다.”
동영상 파일이긴 하지만 앞이 다 가려져 사실상 음성파일에 가까웠다.
“증인.”
치우가 찬석 쪽으로 몸을 돌리며 반대신문을 시작했다.
“아까 주신문 때, 본인은 경찰관을 폭행한 사실이 없는데 체포되었다고 진술하셨죠?”
“네.”
“그런데 방금 재생한 증거자료를 보니 폭행을 해놓고 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을 한 것 같은데요?”
“저건 제 목소리가 아닌데요?”
“네?”
“제 목소리가 아니라고요.”
그 말에 치우가 헛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지금 증인이 말하는 목소리랑 영상의 목소리가 똑같은데, 증인 목소리가 아니라고요?”
“영상에 제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라고 확신하세요? 목소리만 비슷한 다른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치우는 잠시 증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일단 알겠습니다.”
신문을 이어갔다.
그가 서류뭉치 하나를 들고 물었다.
“이건 특수공무방해 사건 현장을 감식한 감식 자료입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소주병 목 부분에서 증인의 오지 지문이 나왔습니다. 엄지의 방향을 보면 소주병을 거꾸로 든 것 같은데, 병을 거꾸로 들고 뭘 하려 했습니까?”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습니다.”
“경찰관들을 폭행하려 했던 것 아닌가요?”
“기억이 안 난다니까요?”
“당시 피신조서를 보면 증인이 술에 취해있다는 내용은 없는데요?”
“취했는데 경찰관이 못 알아본 거겠죠. 사람 패고 불법 체포나 하는 경찰관이 뭘 제대로 알아보겠어요?”
그의 말에 좌중이 웅성거렸다.
그러자 곧장 판사가 입을 열었다.
“증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진술하시고 본인 의견을 말하는 건 지양하세요.”
“네.”
이어 치우가 판사 쪽으로 몸을 돌렸다.
“판사님. 제출한 병원 CCTV 영상증거도 재생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보죠.”
곧이어 스크린에 병실을 비추는 CCTV 영상이 나왔다.
잠시 후.
“저기 저 사람이 증인입니다. 사건 당일 병원에 가 하루 머무를 때 찍힌 모습이죠.”
치우가 말하는 동시에 병실에서 젊은 남자 한 명이 나왔다.
정확히 찬석의 외형과 일치하는 남자.
“잠시 후 이 증인이 움직이는 걸 보면.”
그는 병실 앞에서 잠시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왼쪽으로 냅다 뛰어갔다.
양손으로 배와 엉덩이를 부여잡고 가는 걸 보니 화장실이 급한 모양.
“이렇게 잘 뛰어다닙니다. 전혀 다리를 다쳤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요.”
영상이 종료되고 치우가 찬석을 되돌아봤다.
“아까 검사님이 신문할 때, 경찰관에게 폭행을 당한 즉시 무릎에 ‘빠각’소리가 나며 다쳤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그런데 병원에선 어떻게 저렇게 잘 뛰어다니죠?”
우리는 정당방위 주장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했으나, 폭행과 부상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를 아예 배제한 건 아니었다.
허위의 진술을 하고 있는 피고인을 압박하기 위해 병원 CCTV자료도 미리 입수해 증거로 제출해놓았다.
찬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뗐다.
“저땐 화장실이 너무 급했어요.”
“그래서 움직이지 않던 다리가 갑자기 저렇게 잘 움직였단 말입니까?”
“파열 직후에 다리가 아예 안 움직였던 건 아니에요. 걸을 수는 있었어요. 저땐 급해서 저렇게 뛴 거고요.”
그의 대답을 듣고 치우가 뒤돌아.
“이상입니다.”
신문을 마쳤다.
‘음.’
나는 지금까지 신문 내용을 되짚어봤다.
검사의 신문은 증인이 거짓을 진실처럼 말하도록 잘 구성되어 있었다.
미성년자인 증인의 나이를 이용해 동정을 호소하기도 했고.
변호인 또한 꽤 괜찮은 신문을 했다.
전관예우라 불리는 그의 힘을 잘 활용해 판사에게 영상 재생을 적극 요청하는 등 재판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검사의 기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검사 측 증인신문 끝났습니다. 다음은…”
기세에 밀리지 않는 정도로 해서는 재판을 이길 수 없다.
기본적으로 토론. 이 말싸움은 입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찢어발겨야 한다.
그리고 난 상대가 누가 됐든.
“변호인 측 증인 탁정태 씨 앞으로 나오세요.”
그를 찢어발길 자신이 있었다.
가장 명확한 선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