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승진 발표.
정록도 옆에서 똑같이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지환에게 말했다.
“왜 승진 발표는 항상 18시에 하는 거야? 사람 가슴 졸이게 말이야.”
“그러니까요. 9시에 발표하면 될 텐데. 이미 다 정해놓고선 일부러 뜸을 들이는 건가.”
그 말에 컴퓨터 본체에 발을 올린 채 똑같이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고 있던 치헌이 답했다.
“출근하자마자 승진자 발표하면 사무실에 피바람이 부니까 그렇지. 승진 탈락한 사람은 그날 근무할 기분이 나겠냐?”
“아, 그건 그렇겠네요.”
“그러면 승진 한 사람도 눈치 보여서 좋아하지도 못한다고. 그러니 퇴근할 때 발표해버리는 거지. 퇴근하고 나면 승진한 팀은 기쁨의 소주를 마시고, 떨어진 팀은 위로의 소주를 들이킬 수 있잖아.”
“이제 4분 남았어요! 하, 팀장님은 안 떨리세요?”
“후…”
자세히 보니 치헌의 마우스 클릭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경수 승진할 거 뻔히 아는데, 그래도 떨리네.”
딸깍- 딸깍- 딸깍- 딸깍-
그 뒤로도 우리 팀 자리에선 계속 마우스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옆에 있는 경수도 긴장된 표정으로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 또한.
딸깍- 딸깍-
계속해서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경수의 승진은 너무나 뻔한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눈으로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멍하니 모니터를 응시하며 반복적으로 손가락만 움직였다.
잠시 후.
“1분 남았어요!”
지환이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했을 때.
내 눈앞엔 1분 뒤의 장면이 시각화되기 시작했다.
지환이 경수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환호하고,
치헌이 달려와 경수를 부둥켜안는 모습.
경수는 눈을 크게 뜨고 기뻐하고.
다른 팀원들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전경.
그런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만큼 나는 경수가 승진하리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공문 떴어요!”
승진자 발표 공문을 확인하는 순간.
“… 뭐야?”
그 그림이 산산조각 났다.
*
[ 2014 창진서 형사과 경위 특별승진자 명단 ]
– 창진서 형사 6팀 경사 강상민.
*
순간 뇌정지가 왔다.
너무나도 선명했던 그림이 크게 어긋나며 세상이 뒤집혔다.
조각난 그림들 사이로 치헌이 보였다.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배림동에서 문을 부수기 직전, 그 표정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씩씩거리며 6팀 책상 쪽으로 가더니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박규만 강상민 이 씨 ··· 들아! 이게 말이 ··· 돈 먹였냐 이 개 ··· 아!”
정신이 몽롱해 치헌의 말이 다 들리지 않았다.
“아, 아니! 우린 정말 모르 ··· 진짜야!”
규만은 손을 내저으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민은 깜짝 놀랐는지 계속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결과가 믿기지 않는 듯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치헌이 규만의 멱살을 잡아 쥐었고, 주변 동료들이 전부 달려들어 그것을 뜯어말렸다.
실랑이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잠시 후 내가 정신을 차릴 때 쯤.
“이 씨발 과장한테 어떻게 된 건지 따져봐야겠어.”
마침내 규만에게서 떨어져 나온 치헌이 씩씩거리며 사무실 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재빨리 그의 뒤에 따라붙었다.
무언가 잘못되었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려면 일단 안득에게 사건의 진상에 대해 물어봐야 했다.
“아… 팀장님. 뭐, 아쉽긴 하지만 저는 정말 괜찮…”
우리는 애써 웃는 경수를 지나쳐 사무실을 나와 곧장 과장실로 올라갔다.
문 앞에 다다른 뒤 치헌은.
벌컥-
노크도 없이 곧장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과장님!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치헌이 대뜸 화를 내며 큰소리를 쳤으나.
“나 창진서 형사과장이라고요 형사과장!!”
안에선 안득이 전화기를 들고 더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해당 직원 데리고 있는 과장이 납득하지 못한다고 하면, 특진자 선발 절차를 대략적으로라도 알려주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강상민 경사도 제 직원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강상민 경사가 되면 안 되는 거였어요! 강경사 축하해주지는 못할망정 제가 오죽하면 전화해서 이렇게 따지고 들겠습니까!?”
안득이 저토록 화를 내는 건 처음 봤다.
그는 이제 과장으로서의 공정성 따윈 버리고 무조건 경수가 승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모습이 더 공정하다고 느꼈다.
형사계 내 모든 사람이 특진은 경수가 가져가야한다고 생각할 만큼 우리 실적은 압도적이었으니까.
“여보세요! 여보세요!?”
상대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는지, 안득이 몇 차례 외치고는.
“이런 젠장 할.”
거칠게 전화기를 놓았다.
그리고는 그 특유의 날카로운 눈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치헌이 그를 보고 말했다.
“과장님도 지금 강상민이가 된 이유를 모르시는 거네요? 그 결과를 납득하지도 못하시고.”
“……”
그 말에 안득은 다시 평정심을 좀 찾았는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치헌을 쳐다봤다.
과장의 위치에 있으면 특정 직원을 편애해선 안 된다는, 특히 승진에 관련해선 개인의 감정을 내비쳐선 안 된다는 불문율이 다시금 생각난 모양.
하지만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서 경수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도 우리와 같은 마음인 것이다.
“과장님이 모르신다면.”
치헌이 다시 문 쪽으로 돌아서며 덧붙였다.
“서장님께 물어봐야겠군요.”
“장팀장! 자, 잠시만…”
“말리셔도 갈 겁니다.”
말리는 안득을 뒤로하고 치헌이 저벅저벅 걸어 나가고 있는데.
“내 찾았나?”
교철이 안득의 방으로 들어왔다.
막상 그가 나오자 치헌이 살짝 당황했다.
“서… 서장님.”
“안 그래도 방금 형사계 사무실 갔다 오는 길이다. 고경사한테 직접 얘기하는 것보다 장팀장 니한테 하는 게 안 낫겠나 싶어가.”
“서장님은 강경사가 된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치헌이 묻자 교철이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답했다.
“그래. 나도 방금 들었다.”
“……”
“일단 좀 앉지.”
교철이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고, 우리는 다 같이 소파에 앉았다.
“일단은 최과장, 장팀장 너거가 ‘장’으로서 명심해야 될 거는.”
교철이 상석에 앉자마자 다시 입을 뗐다.
“경찰 인사 때는 뭐 같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기다. 내가 30년 넘게 경찰생활해보니 이 승진만 걸맀다카면 여기저기서 온갖 공작, 계략, 비리가 다 일어난다. 이런 게 당연하다고 말할라 카는 게 아니라, 이런데 너무 흥분해가 일을 더 그르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기다. 한 과와 팀의 ‘장’이면 더더욱 말이다.”
“……”
안득과 치헌은 입을 닫고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무언의 대답을 했다.
“그렇다고 내가 너거 심정 이해 못하는 건 아이다. 솔직히 나도 이 결과가 찜찜해가 지방청 인사 담당하는 놈한테 곧장 전화를 걸었으니까.”
“…!”
“아까 전화할 때는 나도 흥분을 해가 막 지랄을 해뿟지. 그라이 그 직원도 뭐 변명이랍시고 대충 이것저것 알려주더라고.”
그 말에 우리는 고개를 들고 귀를 기울였다.
“일단 첫 째로…”
교철이 잠시 말을 흐리고는 다시 이었다.
“실적이 분산됐단다.”
“…?”
“형사 5팀이 주도 했는 사건 실적이 너무 많이 분산이 됐다 카더라고.”
“어떻게 말입니까?”
“일단 쿠잔클럽 사건 실적은 감금보단 성매매랑 마약이 주가 되뿌가 우리서 질서계랑 경제팀, 지방청 마수대가 실적을 거진 다 가져갔다 카더라.”
“……”
“게다가 얼마 전에 아 새끼들 특수공무방해 했는 거랑 내연녀·아내 합동 살인사건. 그거는 5팀, 6팀이 정확히 반반씩 실적을 매기뿟다 카대.”
“허 참.”
치헌이 헛웃음을 지으며 교철의 말을 받았다.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기여도로 따지면 저희 5팀이 훨씬 더 많이 공을 들인 사건들인데요.”
“그래 알지. 근데 지방청 아들은 윽시 보수적이다 아이가. 서류 작성자 란에 5팀 6팀 이름이 같이 올라와있으니까 똑같이 실적을 준 거 같더라.”
“하지만 그 두 사건을 떼 놓고 보더라도 저희 팀 실적이 우수한 건 마찬가집니다. 조선족사건, 정신병원 강도 건도 있으니까요. 다른 팀은 이만큼 굵직한 사건을 처리한 적이 없습니다.”
“안 그래도 나도 그렇게 똑같이 말했다. 그라이 야들이 두 번째 이유를 말해주더라고. 이게 좀 결정적이라 카면서.”
“결정적인 이유요?”
치헌이 의아하다는 듯 되묻자 교철이 불편한 표정으로 우리를 번갈아보며 답했다.
“그, 고경사가… 피고인 신분이 됐었잖아. 그게 문제라카네.”
“예? 그게 왜 문제가 됩니까? 이미 무죄 받았잖아요!”
“법적으로 보면 고경사가 무죄지만, 내부 규정상으로는 또 안 그렇다 아이가. 우리 조직 규정들을 보면, 문제가 되는 기준이 ‘판결’이 아니라 ‘기소’가 대부분이라…”
나는 얘기를 듣자마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경찰 수사단계를 거쳐 검사가 기소까지 했다는 건, 피의자의 혐의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고, 따라서 기소가 되었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경찰관으로서의 품위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보기 때문에 내부 징계 등의 기준시점은 대부분 ‘기소’다.
실제로 경찰 교육기관의 교육생들이 어떤 범죄에 연루되어 기소를 당해버리면 곧장 퇴교명령을 받는다.
기소된 교육생은 그 즉시 교육생으로서 자격을 박탈당하며, 추후 무죄 판결이 난다 하더라도 곧장 신분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행정소송을 거쳐 스스로 신분을 다시 획득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 때문에, 억울하게 범죄에 연루된 교육생이나 경찰관들은 어떻게든 기소 전에 합의를 보기 위해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지불한다.
이런 실정을 아는 사람들 중 일부는 괜히 경찰관에게 시비를 걸거나 건덕지를 만들어 고액의 합의금을 타내기도 한다.
이 같은 내부 규정은 분명히 부당하고 문제점이 많으나,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고 이어져오고 있다.
따라서 경수도 이런 내부 규정을 벗어날 수 없고, 기소와 동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규정상 ‘징계가 요구되는 자’는 승진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하지만 이 모든 내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나는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교철을 보고 말을 이었다.
“그건 판결 전, 기소만 당했을 때의 경우잖아요.”
“…?”
“기소만 당하고 판결이 아직 안 났을 때 징계를 내린다면, 피고인신분으로 받는 것이니 내부 규정이라고 이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경사는 현재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났습니다. 판결은 특진자 발표 전이었고요.”
“……”
“인사 담당자가 말한 실적과 내부규정. 그 둘 다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부당한 무언가가 더 개입이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분명 잘못된 것이 더 숨겨져 있다.
내가 쏘아붙이자 교철이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나긋한 투로 말했다.
“그래, 나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라이 정식으로 이의제기 신청부터 해가 차근차근…”
“실무적으로 승진관련 이의제기 신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매우 적습니다. 게다가 이의제기를 검토하는 사람들 모두 경찰조직 내의 사람들이니 의견이 바뀔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해보나마나 한 절차란 말이죠.”
“……”
“서장님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니 저희 창진서 선에선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나보군요. 그렇죠?”
내 질문에 교철은 입을 길게 늘어뜨리며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끄덕-
인정한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내 마음 속 무언가가 심하게 요동쳤고, 그것이 지시하는 내 다음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는.
스윽-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잠시 신호음이 울린 뒤 전화가 연결되었다.
= “본청 감찰계장 이철성입니다.”
= “탁정태입니다.”
= “오, 탁경위님. 어쩐 일로…”
나는 철성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곧장 용건을 물었다.
= “직위공모, 아직 진행 중입니까?”
행동 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