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68
68화. 표면적 사건일 뿐.
썩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경환에게 내가 계속 말했다.
“당시 수사정보를 알고 있던 직원은 마포서 담당자와 저희 팀원들 정도였습니다. 뭐, 정보를 엿보거나 엿들은 마포서, 창진서 내 불상의 직원들도 포함될 수 있겠죠.”
“……”
“누굽니까? 수사정보를 알려준 사람이.”
이전까지 당당히 대꾸하던 그가 입을 닫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비밀누설 사실을 알고도 일부러 신고하지 않으셨으니 전경감님은 이미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방조범입니다. 게다가 위법한 사실을 승진기준에 대입해 부당한 결과를 내셨으니 징계도 받으셔야겠죠.”
“……”
“계속 이렇게 진술을 거부하시면 혐의 부인, 증거인멸 의도 등이 인정되어 형과 징계가 더 중하게 내려질 겁니다.”
“……”
“말씀하시죠.”
내가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다시 물었다.
“수사정보를 알려준 사람, 누굽니까?”
*
잠시 후.
나와 철성은 경환의 컴퓨터 본체와 내선 전화기, 책상에 있던 서류뭉치를 들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처음엔 주지 않으려 했으나 철성이.
‘범죄 인지했으니 곧장 형사사건 접수할 겁니다. 그러면 영장발부 받아 압수가 가능합니다. 압수 후엔 삭제된 자료는 없는지 디지털포렌식 할 거고요. 쉽게 말해 지금 주나 나중에 주나 어차피 내부 자료는 다 들통 난다는 말입니다. 지금 안 주겠다고 버티면 전경감님 양형에 불리해지기만 할 뿐이죠. 물론 징계도 더 세게 때릴 거고요.’
하고 설명하니 순순히 내주었다.
“여기 차 뒤에 실으시죠.”
우리는 뒤에 물건들을 싣고 차에 탔다.
철성이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하며 말했다.
“의외네요. 적어도 창진서나 마포서 형사 중에 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요.”
“……”
“엉뚱한 곳에 누설자가 있었다니.”
그렇게 말하며 그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걸더니.
= “어, 난데. 사람하나 조회 좀 해서 정보 나한테 바로 보내줘.”
경환에게 들었던 이름을 불러줬다.
그가 전화를 끊고는.
“솔직히 아까 많이 놀랐습니다.”
어조를 부드럽게 바꿔 나를 힐끔거렸다.
“소문만 듣다가 이렇게 탁경위님 수사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정말 대단하네요.”
“……”
“현장에서 남들은 못 보는 걸 어떻게 그렇게 잘 캐치하시는 겁니까?”
“못 보는 게 아니라 안 보는 거예요,”
“…?”
“차키와 동전, 복권과 펜이 현장에 뻔히 있는데도 사람들은 보질 않죠.”
내 말에 철성이 잠시 틈을 두고 대답했다.
“안 보는 게 아니라, 보고도 탁경위님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그게 그 말이에요.”
“…?”
“눈으로 보고도 읽어내지 못하는 것. 그건 안 본거나 마찬가지에요.”
“……”
“적어도 수사에서는요.”
그 말을 듣고 철성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저희 본청에 훌륭한 감찰조사관이 하나 탄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탁경위님 정식발령을 아주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중이거든요.”
그의 말에 내가 별 다른 대꾸 없이 앞을 보고 있는데.
띠링-
철성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그가 화면을 확인하더니.
“탁경위님, 여기.”
나에게 폰을 건넸다.
“그 사람 조회한 정보입니다.”
내가 폰을 받아 하나하나 살펴보는 동안 느긋한 투로 말했다.
“뭐 탁경위님이 초반 물꼬를 워낙 잘 터놓으셔서, 수사는 이제 쉬엄쉬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핵심만 잘 묶어놓으면 그 뒤는 쉽거든요. 도망치고 숨기려 해봐야 결국 다 들통 나게 되어있…”
“아뇨. 최대한 빨리 수사할 겁니다.”
내가 그의 말을 끊고 덧붙였다.
“수사는 ‘신속하게’ 하는 게 원칙이니까요.”
그렇게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끼익-
우리는 창진경찰서에 도착했다.
*
잠시 후.
똑똑똑-
우리는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내가 꾸벅 목례를 하고 올려다 본 그는.
“……”
주민상 생활안전과장이었다.
“저는 본청 감찰계장 이철성입니다.”
철성이 본청 감찰이라고 소개해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
평소 너스레를 떨거나 쉽게 화를 내던 모습과는 달리 표정이 단단히 굳어 있었다.
민상이 철성에게 살짝 목례를 하고는.
“앉으시죠.”
우리를 소파로 안내한 뒤 차를 내어왔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에게 말했다.
“벌써 얘기를 전해 들으신 거군요.”
“……”
“전경환 경감님, 전화 왔었습니까?”
“네, 통화했습니다.”
“주민상 과장님이 고경수 경사 수사정보를 흘렸다는 게 사실입니까?”
“… 네.”
여전히 덤덤한 표정.
“그때 맞죠? 저랑 형사과 사무실 앞에서 마주친 날.”
“……”
“그날 정보를 엿들은 거예요.”
그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맞습니다.”
다시금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민상의 맹한 얼굴을 쳐다보며 그날을 회상했다.
*
약 2달 전, 경수가 마포서에서 조사를 받고 사무실로 복귀한 날.
나는 팀원들과 얘기를 하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툭-
문을 나오자마자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돌아보니 그는 주민상 과장이었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아, 하하… 화장실 좀 가려고요.”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생안과장실에서 화장실에 가려면 이쪽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가셨어야죠.”
“아, 그렇죠 참. 제가 일이 바빠 정신이 없어서. 하하…”
“……”
“그럼, 고생하세요-”
그리고는 뒤돌아 재빨리 사라졌다.
*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그 순간.
그때부터 민상의 계략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유가 뭡니까?”
“……”
“감찰 조회자료에 따르면 과장님은 강상민 경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친척도 아니고 같은 지역 출신도 아니죠. 같은 부서에 근무한 적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강상민 경사가 승진을 한다고 해서 주과장님께 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
“그럼 역으로 고경수 경사를 누락시키려고 그런 겁니까? 징계위원회 때 당한 망신을 복수하려고요?”
“……”
“대답하세요.”
이전에 느꼈던 차가운 분노가 다시 내 몸을 휘감았다.
확률로 따지면 상민을 위해서가 아닌 경수를 누락시키려 정보를 누설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분노의 냉기가 어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하지만.
“정보를 누설한 건 제가 맞습니다. 그 이상은 말씀 드릴 게 없습니다.”
그는 진술을 거부했다.
내가 다시 물었다.
“혐의만 인정한다고 본인 죄가 감경되는 게 아닙니다. 범행 동기를 숨기면 여죄를 은폐하는 걸로 볼 수도 있어요. 그 자체로 죄질이 불량해진다는 말입니다.”
“……”
“말씀하세요. 자기 부서도 아닌 타부서를 왜 염탐했습니까?”
“……”
“본인과 아무 상관도 없는 고경수 경사의 승진을 왜 누락시켰습니까?”
내가 쏘아붙이듯 물었지만 그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던 철성도 휴대폰 화면을 앞으로 내보이며 나를 거들었다.
“주과장님 징계 기록을 조회해보니 공무상 비밀 누설, 직권남용으로 두 차례 징계를 받으신 적이 있던데, 아마 다 지금과 비슷한 경우일 겁니다. 그렇죠?”
“……”
“이전 두 차례는 운이 좋게 경징계를 받으셨던데, 이번엔 과장님 진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어요. 감봉이나 정직 수준이 아니라 해임, 파면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
“그러니 조사에 순순히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 숨기는 거 없이 모든 혐의를 밝히면 죄를 반성하는 태도 등이 참작되어서 좀 더 가벼운 징계가 나올 수도 있잖아요.”
철성이 강경과 회유를 섞어 다시금 추궁해봤지만.
“이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그럼.”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민상의 책상 앞으로 갔다.
“주과장님이 작성한 모든 서류와 컴퓨터, 내선 전화를 압수해가겠습니다.”
“아뇨, 그건 안 됩니다.”
“왜 안 된다는 거죠?”
“부서 관련한 일을 처리해야 할 게 남았습니다. 컴퓨터와 서류를 가져가시면 업무에 차질이 생깁니다.”
“지금 업무가 문제가 아닙니다. 과장님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입니다. 범죄수사를 위해 이 물건들은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가 책상 위 서류들을 챙기려하자.
“탁경위님.”
철성이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어깨를 짚었다.
“진정하시고, 오늘은 이만 가죠. 주과장님도 혐의 인정했으니 그걸로 됐습니다.”
“서류와 컴퓨터 내 자료들을 그대로 두고 가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습니다. 지금 확보해야 합니다.”
내가 그를 무시하고 계속 서류들을 모아 정리하자.
슥-
이번엔 민상이 손을 앞으로 내 나를 가로막고 말했다.
“강제로 가져가시려면 영장 갖고 오시죠.”
“지금 가져가고 사후영장 발부하겠습니다. 나오세요.”
“사후영장 발부하려면 적어도 사건접수는 해야 하는 걸로 아는데요.”
“……”
아.
그제야 난 민상이 왜 저토록 당당히 영장을 요구하는지, 철성이 왜 나를 말렸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민상이 범죄혐의를 인정한 건 맞지만, 나는 지금 그 사실을 담당부서에 알리지도 않은 채 사후영장을 논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노로 휩싸였던 정신이 점점 돌아왔다.
철성이 내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결국에 압수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지금 당장 강제로 확보하기는 무리에요. 적어도 사건접수는 하고 담당부서에서 영장 칠지 말지 검토는 해봐야하는 거라고요. 전경환 경감처럼 순순히 주는 게 아닌 이상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
“신속한 수사도 좋지만, 그 전에 ‘적법하게’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렇게 말을 마친 그는 나에게서 떨어져 민상을 보고 나직이 말했다.
“그럼 영장 들고 다시 오겠습니다.”
“네. 그 전에라도 업무를 마치면 제가 직접 제출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돌아서서.
“그럼 이만.”
방을 나왔다.
그 뒤 곧장 다시 주차장으로 갔다.
철성이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일주일 이상 넉넉하게 잡고 수사해도 혐의는 다 밝혀낼 수 있으니까요.”
“……”
“사실 지금 이것도 엄청 빠른 겁니다. 원래 처음 틀 잡는 데만 2~3일은 걸리는데 탁경위 님이 그걸 몇 시간 만에 다 끝내놨으니까요.”
“……”
“박규만 팀장이랑 강상민 경사는 오늘 휴무라니까, 일단 사건부터 접수하고 영장 발부 받아 내일 다시 와봅…”
“제가 잘못 생각했어요.”
“… 네?”
맥락과 관계없는 대답을 하는 내게 철성이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다.
“주과장님은 고경수 경사를 누락시키려고 정보를 누설한 게 아니에요.”
“…?”
“온갖 노력으로 경정까지 올라간 분이 고작 복수심을 위해 그런 행동을 하진 않았을 거예요. 이전 두 번의 징계가 있었으니, 이번엔 중징계를 각오하고 수사정보를 흘린 건데, 그렇다는 말은…”
내가 말을 흐렸다가 다시 이었다.
“중징계를 각오할 만큼 큰 목표가 있었거나, 아니면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지시를 받은 거예요.”
“…!”
“강경사 승진과 고경사의 누락은 표면적 사건일 뿐이에요. 그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더 있는 겁니다.”
내 말을 들은 철성이 잠시 동안 가만히 운전만 하다가 답했다.
“… 수사해보면 다 나올 겁니다. 천천히, 그리고 면밀히 한 번 해보죠.”
그렇게 계속 차를 달리고 있는데.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내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뒤 통화버튼을 눌렀다.
= “네, 고부장님.”
= “야, 너 서에 왔었다며!?”
경수의 전화였다.
= “네, 갔었습니다.”
= “근데 왜 사무실 안 들렀어?”
= “… 일이 바빠 금방 나왔습니다.”
= “야이…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정 없게 그냥 가는 게 어딨냐?”
= “… 차 돌릴까요?”
= “아, 아니 뭐. 차 돌릴 필요까진 없고. 아무튼 다음부턴 잠깐이라도 들러서 얼굴보고 가. 팀장님이랑 팀원들도 섭섭해 해.”
= “알겠습니다.”
= “그건 그렇고.”
그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물었다.
= “생안과장실에서 무슨 일 있었냐?”
= “……”
= “그 앞에 지나가던 직원이 얘기해주던데, 정태 네가 막 주과장이 어떻고 하면서 소리를 쳤다던데.”
내 목소리가 그렇게 컸었나.
= “뭐 안 좋은 일 있었던 건 아니지?”
= “네. 조사차 필요한 사항을 물어본 겁니다.”
= “주과장도 감찰조사 대상인가보네?”
= “…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 “그래 그것도 수사정보니까. 아무튼 뭐 별 일 없었으면 다행이고. 괜히 나 때문에 네가 고생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신경이 쓰이네.”
= “그런 건 아닙니다.”
= “나 우리 팀 분위기 메이커 고경수야. 승진 그거 안 해도 하나도 우울하지 않다고. 알지? 그러니 천천히, 릴렉스해서 근무해.”
= “… 네.”
= “아 그리고 사실 내가 전화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 아니라.”
= “…?”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 “너 오늘 저녁에 시간 되냐?”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