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장막을 모조리 다 걷어낼 겁니다.
내가 놀라서 물었다.
“유관우 청장이 고부장님 승진을 왜…”
“차례차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철성이 안경을 올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고위간부들은 자기 실적을 어떻게 쌓는 줄 아십니까?”
“…?”
“부하직원들 실적으로 쌓습니다. 때문에 현재 서울청 소속 고위 간부들은 창진서 형사 5팀에 상당히 고마워하고 있을 겁니다. 연일 활약을 해대는 형사 5팀 실적이 자신의 인사고과에 그대로 반영이 되니까요. 그들은 형사 5팀 실적을 더 부풀리려고 갖은 노력을 했을 테죠.”
이에 대해선 교철에게 들은 적이 있다.
형사 5팀에 대한 좋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우리가 멋진 활약을 한 덕도 있지만, 서울청이 이미 언론사와 접촉해 작업을 쳐놨기 때문이라고.
이에 더해 홍보팀은 여청대신 형사 5팀을 학교에 보내 청소년범죄예방활동을 시켰고, 황교철 서장은 나를 수사브리핑에 내세워 창진서가 여론의 더 큰 주목을 받게 했다.
“이렇듯 창진서 형사 5팀의 실적은 팀원들 개개인에게 득이 됨은 물론, 우리 서울청 전체에 득이 되는 일입니다.”
“……”
“하지만 동시에 다른 지방청에는 견제의 대상이 되죠.”
철성이 잠시 틈을 두고는 내게 다시 물었다.
“매년 치안정감 승진자를 어떻게 정하는지 아십니까?”
치안정감은 치안감 위의 계급으로, 큰 무궁화 세 개.
경찰 계급 중 두 번째로 높은 계급이다.
“어떻게 정합니까?”
“매년 돌아가면서 승진자 티오를 줍니다. 기본적으로 서울·수도권 지역을 합쳐 한 자리 혹은 두 자리, 지방 전체를 합쳐 두 자리 정도로요.”
“그렇군요.”
“작년에 서울·수도권은 서울청 공공안녕부장, 경기남부청장이 치안정감으로 승진했습니다. 작년에 두 자리가 나왔으니 올 해는 티오가 한 자리만 나오겠죠. 이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올해 승진 후보들은 피 튀기는 경쟁을 할 겁니다.”
“……”
“올해 서울·수도권 치안정감 승진 후보자는 두 명입니다. 그 중 한 명이.”
그가 오른손 검지를 치켜들고 말했다.
“임병갑 서울청 수사부장이죠.”
“……”
“수사부장은 지금 창진서 형사 5팀에게 엄청 고마워하고 있을 겁니다. 승진을 위한 자신의 노력에 더해 저절로 어마어마한 플러스 점수가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그가 이번엔 왼손 검지를 들고 말했다.
“임병갑 수사부장의 경쟁자는 창진서 형사 5팀을 아주 싫어할 겁니다. 형사 5팀이 활약하면 할수록 자신의 승진엔 마이너스가 되니까요. 이 경쟁자가 바로.”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가 덧붙였다.
“유관우 경기북부청장입니다.”
“……”
“유관우 청장에겐 창진서 형사 5팀이 눈엣가시일 겁니다. 자신이 수년간 준비했던 승진이 전혀 예상치 못한 요인 때문에 물거품이 되어버릴 지경에 놓였으니까요.”
중대한 범죄를 연달아 해결한 팀을 보고 눈엣가시라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경찰이 있을까?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경찰직에 있는 걸까?
“그렇다고 경기북부청 직원들을 닦달해 실적을 더 올릴 수는 없었을 겁니다. 애초에 창진서 형사 5팀의 실적은 따라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질이나 양이 아니었으니까요.”
“……”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서울청의 실적을 깎아 내리는 것밖에는 없죠. 서울청을 대표하는 창진서 형사 5팀의 실적에 흠을 내는 겁니다.”
승진을 위해 별의별 공작과 계략이 다 일어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15만 경찰을 대표해야 할 초 고위 간부 중 한 명인 치안감. 그런 사람이 자신의 승진을 위해 우리 형사 5팀에게 해코지를 할까.
철성은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제 말을 듣고 ‘에이, 설마.’ 싶으시죠?”
하고 물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설마 자기 승진을 위해 다른 청 직원들의 실적을 깎아내릴까.”
“……”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 같더군요.”
“…!”
이어 그가 내게 서류 한 장을 내보였다.
어제 가져온 경환의 내선전화기 통화내역을 디지털포렌식 해 프린트 한 내용이었다.
“전경환 서울청 인사담당자의 내선 전화 통화내역입니다. 여기 보면 경기북부청 직원과 수차례 통화한 내역이 나오죠. 저희 정보망에 의하면 전화를 받은 이 직원은.”
그가 통화내역을 놓고 다시 증명사진이 프린트 된 서류를 들었다.
“경기북부청 정보과 소속 정환태 경감입니다.”
“…!”
“유관우 청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는 사람이죠.”
정환태.
나도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수사브리핑 직후 유관우 청장의 지시로 나를 찾아와 버팔로 클럽을 언급하지 말라며 주의를 줬었다.
“우리 조직 특성상 타청 직원과는 거의 교류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서울청 인사담당자는 이렇게 타청 직원과 수차례 통화를 했을까요?”
“……”
그는 질문만 던진 채 답을 하지 않고 사진이 프린트 된 서류 한 장을 더 내보였다.
식당에 남자 세 명이 앉아 있는 장면을 몰래 찍은 사진이었다.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여기 한 명은 주민상 과장이고, 나머지 둘도 얼굴을 아실 텐데요.”
한 쪽에 앉은 건 확실히 민상임을 알 수 있었다.
이어 맞은편에 앉은 둘을 자세히 보니.
“…!!”
둘 다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고경수 경사를 고소한 고소인 황찬석 군과 그 사건을 담당했던 장진규 검사입니다.”
머리가 멍해졌다.
설마 했던 생각들을 넘어.
내가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었다니.
“왜 뜬금없이 몇 주가 지난 후에 상해로 고소가 들어왔겠습니까? 주민상 과장이 종용을 한 겁니다.”
“……”
“그리고 이 주민상 과장은.”
철성이 아까 보여줬던 유관우 청장과 주민상 과장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다시 가리켰다.
“유관우 청장에게 지시를 받았죠. 주과장이 창진서에 오기 전, 경기북부청에서 6년간 유청장과 함께 근무를 했었거든요. 유청장 라인이라는 거죠.”
“……”
“유청장이 주과장에게 고경사 고소를 지시하고, 주과장은 황찬석군과 담당검사를 만나 지시를 이행합니다. 이것이 1차 공작이었죠. 고경사가 청소년을 폭행해 고소를 당함으로써 창진서 및 서울청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요.”
내 안에 흩어져 있던 퍼즐들은 서서히 모여.
“하지만 재판이 무죄로 판결나자 곧바로 2차 공작이 시작됩니다. 고경사 특진을 누락시켜 창진서 형사 5팀 실적을 분산시키는 것이죠. 그 후에 경기북부청 소속 형사 한 개의 팀에 실적을 몰아준다면, 실적경쟁을 해볼만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서서히 그림을 그려나갔다.
“주과장은 고경사 기소의견 송치 소식을 듣자마자 인사담당자인 전경환 경감에게 이를 알렸고, 경기북부청에서도 동시에 전화로 전경감을 압박했습니다. 고경사가 피고인이 될 것이 분명함에도 특진을 시킨다면, 경기북부청에선 이를 반드시 걸고넘어질 거라고 말이죠.”
아직 명확히 채색되진 않았지만, 퍼즐은 어렴풋이 유관우 청장의 모습을 그렸다.
“이제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십…”
탁-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나는 그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주민상 과장과 전경환 경감을 다시 만나봐야 합니다!”
“……”
“이 자료들을 보여주며 다시 진술을 추궁해야 해요!”
“추궁하면.”
철성은 재촉하는 내 말에 꿈쩍도 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 네?”
“추궁하면 전경감과 주과장이 입을 열까요? 입을 연다 한들, 경기북부청장과 그 부하직원들이 혐의를 인정할까요?”
“……”
“지금 저희가 갖고 있는 증거들은 스모킹 건이 되지 못합니다. 정말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를 잡으려면.”
그가 눈을 길게 늘어뜨리며 말을 이었다.
“현장을 덮쳐야 하죠.”
“현장이요?”
“이 공작에 대한 대가가 오가는 현장 말입니다.”
“…!”
이어 그가 또 다른 서류봉투를 하나 들고 말했다.
“오늘 저녁, 주민상 과장이 경기북부청 직원과 서울 외곽지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첩보를 제가 입수했습니다.”
“경기북부청 직원이라면…”
“누가 나올지는 모릅니다. 아마 정환태 경감일 확률이 높겠죠. 유관우청장이 직접 나오진 않을 테니까요. 이들이 이 시점에, 식당도 아니고 서울 외곽지 주차장에서 만나 뭘 하겠습니까?”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있었다.
“주민상 과장에게 대가가 지급될 겁니다. 적게는 수천, 많게는 1억이 넘는 돈이 오갈 수도 있습니다. 그 현장을 덮칠 겁니다.”
돈이 오가는 현장을 덮친다면 현재까지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직접증거 확보는 물론, 뇌물수수와 공여까지 엮어버릴 수 있다.
몸이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 보단 흥분이 되었다.
원하는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틀어진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웠다.
철성이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맞장구를 쳤다.
“오늘 저녁, 창진서 특별승진에 관련된 장막을 모조리 다 걷어낼 겁니다.”
*
잠시 후 21시.
평범한 운동복차림으로 갈아입고 모자까지 쓴 나는 철성과 함께 인적이 드문 도로 갓길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민상이 경기북부청 직원과 만나기로 했다던 주차장에서 약 200m 떨어진 곳.
우리뿐만 아니라 감찰계 직원들이 탄 차량이 두 대 더 우리 뒤에 서 있다.
그 중 두 명은 이미 밖으로 나가 근처 건물에서 현장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이어폰 차셨죠?”
“네.”
“테스트 해보셨습니까?”
“네, 잘 들립니다.”
오랜만에 무전기 이어폰도 착용했다.
이 작전에서 직접 현장에 투입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철성이 설명한 작전내용은 이러했다.
주민상 과장은 약속장소인 주차장에 도착해 경기북부청 직원과 만나기로 한 차에 옮겨 탈 예정.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관찰조는 민상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 옮겨 탄 차번호와 위치를 무전으로 알린다.
무전과 동시에 철성을 포함한 나머지 직원들이 차량 세 대를 모두 끌고 주차장으로 온다.
그 중 두 대는 각각 입구와 출구를 막은 뒤,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도보로 목표차량까지 이동, 철성은 차를 타고 그대로 목표차량까지 이동한다.
그 사이 현장에 대기 중이던 나는 단독으로 차량을 급습하여 현장의 인물들과 현금 등의 사진을 찍는 채증을 한다.
그렇게 물적 증거를 완벽히 확보한 뒤, 현장에 도착한 직원들과 함께 관련자들을 체포한다.
“처음부터 현장에 두 명 이상이 가게 되면 눈치 챌 겁니다. 탁경위님은 채증만 확실히 해주십시오. 혐의만 확인되면 체포는 다 같이 하면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철성은 내게 비상용 윈도우 브레이커까지 건넸다.
필요시 창문을 깨고서라도 현장 사진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약속시간이 다 되었으니 슬슬 출발하시죠.”
“네.”
나는 차에서 나와 주변을 한 번 살핀 뒤 주차장으로 걸었다.
거의 다 도착해갈 때 쯤 관찰조의 무전이 들려왔다.
– “주등원(주민상 경찰관) 차량 사독(확인)되었습니다. 곧 주차장 진입 예정.”
– “칠팔(알겠다.)”
현장은 지상 4층짜리 주차장.
나는 곧장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
민상이 가는 곳이 몇 층인지는 정보가 없다.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따라 움직여야 한다.
– “주등원 차량 주차장 진입했습니다. 대기조 차량 공발(출발)하세요.”
– “칠팔.”
– “칠팔.”
이어 관찰조 무전이 다시 들려왔다.
– “주등원 차량 주차장 1층 통과해서 2층으로 갑니다.”
나는 곧장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갔다.
– “2층도 통과, 3층 진입.”
그리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
– “3층에서 주차공간으로 들어왔습니다. 4층으로 올라가지 않았어요. 거래 장소는 3층인 것 같습니다.”
– “칠팔. 탁등원 3층 비상계단 공착(도착.)했습니다.”
– “잠시 둘기(대기.)”
잠깐 정적 후.
– “주등원 주차 후 구동(이동) 중. 검정색 승용차 앞에 멈춰 서성이고 있습니다.”
– “차량 번호 나옵니까?”
– “2386 그랜저, 2386 그랜저 검정색 차량입니다. 탁등원 현장 진입하세요!”
– “칠팔!”
무전을 듣고 나는 곧장 3층 비상계단 출입문을 열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차량을 확인하려는데.
슥-
“읍!!?”
갑자기 누군가가 내 입을 틀어막더니.
휙- 탁-
정체불명의 차 안으로 나를 집어넣었다.
“!?”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
얼른 정신을 차리고 저항하려는데.
“진정하세요.”
나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자연히 진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뜬금없이 나타난 그.
“이렇게 인사하게 되어 미안합니다.”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유관우입니다.”
위협적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