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위협적인 사람.
머리를 정갈하게 빗어 넘긴 중년 남자.
분명 티비에서 봤던 유관우 청장이 맞았다.
– “탁등원? 현장 진입했습니까?”
귀로는 무전이 들려왔지만.
– “탁등원? 응답하세요!”
나는 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관우 앞에서 마이크 버튼으로 손을 가져갈 수 없기도 했거니와,
지금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 “현장투입 인원들 전원 작전 중단하고 잠시 둘기!(대기) 출입구 막았던 차량들 다 빼세요!”
내가 악수하지 않고 멍하니 있자 관우가 손을 더 뻗어 내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지금쯤 작전 취소라는 무전이 들려올 텐데요. 출입구 막았던 차량들은 다 철수하라고 할 테고요.”
“…!”
“탁경위님이 뇌물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현재하는 작전이 모두 불법 사찰이 되기 때문입니다.”
뭐지?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 작전을 다 알고 있는 거지?
“다시 말해 현장에 홀로 투입된 탁경위님은 이번 작전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인물인 동시에…”
그가 말을 흐렸다가 이었다.
“희생양이 되는 거죠.”
“!!”
“일이 잘못될 경우 현장에 있는 탁경위님이 책임을 모두 덮어쓰는 겁니다. 공작은 제가 아니라 이철성 계장이 부린 거예요.”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번엔 탁경위님 답지 않군요.”
“……”
“고작 사진 몇 장으로 이런 작전에 함께 할 생각을 하시다니.”
단순히 사진 몇 장으로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다.
분명 모든 정황이 맞아떨어졌는데.
내가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입을 뗐다.
“서울청 인사담당자와 경기북부청 정환태 경감 사이의 통화내역을 확인했습니다. 또 고경사를 고소한 고소인과 검사, 그리고 주민상 과장이 함께 있는 사진도 확인했고요.”
“그게 무엇을 의미한다는 말입니까?”
“… 네?”
“그런 정황들이 제가 비리를 저질러다는 직접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까?”
증거가… 될 순 없다.
모두 ‘정황’일 뿐이니까.
“그것들은 그저 ‘유관우가 범인일 것 같다’라는 이철성의 계략을 어설프게 보완하는 참고자료가 될 뿐입니다.”
“……”
“이철성이 탁경위님의 분노를 이용해 저를 파괴시키려 하는, 그 계략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충격적이었다.
관우가 우리 작전을 알고 있다는 것, 철성이 나를 속였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내가 이런 정황들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어처구니없고 이성적이지 못했던 내 판단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최근 몇 주간 이성보다 감성에 흔들렸던 것은 맞다.
경수와 은빈에 관련된 일들로 나는 수차례 이성과 동떨어진 행동을 했다.
하지만 이런 업무적인 부분.
이렇게 중요한 판단에서까지 이성을 빼먹다니.
나는 왜 저 정황들만으로 철성의 말을 믿고 이 작전까지 오게 된 걸까.
“서울청 인사담당자 통화내역의 발신자를 확인해보셨습니까?”
“…?”
“그 수차례의 전화 모두 서울청에서 발신한 겁니다. 경기북부청에선 받기만 했다는 얘기죠.”
“……”
“전화 내용은 모두 경기북부청에서 전입 온 서울청 직원들 승진 관련 인사고과자료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상하게도 한 번에 자료를 다 달라고 하지 않고 몇 차례 나눠 전화를 하며 한 사람씩 자료를 요구했죠. 그 덕에 저는 뭔가 수상한 낌새를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그저 통화내역만을 남기기 위한 공작이었다는 건가.
“그럼 주민상 과장과 황찬석군, 그리고 담당 검사가 만난 것은…”
“주민상 과장이 그들을 만나 고소를 종용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지시를 내린 건 제가 아니라…”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이철성 계장이죠.”
“!!”
“징계위원회 때 이미 알아본 겁니다. 고경수 경사를 건드리면 탁경위님이 분노할 것을요. 고경사를 고소함으로써 탁경위님을 감찰로 끌어들이는 것. 이 모든 게 이철성의 계략이었다는 말입니다. 지금도 주과장은 스스로를 미끼로 이 현장에 나와 있는 거고요. 미리 돈 보따리를 준비해 저에게 받은 척하면서 말입니다.”
관우로 그려졌던 머릿속 퍼즐이 다시금 산산조각 났다.
경수의 승진발표가 났을 때처럼 세상이 뒤집히고 엎어졌다.
“주민상 과장과 제가 수년간 같이 근무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주과장은 징계를 받고 창진서로 전출되었죠. 그때 모두가 봐주자고 한 징계를 단호히 진행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
“또 그가 직무관련 악질 비리를 저질러놓고도 경징계에 그친 그 이유를 아십니까?”
“……”
“탁경위님께 짧은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사람을 보냈던 제가, 그렇게 많은 통화기록을 남겼을까요? 제가 정말 승진을 바랐다면, 경찰조직의 수장조차 거부하는 버팔로 클럽 수사를 선뜻 떠맡았을까요?”
“……”
“실체적 진실을 똑바로 보십시오. 명확한 증거에 기반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시란 말입니다.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요.”
내가 감정에 치우치지 말라는 소리를 듣다니.
쏘아붙이듯 말하던 그가 잠시 한숨을 돌리고 말했다.
“제가 이렇게 직접 이 자리에 나온 건, 저희 직원들에게 이철성 쪽 사람이 붙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유도 있지만.”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탁경위 님을 제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실력이야 이미 다 증명이 되었고, 저랑 추구하는 목표도 비슷한 것 같으니까요.”
이야기가 또다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목표가 비슷하다라.
나도 모르는 내 목표를 관우가 어떻게 안다는 걸까.
“탁경위님은 굉장히 위협적인 사람입니다. 위협적이란 건 바꿔 말하면.”
그가 말을 끊었다 다시 이었다.
“우리 편이 되었을 땐 굉장히 든든한 사람이라는 거죠.”
“……”
이어 그가 안주머니에 손을 가져가더니.
“여기.”
내게 명함 한 장을 건넸다.
명함엔 그의 이름이 아닌 ‘정환태’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내선 전화번호 없이 휴대폰 번호만 있었다.
“저와 이철성.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이 서면 연락 주십시오. 같이 힘을 합쳐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보겠습니다.”
“힘을 합쳐… 근무한다고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부서를 이동시켜 사건을 연계하는 방법이 있고요.”
“…!”
“뭐 이것도 인사비리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아닙니다. 권력으로 힘을 쓰는 것은 맞지만, 저희는 다른 이들의 불순한 공작을 차단하는 선에서 그치거든요. 권력이란 게 선한 쪽에 있어도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
“그리고 제 세력은 믿으셔도 됩니다. 한시호나 공수훈, 이철성 같은 사람들이 괜히 저를 함부로 못 건드리는 게 아니니까요.”
세력.
그도 철성만큼 큰 세력이 있다는 건가.
그래서 나와 이 사건들에 대해 이렇게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고.
그가 말한 이름들이 어지러이 머리에 맴돌았다.
“이제 내리셔도 됩니다.”
몽롱한 상태에서 너무 많은 말들이 많이 오갔다.
정리가 잘 되지 않았지만 정리를 하려고 애썼다.
이번 작전의 최종 목표인 관우를 바로 앞에 두고도 나는 무전을 하지도, 수갑을 꺼내지도 않았다.
나는 받은 명함을 주머니에 넣고 무언가에 홀린 듯 차에서 내렸다.
그가 내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무전해서 주차장 출구를 다시 막고 저를 검거할지 말지는 탁경위님 선택에 달렸습니다.”
“……”
“그럼 다음에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그런 뒤 문 앞에 서 있던, 나를 이 차안으로 밀어 넣었던 남자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운전석에 타더니.
부아앙-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나는 무전기엔 손도 가져가지 않고.
“……”
멀어져가는 차를 멍하니 바라봤다.
#
다음 날 아침.
끼익-
나는 출근을 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왼쪽에 굳은 표정을 한 철성이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어제부터 계속 저런 표정이었다.
*
어제 밤, 나는 관우의 차량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뒤 비상구를 통해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1층엔.
“탁경위님.”
철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 무전 안 받았습니까?”
그의 질문에.
“… 통신이 끊겼었습니다.”
나는 덤덤히 대답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 뇌의 통신이 끊긴 것이었지만.
“경기북부청 직원, 확인 했습니까?”
“못했습니다.”
“분명 주차장에 대기하다가 주민상 과장과 접촉할 거란 첩보가 있었는데요.”
“첩보가 잘못되었나 보죠.”
내가 퉁명스레 대답하자 철성이 답답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첩보는 잘못되었을 리 없습니다. 정확히 말해보십시오. 현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무전이 끊겼을 때.”
내가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
“왜 저를 구출하러 오지 않으셨습니까?”
“……”
“작전 중 투입조의 무전이 끊기면 대기조가 즉시 현장에 투입, 동료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매뉴얼일 텐데요.”
“……”
“제 생명이나 신체에 이상이 생겼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으셨나보죠?”
내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철성.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곁을 지나쳐.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곧장 집으로 들어왔다.
*
나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내 책상에 앉아 10분 정도 내부망 컴퓨터 정보를 검색했다.
검색을 마친 뒤엔 곧장 철성의 책상 앞으로 가.
“계장님.”
똑바로 서서 그를 불렀다.
그가 의아하단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 무슨 일이죠?”
“마시고 계신 차. 저도 한 잔 마실 수 있습니까?”
“… 네?”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아, 네. 한 잔 드리죠.”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한 잔 내왔다.
내가 그 차를 받아들고 말했다.
“향이 특이하군요.”
“감잎차입니다. 면역력 강화에 좋죠.”
“이 차를 좋아하시나보죠?”
“네, 좋아합니다.”
“이전에도 이 향을 맡아본 적이 있습니다.”
“어디서 말입니까?”
“주민상 과장 방에서요.”
“……”
“저희가 주과장님 방에 갔을 때 주과장님이 내어왔던 차죠. 경찰 사무실 비품에는 보통 커피믹스와 녹차, 둥굴레 차 정도밖에 구비되어 있지 않은데, 특이하게도 주민상 과장은 감잎차를 내어오더군요. 마치 계장님 취향을 알고 있는 것처럼요.”
“……”
조금 놀란 듯 그는 말을 멈췄다가.
“하하, 그럴 리가요. 그때 저랑 주과장은 초면이었는데요.”
어설프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물었다.
“주민상 과장 징계 상세내역, 제가 좀 볼 수 있을까요?”
“… 네?”
“저희는 같은 조고, 현재 조사하는 사건 관련해서 중요한 서류잖아요. 저도 좀 보고 싶어서요.”
“……”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정식발령 이후에 보여드리도록 하죠. 엄연히 말하면 탁경위님은 아직 저희 감찰 직원도 아닌데, 자료를 보여드리기가 좀 그래서요.”
“경기북부청 소속이었던 주민상 과장 징계 당시, 주과장의 징계를 주도하고 최종 결재한 건 유관우 청장 맞죠?”
“……”
“주민상 과장이 자신에게 징계를 내렸던 유관우 청장을 위해 중징계를 무릅쓰고 고경사 특진을 누락시켰을까요?”
“……”
“이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여태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던 철성.
그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게다가 직무관련 비리는 최소 감봉부터 징계를 시작합니다. 경징계가 없다는 말이죠. 그런데 당시 주민상 과장은 직무관련 비리를 두 차례나 저질러놓고도 두 번 다 경징계를 받았습니다. 그 말은 유관우 청장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큰 반대세력이 이 징계 건에 가담을 했다는 말입니다.”
“……”
“징계 관련해서 지방청장에 대응할 정도의 세력을 가진 부서는.”
내가 잠시 말을 끊었다 이었다.
“본청 감찰밖에 없죠.”
“……”
“주과장 징계 당시에도 이철성 경정님이 본청 감찰계장으로 계셨더군요. 주과장에게 어떻게 경징계가 내려진 건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 그건… 그 당시 주과장을 소환해 수차례에 걸쳐 면밀히 조사해보니, 저질렀던 비리와 직무 사이의 관련도가 매우 적은 것으로 확인되어서…”
“아까 주과장과는 초면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
“직무와 관련도가 매우 적다고 하더라도 직무관련 비리는 직무관련 비리죠. 경징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가 눈 밑을 떨며 입을 다시 다물었다.
내가 계속 말했다.
“459.”
“…!”
“뭔가 익숙한 번호 아닙니까?”
“……”
“계장님이 내선전화로 가장 통화를 많이 한 번호던데.”
“제 내선전화 통화목록을 뒤진 겁니까?”
“조원이면 계장님 전화기 정도는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계장님이 여태 해오신 불법감찰에 비하면 이건 딱히 문제가 되지도 않는 행위고요.”
“……”
“그리고 그 459번호는.”
내가 잠시 말을 끊었다 이었다.
“경찰청 차장실 번호더군요. 공수훈 차장님과 통화를 한 거예요.”
“……”
“그리고 어제 아침, ‘요즘에도 실적대로 승진을 한다고 믿는 놈이 있긴 한가보군. 멍청한 자식.’이라고 말했던 사람도 공수훈 차장님이었을 겁니다. 그 얘기를 앞에서 듣고 있었던 사람은 계장님이었을 거고요.”
“지금 무슨 말씀을…”
“그리고 이 신문 스크랩.”
내가 책상 한 편에 놓인 신문스크랩 자료를 가리켰다.
“유독 ‘한시호’라는 기자의 스크랩 자료가 많더군요. 따로 그 기자 기사만 모아서 스크랩한 것처럼요.”
“……”
“계장님은 공수훈 차장님, 그리고 한시호 기자님과 남다른 친분이 있으신가봅니다.”
그는 이제 안경까지 벗고 흐르는 땀을 막 닦아댔다.
나는 그치지 않고 계속 쏘아붙였다.
“공수훈 차장님, 한시호 기자님에 대해 알아보니 공통점이 있더군요.”
“……”
“버팔로 클럽 관련 배후 의혹을 받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
“이 분들과 친분이 남다르시다면, 이계장님도 이쪽과 한 패거리라고 봐야겠죠?”
패거리.
같이 어울려 다니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본청 감찰계장에겐 감히 쓸 수 없는 단어.
그 말을 듣고도 철성은 아무 대꾸를 하지 못했다.
“유관우 청장님은 버팔로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하신 분이고, 이계장님은 그 반대편에 서서 이 일을 수습하시려는 것 같은데. 계장님이 그 세력 다툼에 저를 이용하신 건가요?”
“아, 아닙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주민상 과장이 유관우 청장 사람인 게 맞습니까?”
“……”
“제 생각엔 이계장님 사람 같은데요. 고경사 고소도 이계장님이 지시하신 거고요.”
이야기가 극으로 치닫자.
“아니라니까요!”
철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모함도 정도가 있죠!”
“떳떳하시다면 주과장 징계 상세내역과 경징계 처분 사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주십시오.”
“그, 그건…”
“추가로 계장님 개인 휴대폰 통화와 메시지 목록도 보여주시고요. 정말 주과장과 연락한 내역이 없는지 확인해야겠습니다.”
“……”
“이런 제 요구사항을 못 들어주시겠다면.”
내가 가방을 둘러메고 말을 이었다.
“저는 이 부서에서 근무 못합니다.”
“……”
“제 요구 못 들어주시는 거죠?”
“……”
“그럼 저는 더 할 말 없습니다. 가보겠습니다.”
나는 곧장 뒤돌아 사무실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거기 멈추세요!!”
화가 폭발한 철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디서 어쭙잖은 소리 듣고 와서 멋대로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본청 감찰이 당신 멋대로 오고 가고 할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
“그리고 당신이 뭔데 나한테 자료를 내 놓으라 마라 합니까? 자료 안 준다고요! 본청 감찰 계장인 내가 자료를 못 주겠다고! 당신이 들은 소리 전부 다 거짓이니까 그냥 내가 그렇다면 그렇게 알아들으라고!”
“싫습니다.”
“… 뭐요?”
“더 이상 명확한 증거 없는 말에 휘둘리기 싫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내가 다시 돌아서자.
“탁경위님 마음대로 절대 안 될 겁니다!”
내 등에 대고 철성이 다시 소리쳤다.
“이대로 나가서 저랑 척을 지려나 본데, 탁경위님 여기 들어온 이상 함부로 못 나가요. 내가 반드시 당신 본청 감찰로 정식발령 내서 평생 이 부서에 꽁꽁 묶어둘 겁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규정대로’ 그렇게 해주겠어요.”
그 말에 나는 천천히 돌아서서.
“방금 하신 ‘규정대로’라는 말.”
덤덤히 말했다.
“꼭 지켜주십시오.”
그리고는 휙 돌아.
저벅- 저벅-
그대로 사무실 문을 나왔다.
수사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