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77
77화. 공갈젖꼭지.
조선족 범죄조직 완전 소탕.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경기북부청 정환태 경감과의 전화내용을 떠올렸다.
*
= “이철성 계장이 유관우 청장님을 견제하는 거, 버팔로 클럽 건과 연관이 있는 거 맞죠?”
내 질문에 환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 “맞습니다.”
= “그럼 공수훈 차장과 한시호 기자도 모두 버팔로 클럽에 관련되어 있는 겁니까?”
= “……”
= “그들 외에는 또 누가 있습니까? 그 장막의 끝에 있는 실체적 진실은 무엇입니까?”
= “이 이상은 제대로 답변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희가 갖고 있는 건 모두 정황일 뿐이니까요.”
정황 밖에 없어 더 이상 얘기할 수 없다는 말.
나는 그 말의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 “경기북부청에선 정황을 증거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 중입니다.”
= “그럼 저는 뭘 하면 되겠습니까?”
= “… 저희 수사에 도움을 주시고 싶다는 말씀입니까?”
= “네. 진짜 잘못된 건 아직 바로잡지 못했으니까요.”
내 대답에 다시금 잠시 정적 후.
= “탁경위님이 도와주신다면 저희야 영광입니다. 다만 서로 청이 다르다보니 연계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 “유관우 청장님은 부서 이동을 고려하시던데요.”
= “네, 제가 말씀드리려던 게 바로 그것입니다. 서로 다른 청끼리 연계를 하려면 적어도 탁경위 님도 지방청 직할 부서 소속이 되어야 하니까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 이었다.
= “광수대에 근무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광수대요?”
= “광수대로 가시면 버팔로 관련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을 겁니다. 수사비리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타청인 저희 경기북부청에서 버팔로 클럽 건을 수사하고는 있지만, 어찌됐건 사건이 일어난 곳은 서울이니까요.”
= “하지만 제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 “곧 서울청 광수대 직위공모가 내려올 겁니다. 최근에 사건이 많이 터져 수사할 인원이 부족하거든요.”
타청 직위공모 소식까지 미리 알고 있다니.
= “자리는 세 자리 정도. 아마 광수대장은 창진서 장치헌 경감이 오길 바랄 겁니다. 탁경위님이 잘 얘기해서 팀원들과 함께 지원하시면 됩니다.”
= “저희 팀장님을 원한다고요?”
= “사건이 조선족 관련 사건이거든요.”
= “아…”
= “역량이나 실적으로만 보면 창진서 5팀 전원이 1순위로 광수대 직위공모에 선발되어야 합니다. 불순한 공작들은 저희 선에서 다 막아드릴 테니, 아마 지원하면 그대로 선발될 겁니다.”
= “……”
내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 “정경감님은 그런 정보를 어디서 들으신 겁니까? 공문도 뜨기 전에 타지방청 직위공모 사실을 어떻게 알고 계시는 겁니까?”
= “……”
= “게다가 이철성 계장의 공작 사실은 또 어떻게 알아채신 겁니까? 이계장이 저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유관우 청장님을 모함했다는 세세한 일들까지 말입니다.”
내 질문에 환태가 잠시 틈을 두고 설명했다.
= “직위공모 사실을 며칠 먼저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담당부서의 회의내용 같은 것을 파악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 “……”
= “그리고 본청 감찰 사무실에서 오가는 말들. 그것도 누군가는 다 듣고 있죠.”
= “감찰 사무실에도 정보원이 있었다는 말입니까?”
= “원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감찰 직위공모 기간에 만들었죠.”
= “…!”
4주간 실습한 직원들 중 한 명이 정보원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추후 그들에게 접근했다는 말인가?
= “탁경위님 무단결근 관련 징계도 견책 정도로 빨리 마무리 짓도록 해보겠습니다. 직위공모에 제한이 있으면 안 되니까요. 이철성 계장이 저희 쪽에 부린 공작에 비하면 이정도 압박은 아무것도 아니니 아마 잘 처리될 겁…”
= “그러니까 그런 일들을 파악하고 계획에 맞춰 진행하는 게…”
도대체.
= “어떻게 가능하냐는 말입니다.”
= “……”
= “경기북부청에도 경찰청 차장 정도의 세력이 있다는 말입니까?”
= “그보다 더 위입니다.”
= “…!?”
더 위?
= “그보다 더 위라면… 경찰청장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가 묻자.
= “그보다…”
그가 덤덤히 답했다.
= “더 위입니다.”
*
“자, 여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치률이 우리 앞에 서류뭉치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어제 살인사건, 그리고 최근 한 달간 발생했던 살인사건들 관련 참고할 자료들입니다. 좀 많죠?”
서류를 다 놓은 뒤 그가 살짝 겸연쩍은 얼굴로 치헌을 보고 말했다.
“발령 첫 날인데 곧장 일부터 시켜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사건이 밀리는 실정이라.”
“괜찮습니다.”
“조선족 수사는 장치헌 경감님이 잘 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팀원들 이끌어서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광수대 직원들도 이 사건 다 알고 있고 관할서 형사들한테도 얘기를 해놨으니, 필요시 지원요청하시면 바로바로 인원이 투입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여죄까지 탈탈 털어 조선족 범죄조직을 완전 박멸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 노력해보겠습니다.”
“사무실 들어가셔서 왼쪽 끝 1팀 자리에 가시면 빈자리 3개가 있을 겁니다. 다른 팀원들은 2팀 인원들과 같이 관악서에 수사본부 차려 나가있어 며칠 후에나 볼 수 있을 겁니다.”
**
잠시 후.
나와 치헌, 경수는 옷을 갈아입은 뒤 차를 한 대 배차 내, 어제 사건 사체를 부검한 병원으로 이동했다.
“와, 광수대 자료는 확실히 다르네요.”
운전석에 앉은 경수가 신호대기 중 서류를 살펴보며 말했다.
“지문정보 없다니까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 CCTV상 사진이랑 이동장소, 추정 거주지까지 다 나와 있어요.”
“그거 다 누가 만든 줄 아냐?”
조수석에 앉은 치헌이 다른 서류들을 보며 퉁명스레 말을 받았다.
“내가 만든 거야.”
“팀장님이요?”
“작년에 조선족 수사할 때 정리 한번 쫙 했지. 광수대에서 부분적으로 보완하긴 했네.”
확실히 정리가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되어 있긴 했다.
엄청 방대한 양의 자료인데도 불구하고 한눈에 사건 내용과 필요한 정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어제 일어난 사건은 현장과 사체사진 밖에 없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했다.
나도 뒷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서류를 살폈다.
“아까 광수대장이 말한 유령범죄.”
치헌이 나와 경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조선족 애들 사이에선 종종 발생해. 불법체류자 남녀가 애를 낳으면 신고 없이 그냥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서류상 존재하지도 않는 애들이 이 나라에 우리랑 같이 섞여 살아가고 있는 거지.”
“생각해보면… 좀 무섭네요. 특히 이렇게 범죄가 발생하면 잡기도 되게 힘들고.”
“그래서 이놈들이 청부살인 같은 데 이용이 많이 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는 게 가능하니까. 성인이 되면 어디 정식으로 취직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범죄조직이랑 자연스레 연계가 되지.”
“그런데 굳이 왜 죽인 걸까요? 대장님 말씀처럼 빌려준 범죄조직의 돈을 회수하는 게 ‘들개’들의 목적이었다면, 협박을 해서 채무를 독촉하는 데 그쳤을 텐데요. 피해자가 죽어버리면 돈을 받아낼 방법도 없잖아요.”
“아마 처음엔 돈만 받으려 했을 거야. 하지만 중간에 일이 틀어진 거지.”
“일이 틀어졌다고요?”
경수가 되묻자 치헌이 그쪽으로 몸을 돌려 앉고 물었다.
“너 불법체류자 조선족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 줄 아냐?”
“뭡니까?”
“추방. 자기 나라로 추방당하는 걸 제일 무서워 해. 걔네들 한국에서 마약이니 칼질이니 이런 짓거리 하다가 중국으로 추방당하면 바로 사형이야. 여기선 징역 몇 년 살면 그만이지만 중국은 그런 범죄에 자비가 없거든.”
“아…”
“아마 죽은 피해자도 그 점을 이용했을 거야. 빌린 돈 이자는 늘어나는데 갚을 돈은 없지, 그런데 자꾸 찾아와서 협박하고 독촉해대니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가는 거지. 피해자가 스스로 추방당할 것을 각오하고 들개들을 역으로 협박하는 거야. 경찰서에 가서 내가 불법체류자인 걸 자수하고, 동시에 너희 조직의 범죄를 다 까발리겠다. 수사에 들어가서 잡히면 너희도 추방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그럼 조직 입장에서는 껄끄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지. 그러니 그냥 죽여 버리는 거야. 보통 이런 피해자들은 비교적 소액을 빌린 이들, 또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지. 백날 독촉해봐야 상환할 것 같지는 않은데, 자기들한텐 역으로 위협이 되는 사람들 말이야.”
그렇게 치헌이 설명함과 동시에.
끼익-
우리는 병원에 도착했다.
*
“… 살벌하게 찔렀네요.”
경수가 미간을 찡그린 채 사체 이곳저곳을 훑었다.
피해자는 30대 조선족 여자.
복부는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마구 찔렀고, 가슴은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을 예리하게 찔렀다.
사체 옆에 있던 부검의가 우리를 보고 말했다.
“사인은 흉부와 복부 자상으로 인한 것이 확실합니다. 다른 사인은 없어요. 몸 안에서 검출된 것도 없고요. 다만 특이한 것이 있다면…”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 이었다.
“사건 당시 피해자의 입 주변에서 불상의 액체가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액체요?”
“네. 과학수사팀에서 보내온 추가 자료들을 보니 현장 바닥에도 물기가 조금 있었다고 하더군요.”
피해자의 입 주변, 그리고 현장 바닥에서 발견된 불상의 액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저희가 지금 그 액체를 확인 중에 있는데, 여러 정황상 아마 제 생각엔 그냥 물이 아니라…”
“GHB가 섞여있을 확률이 높겠군요.”
“…!”
내가 부검의의 말을 가로채자 그가 눈을 크게 뜨더니.
“… 맞아요. 아마 GHB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경수가 내게 물었다.
“GHB? 그게 뭔데?”
“소위 물뽕이라 불리는 마약입니다.”
“아, 물뽕~ 그런데, 왜 그게 피해자 입에서 검출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질문에 내가 사체의 손톱과 턱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피해자 손톱을 보시면 이곳저곳이 조금씩 부러져 있습니다. 저 상태로 생활했을 리는 없으니 최근에 부러졌다고 봐야겠죠. 아마도 살해당하기 직전에요. 그리고 피해자 턱을 보시면 손톱에 긁힌 듯한 자국이 있습니다. 아마 피해자는 손톱으로 자기 턱을 할퀴듯 긁어댔을 겁니다.”
“자기가 자기 턱을? 그것도 손톱이 부러질 정도로 세게 긁는다고? 왜?”
“범인이 강제로 GHB 섞인 물을 마시게 하는 행위에 저항하려 했던 겁니다.”
“…!”
“범인이 피해자의 입을 잡고 물이 담긴 용기를 강제로 들이밀었고, 피해자는 이를 막는 과정에서 자기 턱을 할퀸 겁니다. GHB는 정신을 잃게 하는 효과가 있으니, 아마 범인은 피해자를 기절을 시켜 납치를 하려 했던 것 같아요.”
“헐, 납치라면…”
“아마도…”
그때.
“장기매매네.”
치헌이 입을 열었다.
“상환능력이 없어 돈을 받을 수 없으니까 장기라도 팔려고 한 거야. 죽여 버리면 피가 안돌아서 장기적출을 못하니까 기절 시켜 데려가려고 물뽕 탄 물을 강제로 먹이려 했던 거지. 그런데 저항하고 계속 반항하니까 그냥 죽여 버린 거고.”
“그런 것 같습니다. 자상도 자세히 보시면 복부는 마구 찌른 형태, 가슴은 예리하게 찌른 형태입니다. 피해자의 거친 반항에 화가 난 범인이 처음엔 배를 마구 찌른 뒤, 확실히 살해하기 위해 가슴을 2회 더 찌른 것 같습니다.”
“그렇겠네. 하, 그런데.”
말하던 도중 치헌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피해자도 피해자지만. 지금 내가 걱정되는 건.”
그가 서류에 있던 현장 사진의 낡은 소파 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야.”
“이게… 뭐죠?”
흐릿한 형태.
사진만 봐선 무엇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치헌은 그 물건을 아주 잘 아는 듯 답했다.
“공갈젖꼭지.”
“…!”
“태어난 지 몇 주 안 된 애들이 입에 물고 노는 거지. 여기 구석에 있는 건 기저귀고. 이 집에 피해자 혼자 산 게 아니라 애랑 같이 살았던 거야.”
“그런데 현장에 아기는…”
“애는 없었지. 아마 내가 볼 땐…”
그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들개가 애를 데려간 것 같아. 애들 장기도 적출이 가능하거든.”
유독 저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