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78
78화. 유독 저 혼자.
“애를요!?”
경수가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고.
“애는 기절시킬 필요도 없잖아. 그대로 데려간 거지.”
치헌이 한숨을 푹 내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전 사건 사진들 봐서 아시겠지만.”
내가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광수대에서 피의자 검거했다는 사건 사체의 상처 크기가 나머지 세 사체의 상처 크기와 다릅니다. 검거한 건은 크기가 큰 칼로 찔렀고, 나머지 건들은 그보다 조금 작고 더 예리한 것으로 찔렀어요. 자상을 낸 방식도 비슷하고요. 따라서 나머지 세 건 피의자가 동일인물일 확률이 높습니다.”
서류를 보니 앞서 수사한 광수대 형사들도 나와 같은 의견으로 수사를 진행했었다.
“앞선 두 사건에서 채무를 상환 받지 못한 피의자가 어제 사건 현장에서도 돈을 회수하지 못하자 마음이 조급해진 거예요. 피의자 자신도 범죄조직으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고 있겠죠. 그래서 급한 대로 피해자라도 기절시켜 데려가려 했던 거예요. 장기가 돈이 되니까.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살해한 뒤 아이를 데려간 거죠.”
내가 그렇게 설명하자.
“정말 애 장기 적출을 하려고 데려간 거라면, 적출하기 전에 빨리 잡아야 하잖아!”
경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고.
“그래. 지금 바로 현장 갔다가 주변 CCTV 얼른 까보자.”
치헌이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렇게 우리가 현장으로 출발하려는데.
– “서울청 전체 등원(경찰관) 잠시 무전 중지!”
갑자기 지방청 상황실에서 다급한 무전소리가 들려왔다.
– “지방청 상황실에서 일방 무전합니다. 영등포서 관내에서 연살미수(살인미수)건 둘생(발생.) 용의자 채무독촉 과정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찌른 뒤 도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무전을 듣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눈을 크게 떴고.
“현장이 아니라 여기부터 가봐야 해!”
곧장 주차장으로 뛰어나갔다.
*
부아아아앙-
경수가 거칠게 차를 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무전은 계속 이어졌다.
– “용의자는 30대 남자, 키 175정도. 검정 모자에 검정 상하의 운동복 이하 불상입니다. 용의자는 배림동 소재 신고자 자가에서 신고자에게 불상의 조직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으라며 언쟁을 하다가 집으로 들어오던 신고자의 아들을 흉기로 찌른 후 남서 편 배림고등학교 방면으로 도주했습니다. 인근 파집(파출소) 순마 및 등원(경찰관)들은 방검장구 필히 착용, 용의자 인착 메모해서 주변 동찰(기동순찰) 바랍니다.”
배림동.
나는 무전을 듣자마자 차 한쪽에 있던 관내 지도를 펼쳐 들었다.
“팀장님. 도주로 차단하고 현장검거 해야 합니다. 사건 장소가 이전 살인 건들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고 장소 또한 배림동, 조선족 거주지역입니다. 게다가 채무를 독촉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이니 저희 사건 피의자와 동일인일 확률이 높아요.”
“오케이. 인근 순마들 지원시켜서 도주로 틀어막자. 지도보고 차단망 설정할 수 있겠냐?”
“이미 하는 중입니다.”
내 대답에 치헌이 곧장 무전기를 들었다.
– “지방청 상황실 여기 광하나(광역수사대 1팀)입니다. 현재 수배 중인 연살미수건, 광하나가 맡고 있는 연살건 용의자와 동일인물 같습니다. 광하나가 일방무전 좀 해도 되겠습니까?”
– “광하나 일방무전 칠팔.”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내가 짚어주는 지도 위치를 보며 무전을 이어갔다.
– “현시간부로 연살미수건 광하나가 지휘합니다. 배림 파집 순마들은 배림로 20길 3, 15, 20 골목 배치 둘기(대기.) 그리고 신풍 파집 순마들은…”
치헌은 인근 4개의 파출소, 순찰차 총 17대를 동원해 내가 짚어준 도주로를 모두 막았다.
– “아, 갑자기 광하나가 무전 막고 일방으로 지휘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현재 용의자가 6개월 안쪽의 영아를 인질로 잡고 있을 것으로 추정 중이라 상황이 급박합니다. 꼭 빠른 시간 안에 현장검거 해야 하는 사건이니 인근 파집 순마들 적극적인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치헌이 사건 상황을 설명하자.
– “아 배림 하나 칠팔!”
– “배림 둘 셋 칠팔!”
– “신풍 하나도 칠팔입니다!”
– “신풍 파집 칠팔. 상황 근무자도 도보로 나갑니다!”
열 번이 넘는 무전응답이 들려왔다.
– “추가로 현장에 있는 순마는 피해자 피해부위 사진 확보해서 광하나 업무용 폰으로 전송해주세요.”
– “칠팔. 배림 넷이 현장에서 둘치(조치) 중입니다. 현재 병차(구급차)로 피해자 후송 중이고 배림 넷이 뒤따라가는 중입니다. 사진 확보하는 대로 전송하겠습니다.”
– “칠팔. 그리고 관제센터는 광하나가 설명한 차단망 안의 모든 CCTV에서 용의자 인착과 동일 인물들 이동경로 확보해야합니다. 확보 되는대로 계속 구연(연락)바랍니다.”
– “관제센터 칠팔!”
– “상황실은 기동대원들 최대한 동원해주세요. 인원 최대한 배치해서 차단망 더 촘촘히 하고 인근 주민들도 보호해야 합니다.”
– “칠팔. 이미 기동대 4개 제대 공발(출발) 했습니다!”
파출소와 상황실, 기동대.
지원을 요청한 모든 곳이 신속하게 대응해주었다.
물론 가장 신속한 건.
“여기가 배림고 맞죠!?”
우리였다.
경수는 거의 날다시피 운전해 순식간에 배림고에 도착했다.
“그래. 여기부턴 천천히 돌아보자 무전 잘 들으면서.”
우리는 계속 차를 탄 채로 좁은 골목들을 돌아다녔다.
해가 밝은 낮 시간.
사람들이 꽤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용의자와 흡사한 인상착의가 너무 많아 누가 범인이라고 특정 짓기가 어려웠다.
어서 관제센터에서 용의자 영상을 확보해 세부 인상착의가 나와야 했다.
한창 창밖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정태야.”
치헌이 날 불렀다.
“네?”
“오늘은 너 말빨 세울 생각하지 마. 조선족 애들 말 안 통하니까.”
“……”
“조선족 중에 불법체류자 새끼들은 우리한테 잡히는 순간 바로 추방이야. 여기서 중범죄 저지르고 추방당하면 대부분 사형이니, 이 새끼들이 안 잡히려고 발악을 한다고. 거기다 대고 법이니 규정이니 설명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얘들은 머리가 아니라 몸을 굴복시켜야 해. 패야 말을 듣는다고.”
그리고는 날 돌아보고 한 마디 덧붙였다.
“명심해.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때.
– “관제센텁니다!”
다시 무전이 들려왔다.
– “사건 발생시간에 피해자 자가에서 배림고 방면 설치된 CCTV 사독(확인)한 결과 용의자 인착과 동일한 인물 세 명 확인되었습니다. 상황실과 현장 등원(경찰관)들 업무용 휴대폰으로 영상 사진 전송했으니 사독바랍니다.”
나는 무전을 듣자마자 곧장 업무용 휴대폰을 사진을 확인했다.
관제센터로부터 총 세 장의 사진이 와 있었다.
완전히 선명한 사진은 아니었지만 인상착의는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사진을 보자마자.
– “상황실, 여기 광하나.”
곧장 무전기를 들었다.
– “첫 번째 인물은 용의자가 아닙니다. 큰 가방을 메고 있는데, 가장 튀는 악세사리인 가방을 피해자가 언급하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도 용의자가 아닙니다. 범인은 몸이나 옷에 피가 묻었을 확률이 높은데 저렇게 점퍼 앞 지퍼를 열고 소매를 걷고 다니진 않을 테니까요. 따라서 용의자는…”
내가 잠시 말끝을 흐렸다가 다시 이었다.
– “점퍼 지퍼를 목까지 올린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는 세 번째 사람입니다. 관제센터는 세 번째 사람 이동경로 확보하고, 현장 순마 및 기동대원들도 세 번째 사람 인상착의 숙지하고 동찰(기동순찰) 해야 합니다!”
– “관제센터 칠팔. 세 번째 용의자 이동경로 확보해서 구연(연락, 무전) 하겠습니다.”
– “상황실 칠팔.”
– “배림 파집 칠팔.”
– “신풍 파집 칠팔.”
···
이어서.
– “배림 넷입니다. 피해자 상처 사진 상황실 및 광수대 업무용 폰으로 전송했습니다. 사독바랍니다.”
– “칠팔!”
전송했다는 피해자 사진을 확인해보니.
“상처 크기가 이전 살인 건과 비슷해요. 배부터 찌른 걸 보니 방식도 동일하고요. 동일범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 “관제센터에서 용의자 이동경로 구연(연락, 무전)합니다. 용의자는 피해자 자가에서 배림고 방면 이동 중 현 시간으로부터 약 10분 전, 배림로 20길 13에 위치한 배림 247 CCTV에 이르러 북동쪽으로 방향 틀었습니다. 관제센터에서 이동경로 추가 확보되는 대로 계속 구연하겠습니다.”
나는 무전을 듣자마자 지도에서 CCTV 위치를 찾아 경수에게 알렸다.
“여기 앞에서 우회전이요. 그 뒤에 100미터가량 쭉 직진하면 배림-247 CCTV입니다.”
“오케이!”
이어 치헌이 무전기를 들었다.
– “배치된 순마들 배림-247 CCTV 방면으로 차단망 좁히세요. 너무 좁히진 말고 100m 정도 거리 유지해야 합니다. 경광등 키거나 사이렌 울려 자극해선 안 됩니다. 데리고 있는 아이를 이용해 인질극을 벌일 수도 있으니까요. 평상시처럼 보조등만 켜고 순찰하듯 자연스럽게 차단망 좁혀주세요.”
치헌의 세세한 지시에 다시금 여러 차례 응답소리가 들려왔다.
경수가 차를 달려 배림-247 쪽으로 가니.
“여기부턴 일방통행이라 걸어가야겠는데요?”
배림-247 방향으로 가려면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우리는 곧장 갓길에 차를 대고 걸어서 이동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 “관제센텁니다. 용의자 배림-247 CCTV를 지나 5분 전 배림-240 지났습니다. 그 뒤로는 인근 CCTV에 보이질 않아요. 아마 배림-247과 240포함된 네 개의 블록 안 어딘가에 용의자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배림-247 CCTV에 다다라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배림-240 방향으로 갔다.
조금 더 넓어진 길.
이제 용의자가 범위권 안에 들어왔다.
나는 주변을 세세히 살피며 점점 더 이동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너무 뛰듯이 걷지 마. 추적 중인 거 티내면 안 된다고.”
치헌이 내 어깨를 잡고 진정시켰다.
우리는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헐, 저기 덩치 큰 사람. 창진서 형사 아니야?”
“오 맞는 거 같은데? 옆에 탁정태랑 고경수도 있어!”
사람들이 하나 둘 우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개가 우리 쪽으로 팍팍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우리 존재는 이미 다 노출됐어.’
주변 모든 사람이 우리가 무슨 일 때문에 여기 왔는지 궁금해 하며 몰려들었다.
이제 몰래 수사하는 건 불가능하다.
좁힌 범위 안에서 도망치기 전에 용의자를 잡아야만 한다.
웅성웅성-
하지만 평균 키에 평범한 복장, 흐릿한 사진으로 잘 분간이 안 되는 얼굴.
지금 가진 인상착의만으론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비슷한 착의가 너무 많았으니까.
‘음.’
나는 생각을 달리 하기로 했다.
주변을 살피며 개개인을 보는 게 아니라 이 공간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보기로 했다.
인상착의를 살피는 게 아니라 움직임과 리듬을 느끼기로 했다.
비슷한 군중들 속에서 특이한 한 명을 찾아야 한다.
사삭- 사삭-
딴- 딴- 딴- 딴-
사람들의 움직임은 대부분 일정했다.
우리가 있는 곳을 돌아보고 살짝 놀란 뒤 조금씩 다가오는 행동.
사삭- 사삭-
딴- 딴- 딴- 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며 군중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중간 정도 빠르기의 노래가 되어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갔다.
나는 고개를 뒤로 빼고 그 전체 전경을 한눈에 담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스스- 스스- 슥?
유독 저 혼자 특별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우리를 보더니.
사사사사사삭-
따다다다단- 딴딴!
박자를 마구 쪼개 음표를 여러 개로 휘갈기며 마구 달아나기 시작했다.
치헌이 뛰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곧장.
다다다다다다-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정태야! 어디 가!?”
내가 등 뒤에 소리치는 치헌에게 나는 무전으로 답을 대신했다.
– “광하나 용의자 발견했습니다! 배림-240 CCTV에서 서편 30m 방면 골목으로 도주 중입니다!”
패야만 말을 듣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