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79
79화. 패야만 말을 듣는 겁니까.
다다다다다-
그렇게 무전을 한 뒤 용의자가 도주한 골목으로 달려가 보니.
“……”
휑한 골목길이 나왔다.
그새 용의자는 자취를 감췄다.
쭉 뻗은 골목 양쪽으로 다시 좁은 골목들이 수없이 이어지는 주택가.
비교적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가 이쪽으로 왔다는 것은.
‘거주지.’
그가 이곳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거다.
“뭐야? 어디 갔어?”
뒤따라온 치헌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여기 골목 안 어딘가로 숨은 것 같아요. 아마 자기 집에 들어갔을 겁니다.”
“집? 그럼 여기 다 수색해야 하는 거네. 와, 집이 한두 개가 아닌데?”
그러자 경수가 말했다.
“지원병력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수색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다들 여기서 100m이상 떨어진 곳에 대기하고 있는 데다 들어오는 길이 일방통행이라 차를 세워놓고 들어와야 해. 제일 빨리 오는 직원도 5분은 있어야 올 거야. 그동안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용의자한테 있는 애가 죽어나갈지 모르니까.”
아이가 잡혀있어서 그런지 치헌은 평소보다 더 적극적인 것 같았다.
“일단 우리부터 흩어져서 찾아보자. 특이사항 있으면 곧바로 무전하고. 절대 혼자 현장 진입하면 안 돼.”
그렇게 말하고 그는 앞으로 나아가며 무전기를 들었다.
– “방금 광하나에서 구연(연락)한 배림-240 CCTV 서편 30m 지점은 주택가입니다. 용의자가 이 주택가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원 등원(경찰관)들은 신속히 현장 공착(도착)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어 나도 무전기를 들었다.
– “관제센터는 현 시간부터 용의자 이동경로 역추적해주세요.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어딜 들어가고 어디로 나왔는지 최대한 많이 알아내야 합니다.”
– “역추적이요? … 일단 칠팔(알겠다)입니다.”
무전이 끝나가 경수가 내게 물었다.
“역추적은 왜?”
“이번 사건 최종목표는 범인 검거가 아니라 조선족 범죄조직 완전 소탕입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조직 본거지를 찾아내고 관련자들을 모두 검거해야 해요.”
“아…”
“일단 이곳 수색부터 빨리 시작하죠.”
그리고선 나는 치헌을 지나쳐 가장 앞으로 나갔고,
치헌과 경수도 각각 흩어져 주거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나는 먼저 밖에 나와 있는 주민들에게 용의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본 적이 있냐고 물었고.
“11소 XXXX…”
주차되어 있는 모든 차들을 조회해 확인되는 주소지에 방문, 다시 용의자의 사진을 보여주고 행방을 물었다.
이어 길바닥, 대문 손잡이, 초인종 등에 피가 묻은 곳이 없는지 살폈다.
그의 손이 닿은 곳에 피가 묻었을 확률이 높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색했는데도.
“……”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찾아야 하지?’
골목 끝에 다다른 나는 뒤돌아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원래라면 현장에서 결정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을 시 CCTV영상과 인상착의 등 확보한 증거들만을 가지고 사무실로 복귀, 며칠에 걸쳐 수사를 해 범인의 신원을 밝혀낸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수사할 수 없다.
범인은 서류상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사무실 안에서 하는 수사는 아무 의미가 없다.
CCTV 추적을 통해 잡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CCTV 경로를 한 번만 이탈해버리면 또 다시 수사는 미궁에 빠진다.
결국 현장에서 내 눈으로 보고 잡는 것,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범인이 보이질 않는다.
이땐 어떻게 해야 할까.
‘!?’
순간 매천파출소 시절 강도범을 뒤쫓던 순간이 생각났다.
그때 나는 강도범을 ‘보면서’ 뒤쫓지 않았다.
‘들으면서’ 뒤쫓았다.
보지 못하면 들으면 되는 것이다.
‘……’
나는 곧장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했다.
덜그럭 덜그럭-
왈- 왈-
웅성웅성-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 개가 짖는 소리,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사건과 관련 없는 소리.
나는 더더욱 정신을 집중해 내가 필요한 소리를 들으려 애썼다.
단서는 눈으로만 찾는 것이 아니라 귀로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귀를 어지럽히는 잡소리들.
그 소리들을 지나 찾고 찾은 끝에.
응애-
‘!?’
마침내 내가 찾던 소리가 들려왔다.
응애-
“아 새끼 주둥아리 아이 다무니?”
그 소리는 낯선 억양의 남자 목소리와 같이 들려왔다.
나는 곧장 눈을 뜨고 소리가 들려오는 위치를 확인했다.
‘고주임님이 수색하는 쪽이야!’
경수에게 위치를 알려야 한다.
아기가 우는 곳이라고, 그곳에서 낯선 억양의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고 알려야 한다.
나는 곧장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무전기를 빼들었다.
그리고 키를 눌러 무전을 하려는데.
지지직-
누군가 나보다 먼저 키를 잡는 소리가 들리더니.
– “아기는 놔두세요!”
무전에서 경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기를 놔두라고?
– “주황색 벽돌담과 부분부분 까진 은색 철제문으로 장식된 이 예쁜 1층 집에서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대화 내용이 이상했다.
주황색 벽돌 담, 예쁜 집.
소리치며 다그치는 상황엔 안 어울리는 단어들이었다.
이건 분명.
–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검정색 SUV 뒷좌석에 아이용 시트가 있는 걸 보니 이웃 중에도 어린 아이 부모가 있는 거 같은데, 이거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경수가 일부러 무전기 키를 잡은 채 범인과 대치하며 지원 병력들에게 위치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다다다다다-
나는 곧장 경수가 수색하던 골목 쪽으로 뛰어갔다.
‘검정색 SUV… 검정색 SUV…’
그렇게 몇 개의 골목을 지나친 뒤 마침내.
‘!’
검정색 SUV를 찾았다.
주황색 벽돌담을 지나 차량에 가까이 가보니, 뒷좌석엔 아이용 시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삐비비비빅-
나는 곧장 무전기 음량을 줄이고.
“……”
최대한 조심스럽게 부분부분 까진 은색 철제문으로 접근했다.
열려 있는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니.
“진정하세요!”
1층 현관 너머로 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관은 닫혀 있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세에 몰렸다고 생각한 범인이 우발적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
안으로 진입하긴 해야 하지만 범인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집 외부 구조를 살피며 측면으로 돌아나갔다.
그러자.
‘!’
남측으로 난 창문으로 범인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창을 등지고 경수와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왼쪽 팔로는 무언가를 안고 있었고, 오른쪽 손은 날카로운 것을 쥔 채 안고 있는 것을 찌를 듯 겨누고 있었다.
나는 그 창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응애-
“애한테 해코지를 하면 죄만 더 커질 뿐이에요! 아이는 저한테 주세요.”
“동작 아이 멈추니? 가까이 오지 말라!”
분명 내가 들었던 아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특이한 억양의 남자 목소리가 맞았다.
“아이만 넘겨주시면 납치·감금 외에 다른 죄는 묻지 않겠습니다. 약속할게요.”
“어차피 내는 중국가면 사형이야.”
“사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죄명이 줄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면 형이 많이 감경될 겁니다.”
“내가 니 말을 믿을 것 같니?”
경수가 회유도 해보고.
“이대로 죄를 의율하면 장기적출인신매매 예비에 13세미만 미성년자 약취유인까지 적용돼요! 이렇게 되면 한국 법으로 따져도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어요!”
강경책도 써봤지만.
“비켜서라! 내 나간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럼 보내드릴 테니 아이는 놓고 가세요.”
“옘병 떠는 소리하지 말라.”
거래를 하려 해도 전혀 듣질 않았다.
“내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야. 내 니 눈앞에서 이 아새끼 목 따고 내 목까지 긋는거 보여줄까?”
“아, 안됩니다.”
이제 그는 오히려 경수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셋 셀 동안 나오라. 안 그러면 이 아 새끼 목도 내 목도 없다.”
이제 시간이 없다.
내가 얼른 이 안으로 들어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
“하나.”
나는 어쩔 수 없이 처음 창문을 보며 생각했던 그 방법을 쓰기로 했다.
과거의 어느 날.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며 배웠던 그 방법.
“둘.”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곧장 창문에 가까이 붙어 팔을 높이 들고.
“세…”
와장창창창-!!
그대로 팔꿈치를 내리 찍어 창문을 깨부쉈다.
“뭐… 뭐이라니!?”
그리고는 곧장.
“아아악!”
범인의 칼 든 손을 꺾어 제압했다.
쨍그랑-
칼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고주임님! 아기요!”
“오… 오케이! 아기 받았어!”
경수가 아기를 받아 품에 안아 들었다.
그 짧은 새에도 범인은.
“이… 이 개새끼들이…”
다시 칼을 주워 들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다시 내 몸 쪽으로 바짝 끌어 붙인 뒤.
“당신은 정말…”
멱살을 말아 쥐고 그대로 몸을 돌려.
“패야만 말을 듣는 겁니까!”
콰당탕탕-!!
풀파워로 업어치기를 해 바닥에 냅다 꽂아버렸다.
“으… 으윽…”
그제야 그는 바닥에 쓰러져 움직임을 멈췄다.
그때에 맞춰.
다다다다-
“어떻게 됐어? 아기는!?”
치헌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경수의 품에 안긴 아기를 보자마자.
“하아…”
바짝 긴장했던 표정을 풀더니.
저벅- 저벅-
쓰러져 있는 범인에게로 다가가 멱살을 잡아 쥐었다.
“이런 씨발 새끼가.”
퍼억-!
“어디 할 짓이 없어서.”
퍼억-!
“이 쪼그만 애를 납치하고.”
퍼억-!
“장기를 팔아 쳐 먹으려고 해!?”
퍼억-! 퍼억-!
“……”
치헌의 저 큰 주먹에 무방비 상태로 수차례나 맞은 범인은 이제 거의 의식을 잃은 듯했다.
“팀장님 그만하십시오!”
내가 뜯어말린 후에야.
“후…”
치헌이 겨우 진정을 했다.
그가 나를 힐끗 돌아보더니 탁자 위에 놓인 휴지를 빼 주먹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제압한 거야 제압. 경수가 날아 차기 할 때처럼 나도 필요한 물리력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
“사람 죽이고 애새끼 장기 팔아 쳐 먹으려 한 놈한테 이정도 물리력은 괜찮잖아.”
그리고는 경수를 쳐다봤다.
“너는 혼자 들어가지 말라니까 왜 단독행동을 해?”
“범인이 아기를 들고 던질 듯이 하며 소리를 치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습니까? 바로 담 튀어 넘어서 진입했죠. 그래도 지원병력 들어오라고 대문은 열어뒀다구요.”
“……”
그 말에 치헌이 경수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잘했어. 안 다쳤으니 됐다. 무전기 키 잡고 은근슬쩍 위치 알려주는 거, 경수 너 아니었음 아무도 못했을 거야.”
그제야 표정을 풀고 그를 격려했다.
그리고는 그에게 다가가.
“아이고 예쁘네. 진짜 천만 다행이야!”
따뜻한 아빠의 표정으로 아이를 안아 들었다.
“경수야, 일단 너는 무전으로 상황보고하고. 정태 너는 저 새끼 일단 체포해.”
“알겠습니다.”
“네.”
“나는 어디 가서 얘 분유부터 먹여야겠다. 여태 굶었을 거 아냐.”
그렇게 나는 범인의 손에 수갑을 채웠고.
경수가 이제 막 무전을 하려고 하는데.
– “관제센텁니다.”
관제센터에서 먼저 무전이 날아왔다.
– “광하나(광역수사대 1팀)가 역추적하라던 용의자 이동경로 사독(확인)됐습니다. 일단 최근에는 계속 용의자 자가 주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좀 특이한 게…”
그가 말을 잠시 흐렸다가 다시 이었다.
– “그저께 용의자와 함께 남자 여러 명 무리가 용의자 거주지 쪽 골목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사독됐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오늘까지 그 무리가 밖으로 나온 영상은 없어요. 그러니까 아마도 지금 용의자 거주지에 그 무리가 같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
– “무리는 약 열 명 정도 됩니다. 현장에 있는 등원들은 관련자가 많을 수도 있으니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서…”
무전이 이어지고 있던 그때.
저벅- 저벅-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뭐이 이래 시끄럽니?”
“!!”
“짭새야?”
부엌 뒤쪽 어딘가에서 십 여 명의 조선족 남자들이 우르르 튀어 나왔다.
“너네들 다 팔다리 잘리고 싶니?”
손에는 하나 같이 날이 시퍼런 사시미를 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팔다리가 잘릴 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그 타이밍에 맞춰.
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
여러 명이 뛰어 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다다다다-
슥- 슥- 슥-
– “기동대 2개 제대 현장 공착(도착)했습니다.”
방패와 장봉으로 무장한 기동대원 60명이 우리를 감싸 호위했다.
더 차가워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