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82
82화. 자라났을 때 쳐내줘야.
“특단의 대책이요?”
“자세한 건 팀장회의 마치고 얘기해줄게.”
그렇게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광수대 사무실로 들어갔다.
“팀장님 오셨습니까.”
“어, 좋은 아침.”
“탁주임님도 같이 오셨네요.”
“안녕하십니까.”
일어나 인사하는 이들은 변기섭 경사와 우현민 경사.
관악서 수사본부를 철수하고 어제 복귀한 광수대 기존 1팀 팀원들이었다.
기섭은 치헌만큼은 아니지만 덩치가 크고 우람한 체격을 가졌고, 나이는 30대 중반이다.
현민은 날렵하고 다부진 근육질 몸매, 부리부리한 눈이 특징이고 나이는 기섭보다 한 살 어리다.
둘 다 광수대에 근무한지는 2년 정도 되었다.
치헌이 자리로 가자.
“팀장님… 오셨습니까…”
구석에 있던 경수도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그런데.
“너 상태가 왜 이래? 어제 뭐 했어?”
“……”
경수의 얼굴이 좀 이상했다.
눈은 축 처져 있었고 다크 서클은 턱까지 내려와 있었다.
마치 전날 철인 3종 경기라도 한 사람처럼.
“너 이 새끼, 성스러운 크리스마스에…”
치헌은 경수에게 무슨 말을 퍼부으려다가.
“일단 나 팀장회의부터 갔다 올게.”
곧장 노트와 서류파일을 챙겨 다시 밖으로 나갔다.
확실히 지방청은 경찰서보다 바쁘다.
더 일찍 출근해야 하고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물론 바쁜 것은 팀장뿐만 아니라.
벌컥-
“조선족 피의자들 대령입니다-”
팀원인 우리들도 바쁘다.
출근과 동시에 종로서 유치장에 입감되어 있던 조선족 피의자들이 유치장 직원에게 이끌려 사무실로 왔다.
우리는 곧장 피의자들을 하나씩 맡아 조사를 시작했다.
“범죄조직을 언제 구성하고 무슨 활동을 했습니까?”
“모름다. 조직 같은 거 구성한 적 없슴다.”
“그럼 거기 우루루 몰려서 뭘 했습니까? 수일 전 다른 조선족 무리와 패싸움을 하는 CCTV 영상도 확보되었습니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모르는 일임다. 기억 안 남다.”
피의자 중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도 있었고.
“범죄를 주도한 인물이 누구라고요?”
“저기 있는 리 자헌… 아니 그 옆에 있는 왕위 임다. 아, 아니 왕위가 아니라 저기 제 맞은편에 있는 오관임다.”
“……”
수사교란을 위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그들 중에는.
“관리하는 업종은 무엇입니까?”
“주로 오락실이랑 노래방임다.”
“각각 주소가 어떻게 됩니까?”
“오락실은 배림로 2길에 14, 37길에 10. 노래방은…”
아주 성실히 진술에 잘 응해주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 치헌에게 한 번 씩 검거된 이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치헌은 대체 어떤 방식으로 수사를 했길래 이들이 이렇게 칼같이 잘 대답을 해주는 것일까?
하지만 검거된 조선족 피의자들이 하나같이 함구하는 질문이 있었는데.
“박지석을 살해한 건 누굽니까?”
“…..”
“장기는 다 어디로 갔죠?”
“……”
그건 박지석에 관한 질문이었다.
피의자 중 그 누구도 박지석에 대해선 진술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조사가 이어진 후.
“오늘은 이 정도 하고 애들 마수대로 보내죠.”
피의자들을 마약수사대로 넘겨줬다.
그들이 소지하고 있던 물뽕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피의자들이 사무실을 다 나가고 나서도.
“……”
경수의 얼굴빛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내가 그를 보고 물었다.
“어디 아프십니까?”
“아, 아니. 아픈 건 아닌데. 속이 좀…”
그가 말끝을 흐리더니.
“우웩-!”
이젠 쓰레기통에 대고 헛구역질까지 했다.
“하이고, 아주 지랄을 하네 경수.”
그때 마침 회의를 마치고 들어오던 치헌이 경수를 보고 비아냥거렸다.
“제대로 무리를 하셨구만. 야 인마. 나이 사십에 뭘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내서…”
“아유 팀장님 그런 게 아니에요.”
경수가 고개를 들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크리스마스엔 민경 씨랑 당일 데이트만 했다구요.”
“엥? 그럼 왜 그래? 뭐 땜에 헛구역질까지 하는 거야?”
“하, 사실은…”
그가 말끝을 흐렸다가 다시 이었다.
“출근할 때마다 박지석 사체 봤던 게 계속 생각나서 그래요.”
“…!?”
“그 어설프게 집어진 눈. 그 눈이 계속 생각나요. 제가 바로 앞에서 제일 먼저 봤잖아요.”
“……”
“그 눈 생각하면… 자꾸 헛구역질이 올라와요. 저도 죽겠습니다.”
계속 속이 거북한지 주먹으로 가슴을 탁탁 쳐대는 경수.
치헌은 그런 그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다들 잠깐 모여 봐.”
조금 진지해진 얼굴로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책상서랍을 열어 서류뭉치를 꺼내더니.
탁- 탁- 탁- 탁-
사진 네 장을 차례대로 책상에 올려놓았다.
사진 속에는.
“웁…!”
각기 다른 사체가 있었다.
그것도 모두 얼굴과 신체를 갈랐다가 다시 집은.
장기를 적출 당한 사체였다.
경수는 사진을 보고 다시금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작년에 조선족 수사하면서 맡았던 사건 피해자 사진들이야. 내가 직접 본 것만 네 구, 당시 우리 팀원이 본 것까지 합치면 총 여섯 구.”
그 중에는 눈 한 쪽을 집지 않아 훤히 뚫려 있는 것도 있었다.
그 사진 한 장으로 범죄자들의 잔혹함과 기이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일개 형사 한 개의 팀에서 직접 본 장기적출 사체만 여섯 구야. 그럼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장기적출을 당했겠냐?”
수배에서 수십 배는 더 많을 것이다.
범죄는 항상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것이 훨씬 더 많으니까.
“그때 수사하면서 다짐했어. 이 개새끼들 진짜 내가 모조리 다 조져야겠다. 조선족 장기매매 범죄, 완전히 뿌리를 뽑아버려야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이곳저곳 많이 쑤시고 다녔지.”
그가 작년에 조선족 수사를 열심히 했다는 건 경수와 나는 물론 기섭, 현민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것 때문에 광수대장이 치헌의 전입을 반겼던 것이고.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가 우리를 둘러보며 계속 말했다.
“완전히 뿌리 뽑는 건 사실 불가능해.”
“…!?”
“돈 되는 곳엔 법이고 양심이고 다 져버리고 오만 사람들이 달려들거든.”
이어 그가 다른 서류를 몇 장 더 내보였다.
경찰 수사 자료, 컴퓨터에서 출력한 통계자료가 섞여 있는 서류였다.
“당시 사건을 조사할 때 검거했던 서울의 한 대형병원 소속 직원들이야. 병원 새끼들도 장기매매 범죄에 연루되어 있더라고.”
“…!”
“이놈들은 조선족 조직이랑 뒷거래를 한 뒤, 신분증을 위조해서 불법으로 적출한 장기를 ‘순수기증’으로 둔갑시켜버려. 덕분에 이 장기들은 최신의료시설 아래에서 이식이 가능해지는 거지. 합법을 가장한 불법장기이식이 국내 최대 대형병원에서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말단 직원뿐 아니라 의사들까지 싹 다 한 패였더라고.”
놀라웠다.
불법장기이식은 음지에서 비밀리에만 이루어지는 줄 알았는데.
대형병원과도 연계가 되어 있었다니.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불법이더라도 병원에서 장기 이식하는 게 그나마 가장 나은 거라고 봐야 해. 깨끗하게, 그리고 안전하게라도 이식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조선족 범죄자 놈들이 장기 밀매해서 병원에만 갖다 주느냐? 절대 아니지. 병원으로 가는 건 아주 소수에 불과해.”
그렇게 말하며 치헌이 다른 사진을 내보였다.
주택 방, 그리고 승합차 사진.
“이렇게 주택이나 오피스를 개조해서 최소한의 소독, 의료기구만 갖추고 이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심지어 승합차 뒤에서 수술을 하기도 하지. 이렇게 하면 균이 감염돼 합병증이 오거나, 크기에 맞지 않는 장기가 이식돼 다른 장기가 눌려 죽는 경우가 많아. 그래도 어쩌겠어. 당장 내 목숨이 급한 사람들은 그런 거 생각 안 해. 어떻게든 이식해달라고 난리라고.”
이어서 정체불명의 네모난 철제 박스 사진.
“장기 중 일부는 24~48시간 정도 살아있는 장기도 있어. 이런 것들은 적출해서 이 특수 금속 박스에 담아 필요한 곳으로 이송되기도 해.”
“……”
“어떤 조직은 사람 째 납치를 해서 중국 배에 넘겨버리기도 해. 장기만 팔면 개당 1억에서 2억 정도를 받을 뿐이지만, 사람 째로 넘겨버리면 한 사람당 15억 씩 받거든. 산 채로 가면 이식할 수 있는 장기가 훨씬 많아지니까.”
들으면 들을수록 충격적인 내용들.
광수대에 근무하며 중대 사건들을 꽤 많이 맡아봤을 기섭과 현민도 입을 쩍 벌리고 말을 들었다.
“이걸 계속 파보니까 관계된 인간들이 끝도 없이 나오더라고. 조선족 범죄자뿐만 아니라 병원 관계자들, 법조인들, 정치하는 인간들.”
조선족 범죄를 소탕하려면 조선족 범죄자만 잡아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한 해 이식할 수 있는 장기는 1, 2천 개 밖에 안 되는데, 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수만 명이야. 공급은 극히 적은데 수요는 넘쳐나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장사가 잘 될 수밖에 없는 시장이란 거지. 이렇게 돈이 되니까 양지에서건 음지에서건 가릴 것 없이 인간들이 몰려드는 거야. 자기들끼리 협조도 엄청 잘 되고.”
범죄의 반대편에 있어야 할 사람들까지 다 잡아들여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나 다를까. 내가 두 번째 대형병원을 털려고 하는데.”
치헌이 책상을 탁 치며 말을 이었다.
“당시 과장이 나한테 수사중지명령을 내리더라고. 지금까지 잡은 피의자들 기소의견 송치하는 걸로 사건 마무리 지으라면서.”
“……”
“계속 수사하겠다고 고집부릴 수도 없었어. 수사 중지 안 하면, 중지를 지시한 성명불상의 ‘그분’이 서장이고 과장이고 다 먼지 털어서 모가지 잘라버리겠다는데. 내 고집으로 상관들 집안 파탄 낼 순 없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만뒀지.”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범죄조직 3개 와해, 조선족 피의자 37명 검거, 병원 관련 피의자 6명 검거. 다른 사람들은 내 실적을 보고 박수치며 칭찬했지만, 사실 그 뒤엔 헤아릴 수도 없는 숫자의 범죄가 아직 남아 있지. 하지만 뭐 어쩌겠어. 내가 계속 수사한다고 뿌리 뽑을 수 있는 규모의 범죄도 아닌데 뭘. 계란으로 계속 바위나 쳐대야 하는 그런 수사였다고.”
그의 말을 들으며 다른 팀원들의 고개도 점점 숙여졌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수사.
그 안타까운 사실에서 오는 무력감이 그들을 고개 숙이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치헌이 어조를 바꿔 힘 있게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하는 조선족 범죄 수사도 대충하고 포기해야 하느냐? 그건 절대 아니지.”
그 말에 팀원들이 다시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벌초할 때 어차피 또 자랄 거 알면서 왜 풀을 뽑고 베냐? 현상유지를 하려고 그러잖아. 예쁘게 산소 외관을 유지하려고.”
“……”
“범죄도 마찬가지야. 뿌리 뽑지 못할 걸 알더라도 자라났을 때 쳐내줘야 현상유지가 된다고. 국민들이 안심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예쁜 치안 정도가 말이야.”
경찰대에선 듣지 못했던 방식의 이야기.
그가 말하는 내용들은 유명 학술 자료의 이론과 통계보다 더 큰 울림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범죄를 인지한 이상 그게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하더라도 계속 쳐야지. 계란을 야구공으로, 또 무쇠공으로 만들어서 계속 바위를 쳐야지. 그걸 경찰이 안 하면 누가 하겠냐. 그거 하려고 우리가 경찰하고 있는 거잖아.”
이어 그가 경수를 쳐다보고 말했다.
“그러니 경찰은 사체보고 헛구역질이나 하고 있으면 안 돼. 헛구역질은 일반 국민들이나 하는 거야. 우리는 오히려 더 가까이 눈을 들이밀고 사체를 관찰하고 현장을 살펴야 한다고. 단서와 증거를 찾아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고. 경수 알겠냐?”
경수는 어느새 헛구역질을 완전히 멈추고.
“… 네.”
덤덤히 대답했다.
“이번 사건, 상대가 얼마나 큰 바위이던 간에 상관없이 우리 팀은 계속 그 바위를 쳐댈 거야. 무너뜨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대한 크게 흠집을 내서 균열을 일으킬 거야. 그런 수사 하나하나가 모이면 언젠가는 바위도 무너지겠지.”
그 말에 바위가 무너지는 장면이 시각화되었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바위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그러니 다들 힘내서 열심히 수사 이어가보자고. 동료끼리 힘 합치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으니까. 알겠냐?”
“네.”
“어허 목소리 봐라. 알겠냐고.”
“네! 알겠습니다!”
우렁찬 팀원들의 목소리에 다른 팀 사람들이 놀라서 우리를 쳐다봤다.
“자, 그런 의미에서.”
그런 팀원들을 치헌이 쭉 둘러보고는.
탁-
마지막 서류를 책상에 올렸다.
“내일 저녁, 마수대랑 합동수사를 나갈 거야.”
마지막 목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