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83
83화. 마지막 목격자.
“마수대랑요?”
“내용 설명해줄게.”
기섭이 묻자 치헌이 설명을 시작했다.
“어제 마수대에서 피의자들 조서 받으면서 배림동 말고 다른 거주지 주소를 캐냈대. 그래서 거길 가서 좀 뒤져봤더니.”
그가 파일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보였다.
“물뽕이 이렇게 많이 발견되었다는 거야.”
사진 속엔 백색 가루와 묽은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이 주욱 놓여 있었고, 아래 종이엔 ‘GHB’라고 쓰여 있었다.
각각 가루와 액체 형태의 GHB.
“게다가 물뽕만 있는 게 아니라.”
그가 보여준 다음 사진엔.
“그냥 뽕. 그러니까 필로폰도 나왔대.”
또 다른 백색 가루인 필로폰이 있었다.
심지어 GHB보다 훨씬 많은 양.
치헌이 날 돌아보며 물었다.
“마수대에서 말하길 여기서 발견된 마약 양이 조선족 피의자들만 복용하기엔 지나치게 많다는 거야. 그게 뭘 뜻하겠냐?”
“다른 사람에게 유통이 된다는 거겠죠.”
“그렇지. 이 조선족 놈들은 마약 구매자가 아니라 판매자였던 거야.”
장기매매에 마약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었다니.
“주요 판매 장소는요?”
내 질문에 치헌이 다음 사진을 꺼냈다.
화려한 조명이 번쩍이는 건물사진.
“펜타곤이라고 들어봤냐?”
“펜타곤이요?”
“마수대랑 질서계 직원들 사이에선 이미 ‘제 2의 버팔로’로 유명한 클럽이래.”
“아…”
“폰 포렌식 자료랑 CCTV 영상자료 종합해보니 피의자들이 펜타곤 쪽으로 접근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거야. 과거엔 버팔로 쪽으로도 접근했었고.”
마약을 가진 조선족들이 접근했고,
제 2의 버팔로로 불리는 곳이라.
“마수대도 엄연히 광역수사대에 속해있는 부서고 조선족 사건을 우리랑 계속 이렇게 애매하게 나눠서 수사할 수는 없으니까 아예 같이 수사를 하라는 거야.”
광역수사대에 편제된 부서로는 경제범죄수사계, 강력범죄수사계, 마약범죄수사계, 국제범죄수사계가 있다.
“어차피 마약 관련은 마수대에서 할 거지만, 조선족 놈들이 펜타곤으로 접근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하니까 합동수사하면 남은 여죄 털고 범죄조직원 잔당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거야. 게다가 버팔로랑도 관련이 있는 것 같으니 박지석 살해 관련해서도 단서를 잡을 수도 있고.”
여러모로 서로 도움이 되는 협업이었다.
“그럼.”
내가 치헌에게 물었다.
“합동수사는 어떤 식으로 하는 겁니까?”
“일단 현장에 나가봐야지.”
“저번 쿠잔 클럽 때 처럼요?”
“그렇지. 근데 지금은 그때처럼 사전에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없잖아. 그래서 진입로를 뚫어놓지는 못했어.”
“그럼 어떻게 들어갑니까?”
내가 묻자 치헌이 회의 때 메모한 수첩을 보며 얘기했다.
“클럽 입구로는 못 들어가. 신분증 검사를 하니까. 입구 직원들은 관할 경찰서랑 지방청 형사들 얼굴이랑 이름 다 알고, 그나마 광수대 신입인 우리도 티비에 얼굴 다 팔렸으니 정면으론 못 들어가고…”
그가 검지를 치켜들며 말을 이었다.
“샛길로 갈 거야.”
“샛길로요?”
“클럽 안쪽 부스를 잡으면 부스 초대 손님들은 따로 마련된 입구로 입장이 가능하대. 이 손님들은 입장할 때 별다른 신분 검사도 하지 않고 직원들이 그대로 부스까지 안내를 해준다는 거야. 부스 값을 지불한 손님들에겐 일종의 대우를 해주는 거지. 그러니 그냥 마스크 끼고 슥 들어가 버리면 돼.”
“부스 가격이 얼만데요?”
“300만원.”
“……”
“돈은 걱정할 필요 없어. 수사지원비에서 다 해결할 거니까. 우리는 부스 잡고 먼저 들어갈 일반인만 하나 구하면 돼. 부스 잡는 당사자는 신분확인이 필요하거든.”
그가 다시금 우리 모두를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주변에 평범하게 생긴 20대 남자, 그 중에서도 수사에 관심이 좀 있어서 우리 업무에 기꺼이 봉사해 줄 지인 한 명 없냐?”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저.”
곧장 손을 들었다.
“딱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
다음날 밤, 관용 승합차 안.
우리 팀 전원은 마수대와의 합동수사를 위해 차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치헌이 운전대를 잡은 경수에게 물었다.
“경수 오늘은 컨디션 좀 어떻냐?”
“괜찮습니다.”
“정신 단단히 차려야 해. 오늘 너 정태랑 같이 투입조니까.”
“네, 알겠습니다.”
오늘 나는 경수, 그리고 마수대 직원 한 명과 같이 조를 이뤄 현장에 투입된다.
마수대도 다른 차로 현장으로 오고 있다.
“그나저나 경기북부청은 머리 아프겠네요.”
뒷자리 내 옆에 앉은 기섭이 휴대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박지석은 경찰 때문에 죽은 거라고, 애초에 구속수사를 해서 박지석을 보호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국민들이 난리네요. 참나 구속 사유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구속하라는 건지.”
구속은 범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
박지석의 경우 인적사항 및 주소를 밝혔음은 물론 버팔로 관련 본인의 죄를 다 시인했고, 추가로 사건에 연루된 다른 인물들까지 밝혀 수사에 도움을 주고 있었으므로 구속 사유가 없다.
“그 기사 댓글을 보면.”
옆에 있던 현민도 말을 보탰다.
“‘견찰’은 왜 이런 일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냐고, 사전에 박지석을 보호하고 있었으면 됐을 거 아니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있습니다. 더 어이없는 건 그 댓글에 좋아요 수가 엄청나다는 거예요.”
“살해당할 걸 예측하라니… 우릴 신으로 생각하는 건가?”
법은 대부분 사후처리의 성격을 띤다.
폭행이 일어나야 폭행으로 처벌할 수 있고 강간이 일어나야 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다.
‘저 사람이 폭행할 것 같아요.’, ‘저 사람이 강간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범법행위를 예단해 일어나지 않은 일을 처벌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간혹 ‘예비’라는 이름으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처벌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도 죄를 저지를 만한 정황이 명백히, 그리고 충분히 인정되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살인예비의 경우 살해를 위해 칼을 준비한 정황, 공범과 메시지로 상세한 계획을 의논한 정황, 칼을 들고 피해자에게로 다가가는 모습 등이 확인이 되어야 예비로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런 정황도 없이 ‘중요 증인이니 청부살인을 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럼 법으로 미리 보호했어야지!’하는 주장은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어쩌겠냐.”
그 말을 듣고 치헌이 기섭을 위로했다.
“큰 사건 터지면 책임 물을 곳을 찾아야 하고, 가장 만만한 게 우리 경찰이잖아. 그렇다고 거기다 대고 이런저런 이유 늘어놓으면 국민들이 더 싫어해. 그냥 참고 받아들이는 게 맘 편하지.”
“그렇죠. 뭐, 이제는 크게 화가 나지도 않습니다. 광수대 근무하면서 이런 경우를 워낙 많이 봐서.”
“근데 그건 그렇고.”
치헌이 뒤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박지석에 대해선 아직 진척 없지?”
“네… 일단 납치 및 살인 관련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CCTV엔 피의자 무리가 몰려다니는 영상 외에 특이한 사항은 없었습니다. 아마 박지석은 차로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주변을 이동한 차량이 너무 많고, 밤에는 그 번호판마저도 식별이 되질 않아 확인되는 모든 차량의 이동경로를 다 따야 할 판입니다.
누가 치워버렸는지 박지석 휴대폰도 발견되지 않아서 수사가 더 어렵습니다. 이럴 땐 피의자들 진술 이끌어내는 게 가장 좋은데, 전부 다 박지석 건에 대해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상황이에요.”
“목격자도 여전히 못 찾았고?”
“납치 및 살인관련 목격자는 전혀 없습니다. 박지석은 근래 계속 형사조사만 받고 있던 터라 소속사 관계자들은 물론 주변 지인들도 만난 지가 한참 되었고요. 매니저가 사건 이틀 전 잠깐 통화한 내역이 있긴 한데 거기서도 별다른 단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가족들도 다 연락을 해봤지만 건진 건 없어요.”
“박지석에 대해선 의미 있는 단서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부검결과랑 피해자 상세 사진 정도인데…”
당시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체는 포대에 담긴 그대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때문에 우리는 사체의 온전한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다.
“오늘 아침 병원과 국과수에서 검사를 다 마쳤다고 하니 아마 이제 곧 결과와 상세 사진이 올 겁니다.”
그때.
위이이잉-
기섭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가 수신함에서 메시지를 확인하곤 말했다.
“오, 마침 서류랑 사진 왔네요.”
그와 동시에.
끼익-
경수가 잠시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내용을 읽어드리면.”
우리 모두 기섭에게 집중했다.
“적출된 장기는 간, 심장, 신장, 안구입니다. 사망 추정시간은 발견일로부터 48시간 전. 아마 매니저와 통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것 같습니다.”
“돈 되는 장기만 빠르게 털었구만.”
이전에 치헌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장기 매매 가격이 간은 1억 7천만 원, 심장은 1억 3천만 원, 신장은 2억 8천만 원 정도라고 했다.
따라서 조선족 범죄자와 의사는 사람 한 명으로 6억 원 가량의 수익을 챙긴 셈이 된다.
이렇게 큰돈이 벌리니 장기매매 범죄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양 팔다리에 저항흔이 있고 혈관 중간중간 피가 고여 점이 형성된 것으로 보아… 하…”
기섭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마취도 없이 곧장 피부를 절개한 것으로 추정된다네요. 이 개새끼들…”
“장기매매하는 조선족 놈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야. 걔들은 눈을 뜨고 있는 상태에서 적출해야 장기가 신선하다고 믿거든.”
충격적인 내용에도 치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런 거 말고 범인 단서 잡을 만한 사항은 없냐? 예를 들면 몇 세 남자로 추정되는 타액이나 머리카락이 나왔다던가.”
“제 3자의 흔적은 없어요. 대신…”
기섭이 휴대폰 화면을 넘겨보다가 말했다.
“피해자의 팔에서 바늘자국이 발견됐답니다.”
“… 뭐?”
“사망 하루에서 이틀 전 또 필로폰을 투약한 한 것으로 추정된다네요.”
“이런 미친. 그 새를 못 참고 또 했다고?”
“그 외에 다른 특이사항이 있다면…”
그가 휴대폰 화면을 넘겨보다 말했다.
“코트에 고양이털이 묻어 있다네요?”
“!?”
“그것 외에는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
슥-
나는 곧장 기섭의 휴대폰을 뺏어들고 사진을 빠르게 훑어봤다.
팔에 나 있는 수 개의 주사 자국.
코트 전체에 골고루 묻어 있는 고양이 털.
캄캄했던 박지석 수사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코트에 묻은 이 털.”
갑자기 기섭의 폰을 뺏어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팀원들.
내가 그 시선에 아랑곳 않고 말했다.
“사방에 털이 휘날리는 실내에서 묻은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코트 전면에 골고루 묻어 잇는 거예요. 하지만 박지석의 집엔 고양이를 키우지 않죠.”
“…?”
“그리고 팔에 마구 찌른 듯한 주사바늘흉터. 박지석 구속해제 이후 살해 직전까지 시간을 계산해보더라도 평소 박지석 마약 투약양보다 현저히 많은 수치입니다. 급했던 겁니다. 마약이 고팠던 거예요.”
“…!?”
아직까지 다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박지석은 정의감 때문에 버팔로 관련 진실을 폭로한 것이 아닙니다. 마약을 하기 위해서, 구속사유를 해제하고 밖으로 나가 주사를 팔에 꽂기 위해서 수사에 협조한 거예요.”
“…!”
“병원 부검에 따른 필로폰 투약시간은 사망 하루에서 이틀 전. 그러니 살해 직전에 투약을 한 겁니다. 조선족 피의자들이 필로폰을 놔줬을 리 없으니 스스로 투약한 것이라 봐야겠죠. 하지만 박지석은 조사과정에서 신체 및 거주지에 소지하고 있던 마약을 모두 압수당하고 거래처는 모두 파산이 된 상태라 스스로 마약을 구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기존에 알고 있던 지인에게로 간 겁니다. 마약소지자에게요. 그 지인의 집에 고양이가 있었던 거고요.”
“…!”
“종합하면. 박지석은 납치 직전 고양이를 키우는 마약소지자 지인 집에서 필로폰을 투약 후, 조선족 피의자들에게 납치, 살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저희는 이 고양이 주인을 꼭 찾아야 합니다. 이 사람이…”
내가 잠시 말을 흐렸다가 덧붙였다.
“박지석 살해 직전 마지막 목격자니까요.”
접근할 수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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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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