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84
84화. 접근할 수 없는 곳.
기섭이 내 말을 거들었다.
“아 그래서 CCTV에 노출이 많이 안 되었던 거군요. 마약하러 가는 거니까 박지석 스스로 CCTV를 피해 다녔던 거예요. 이동경로 안 들키려고.”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럼… 이 마지막 목격자를 어떻게 찾죠?”
그 질문에 내가 다음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박지석이 신고 있던 신발을 보시면 흙 자국이 나 있습니다. 짙은 농도의 흙인 걸 보면 최근에 묻은 거예요. 하지만 박지석 집 근처엔 흙길이 없죠. 출석했던 경찰·검찰, 소속사 건물 주변, 배림동 조선족 피의자의 거주지 근처에도 흙길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투약하러 갔던 지인 집 주변이 흙길이라는 겁니다. 아마 인도 공사를 하고 있을 거예요.”
“…!”
“그리고 그 지인은 여성일 확률이 높습니다.”
“여성이요?”
“여기를 자세히 보시면.”
내가 다음 사진을 확대하며 말을 이었다.
“박지석 코트에 얇은 실들이 엉켜 있습니다. 다른 옷과 붙었다 떨어지며 미세한 실들이 서로 엉킨 거예요. 위치상으로 봤을 때 누군가와 포옹을 했다가 떨어지며 실이 옮겨 붙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 색깔은 밝은 핑크색. 남성복에선 잘 볼 수 없는 색깔이죠.”
“아…”
“아마 핑크색 옷을 입은 여성과 포옹을 한 것 같습니다. 그 여성이 고양이를 키우는 마약소지자고요. 박지석이 은밀히 찾아가 마약을 투약했고, 고양이까지 키우는 걸 보면 그 여성은 혼자 살 확률이 높습니다.”
나는 곧장 현민에게로 고개를 돌려 말을 이었다.
“사건 발생 전 피해자 모습이 가장 많이 보였던 동네가 어디죠?”
“… 네?”
멍하니 내 말을 듣고 있다 번뜩 정신을 차린 그는.
“아, 공남동이랑 영북동에서 피해자가 걸어 다니는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집이나 상가에 들어가는 모습까지는 없습니다. 모든 길목에 CCTV가 있는 건 아니라서요.”
“관할 파출소 연락해서 해당 파출소 관내에 주변 인도를 공사 중인 원룸과 오피스텔을 모두 탐문할 수 있도록 지원 요청해야 합니다. 중요사건 관련 협조요청으로 해서 집주인 연락해 혼자 사는 20대 여성 소재지 위주로 탐문, 인적사항 확보해 조사해야 해요. 고양이까지 키우고 있다면 백프로입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치헌이 무전기를 들더니.
– “공남 파집(파출소), 영북 파집. 여기 광하나(광역수사대 1팀.)”
– “여기 공남 파집.”
– “여기 영북 파집입니다.”
– “아, 광하나가 둘치(조치) 중인 사건 관련 전달사항이 좀 있는데요. 일전(일반전화)하겠습니다. 각각 사무실 연락처 좀 구연(연락)바랍니다.”
곧장 관할 파출소 연락처를 확보해 업무협조 요청을 했다.
대충 전화내용을 들어보니 지난 조선족 피의자 검거 때 워낙 협업이 잘 된 덕에 지역경찰들이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업무를 지원해주려는 것 같았다.
전화가 끝난 뒤 치헌이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여태 정태 말 들어서 손해 본 거 하나도 없어. 게다가 충분히 예리한 추측이고, 혹여나 관련자를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밑져야 본전인 일이니 일단 탐문해보자고. 발견하면 대박인 거고.”
그렇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그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가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 “예, 과장님. 어쩐 일이십… ··· 예? 사건 관련이요? 아, 내용이 뭐냐 하면…”
그리고 한동안 우리가 얘기했던 것을 쭉 설명했다.
=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어 그가 버튼을 누르니.
= “예 과장님 말씀하십시오. 스피커폰입니다.”
= “아, 안녕하십니까. 창진서 형사과장 최안득입니다.”
오랜만에 안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빠르게 전달사항만 알리겠습니다. 무전을 듣고 연락했습니다. 공남파출소, 영북파출소 모두 우리 창진서 관내니까요. 아마 지금 광하나가 찾고 있는 박지석 최후 목격자…”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 이었다.
= “우리 창진서에서 인적사항을 확보해놓은 ‘그 사람’ 같습니다.”
‘!!?’
= “오늘 아침에 여청에 신변보호 요청을 한 여자가 하나 있거든요.”
= “듣고 있습니다. 계속 말씀하십시오.”
= “그 사람은 명확한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누가 날 죽이려 할지도 모른다.’, ‘누가 우리 고양이를 죽이려 할지도 모른다.’는 말만 했다고 합니다. 누가 왜 그러는지를 말해주지 않아 신변보호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만, 여청에서 ‘먀악 복용이 의심된다.’며 인적사항을 형사에 통보해주긴 했습니다. 인적사항을 받아 조회를 해보니.”
그가 잠시 틈을 두고 말을 이었다.
= “강은영이라는 사람이더군요. 연예인입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요. 마약관련 전과는 없었지만 특이사항이라고 한다면 최근 버팔로 클럽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를 한 번 받은 적이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거주지는 오피스텔. 바로 옆 인도가 공사 중인 곳입니다. 이런 사항들을 봤을 때 이 여자는…”
= “저희가 찾고 있는 박지석 최후 목격자일 확률이 높겠군요.”
내가 불쑥 끼어들자.
= “… 그렇네.”
안득이 내 목소리를 인지한 듯 대답했다.
= “과장님. 그 집으로 바로 직원들 보내 강은영 씨 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 “이미 보내놨네. 광수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게. 우리 쪽에서 특이사항 있으면 바로 알려줄 테니까.”
= “알겠습니다.”
그 뒤 치헌의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이야, 다들 우리 도와주려고 난리구만. 엄청 든든하네 이거.”
치헌이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끔찍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사건이 점점 풀려나간다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우리는 어쨌든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나도 없었던 퍼즐이 하나씩 생겨나 조금씩 흥분이 되었다.
그때.
위이이잉-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화면을 켜 보니.
[형, 언제와?]
*
잠시 후.
“버팔로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마약범죄는 주춤할 거다? 그건 마약범죄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야.”
우리는 펜타곤 클럽에서 약 200m 떨어진 골목에 도착했다.
“약쟁이들은 약을 끊을 수가 없어. 투약할 시기가 되면 약이 어디에 있든, 얼마가 됐든 무조건 구해서 몸에 집어넣어야 하지.”
작전 투입 전 치헌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얘기를 해주고 있었다.
“버팔로가 터지고 우리가 조선족 놈들 마약 대량으로 압수했다고 해서 구매자들이 약을 못 구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다른 공급자들은 오히려 더 좋아해. 일시적으로 약값이 엄청 오르니까. 마수대 첩보가 맞다면, 오늘도 이 펜타곤에서 분명 마약거래가 이루어질 거야.”
없애고 없애도 계속해서 나오는 범죄들.
치헌의 말처럼 경찰은 계속 자라나는 범죄의 풀을 쳐낼 수밖에 없는 걸까?
그 뿌리를 뽑을 수는 없는 걸까?
“다만 오늘은 영장도 없고 브로커도 없어. 그냥 쌩으로 들이받는 수사란 말이야. 그러니 적극적으로 강제수사를 계획할 수도 없어. 현장에서 범죄 혐의가 검증되어야만 클럽을 덮칠 수 있지.”
영장 신청을 하지 않은 것.
그건 아직까지 펜타곤 클럽의 마약범죄 증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에 있어선 마수대의 첩보가 굉장히 신빙성이 높지만, 법원의 영장발부는 얘기가 다르다.
영장이 발부되기 위해선 떠도는 소문이 아니라 몇 그램의 마약 발견, 수많은 목격자들의 진술서 등 눈에 보이는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을 들여 그런 증거를 모두 준비했을 땐, 이미 펜타곤 내 마약범죄자들은 모두 자취를 감춰버려 검거가 힘들다.
그러니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수사를 하는 것이다.
“많은 인원을 한 번에 투입시킬 수도 없어. 들킬 위험이 커지니까. 그러니 들어가서 무리하지 말고 범죄혐의만 잘 발견해서 동영상에 담아놔. 증거 확보되면 즉시 무전으로 지원요청하고. 그땐 마구잡이로 덮쳐서 다 박살내도 괜찮으니까.”
그때 무전이 흘러나왔다.
– “마수대 등원(경찰관) 공발합니다. 광하나(광수대 1팀)도 공발(출발)하세요. 클럽 부근에서 일면(만나자.)”
– “칠팔. 광하나도 공발.”
나와 경수는 초소형 무전기 이어폰을 다시 한 번 점검 후 차에서 내려.
“출발하겠습니다.”
“조심해.”
클럽 쪽으로 걸었다.
가면서 나는 문자를 전송했다.
[3분 뒤 클럽 앞으로 나와.]
[네.]
잠시 후.
나와 경수는 클럽 앞에서 마수대 직원을 만났다.
우리는 가까이 가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을 뿐 목례를 하거나 허리를 숙여 인사하지는 않았다.
우리 세 명 모두 그렇게 튀지 않는, 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만 갖춘 옷차림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마스크를 낀 것이었는데, 클럽 앞에 늘어선 줄에 있는 이들을 보니 마스크를 낀 이가 꽤 많이 있어 우리가 특별해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클럽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
문자를 한지 3분이 넘었는데도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다시 문자를 하려던 찰나.
저벅- 저벅- 저벅-
펜타곤 입구가 아닌 옆 건물에서 정우가 걸어 나왔다.
“형.”
나는 부스를 예약할 일반인을 영입하라는 치헌의 말에 곧장 정우에게 연락했다.
치헌이 원하는 인물에 부합하기도 했거니와, 그에게 수사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시켜주고 싶어서.
그는 이마에 땀을 흘리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땀은 왜 흘리는 것이며 웃기는 왜 웃는 걸까.
“늦었네.”
“30초 밖에 안 늦었어요.”
“왜 클럽이 아닌 곳에서 나온 거야?”
“옆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왔어요.”
“옥상은 왜?”
“올라가보고 싶어서요.”
“……”
내가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단독행동은 안 돼.”
“네.”
“들어가자.”
우리는 정우를 따라 클럽 입구로 들어갔다.
정우가 팔에 찬 금색 종이 팔찌를 보여주고는 직원에게.
“저희 부스 손님들이에요.”
하고 말하니 직원들이 우리 팔에도 하나씩 금색 종이 팔찌를 채워줬다.
그리고는.
“이쪽입니다.”
정중히 인사하며 우리를 안쪽으로 안내해주었다.
방- 방- 방- 방-
띠딕 띡띡띡띠디디디-
기괴한 음악소리가 귀를 때렸다.
틈도 없이 모여서 흔들흔들 춤을 추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지난 쿠잔클럽 수사 때가 생각났다.
펜타곤도 디자인만 다르지 전체적인 구조는 쿠잔과 비슷했다.
춤을 출 수 있는 스테이지와 뒤 쪽 바.
그리고 가장자리엔 앉을 수 있는 부스들.
“여깁니다. 술 더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직원은 부스 중 한 자리에 우리를 안내하고는 돌아갔다.
나는 주변을 쭉 둘러보며 클럽 전경을 눈에 담았다.
“형.”
정우가 다시금 나를 불렀다.
“저는 이제 뭘 하면 돼요?”
그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마치 자기 다음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듯.
나는 그 기대를.
“네 역할은 끝났어.”
바로 깨부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
그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우리 경찰관들을 안으로 들여보내준 것만 해도 정우 넌 수사에 엄청난 기여를 한 거야. 곧 여기는 아수라장이 될 거야. 더 이상은 위험해.”
“위험하면 도와줄게요.”
“이젠 도움이 안 돼. 방해만 될 뿐이야.”
“……”
“집으로 돌아가.”
“……”
아쉬운 듯 아무 말을 않고 있던 정우는.
“네…”
시무룩한 얼굴로 뒤돌아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가고난 뒤.
“시작하죠.”
우리는 곧장 클럽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1층 부스들을 지나 바, 바에서 화장실과 출입구, 출입구에서…
“와, 여기 뭐야?”
뒤쪽에 방들이 늘어선 통로까지.
경수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클럽에 무슨 룸이 있어?”
“쿠잔에도 있었어요. 버팔로에도 있었고요. 범죄는 모두 그 방 안에서 일어났어요.”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범죄는 클럽 내 가장 은밀한 공간에서 일어났다.
아마 펜타곤 내 마약관련 범죄들도 저 룸 안에서 일어날 확률이 높다.
“방 안을 확인해봐야 해요.”
“무턱대고 들어가선 안 돼. 막상 들어갔는데 술만 먹고 있는 자리면 괜히 우리 신상만 들킨다고. 일단 한 바퀴 둘러보자.”
“네.”
그렇게 방이 늘어선 통로를 지나며.
끼익-
끼익-
방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곧장 고개를 돌려 그 틈으로 안을 스캔했다.
‘소파와 사람들. 술병들과 잔, 과일안주 외에 다른 것 없음. 여성들 허리 꼿꼿하고 눈 정상. 호르몬 과다분비가 아닌 감정에 의한 웃음.’
그런데.
‘벽면에 추가 통로 없음. 출입구는 방문 하나. 비상탈출구가… 없음.’
뭔가 이상했다.
‘방 입구를 비추는 CCTV 없음. 통로마다 하나씩 있을 뿐.’
범죄가 일어난다고 하기엔 너무나 허술한 구조.
누구나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이 문 외에 별다른 통제장치가 없다니.
순간 생각이 번뜩였다.
“여긴 아니에요.”
“… 응?”
“이 방 들은 범죄 장소가 아니에요.”
“방금은 방 안에서 범죄가 벌어졌을 거라며?”
경수는 물론 마수대직원도 나를 의아하단 눈으로 바라봤다.
그때.
위이이잉-
휴대폰으로 문자가 수신되었다.
정우의 문자였다.
[형,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어서 문자 보내요. 내가 아까 클럽을 다 돌아봤는데요. 범죄가 일어날 만한 장소는 없는 것 같았어요. 마약 같은 중대범죄가 일어날 정도라면 ‘은밀한 곳’이 아니라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범죄가 벌어질 텐데, 클럽 곳곳을 다녀도 그런 곳은 없었거든요.]
그는 나와 정확히 같은 생각을 했다.
단순히 꽁꽁 숨겨진 공간은 중대범죄 장소가 될 수 없다.
접근이 불가해야 한다.
[그래서 제가 2층에 올라가 다시 한 번 클럽을 쭉 둘러봤는데…]
이 클럽은 2층 구조다.
2층에서 보일만 한 곳.
‘…!’
짚이는 곳이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나는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야, 정태야! 갑자기 어디 가!?”
따라오는 경수와 마수대 직원을 뒤로한 채 나는 계속 문자를 읽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려면 누군가 막고 있어야 하잖아요?]
쿠잔 때도 2층 입구를 덩치들이 막고 있었다.
버팔로 수사 자료를 봐도 범죄가 벌어지는 방 입구는 모두 조직폭력배 직원들이 막아서 감시를 하고 있었다.
[막고 있는 곳을 찾아보니…]
나는 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가장 시끄러운 곳으로 걸었다.
오픈되어 있지만 일반인은 갈 수 없는 곳.
가장 드러나 있는 동시에 가장 숨겨진 곳.
그곳에 도착하니.
[DJ부스 뒤편 방. 거기 한 곳밖에 없더라고요. 거기가 범죄 장소 아닐까요?]
치헌 만한 덩치 네 명이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다.
제거하고 싶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