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이대로 마무리되어선 안 됩니다.
…
왜 굳이 나여야만 할까?
그리고 관우가 적임자인 이유는 뭘까?
그때.
똑똑똑-
부속실 직원이 들어왔다.
“청장님. 5분 뒤 2층 회의실에서 회의 있습니다.”
관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나갔다.
“얘기는 여기까지만 해야겠습니다. 일정이 있어서.”
“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우도 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계속 열심히 근무 부탁드립니다. 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테니까요.”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나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 네?”
“저는 계속 열심히 근무를 할 겁니다. 청장님께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 또 도움을 받을 겁니다. 저희 목표는 같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틈을 두고 다시 말을 이었다.
“목표로 가는 방식까지 청장님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진 않을 겁니다. 제가 더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있으면 저는 제 방식대로 목표를 향해 달려갈 거예요.”
“……”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나는 꾸벅 인사를 한 뒤.
끼익-
방을 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뚜- 뚜- 뚜- 뚜-
= “여보세요?”
= “탁정탭니다. 연락 달라고 하셨죠?”
내 방식대로 행동했다.
#
그날 저녁, 서울 외곽의 한 룸살롱.
“바하의 선율에- 젖은 날이면-”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된 방에서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래를 부르는 40대 초반 남자는 본청 감찰 소속 임성필 경감.
철성의 오른팔이다.
“있었던 기억들이- 피어나네요-”
방안의 남자는 총 네 명.
그들은 각자 옆에 젊고 늘씬한 아가씨를 끼고 있었다.
“작은 가아-슴, 모오두 모오- 두우어-”
시호는 자기 파트너를 껴안고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몸을 더듬거리고 있었다.
이미 팁을 포함한 결제를 후하게 받아놓은 터라 아가씨는 시호의 추태를 웃으며 잘 받아주었다.
“먼지가아- 되에어-”
그때.
탁-
“……”
시호가 리모콘으로 취소버튼을 누르며 노래가 꺼졌다.
그가 리모콘을 소파로 휙 던지며 말했다.
“이야, 우리 성필 씨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아. 가수야 가수.”
“… 감사합니다.”
성필은 뻘쭘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놓고 소파에 앉았다.
시호가 술잔을 든 채 계속 말했다.
“목소리가 너무 잘 어울려. 음정도 정확하고. 무엇보다 그 뭐야. 가슴을 울리는 진심이 담긴 노래 같단 말야.”
“하하… 뭐 제가 이 가수 노래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진짜 먼지가 되려고 그러나?”
“……”
순간 방에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싸해졌다.
옆에서 허허 웃던 수훈과 철성도 모두 웃음기를 거뒀다.
“일은 못하면서 노래는 왜 이렇게 잘해? 진짜 성필 씨 보면 경찰인지 딴따라인지 알 수가 없다니까.”
그가 비아냥거리며 술을 한 잔 마시고는.
“잠깐 다 나가봐.”
아가씨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녀들은 올라가 있던 원피스를 내리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힌 뒤.
“다른 사람도 다 마찬가지예요.”
“……”
“공차장님이랑 이계장님은 대체 뭐하는 겁니까? 탁정탠가 뭔가 하는 햇병아리 새끼한테 당하기나 하고 말이야. 영입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확실히 내쳐버리든지 하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요?”
“……”
“그리고 박지석 건은 왜 이렇게 일을 키우고 지랄이에요? 이거 일 덮으려다가 더 키우는 꼴이 됐잖아.”
“아, 저희도 박지석이 버팔로 관련 추가폭로를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난들 예상했겠어요!? 연예인 기사 터뜨려달라고 해서 터뜨려줬으면 일 마무리를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냐! 왜 처리하지도 못할 일을 부탁해서 이 꼴이 나게 만들어요!?”
“… 죄송합니다.”
“그거 때문에 요새 나한테 날파리가 얼마나 꼬이는지 알아요? 타기관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전화 와대서 미치겠다고. 기사 하나 쓴 죄 때문에!”
조직 내에선 항상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녔던 수훈과 철성, 성필.
그들도 여기서만큼은 제대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시호의 말대로 그는 그의 몫을 다 했지만, 자신들은 그러지 못했으니까.
시호의 눈치를 보던 철성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그래도 박지석을 제거함으로써 가장 위험한 요소는 사라졌으니…”
“방금 제거 ‘함으로써’라고 했어요?”
“… 예?”
“하, 참나. 이제 뻔뻔하게 거짓말까지 하시네.”
시호가 철성을 노려보며 비소를 흘렸다.
“박지석 제거한 거, 이계장 쪽에서 한 거 아니잖아요.”
“…!!”
“내가 그거 모를 줄 알았어요?”
“……”
그 말에 철성이 깜짝 놀라 말을 멎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철성이 조선족 범죄조직에 박지석 살해를 의뢰한 것은 맞다.
허나 그가 일을 맡긴 곳은 인천 쪽 범죄조직이었다.
하지만 정작 살해는 서울 쪽 범죄조직이 벌였다.
철성은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광수대에서 면밀히 수사하고 있는 터라 사건의 진위를 알아볼 수도 없었다.
어쨌든 목적은 달성했으니 수훈과 자신의 공으로 포장하려 했는데.
어떻게 시호가 저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뭐 일처리 깔끔하게 못하는 거야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신뢰에 금이 가게 하면 곤란해. 그래도 더러운 똥 닦아야 할 일 있을 때 짜바리들 시키는 게 편해서 당신들 데리고 있는 건데, 이렇게 거짓말을 자꾸 하면 쓰나. 내가 만만해보여?”
“아, 아닙니다!”
“서로 협업을 할 땐 사실만 보고하라고 사실만. 좆도 한 게 없어도 부풀리거나 없는 걸 만들어내면 안 된다는 말이야.”
“네, 네.”
“이제 제대로 말해보세요. 여태 당신들이 한 게 뭔지.”
그 말에 철성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답했다.
“검거된 조선족 피의자들이 저희와 연결점이 있는 자들이어서 박지석 관해서는 함구시켜놓았습니다.”
“음.”
“그리고 일이 좀 커지긴 했지만, 이정도 선에서 이번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서울청장과 합의가 됐습니다. 그 전에도 몇 번 접촉해서 얘기를 나눴지만 워낙 중립적인 인물이라 말을 잘 듣지 않아 마무리 시기가 좀 늦어졌습니다.”
“지금은 확실히 마무리가 됐단 얘기죠?”
“네. 이제 다시 수사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추후 연계되는 사건을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별건으로 분류되어 영장도 처음부터 다시 청구가 되어야 하니까요.”
“이제는 그쪽에서 수사하겠다고 발버둥을 쳐도 막아내기가 쉽다는 말이네요.”
“맞습니다.”
“오케이.”
그 말에 시호가 씨익 웃으며 술을 쭉 따라준 뒤 잔을 들었다.
“이번 일 마무리 된 기념으로 건배한 번 하죠. 자, 경찰 조직과 이 나라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그렇게 다들 독한 양주를 쭉 들이켠 뒤.
“성필 씨, 아가씨들 다시 들어오라고 해.”
“예.”
아가씨들이 다시 들어왔고.
시호는 아까처럼 파트너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
철성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지석의 살해는 자신이 의뢰하긴 했지만, 다른 무리들에 의해 시행되었다.
하지만 강은영.
펜타곤 클럽에서 납치된 강은영 사건은 철성이 의뢰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도 전혀 아는 바 없는 상태에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럼 그 사건은 대체 누가 의뢰한 일이란 말인가.
시호는 그 진위까지 알고 있을까?
이 사건 관련해서 철성이 알고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이며, 또 모르는 영역에선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철성은 그 무지에서 오는 공포에 절로 소름이 끼쳐 다시 잔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
다음 날, 서울청 광수대 사무실.
“이야, 지방청 있으니 타 경찰서 소식들도 다 볼 수 있네.”
점심을 먹고 난 뒤 치헌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내부망 소식들을 살폈다.
내부망에선 하급부서는 상급부서의 소식을 볼 수 없지만, 상급부서는 하급부서의 소식을 볼 수 있다.
“강북서 경찰관 무단결근 한 것도 공문으로 보고되어 있네.”
그가 고개만 돌려 나를 쳐다봤다.
“이거 정태 네가 유행시킨 거 아니냐? 이 직원도 부서 옮기려고 일부러 출근 안 하는 거 같은데?”
“……”
이어 치헌이 공문 몇 개를 더 클릭해보고는 기지개를 쭉 켰다.
“아휴- 끝날 거 같지 않던 이번 수사도 이제 끝을 향해 가는구나!”
광수대장이 지시한대로 우리는 이번 조선족 살해 사건을 마무리해가고 있었다.
“조선족 놈들 범죄를 완전히 뿌리 뽑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아주 선방한 거야. 내가 저번에 설명했듯 이렇게 한방 한방씩 먹이다보면 언젠가는 무너지거든. 이번에 크게 한 방 먹인 거라고.”
“그래도 아쉽긴 아쉬우시죠?”
“… 응?”
내 질문에 치헌이 눈을 꿈뻑거리며 다시금 나를 돌아봤다.
“완전히 뿌리 뽑지 못해 아쉽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내가 말했잖아 뿌리 뽑는다는 게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래도 계란으로 계속 바위를 쳐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 그랬지. 그래서 이렇게 훌륭하게 수사 해냈잖아.”
“아뇨, 아직 더 쳐야 합니다.”
“… 뭔 소리야?”
“계란을 야구공으로, 무쇠공으로 만들어서 더 쳐야 한다고요.”
내 말에 치헌이 의자에서 등을 떼고 답했다.
“그러면 좋겠지만 이제 더 칠 것도 없어. 이제 더 벌어진 사건도 없는 상태라 인지해서 수사해야 하는데, 추가로 인지할 만한 사항이 없는데다 조선족 놈들 아무리 족쳐도 입을 열지 않으니 대장도 이대로 송치하라고 하는 거야. 우리 선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동료들에게 지원요청을 해야죠.”
“… 뭐?”
“또 우리 경찰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타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요.”
“??”
내 말에 치헌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의아하단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한시네요.”
시계를 한 번 본 뒤.
띡-
사무실 벽면에 걸린 티비를 켰다.
그리고 채널을 돌려.
[“YBC 윤정수 기잡니다.”]
YBC 채널에 맞췄다.
그리고 볼륨을 높였다.
[“오늘은 저희 YBC에서 단독으로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소리가 점점 커지자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티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벌어졌던 끔찍한 사건이죠. 유명 밴드 보컬이었던 박지석 살해 사건 관련해서…”]
이어 카메라가 돌아가며 화면이 전환되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근무하고 계시는 탁정태 경위님과 인터뷰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내 모습이 나왔다.
그러자 사무실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청 광수대 1팀 탁정태 경위입니다.”]
그 와중에도 내 목소리는 계속 흘러나왔다.
[“탁경위님. 인터뷰를 하면서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네.”]
[“뭡니까?”]
그 질문에 내가 잠시 틈을 두고 답했다.
[“이번 박지석 살해 사건, 이대로 마무리되어선 안 됩니다. 전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그리고 경찰관 여러분.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어주십시오.”]
그들의 입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