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일체의 유·무형 이익.
내 말에 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봤다.
“어차피 다 밝혀낼 겁니다.”
“……”
“뉴스를 보셨다면 아실 텐데요. 저희 팀 앞에서 숨길 수 있는 건 없다는 걸요.”
내 말에 동석이 주변을 쭉 훑었다.
늠름한 치헌과 경수.
지방청에서 과장급 총경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그들은 서장 앞인데도 불구하고 어깨를 편 채 당당히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 서의 서장이 성범죄를 저지른 지금.”
상대가 서장이건 청장이건 어깨를 움츠리지 않는 사람이다.
“언성을 높여 죄를 부인해도 모자랄 판에 무언가를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
“숨기고 있는 게 양날의 검이라는 뜻이겠죠.”
“…!”
“다시 말해 그 증거는 강간이 아님을 주장할 수 있는 증거임과 동시에 추가범행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는 거예요.”
동석은 이제 포커페이스 가면을 완전히 내려놓고 눈과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린 채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이 상황에서 그런 증거자료는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런 그를 내가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성관계 당시 불법촬영을 한 거예요.”
“!!”
내 말에 모두가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여경 중 한 명은 유독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어차피 조사과정에서 밝혀낼 거고, 지운다 하더라도 포렌식으로 복원시킬 겁니다.”
“……”
“보여주세요. 당신이 때려죽여 마땅한 성범죄 피의자라도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풀어야죠.”
내 강한 어조에 당황했는지 완전히 기세가 눌린 동석은.
“여기…”
마침내 휴대폰 갤러리를 열어 내게 건넸다.
나는 화면에 떠 있는 동영상을 바로 재생했다.
영상 속 동석은 술에 취한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침대 옆에선 늘씬한 여자가 스스로 옷을 벗고 있었다.
나체가 된 그녀는 침대 위로 올라와 동석의 옷을 벗겼다.
이어서 그녀가 진하게 입맞춤을 하더니.
동석의 온 몸을 핥아대기 시작했다.
그 뒤엔 동석의 아랫배 위로 올라타.
“하아-”
고개를 뒤로 젖혀가며 신음을 했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허리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이다영 경사님.”
다영이 맞았다.
나는 재생되고 있는 동영상을 그녀 앞에 내보였다.
“삽입이 된 건 맞지만 협박과 폭행은 없었네요.”
“……”
“이 행위가 강간이라고 주장하신다면, 오히려 술에 취한 서장님을 이경사님이 강제로 간음한 준강간이 되겠는데요? 이경사님이 피의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여태 빳빳이 서 있던 그녀의 고개가 처음으로 살짝 내려갔다.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고 흔들리는 눈.
“하아- 하아-”
그 와중에도 황홀한 그녀의 숨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그녀는 소리를 계속 듣다가 순간 수치심과 분노가 일었는지.
휙-
홱- 타당탕-!
휴대폰을 확 뺏어 동영상을 중지시킨 뒤 바닥에 던져버렸다.
“준강간이라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렇게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한 것도 서장님이 강압적으로 다 시켜서 한 일이란 말이에요!”
흥분한 그녀가 표정을 구기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나는.
“생활질서계는 청문, 정보부서와 함께 경찰조직 내에서 정보에 가장 민감한 부서입니다.”
흥분할 필요가 없다.
차분하게 혐의를 밝히기만 하면 된다.
“유흥업소를 단속하는 부서이기에 보안과 소식에 민감하죠. 다른 부서에서 모르는 정보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여기 보시면.”
내가 현미의 고소장 서류 일부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임현미 순경이 모텔에서 범행을 당한 시점이 14년 10월 25일입니다. 그 뒤에 이다영 경사가 10월 30일에 서장실에서, 12월 30일에 모텔에서 범행을 당했습니다. 임순경은 부서회식 도중 피의자와 함께 모텔로 가 범행을 당했기에, 적어도 경찰서 내에 ‘서장이 임현미 순경에게 추근대더라.’는 소문이 퍼졌을 겁니다. 이전에도 오동석 서장에 대한 소문은 별로 안 좋았고요.”
“……”
“그런 소문에도 불구하고 서장실에 단독으로, 그에 이어 모텔에까지 같이 가시다니. 너무 조심성 없는 행동 아닙니까?”
내 질문에 다영이 다시금 발끈했다.
“뭐라고요? 지금 그 말, 성범죄 피해자한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말인 거 몰라요? 어떻게 그 두 번의 정황만으로…”
“두 번의 정황뿐이었다면 이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 네?”
“오서장님과 그 모텔에 간 게 한 번이 아니더군요.”
“…!”
내 말에 다영은 눈을 크게 뜨며 말을 멎었고, 동석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렸다.
*
2시간 전. 다영이 범죄 장소로 지목했던 모텔.
“한 번 온 게 아닙니까?”
나는 사장과 계속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딱 한 번 온 사람을 제가 어떻게 기억하겠어요? 적어도 네다섯 번은 왔을 걸요?”
“……”
“자기도 나이 많은 사람이랑 오는 게 부끄러운지 옷을 계속 바꿔 입고 선글라스까지 쓰고 오더라고. 그래서 나도 처음엔 매번 다른 여자인 줄 알았지. 근데 향이 같았어 향이. 같은 사람이었던 거예요.”
“향이요?”
“아 참. 안 그래도 그 아가씨 오면 주려고 했는데.”
사장은 카운터 안쪽으로 가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여기.”
손수건을 내게 건넸다.
“며칠 전 그 아가씨 퇴실할 때 놔두고 간 거 같은데. 거기서도 같은 향이 나요.”
*
나는 안주머니에서 그 손수건을 꺼내 그녀 앞에 내보였다.
“지금도 몸에서 같은 향이 나는 군요. 이 손수건 향이랑.”
“……”
“이거 이경사님 거 맞죠? 모텔 주인이 여러 번 온 손님 거라고 하던데요.”
손수건을 보자 다영이 입술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가면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나는 그치지 않고 계속 쏘아붙였다.
“아까 책상 위 스케줄 표를 보니 얼마 전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셨더군요.”
“…!”
“그런데 진단서는 고소장에 첨부하지 않으셨어요.”
“……”
“성범죄 피해로 볼 만한 상처가 없어서 그랬겠죠. 아마 상처가 나왔다면 강간 피해를 입었다며 허위 증거를 제출하셨을 거예요.”
내가 이어 월별 초과근무자들 명단이 적힌 서류를 내보였다.
“게다가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던 그날, 초과근무 지문을 찍으러 서에 다시 방문하셨더군요.”
“……”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행동이죠.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수당을 받기 위해 서에 지문을 찍으러 오다니. 이 자체로 허위수당 비리에 해당하지만 그건 지금 따지지 않겠습니다.”
이제 다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반항적인 기세를 완전히 풀었다.
“여태까지 나온 동영상, 진술, 손수건, 서류 등의 증거로 봤을 땐 이경사님이 강간피해를 당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죠. 그래서 부속실 직원은 비명소리가 아닌 신음소리를 들은 거고, 오서장님의 휴대폰에선 저렇게 자연스러운 성관계 모습이 나오는 거예요.”
“……”
“그렇다면 이경사님은 왜 오동석 서장님과 수회에 걸쳐 합의된 성관계를 했으며, 또 왜 갑자기 마음이 틀어져 고소를 하게 되었을까요?”
“……”
“다 승진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머릿속으로 여태 밝혀진 정황과 증거들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이경사님이 고소장에 강간 범행일시라고 작성한 10월 30일과 12월 30일은 각각 해당년도 실적 취합일 직전, 그리고 심사 승진자 발표 직전이었습니다. 승진에 관련된 중요한 날 직전에 성관계를 했더군요.”
“……”
“이경사님 책상에 잔뜩 쌓여 있었던 승진관련 서류들. 이번 심사 승진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계셨어요.”
“……”
“게다가 일을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지방청 인사담당자인 전경환 경감한테까지 전화를 하셨죠?”
“…!”
경환의 이름을 언급하자 다영과 동석의 눈이 다시금 커졌다.
나는 그 얼굴을 보며 아까 전 경환과의 전화 내용을 회상했다.
*
= “왜 또 전화하셨습니까? 탁경위님 때문에 감봉 먹고 속 쓰려 죽겠습니다.”
= “저 때문이 아니라 본인 때문이겠죠.”
= “……”
그는 지난 경수 특진 관련 인사비리 때문에 감봉 징계를 받은 듯했다.
= “혹시 인사 시즌 때 강북서장 오동석 총경 전화 받은 적 있습니까?”
= “그건… 왜요?”
= “있습니까?”
= “아이, 이번엔 또 뭐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오서장한테 전화 받은 적은 있지만 이번엔 진짜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 “오서장이 무슨 말을 했습니까?”
내 질문에 경환이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 “뭐… 누구를 좀 잘 봐달라는 말을 하긴 했습니다. 승진시켜달라고요. 하지만 정말로! 그건 제가 안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강북서엔 수사부서 외에 경위 승진 티오가 없었으니까요.”
= “그 뒤에 또 전화는 없었습니까?”
= “한두 번 더 전화오시긴 했지만, 같은 내용으로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엔 오서장님이 승진시켜달라고 했던 그 당사자 여경분이 직접 전화가 오셨더라고요.”
= “직접이요?”
= “네. 그래서 오서장님 혹시 전화 왔었냐고 묻길래 전화가 왔었다고만 얘기했습니다. 상세한 건 얘기하지 않고요.”
= “전경감님 통화 자동녹음 하신다고 하셨죠? 그 통화 내용도 다 녹음되어 있겠네요?”
= “… 네. 그렇긴 합니다만…”
= “녹음 파일 떠서 제 휴대폰으로 전송 좀 해주세요.”
= “……”
= “안 주시면 또 영장 발부해서 강제로 압수해야 하고요.”
= “아아, 해드리겠습니다. 바로 보내드릴게요.”
*
“서장님이 이경사님의 승진을 부탁한데 이어 이경사님이 직접 전화까지 하셔서 통화여부를 확인한 걸 보면 두 분 사이에 승진 관련 거래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봐야겠죠.”
“……”
“여태 제가 말씀드린 모든 증거를 토대로 내용을 종합하면.”
내가 떨어진 동석의 휴대폰을 주워 다시 영상을 재생시키며 말을 이었다.
하아- 하아-
“이 성행위는 강간이 아니라 ‘뇌물’이라고 봐야 합니다.”
“……”
“그래서 오동석 서장님이 이 영상을 제출하지도, 안 하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하고 있었던 거예요. 영상을 제출해야 강간죄를 면할 수 있는데, 제출하게 되면 뇌물죄와 성폭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범했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 되니까요.”
“……”
“그리고 이경사님은 원했던 승진이 물거품이 되자 앙심을 품고 합의된 성관계를 강간으로 고소한 겁니다.”
그 말에 다영과 동석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나는 다영에게 먼저 다가갔다.
“뇌물죄의 ‘이익’은 금전, 물품, 기타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일체의 유·무형 이익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성행위도 뇌물이 될 수 있죠. 이경사님은 지금 직무관련 대가로 성행위를 뇌물 증뢰하신 거예요.”
“……”
“죄 인정하십니까?”
“……”
“뇌물죄에 더해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와 무고까지 혐의를 검토할 겁니다. 죄질이 좋지 않아 죄를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을 시 곧바로 실형에 처해질 수도 있어요.”
“……”
“죄 인정 안 하실 겁니까?”
계속되는 내 추궁에 지쳐버린 다영은.
털썩-
그만 무릎이 풀려 주저앉으며.
“죄송합니다…”
펑펑 눈물을 쏟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그대로 다시 일으켜 손목에 수갑을 걸었다.
“이다영 씨. 당신을 뇌물증뢰죄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수 있어요. 체포적부심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어 나는 경수의 수갑을 빌려 동석에게로 다가갔다.
“서장님. 임현미 순경에겐 강간 범행 저지른 거 인정하시죠?”
“……”
“이다영 경사에겐 뇌물로 수차례 성행위를 제공받으셨고요. 게다가 성폭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범하셨어요.”
“……”
“서장님은 지금 권력형 성범죄에 뇌물죄까지 범하셨기 때문에 실형은 거의 확정입니다. 연세도 많으신데, 죄까지 부인하면 사망 시까지 교도소에 계실 수도 있어요. 죄 인정 안 하실 겁니까?”
내 추궁에 동석도 털썩 무릎을 꿇더니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하… 한 번만 좀 봐주게. 어, 어떻게 좀 안 되겠나? 내가 아는 인맥을 총 동원해서 자네들 경찰생활을 환히 밝혀주겠…”
휙-
“아악!”
나는 그의 말을 끊고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오동석 씨. 당신을 강간, 뇌물수뢰, 성폭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수 있어요. 체포적부심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무섭고 똑 부러지는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