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96
96화. 연결고리.
“피해자 사체 좀 볼 수 있을까요?”
“네.”
우리는 부검의에게 요청해 그의 입회하에 피해자 사체를 직접 살펴봤다.
그가 말한 대로 골절된 부위가 조금 어긋난 것, 그것 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굳이 신체적 특징을 찾자면 193cm에 100kg가 넘는 거구라는 것 정도.
부검의견을 듣고 우리는 병원을 나와 우리는 곧장 하남으로 향했다.
“씨팔 경찰관 살인이라니…”
치헌이 보기 드물게 심각한 얼굴로 욕을 흘렸다.
“뭐 백프로 부검의견대로 수사가 흘러간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만약 타살이 맞다면 우리 정신 바짝 차려야 돼. 이건 역사에 몇 없는 사건이라고.”
그의 말대로 경찰관이 직접 살해를 당한 사건은 과거를 모두 살펴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검찰도 사건 중대성을 인지할 거고, 조금이라도 사건 연관된 인간들 확인되면 영장 바로바로 발부될 거야.”
체포·구속 영장 발부 시 고려 사안에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 외에도 ‘사안의 중대성’이 있다.
사안이 중대할수록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으니 중대사건에는 영장이 잘 발부되는 것이다.
“우리가 여태 사건 빨리빨리 쳐내긴 했지만, 이번 사건은 특히 더 신속하게 수사해야 해. 검거 늦어지면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사건 채 갈지도 몰라. 사건 맡아 놓고 해결은 다른 데서 하면 우리는 그냥 낙동강 오리알 되어 버리는 거야.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지.”
“알겠습니다.”
끼익-
사건현장은 병원과 그리 멀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나는 내려서 곧장 주변을 훑어봤다.
‘인적이 드문 저수지. 주변에 듬성듬성 있는 나무. 산 입구부턴 비포장 도로. 저수지 북편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 위엔 차가 통행하는 아스팔트 도로.’
딱히 특징이라고 할 만한 건 없는, 평범한 야산 저수지였다.
현장엔 경기청 직원들로 보이는 형사와 과수반 요원들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치헌이 그중 한 명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청 광수대 1팀장 장치헌 경감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하남서 형사 2팀장 최수길 경감입니다.”
“뭐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나 특이점 있습니까?”
“아 일단은.”
수길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피해자 차가 없습니다.”
“차가요?”
“현재 다른 팀에서 CCTV 수사 중인데, 피해자 자가에서 차를 타고 나가는 장면과 서울에서 하남 쪽 도로로 넘어오는 장면까지는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는 피해자 차가 없어요. 이동경로 따면서 차가 어디 있는지 조사 중이에요.”
“차는 언제 타고 나갔는데요?”
“사체 발견 일주일 전쯤입니다.”
“사망 추정시간 즈음이네요.”
차를 타고 나갔는데 현장에 차가 없다.
그 사실만으로 머릿속 수사 범위가 많이 좁혀졌다.
내가 수길에게 물었다.
“처음 사체가 있던 장소는 어딥니까?”
“저기 과수반 직원 들어가 있는 곳 보이시죠?”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저수지 측면 중간쯤에 몸에 착 달라붙는 잠수복 복장을 한 요원들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 물은 얼지 않았지만, 입김을 훅훅 뱉어대는 걸 보니 많이 추운 모양이었다.
“저기 가보면 뾰족한 나무 가지 같은 게 수면 위로 올라와 있습니다.”
굳이 가지 않아도 내겐 그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 가지에 찢어진 피해자의 점퍼 등 부분이 살짝 걸린 채로 물에 가라앉아 있었어요. 이 저수지 자체가 사람의 인적이 드문 데다 저 쪽은 아예 다니는 길이 없는 곳이니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았죠.”
수길의 말을 듣고 나뭇가지에 집중해보니 발견당시 저기 걸려 있었던 피해자의 사체가 시각화되었다.
이어 7일 전 사건 당일의 그날까지 눈앞에 마구 떠올랐다.
“아까 전에 부검의에게 전화해보니 자살이 아니라 타살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사인도 익사가 아니라고 하고요. 아마 범인이 미리 피해자를 살해한 뒤 이곳에 버린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저수지 근처에 범인의 흔적이 있는지 찾고 있는 중…”
“버리려면 확실히 버렸겠죠.”
말을 끊자 수길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 예?”
“굳이 저 추운 물 안으로 들어가서까지 버리려했다면 흔적을 남기지 않고 버렸겠죠. 나뭇가지에 옷이 걸리게 놔뒀을 리 없다는 말입니다.”
“그거야 버린 후에 물살에 쓸려 걸렸을 수도…”
“나뭇가지 각도를 보세요. 위로 바짝 솟아 있습니다. 단순히 물에 휩쓸려서 옷이 걸릴 수 있는 각도가 아니에요. 저수지 물살이 그렇게 세지도 않고요.”
내 말에 수길이 나뭇가지 쪽을 쳐다보다가, 그래도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사체가 어떻게 이 저수지에 들어왔단 말입니까? 어쨌든 타살이고 익사가 아니라고 결론이 난 상황이잖아요. 그럼 누군가 사체를 물에 빠뜨리긴 했다는 건데.”
“빠뜨렸죠. 사체가 스스로 저수지에 걸어 들어왔을 리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범인이 사체를 빠뜨린 장소는 저희가 서 있는 여기가 아니라.”
내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요.”
“…!?”
“저기서 사체가 떨어진 겁니다.”
*
나뭇가지의 각도, 그리고 내가 시각화 한 사체의 모습.
그건 분명 저 절벽 위에서 떨어진 사체였다.
그게 아니고선 사체가 그 형태로 있을 수 없다.
“와, 꽤 멀구나.”
왔던 길을 돌아 절벽 위 차도로 가는 길은 꽤나 멀었다.
저수지에선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이 보였는데, 차로 산을 돌아가려니 20분이 넘게 걸렸다.
“이 즈음인 것 같은데요?”
내가 가리킨 절벽 위 도로에 다다라 우리는 갓길에 정차 후 차에서 내렸다.
“흠, 왜 굳이 여기서 떨어뜨렸을까.”
“근처에 딱히 보이는 건 없는 거 같은데.”
경수와 치헌이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들의 말대로 우리가 내린 곳은 산악 지형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불구불한 아스팔트 도로였다.
도로 옆 낭떠러지 밑으로 사체가 발견되었던 저수지가 보였다.
살인을 하기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장소였다.
굳이 여기까지 올라와서 저수지로 사체를 떨어뜨릴 이유도 없고.
하지만 분명히 사체는 이곳에서 떨어졌다.
치헌이 가드레일을 넘어 낭떠러지 주변을 살피는 동안 나는.
“정태, 너 또 어디 가?”
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걸었다.
경수가 내 뒤를 따라왔다.
한 30m쯤 걸었을까.
‘!’
드디어 내가 찾던 특이점이 발견되었다.
의아한 정황들을 연결해주는 첫 연결고리.
“바닥에 뭘 보는 거야?”
“스키드마크에요.”
바닥엔 스키드마크가 길게 그어져 있었다.
“스키드마크야 급정거하면 도로에 생길 수 있지.”
“산악지형 도로엔 스키드마크가 잘 생기지 않아요. 대부분 운전자들이 감속을 해서 주행하거든요.”
이어 내가 스키드마크의 시작점을 가리켰다.
“스키드마크를 보면 제동 시점, 제동 당시 운전자의 시야 등을 유추할 수 있어요. 이 마크 시작점을 보면 운전자는 코너를 돌아 직선도로에 들어온 후에 갑자기 급제동을 했어요.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을 하다가 코너를 보고 갑자기 제동한 게 아니라는 말이죠. 멀쩡한 상태에서 전방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고 운전하다가 급제동을 한 거예요.”
“그렇다면…”
“앞에 갑자기 뭔가 튀어나온 거죠.”
“…!”
“그리고 튀어나온 그 무언가는.”
내가 도로 앞쪽 가드레일 너머에 있는 나뭇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수지에서 발견된 살인 피해자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
“저기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점퍼 조각. 피해자가 입고 있던 것과 같은 색깔과 재질이죠?”
가지엔 찢어진 점퍼 조각이 달려 있었다.
게다가 조각엔 피도 묻어 있었다.
“맞아.”
어느새 이쪽으로 온 치헌이 가지고 있던 피해자 발견 당시 사진과 점퍼 조각을 비교하며 말했다.
“피해자 점퍼 일부도 뜯어져 있었어.”
“점퍼가 걸려 있는 나뭇가지 높이는 2m가 넘습니다. 누군가가 피해자를 끌고 저까지 가서 걸릴 수가 없는 높이에요.”
설명을 하면 할수록 시각화된 장면은 선명해졌다.
“차에 강하게 부딪힌 후 튕겨 날아간 겁니다. 부검의가 골절 원인으로 말했던 ‘둔탁한 무기’는 차가 되는 거고, 피해자는 사고 후 저 나뭇가지를 스쳐 저수지로 떨어진 거예요.”
“…!”
“스키드마크 크기로 봤을 때 사고차량은 5톤 이상 화물차.”
내가 치헌과 경수를 둘러보며 덧붙였다.
“사망추정시간 당시 이 도로를 지나다녔던 화물차들 모조리 역추적 해야 합니다.”
#
며칠 뒤, 서울청 광역수사대 사무실.
우리 팀은 지난 오동석 서장, 이다영 경사 뇌물 및 성비리 사건과 교도소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를 보강했다.
동석과 다영은 죄를 모두 인정한 데다 피해자 조사 및 참고인 조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바로 기소의견 송치를 완료했다.
교도소 살인사건은 피의자 자백과 참고인들 진술이 있긴 하나, 모두 같은 조직원 출신의 목격 진술이라 추가적인 증거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이에 대해선 계속 이정재 검사 측이 주가 되어 수사를 하고 필요시 우리 팀에 수사지원 지휘를 내리기로 했다.
어느 정도 서류를 마무리 지은 뒤, 나는 잠시 모니터에서 눈을 돌려 하남에서의 일을 회상했다.
그때 우리는 곧장 하남서 교통조사계에 연락해 공조요청을 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형사계가 아닌 교통조사계에서 수사를 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저지른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기 때문에 특가법이 적용된다.
아직 사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에 서로 업무협조를 해서 수사를 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발견했던 점퍼 조각.
감식 결과, 거기에 묻어 있던 혈흔은 피해자의 것임이 확인되었다.
하남서 교통조사계에선 금방 피의자 범위를 줄였다.
사고현장을 직접 비추는 CCTV는 없었지만 그 도로는 편도 1차선 왕복 2차선 도로로, 도로 끝 교차로에 설치된 CCTV로 화물차 4대를 특정했다.
이에 더해 사고추정 장소에서 약 10km 떨어진 마을에서 피해자의 차량도 발견했다.
인적이 드문 산길 한 편에 사람 없이 주차되어 있었다고.
CCTV엔 피해자 차량도 사고가 난 도로를 지나간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고 했다.
오늘 아침 일찍 하남서 직원들은 피해차량의 감식을 의뢰한 뒤 화물차 운전자들 수사에 나섰고, 우리 팀 기섭과 현민이 그들을 지원했다.
아마 곧 또 수사가 진척됐다는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음.’
수사는 잘 진행되고 있었지만 내겐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현장에서 풀어내지 못한 의문이.
“정태. 또 무슨 고민하고 있냐?”
치헌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넌지시 물었다.
“또 무슨 그 시각화인가 뭔가 그거 하고 있냐?”
“네.”
“근데 표정이 왜 그래? 현장에서 업무상과실치사 가능성 발견해서 공조요청까지 해놨잖아. 지금 다들 열심히 수사 중이고. 그럼 된 거 아니냐?”
“밝혀내지 못한 게 있어서요.”
“밝혀내지 못한 거? 뭔데?”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인물이요.”
“또 다른 인물?”
“그자가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죽게 만든 사람이에요.”
“!?”
깜짝 놀라는 치헌에게 내가 설명했다.
“사인이 차 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차시죄로 추려지는 지금, 저희는 피해자의 자·타살 여부를 다시 검토해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피해자 스스로 차에 뛰어든 건지, 누군가가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거죠.
결론부터 말하면 자살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자살을 결심했다면 집에서 목을 걸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 훨씬 쉬운 방법으로 목숨을 끊었을 겁니다. 이렇게 힘들게 하남의 산악지형 도로에까지 와서 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진 않았을 거란 얘기죠. 게다가 혼자 와서 자살을 했다면 현장 근처에서 피해자 차량이 발견되어야 하는데, 차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으니 자살은 아닙니다.”
치헌과 경수가 동의한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이 사고는 ‘누군가가 그렇게 만든’ 상황이라는 겁니다.”
“누군가가 피해자를 저기까지 끌고 가서 차에 치이도록 만들었다는 얘기야?”
“네.”
그때.
끼익-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팀장님.”
기섭과 현민이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왔다.
“화물차 운전자 검거했습니다.”
오직 이 장면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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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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