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98
98화. 그놈.
“전화 돌려드릴 테니 받아보세요.”
치헌이 전화를 돌려받고는.
띡-
“광수대 1팀장 장치헌입니다. 말씀하세요.”
우리가 다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십니까. 경기남부청 과수팀 손유철 경위입니다. 감식 결과 말씀드릴게요. 일단 피해자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은 두 명으로 추정됩니다. 좌석 먼지 상태로 봐선 뒷좌석엔 아무도 앉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가 다시 이었다.
“조수석 의자 등받이가 뒤로 많이 젖혀져 있던 것으로 보아 조수석에 있던 사람은 거의 누워 있는 상태였다고 추정됩니다. 그냥 누워있던 게 아니라 기절을 한 채 누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추론하는 이유는 조수석 시트의 토사물 때문입니다.”
“토사물요?”
“운행 중 구토를 했는지 조수석 시트에 토사물이 있었습니다. 이를 수거해 DNA분석을 해보니 피해자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
“게다가 토사물에서 GHB까지 검출되었어요.”
“!!”
그 말에 팀원들 모두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GHB는 소위 말하는 물뽕입니다. 원래 GHB가 사람 몸으로 들어가면 검출하기가 힘든데 토를 하는 덕분에 인체에서 분해되기 전에 검출이 되었습니다. 알코올은 검출되지 않은 걸 보니 물이나 음료에 타서 먹인 것 같아요.”
“그럼 GHB를 먹인 놈이 운전자일 확률이 높겠군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운전자 신원도 확인되었나요?”
“물론입니다. 장갑을 끼고 운전했는지 운전대에서 지문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시트와 계기판에서 땀과 타액을 채취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감식해서 운전자를 특정할 수 있었는데요…”
수화기 너머로 서류를 몇 장 넘기는 소리가 들린 후.
“이 운전자는 원래 정보가 전혀 없다가 최근에 DNA 정보가 등록된 사람이었습니다.”
“최근에 등록됐다고요?”
“게다가 며칠 전 사망했어요.”
“사망이요!?”
“네. 이 체액과 타액의 주인. 운전석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자의 이름은…”
그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오수. 얼마 전 구치소에서 살해된 조선족 범죄조직원입니다.”
*
나와 치헌, 경수는 곧장 밖으로 나와 관용차를 타고 구치소로 향했다.
“씨팔. 거기서 갑자기 오수가 왜 나와?”
조수석에 앉은 치헌이 쌓인 서류를 정신없이 훑어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만약 감식 결과대로 오수가 피해자에게 GHB를 먹이고 차량에 감금해 이동하던 중 피해자가 도주, 사고로 사망한 게 맞다면. 오수에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류위반 및 감금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오수는 이미 사망하고 없는 상황.
피의자가 사망했을 시엔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리가 된다.
따라서 오수 건은 불기소처리를 하고 화물차 운전자인 윤진호에 대한 혐의만 조사를 하면 된다는 얘기다.
허나 이 사건은 경찰관이 살해된 중대 사건이다.
중대사건에 한해서는 공소권이 없는 사건도 수사를 할 때가 있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조직 안팎의 누군가가 오수에게 살인을 교사했을 수도 있는 상황.
이 사건의 진상은 반드시 파헤쳐내야만 한다.
“일주일 전이면 검거 하루 전입니다. 저희한테 검거되기 전에 이형준 형사를 납치해 하남으로 갔고 그 사고가 난 거예요. 그 후 펜타곤에서 저희에게 검거된 거고요.”
오수는 펜타곤 강은영 사건 때 쓰레기통에 도주로가 가로막혀 검거된 조직원이었다.
“게다가 물뽕까지 검출되다니. 현직 경찰이 조선족 범죄자 새끼가 준 물이나 음료를 마실 일이 있나?”
“밖에서 정보원으로 따로 만났다면 가능할 수 있죠.”
“… 뭐? 정보원?”
“이형준 형사. 일전에 버팔로 쪽으로도 수사를 했었거든요.”
“에!? 그 사람이 버팔로 수사를 왜 해?”
“이형사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질서계 소속 직원이었습니다. 강북서 관할 유흥업소를 단속하던 중 버팔로 및 조선족 범죄자들과 연계점을 찾은 거죠.”
“…!”
흠칫하는 치헌의 표정을 보며 나는 어제를 회상했다.
*
끼익-
내가 문을 연 곳은.
“탁정태… 형사님?”
며칠 전 오동석 서장 성범죄 관련 수사를 하기 위해 방문했던 강북서 생활질서계 사무실이었다.
이전에 진술을 거부했던 박미향 경위가 나를 맞아주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저벅- 저벅-
곧장 이다영 경사의 책상으로 갔다.
미향이 따라와 내게 물었다.
“이경사는 구속 수사 중이라 자리에 없는데 무슨 일로…”
“제가 본 게 맞네요.”
“… 네?”
“이 직제표. 아직 최신 걸로 교체하지 않은 옛날 직제표죠?”
내가 다영의 책상에 끼워져 있는 직제표를 가리켰다.
다영을 조사하기 위해 이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나는 분명 이 직제표를 봤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이형준 형사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 네. 예전 거예요. 이경사가 아직 교체를 안 했나보네요.”
“여기 적힌 이형준 경장. 최근에 실종되었다가 변사체로 발견된 그 직원 맞죠?”
“네… 맞아요.”
“원래 질서계 소속이었나 보죠?”
“네. 한 3개월 전에 갑자기 형사과로 발령이 났어요.”
“인사 시즌도 아닌데. 갑자기 발령이 난 걸 보면 무슨 일이 있었나 보죠?”
“자세한 건 형준이가 얘기를 안 해줘서 모르겠어요. 아무튼 갑자기 형사과로 갔어요.”
“이형준 씨가 질서계에 있었을 때 맡았던 사건들. 그 자료 좀 제가 받아갈 수 있을까요?”
*
나는 그때 받았던 서류들을 내보였다.
“여기 성매매 단속 업소 자료들을 보시면 마약이 발견된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리고 단속한 업주 이름을 보면 조선족 범죄조직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요.”
그의 서류에서 우리가 조선족 범죄조직 여죄를 파헤칠 때 검거했던 피의자들 이름이 보였다.
“이형사는 질서계 근무 중 불상의 이유로 형사계로 인사발령이 났어요. 하지만 형사계로 간 이후에도 성매매 단속 업소 관련 수사를 놓지 않았죠.”
그의 최근 서류들에도 질서계에서 하던 수사 내용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
“그렇게 수사를 하던 중 마침내.”
내가 형준의 책상에서 찍어 온 스케줄 표를 가리켰다.
“버팔로까지 다가간 거죠.”
스케줄 표 한 편에 ‘버팔로’라고 적어놓고는 크게 동그라미를 몇 번 쳐 놓았다.
“그리고 이 버팔로 수사를 위해.”
이어서 내가 버팔로 동그라미 옆에 ‘오수’라고 적힌 칸을 가리켰다.
“오수를 만난 거예요.”
“…!”
“여기 피해자 통화내역을 보면 오수를 만나는 날 직전에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온 게 있습니다.”
“걔가 오수겠네!”
운전을 하던 경수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오수는 버팔로 관련 정보원으로 위장해 이형준 형사를 만났을 겁니다. 정보를 줄 것처럼 연기하면서요. 하지만 만난 뒤에는 몰래 GHB를 탄 음료를 먹이고 이형사를 납치를 한 거예요.”
“그럼 이형사를 납치해 어디로 가려고 했던 거야?”
“아마 여기일 겁니다.”
내가 가방에서 새로운 서류뭉치를 꺼냈다.
전면에 적힌 제목은 [경기남부청 하남서 장기 실종인 및 조선족 범죄조직 파악 현황.]
서류를 몇 장 넘겨 내가 가리킨 주소는.
“하남시 하산곡동 산 1001-43”
“거기가 어딘데?”
“최근 하남서 형사들이 발견한 조선족 범죄조직 아지트입니다.”
“…!”
치헌은 내게서 서류를 뺏어 지도를 보더니.
“시팔. 화물차 사고 발생장소에서 15km만 더 가면 있는 곳이잖아?”
“아마 여기 가던 중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난 걸 겁니다.”
“현직 경찰 장기를 적출하려 했단 거야?”
“조선족 범죄자들 입장에선 그냥 죽이는 것보다 장기적출하고 죽이는 게 이득이니까요.”
“이런 개새끼들이…”
치헌이 큰 주먹을 빠득 소리가 날 정도로 꽉 쥐었다.
“근데 오수 이놈이 단독행동을 하진 않았을 거 아냐?”
“지시나 교사가 있었겠죠. 저희는 그걸 파헤쳐야 하고요.”
대화가 끝남과 동시에.
끼익-
우리는 구치소에 도착했다.
“나랑 경수는 접때 조사했던 목격자들 다시 한 번 진술 받을 테니까, 정태 너는 ‘그놈’ 진술 한 번 들어봐.”
“알겠습니다.”
나는 교도관과 함께 당시 목격자들을 모아놓은 방을 지나 다른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니.
“……”
40대 중반 쯤 된 남자가 물끄러미 날 바라봤다.
미리 호출을 해놓은 이 남자는.
“왕청현 씨.”
왕청현.
오수가 소속되어 있던 청현파 두목이다.
“서울청 광수대 탁정태 경위입니다.”
“……”
“이형준 형사라고 들어본 적 있습니까?”
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용건을 말했다.
“강북경찰서 형사인데 최근에 차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사망한 당일 운행했던 피해자 차량 운전석에서 오수의 타액과 체액이 발견되었습니다. 왕청현 씨 부하 오수 말입니다. 얼마 전에 이곳에서 사망한.”
“……”
“이형준 형사와 그의 사망에 대해 아는 바 없습니까?”
내 질문에 그가 심드렁한 표정을 한 채 완전히 빡빡 깎은 그의 민머리를 슥슥 문대며 답했다.
“모르는 일임다.”
“무려 경찰관이 납치되어 사망한 사건입니다. 조직 두목이 모를 리 없을 텐데요.”
“모르는 일임다.”
“모르는 척 하는 게 아니고요?”
“모르는 일이라 하지 안슴까.”
“……”
그는 이 일에 대해 대답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다른 방향에서 말문을 열기 위해 주제를 돌렸다.
“오수가 구치소에서 사망할 당시 ‘내 아는 약 안 먹으면 죽슴다. 아를 델고 갔으믄 생사는 알려줘야할 것 아님까.’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
“오수의 아이를 누가 데리고 갔다는 거죠? 아이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내가 걸 우째 암까. 것도 모르는 일임다.”
“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두 번의 질문.
하지만 나는 이 두 번의 질문으로 상황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이곳에 방문했을 때.”
내가 청현을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검사에게 연행되는 피의자 리자헌을 보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
“저 사람은 완력으로 사람을 살해할 수 없는 상태인데? 하고 말입니다.”
“……”
“이어 참고인들의 진술을 듣고 나선 확실히 알았죠.”
“…?”
“오수는 리자헌이 죽인 게 아니라는 것을요.”
“!!”
청현의 표정이 처음으로 흐트러졌다.
“리자헌은 검거 당시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당했었습니다. 팔을 제대로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그는 왼손잡이라 수감생활을 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죠.”
“……”
“그런데 6명의 목격자 모두 정확하게 ‘리자헌이 오른팔로 오수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왼손잡이인 그가 굳이 다친 오른 팔로 오수의 목을 졸라 살해하다니. 누가 들어도 급하게 짜 맞춘 것밖에 안 되는 진술이었습니다.”
그의 이마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럼 그들이 왜 한 마음으로 거짓 진술을 했을까요? 손가락을 잘라 충성을 맹세할 정도로 위계질서에 민감한 청현파 조직원들이 왜 두목의 오른팔 격인 리자헌을 살인범으로 몰았을까요?”
“……”
“또 오수는 왜 죽기 직전에 ‘아를 델고 갔으믄 생사는 알려줘야 할 것 아님까.’라며 누군가에게 존댓말을 했을까요? 리자헌에게조차 존대를 하지 않았던 그가 유일하게 존대를 하며 언성을 높였던 상대방은 누구였을까요?”
연속된 질문에 청현이 입술을 떨기 시작했다.
“대답하세요, 왕청현 씨.”
“……”
“이형준 형사 납치를 왜 지시했습니까? 그리고 오수를 왜 죽였습니까?”
해결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