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01)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00화(101/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00화
광활한 우주의 끝자락.
아득한 어둠의 저편에서 외우주와 이어진 블랙홀이 열리고 있었다.
[새로운 게이트가 발생했다!] [전군! 적습에 대비하라!]고오오오-!
지배자들의 명령에 하늘의 군사들이 일제히 찬란한 날개를 펼쳤다.
그들이 뿜어내는 광휘의 기운이 블랙홀에서 뻗어 나오는 외신의 기운과 격돌했다.
그리고 그 치열한 전장의 중심에서.
“……기분 탓인가. 누가 나를 부른 것 같은데.”
검은 기운을 휘장처럼 두른 사내.
성진우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베르 아닐까요?]전열을 가다듬고 있던 군단장 벨리온이 불쑥 나타나 그 말에 대꾸했다.
베르를 떠올리자 성진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고 보니 베르 이 녀석 진짜…….”
빨리 돌아오랬더니, 대체 어디서 농땡이를 치고 있는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시킨 일은 제대로 하기나 한 건지.
[주군, 만에 하나 베르에게 어떤 사고라도 생겼다면 소군주님께도…….]“그건 아닐 거다.”
벨리온의 우려에 성진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랬으면 내가 바로 눈치챘겠지.”
그림자 병사의 신변에 어떤 이상이 생긴다면, 성진우는 즉각적으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베르에게선 어떤 조짐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구로 가는 길에 이타림의 잔당들과 싸우느라 상처를 좀 입긴 했겠지만, 애초에 베르가 고작 그런 놈들을 상대로 소멸할 위기에 처할 리는 없었다.
게다가 베르에겐 다른 그림자 병사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지 않던가.
‘포식’
베르는 기본적으로 생존력이 매우 뛰어난 벌레형 마수.
아무리 군주와 떨어져 있어도 자체적으로 스스로의 힘을 보충할 수 있는 그림자 병사였다.
[외람되오나…….]때마침 군단장 이그리트가 성진우의 곁에 나타나 입을 열었다.
항상 베르와 투덕거리던 이그리트였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베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베르 녀석이 아무리 멍청한 벌레라도, 지금쯤이면 벌써 임무를 마치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보단 오히려 걱정해야 할 건…….] [지구에 그대로 눌러앉았을까 봐 문제지요.]베르를 떠올리자, 벨리온과 이그리트가 서로를 쳐다보며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베르는 그림자 군단 내에서도 최강의 팔불출이자 과잉보호로 유명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봉인되어 있던 수호의 기억이 풀리면, 수호는 바로 베르를 알아볼 터.
바로 이때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베르가 그대로 지구에 남아 버릴 확률이 매우 높았다.
자기가 아니면 소군주님을 누가 지키겠냐며, 과한 충성심에 제멋대로 폭주해 버리고도 남을 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베르가 가진 개미로서의 본능이기도 했다.
‘……뭐, 그건 그것대로 좋을지도. 그것까지 감안해서 베르를 보낸 거기도 하니까.’
성진우는 피식 웃으며 지구가 있는 방향에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앞을 노려봤다.
벌써 몇 년째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도저히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돌이켜보면 그 길고도 고되었던 용제를 상대할 때가 차라리 편했다.
그때는 단순히 힘과 힘의 격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타림과의 전쟁은 그때와는 양상이 전혀 달랐다.
이타림은 창조와 파괴를 즐기는 존재.
그들의 손에서 창조된 사도들은 매번 기괴한 형태와 변칙적인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왔고, 그 때문에 예측 불허의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힘과 힘의 격돌이 아닌, 전략과 전술의 싸움.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순간순간의 상황 판단력이었다.
‘그러니까…… 맡기겠다.’
성진우의 눈이 번뜩였다.
봉인이 풀린 수호와 격을 초월해 원수 등급까지 올라선 군단장 베르.
그 둘의 조합이라면 후방 정도는 믿고 맡길 수 있으리라.
어차피 이타림 쪽에서도 너무 강한 놈들을 전방에서 빼돌려, 먼 길을 돌고 돌아 지구까지 보내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랬다간 이곳에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균형이 바로 기울어질 테니까.
그 말은 결국 지구를 노리는 놈들은 이타림의 사도들 중에서도 잔챙이들뿐이라는 것.
하지만…….
단 하나.
우려스러운 점이 있었다.
‘사실 균형은 이미 깨졌지.’
그것도 이쪽에서 먼저 깨뜨렸다.
전방에서 한 축을 이루고 있던 군단장 베르를 지구로 보낸 순간부터.
동시에 이타림 측에서도 베르 정도 되는 놈을 지구로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버린 것이다.
‘결국 이 사실을 이타림 측에서 언제 눈치챌지가 관건이다.’
그걸 눈치채는 순간, 놈들은 반드시 베르와 비슷한 힘을 가진 사도를 지구로 보낼 터였다.
물론 그 정도는 베르가 직접 상대하면 그만이겠지만, 만에 하나 베르의 상태가 평상시와 다르다면?
……그때는 꽤 골치 아픈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후방이 뚫린 것을 알고도 베르를 안 보낼 수도 없었다.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빠르건 늦건 지구는 반드시 멸망했을 테니까.
‘……그러니까 수호야.’
성진우는 지구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하나뿐인 아들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네가 해야 한다.”
강해져라.
아들아.
* * *
“일어나라.”
지엄한 수호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베르는 떠올렸다.
자신의 위대한 왕, 그림자 군주 성진우의 위엄을.
그 광활하고 아득한 우주를 뒤덮은 그림자 군단이 일으키는 장엄한 레퀴엠을.
베르 자신을 주축으로 한 그 불사의 군대는 죽음마저 초월한 무적의 용사들이었으며, 주군의 명령이라면 영혼까지 불태워서라도 임무를 완수하는 지옥의 사자들이었다.
……하지만.
수호가 이끄는 군대는, 아니 병사의 숫자는.
고작 한 놈.
오직 퀘이뿐이었다.
하필이면 하루짜리 그림자 용병들은 진즉에 무로 돌아간 상태였으니까.
[오오오! 마스터가 나를 부르신다!]때마침 수호의 명령을 듣고, 퀘이가 그림자 속에서 분연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베르가 퍼뜩 상황을 깨닫고 수호에게 소리쳤다.
[안 됩니다, 소군주님! 지금 권능을 쓰셨다간……!]당장 말려야 했다!
상대는 이타림의 사도.
지금 그림자 병사를 소환했다간 이타림의 사도가 수호의 정체를 알아차릴 터!
[소군주님의 정체만 들키게 될 뿐……! 키엑?]하지만 베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변이 생겼다.
“솟구쳐라, 퀘이.”
콱!
갑자기 수호의 손이 그림자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퀘이를 움켜쥐고, 그대로 쭉 뽑아 든 것이다.
그 순간.
[그것이 마스터의 명이시라면!]퀘이의 몸이 수호의 손을 따라 길게 솟구쳤다.
촤와아아악!
그 모습은 마치…….
창.
슈와아악!
어느새 퀘이의 몸은 검은 기운으로 일렁이는 한 줄기의 창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창기사 퀘이! 마스터의 명에 따라 적의 심장을 꿰뚫는 한 줄기 창이 될지니!]평소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거대 벌침과 같은 형상으로.
띠링!
[‘스킬 : 그림자 추출’의 레벨이 올랐습니다.]수호의 앞에 저절로 스킬창이 펼쳐졌다.
[그림자 추출 Lv.2–형상 변환]그림자 권능.
필요 마나 없음.
그림자 병사의 형상을 임의로 변화시킵니다.
[키에에에엑?!]베르는 진심으로 경악했다.
“그래?”
베르의 호들갑에 수호는 창으로 변한 퀘이를 허공에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
“난 그냥 에실 흉내 좀 내 본 건데.”
[나, 나를?!]볼칸의 뿔 속에서 에실의 기겁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악마 귀족의 영체화.
에실은 영체화를 통해 자신의 뿔을 무기로 바꾸거나, 직접 볼칸의 뿔 속에 깃들 수 있었다.
그걸 지금까지 몇 번이나 목격했던 수호는 직감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영체화가 일견 대단해 보이긴 해도, 어차피 그림자 병사들은 기본적으로 영체 그 자체였다.
당장 베르만 봐도 마음먹은 대로 크기나 형태가 이리저리 변하지 않던가.
‘그러니까 당연히 나도 될 줄 알았지.’
실제로도 됐고 말이다.
[마, 맙소사…….]베르는 크게 감격하고 말았다.
재능.
아아, 이것이 바로 재능이란 것이구나.
기특하고 기특하도다.
대견하고 대견하나이다.
[키에에! 역시 우리 소군주님은 신동이시나이다! 걸음마도 떼기 전에 지배자의 권능부터 깨우치실 때부터 소인은 일찌감치 알아봤나이다……!]레벨을 아득히 초월한 그림자 군주 성진우는, 진즉부터 모든 그림자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반면에 수호는 이제 막 그림자 권능을 깨우친 애송이, 즉 개미 애벌레와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설마하니 이 애벌레가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는 그림자 권능의 다음 단계를 스스로 깨우치다니!
“호오. 볼칸의 아들이여, 어째서 뿔이 하나뿐인가 했더니 그런 대단한 뿔을 따로 숨겨 두고 있었구나.”
광혈폭군은 여전히 수호의 정체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수호의 손에서 갑자기 떠오른 ‘그림자 창’이 악마의 뿔을 무기화시킨 것이라 멋대로 착각한 것이다.
“그래서 설마 그 창으로 내게 반항이라도 해 볼 생각이냐? 내가 지금까지 잡아먹은 악마들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지? 쓸데없는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내게 너의 육체를…….”
쐐액-!
“……!”
팍!
광혈폭군은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황급히 고개를 틀어, 벼락처럼 쏘아진 그림자 창을 가까스로 피해 냈다.
“감히!”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무서운 표정으로 수호를 노려보는 순간.
쐐애애액-!
뒤로 날아갔던 그림자 창이 날개라도 달린 듯 벼락처럼 방향을 틀어 그의 어깨에 콱! 쑤셔 박혔다.
“크학?!”
깜짝 놀란 광혈폭군은 다급히 그림자 창을 몸에서 뽑아냈다.
“감히 이깟 잔재주를!”
화르륵!
크게 분노한 그의 몸에서 불길한 화염이 솟구쳤다.
그 순간.
“빈틈.”
수호가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슈와아악!
[‘칭호 : 악마 학살자’ 버프가 효과가 발동합니다.] [악마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40% 증가합니다.]촤촤촤촤촤촤촤촤악!
수호의 쌍검이 휘몰아쳤다.
라칸의 신령한 바람까지 덧씌워진 칼날 폭풍.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그에 맞서는 광혈폭군은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힘을 폭발시켰다.
“크하하. 오냐! 얼마든지 발버둥 쳐 보거라! 악마 귀족의 육체가 얼마나 단단한지, 내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지!”
쿠콰콰쾅!
그의 화염이 수호의 폭풍과 부딪치며 엄청난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수호의 쌍검은 그 폭발조차도 찢어발기며 집요하게 광혈폭군을 몰아붙였다.
“크윽. 제법이지 않은가. 역시 아무리 어려도 악마 귀족은 악마 귀족이란 말인가.”
광혈폭군은 조금 당황했다.
수호에게서 느껴지는 미천한 기운에 비해 공격력이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그가 일으키는 불길한 화염은 전부 그동안 잡아먹은 악마들의 피와 살을 연료로 삼고 있었다.
반면에 수호의 악마 학살자 칭호는 그 악마의 힘을 상대로 가장 확실한 상성을 보여 주는 버프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지.”
순간 수호를 노려보는 광혈폭군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권능이 터져 나왔다.
“네놈의 몸엔 이미 미쳐 버린 피의 저주가 깃들어 있으니까!”
그가 수호를 향해 손을 뻗고 권능을 펼쳤다.
“폭주하라! 피의 저주여!”
쿠와아앙!
“……!”
불길한 저주의 안개가 수호가 서 있는 일대 전체를 뒤덮었다.
그 앞에서 광혈폭군이 광소를 터뜨렸다.
“크흐흐하하! 그거 아느냐! 이곳의 모든 악마들에게 처음 주어지는 식사엔 전부 광혈독이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상대의 몸속에 깃든 광혈독을 폭주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쿠오오오…….
온 시야를 뒤덮은 불길한 안개 속에서.
슈와악!
“……!”
거침없이 안개를 뚫고 튀어나온 수호가 광혈폭군의 몸에 쌍검을 쑤셔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