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03)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02화(103/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02화
크아아아악!
“이, 이놈들이 미쳤나.”
자신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악마들을 보며 광혈폭군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군주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귀족조차 남지 않은 악마계는 그야말로 멸망한 세상이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악마들도 다 버러지 같은 놈들뿐이었다.
평생 노예로 혹사를 당하다가 죽는 것도 영광으로 여겨야 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미물들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미천하고 하찮은 놈들이 지금 감히 자신에게 반기를 들고 있었다.
아니, 자신을 잡아먹겠다고 침을 흘리며 달려들고 있었다.
광혈폭군은 크게 분노하며 푸른 화염을 끌어냈다.
“이 미개한 놈들이 감히 누구에게 이를 드러내는 것이냐!”
화르륵!
성화.
저 머나먼 외우주의 신, 이타림을 섬기는 사도의 안에서 항상 타오르고 있는 생명의 불꽃.
그 푸른 화염이 콜로세움에 넓게 확산되며 사방에서 덤벼드는 악마들을 집어삼켰다.
“끄아아악……!”
그 푸른 화염에 악마들은 그야말로 등불에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속수무책으로 불타 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광분할 대로 광분한 악마들은 앞에서 누가 죽든 말든, 그 시체들을 방패 삼아 계속해서 광혈폭군에게 덤벼들었다.
“한 입만!”
“딱 한 입만!”
“한 입만 먹어도 강해질 수 있다!”
“크아아아악!”
악마들.
이곳은 진정한 지옥이었다.
“이, 이 미친놈들이 진짜…….”
광혈폭군은 기가 질렸다.
이 끔찍한 것들이 진짜 지금까지 얌전히 자신에게 지배당하던 노예들이 맞는 걸까?
이타림의 사도로서 자신은 이 세계를 지배하고 정복해야 할 사명이 있었다.
그런데 이 꼴은 대체 뭔가?
이래서는 마치…….
‘내가 먹잇감이 된 것 같지 않은가!’
굴욕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공포’라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크아아악! 다 죽여 버리겠다! 다 불태워서 나의 연료가 되어라!”
쿠와아아아앙!
끄아악……!
온 세상을 불사를 기세로 작렬하는 불꽃.
그 위로 끝도 없이 쏟아지며 푸른 화염을 덮치는 악마들.
그리고 재가 되어 사방으로 비산하는 악마들의 시체들.
이 중심에서 광혈폭군은 의미심장하게 광소를 터뜨리며 외쳤다.
“크하하! 다시 힘이 차오르는구나! 아까운 노예들을 잃은 대신 나의 성화는 영원히 불타오르리라!”
그러면서 그의 시선이 이 사태를 만들어 낸 수호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다소의 손해는 봤어도, 어차피 악마계는 여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힘만 보충된다면 차원의 틈새를 떠도는 또 다른 악마계의 파편을 찾아서 지배하면 그뿐!
그런데 한 가지, 그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었다.
그가 수도 없이 악마들을 죽이며 바닥난 힘을 다시 채우는 동안.
그렇게 죽은 악마들의 영혼이 어느 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 잠깐 설마……!”
멀리서 그 모습을 목격한 광혈폭군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하. 이거지.”
그 끝에서 수호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볼칸의 뿔을 치켜들고 있었다.
슈와아아아악!
[볼칸의 뿔이 악마의 영혼을 포식합니다.] [볼칸의 뿔이 악마의 영혼을 포식합니다.] [볼칸의 뿔이 악마의 영혼을 포식합니다.] [볼칸의 뿔이 악마의 영혼을 포식…….]…….
잔뜩 굶주려 있던 볼칸의 뿔이 광혈폭군에게 죽은 악마들의 영혼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래, 실컷 먹어라. 배불러 터질 때까지.”
슈와아아아악!
[포식한 악마의 영혼 : 83->97->113->…….]무슨 잭팟이라도 터진 것 같다.
포식한 영혼의 카운트가 쉴 새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띠링!
[볼칸의 뿔이 포만감을 느낍니다.]끝을 모를 것 같던 볼칸의 배가 결국 빵빵해졌다.
[아이템 : 볼칸의 뿔]입수 난이도 : ??
종류 : 검
공격력 +40
탐욕스런 악마 볼칸의 뿔로 만든 검입니다.
볼칸의 권능이 깃들어 더 많은 피해를 입힙니다.
-효과 ‘파괴 욕구’ : 물리 데미지를 [300%] 증가시킵니다.
-효과 ‘악마 포식자’ : 악마의 영혼을 포식할수록 볼칸의 권능이 점점 강해집니다.
[포식한 악마의 영혼 : 포화 상태]성공했다.
물리 데미지 300퍼센트 증가.
결국 수호는 볼칸의 뿔을 최대치로 성장시키고 만 것이다.
[세상에. 이걸 이렇게 이용한다고?]에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광혈폭군이 약해진 힘을 충전하는 동안, 수호는 그걸 고스란히 이용해서 오히려 훨씬 공격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수호가 노린 것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자, 만족했지?”
수호는 히죽 웃으며 볼칸의 뿔을 치켜들었다.
“그럼 내놔, 볼칸.”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띠링.
메시지가 도착했다.
[‘긴급 퀘스트 : 볼칸의 탐욕’을 완료하셨습니다.] [완료 보상이 도착하였습니다.]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Y/N)보상이 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수호는 히죽 웃으며 손을 뻗었다.
파아앗!
그러자 그 손에 두 번째 볼칸의 뿔이 나타났다.
[아이템 : 볼칸의 뿔-2]입수 난이도 : ??
종류 : 검
공격력 +40
탐욕스런 악마 볼칸의 뿔로 만든 검입니다.
볼칸의 권능이 깃들어 더 많은 피해를 입힙니다.
-효과 ‘파괴 욕구’ : 물리 데미지를 [300%] 증가시킵니다.
포만감을 느끼는 주체가 볼칸 하나여서 그런 걸까?
놀랍게도 두 번째 볼칸의 뿔의 증폭력도 똑같이 300퍼센트로 채워져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수호는 들고 있던 라칸의 송곳니 대신 양손에 두 자루의 볼칸의 뿔을 들어 올리며 히죽 미소 지었다.
“이러면 이제 라칸의 송곳니는 필요 없겠는데? 팔아서 길드 자금에나 보탤까?”
쌍검술에는 역시 똑같이 생긴 검 두 자루를 쓰는 편이 밸런스적으로 좋지 않겠는가.
다만 그 말에 기겁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납니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자신에게 더 좋은 생각이 있다며 대화를 요청합니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못 들은 척하지 말라며 발을 동동 구릅니다.]하지만 이미 수호는 라칸의 메시지에는 관심을 주지 않고 곧장 광혈폭군에게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고 있었다.
쐐애애애액-!
“……!”
그 끝에 있는 광혈폭군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모습을 보며, 수호는 주저 없이 검을 휘둘렀다.
“고맙다. 덕분에 노가다를 줄였어.”
[‘스킬 : 강체술’을 사용합니다.]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쿠와앙!
“크아악……!”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어마어마한 데미지가 광혈폭군의 몸에 작렬했다.
그의 몸에서 이글거리던 푸른 화염조차 수호의 쌍검에 수백, 수천 조각으로 난도질 되었다.
“마, 말도 안 돼……. 설마 내가 이딴 놈들에게…….”
내내 불길하게 이글거리던 화염이 사그라들며, 그의 입에서 허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결국.
“이타림이시여…….”
쿵.
[광혈폭군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광혈폭군의 죽음에 아직 살아 있던 악마들은 충격에 빠져 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잡아 먹겠다고 덤벼들던 광기조차 무색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것이다.
“……주, 죽었어?”
“그 폭군왕이?”
“진짜 이렇게 죽는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동안 자신들을 노예로 부렸던 포악한 왕이 눈앞에서 소멸해 버린 것이다.
시체조차 안 남기고.
심지어 폭군의 밑에서 실질적으로 자신들을 부려 먹던 간수들까지 전부 불타 죽고 말았다.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
차마 그 말조차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정도로 그들은 노예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때였다.
“에실.”
그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수호가 에실을 불렀다.
“이제 네가 나설 차례야.”
[…….]수호가 생각하기에, 지배자를 잃은 이 어수선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시킬 방법은 딱 하나뿐이었다.
‘내가 계속 볼칸의 아들인 척을 할 수도 없으니.’
지금까지 지켜본 악마계는 철저히 계급 사회였다.
강자존.
더 강한 악마가 약한 악마를 잡아 먹고 군림하는 세계.
그런데 이 땅에 군림하던 악마 군주와 악마 귀족이 전부 사라진 순간, 그 모든 체계가 흐트러지고 말았다.
오죽하면 이타림의 사도까지 나타나서 이 땅을 지배하고 주민들을 노예로 부렸겠는가.
이게 다 이들을 통치할 ‘순혈’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와. 이제부턴 네가 여기를 다스려야 해.”
그러지 않으면 또 언제 갑자기 이타림의 사도가 나타나서 이곳을 집어삼킬지 모르는 일이었다.
스아아아.
수호의 말에 결국 볼칸의 뿔에서 에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터벅.
“……!”
갑작스런 에실의 등장에 악마들의 시선이 전부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에실을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깨닫고 말았으니까.
앞서 수호를 악마 귀족이니, 볼칸의 숨겨 둔 아들이니 하던 그 모든 착각들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릴 정도로.
에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야말로 순혈!
악마 귀족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느껴진 것이다.
“귀, 귀족…….”
“진짜 귀족이야…….”
아마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런 반응을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 무섭던 광혈폭군조차 잡아먹겠다고 덤벼들던 악마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꿇어라.”
에실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 명령에, 그들은 순순히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라디르가의 장녀 에실.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악마 귀족이다.”
에실은 더없이 오만한 눈빛으로 머리를 조아린 그들의 모습을 천천히 돌아봤다.
오래전, 악마계가 번영을 이루었던 시절.
이 콜로세움의 진정한 쓰임새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악마 귀족들의 서로의 명예를 겨루는 결투.
그 결투가 끝나고 서열이 정해지는 순간에는 언제나 승자가 이렇게 승자의 권리를 선포하곤 했으니.
에실은 그 유구한 전통에 따라 이곳의 악마들에게 당당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선포하노라. 이제부터 이 땅은 라디르 가문의 영토가 되었음을.”
와아아아아-!
그 순간 모두의 입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웅장한 함성 소리.
그것은 콜로세움의 처형식을 구경하던 악의에 찬 함성과는 차원이 다른 울림이었다.
“……그리고.”
하지만 에실의 선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남은 악마 귀족, 에실 라디르가 명하노니.”
문득 에실의 시선이 슬쩍 옆에 있는 수호를 바라봤다.
“……?”
“우리 악마계는 앞으로 외우주의 신, 이타림과의 전면전에 들어갈 것이다. 또다시 광혈폭군 같은 놈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유일한 악마 귀족, 에실은 사실상 악마 군주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적격자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악마들이었기에, 그들은 에실의 말에 전신의 마기를 불태웠다.
“우리는 싸워야 한다.”
오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