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0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06화(107/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06화
“어? 수, 수호야!”
그 순간, 차갑게 굳어 있던 유진호의 표정이 한 방에 사르르 녹아버렸다.
유진호는 바로 핸드폰을 붙잡고 다급히 소리쳤다.
“수호야! 너 지금 어디냐! 전화 받아! 전화!”
“대, 대표님. 일단 통화 버튼부터 누르셔야…….”
그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비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고모부가 갑자기 왜 전화를 하시지?”
무사히(?) 평택 던전에서 빠져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수호는 갑작스런 고모부의 전화를 받고 어리둥절했다.
별것 아닌 서류 절차 때문에 문자 한 통 보냈을 뿐이라, 이 정도는 보통 비서 선에서 처리가 되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전화가 오다니?
-흠흠. 수호야? 헌터 일은 좀 할 만하니? 특별한 사고…… 같은 건 없었고?
“……?”
그런데 막상 전화를 받아 들자, 건너편에서 굉장히 차분하고 어른스럽고 진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고모부.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는데, 어찌어찌 잘 처리하고 나왔어요.”
-아아, 사소한 문제였구나? 흠. 그래, 매우 다행이군.
“……?”
어째 말투가 좀 어색하신데, 기분 탓인가?
“혹시 고모부 쪽에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건 아니죠?”
-허허. 내가? 허허허. 나한테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있겠냐? 나는 무사하다.
“……무사?”
상황을 짐작할 수 없는 수호 입장에서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진짜 아무 용건도 없는 안부 전화였나 보다.
그런데 재차 수호의 안부를 확인하던 유진호가 전화를 끊기 전에 슬쩍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이었다.
-아마 조만간 현무 길드 쪽에서 한번 연락이 갈 거다. 어지간한 건 다 들어줄 테니, 협상을 잘해 봐라.
그렇게 유진호와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진짜로 거의 동시에 현무 길드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다.
-정말 죄송합니다, 성수호 헌터님!
“……음?”
이건 또 뭔가 싶다가, 그제야 수호의 머릿속에 악마계를 들어가기 직전에 마주쳤던 이영호 과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아, 완전히 잊고 있었네. 그 아저씨 나랑 싸우다가 악마들한테 죽었지?’
악마계의 전투가 좀 길었던 터라 이영호라는 사람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수호였다.
자신을 훼방 놓겠다고 인상 험악한 2군 헌터들까지 우르르 끌고 왔었던 현무 길드의 과장님.
수호는 아련한 표정으로 그를 추억했다.
‘그림자 병사로 참 알뜰하게 써먹었지. 덕분에 악마들도 잘 처리했고. 지금은 좋은 곳으로 가셨으려나…….’
악마에게 죽임당하고, 그림자 병사가 됐다가 지금은 무로 돌아간 이영호 과장을 위해 잠시 명복을 빌어 주는 수호였다.
그런데 대체 유진호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무 길드는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일단 무조건 사과부터 해 오고 있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저희가 직접 찾아뵈어서 정식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만나서요?”
그때 옆에서 귀를 쫑긋하고 수호의 통화를 엿듣고 있던 임도균이 눈빛을 번뜩이며 맹렬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무조건! 만나! 만나라고!’
끄덕끄덕끄덕끄덕!
“……그, 그러시죠.”
그 엄청난 압박감에 수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정말 죄송합니다!”
수호와 임도균의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는 현무 길드의 본부장이었다.
“저희 직원이 멋대로 잘못을 저지른 일이긴 하지만, 직원 관리를 제대로 못한 저희 현무 길드의 책임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성수호 헌터님!”
“흐음. 말로만 하는 사과가 가치가 있을까요?”
그 앞에서 임도균은 더없이 도도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자기에게 맡기라는 듯이, 눈짓으로는 수호를 향해 열심히 윙크를 하는 것이었다.
수호는 허탈하게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어수룩해 보여도 임도균은 나름 엘리트였다.
한국 최고의 미대인 한국대 회화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수호의 직속 선배이자, 대학원까지 다니며 석사 학위를 따고 학과 조교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말은 즉.
‘눈치 스킬이 만렙이라는 뜻이지.’
조교란 무릇 높으신 교수님들을 상대하느라 이골이 나 있는 직업이었다.
그와 동시에 아랫사람들, 즉 학생들을 상대하는 법도 능숙한 중간 관리자로서 위아래로 치이면서 살아남는 매우 고단한 직업이기도 했다.
다만…….
지금 자신들의 앞에 있는 현무 길드의 본부장이라는 사람도 임도균 입장에서는 평소에는 감히 만나 볼 수도 없는 높으신 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소중한 을이 되셨죠. 흐흐흐.’
손을 싹싹 비비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임도균의 모습에 현무 길드의 본부장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유진호 대표를 등에 업은 임도균.
그는 지금 마치 총장님, 아니 학교에서 가장 높으신 이사장님의 가호를 입은 역전의 용사와도 같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자, 본부장님. 이번 평택의 제3던전이 저희가 먼저 예약한 던전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시죠?”
“……예.”
“그럼 그곳을 ‘대형 길드’인 현무 길드에서 일방적으로 저희 같은 영세 헌터들에게서 빼앗으려 한 것도 인정하시고요?”
“그, 그건 이영호 과장이 여전히 연락이 안 되고 있어서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분명 어떤 절차상의 착오가…….”
“암요. 착오가 있었을 수도 있죠. 그래서 제가 평택 던전 앞 CCTV에 녹화된 영상을 구해 왔는데 말이죠.”
“…….”
그 말에 몸을 흠칫 떠는 현무 길드의 본부장을 보며 임도균은 더없이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 이 영상부터 먼저 보고 계속 얘기하실까요?”
“…….”
마치 악에 받쳐 분풀이라도 하는 듯한 임도균의 눈빛을 보자, 현무 길드의 본부장은 벌써부터 패배를 직감했다.
‘단단히 뜯기겠구나. 대체 이 녀석은 이영호 과장에게 무슨 해코지를 당했길래 눈이 돌아 버린 거지?’
하지만 그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실제로 조금 전까지 임도균에게 해코지를 한 것은 이영호 과장이 아니라 암무트라는 사실을.
임도균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이영호 과장만 아니었다면, 자신이 암무트와 만날 일은 없었을 거라고.
하지만 막상 임도균이 보여 준 CCTV 영상 자체는 별거 없었다.
그냥 두 일행이 던전 앞에서 사소한 시비가 붙은 정도에 불과했다.
잔뜩 긴장한 채 영상을 끝까지 확인하고 난 본부장의 안색이 급격히 화색이 돌았다.
‘에이, 이게 뭐야? 고작 이런 일에 유진호 대표까지 나섰다고? 하여간 그 양반 팔불출도 참 심하군.’
이 정도면 그냥 돈 몇 푼 쥐여 주면 해결될 일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였다.
하지만 그때 마침 수호의 심부름을 다녀온 베르가 도착했다.
[소군주님, 말씀하신 시체들을 꺼내 왔나이다.]“……!”
베르가 질질 끌고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이영호 과장과 그 패거리들의 시체였다.
혹시나 써먹을 일이 있을까 싶어 그림자 던전에 보관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마수에게 당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시체들.
한눈에 그 사실을 확인한 현무 길드의 본부장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니, 이 사람들이 고작 평택 던전에서 죽을 헌터들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당연히 평범한 상황이었으면 그럴 리 없었겠죠. 그런데 운 나쁘게도 저희를 급습하던 중에 마수들에게 봉변을 당했습니다.”
“…….”
* * *
결과부터 말하자면, 수호와 임도균은 현무 길드의 횡포에 대한 피해 보상을 단단히 뜯어냈다.
보상금?
그건 물론 당연한 거고, 돈보다 더 중요한 것까지 받아 낸 것이다.
그것은 바로 경력.
수호가 길드를 창설하기 위해서 지금 돈보다 더 중요한 건 다름 아닌 던전이었다.
수호와 임도균, 에실은 현재 헌터 3명으로만 유지되고 있는 초짜 용병단에 가까웠다.
그렇다 보니 경력을 쌓기 위해 공략할 던전을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다른 공격대에 껴서 들어가려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수호가 다른 헌터들의 페이스에 맞춰서 함께 움직였다간, 레벨업 효율도 안 나올뿐더러 오히려 던전을 공략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현무 길드가 도와줬다.
아니, 도와줬다기보단 일방적으로 강탈당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저희가 보유한 던전 중 10개 정도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하나하나는 대단치 않은 던전들이지만, 길드 창설을 위한 경력용으로는 충분할 겁니다.”
“정말 본부장님은 좋으신 분이십니다. 혹시 천사신가요?”
‘그러면 넌 악마냐, 이 자식아.’
화사하게 웃고 있는 임도균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 싶은 현무 길드의 본부장이었다.
진짜로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녀석이었다.
‘하아. 진짜 제대로 물렸군.’
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아무튼 이 모든 게 이영호 과장 탓이었다.
대체 그 멍청한 놈 때문에 길드가 대체 얼마나 많은 손해를 입었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금액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번 일로 유진호 대표와 척을 지게 된 것까지 계산하면 진짜 천문학적인 손해를 본 셈이었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투자라고 생각하자.’
현무 길드의 본부장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쨌든 사고라는 건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중요한 건 결국 사후 처리가 아니겠는가.
자신들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피해 보상을 해 주었으니, 분명 유진호 대표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렸을 게 아니겠는가.
‘그래.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나 혼자만 레벨업 프로젝트에 우리 길드도 끼워 달라고 요청해 보자고.’
그렇게 생각한 본부장은 피해 보상에 대해 정리를 다 끝낸 뒤 수호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정말 이번 일은 유감입니다. 이번 피해 보상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저희 쪽에서 성수호 헌터님께 도움을 드릴 생각입니다. 언제든 연락을 주세요. 아, 그리고 모쪼록…… 고모부님께도 말씀을 잘…….”
그때였다.
“보, 본부장님! 큰일 났습니다!”
‘아, 또 뭐.’
마침 제일 중요한 본론을 꺼내려는 찰나, 갑자기 부하 직원이 다급히 그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는 인상이 팍 구겨지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수호에게 잠시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제 직원이 좀 경우가 없네요. 대체 무슨 일인데 호들갑이야?”
하지만 직장 상사가 매우 성이 나서 눈을 부라리는데도, 현무 길드의 직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들고 있던 핸드폰 화면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
“이, 이 기사 좀 보세요. 이 사람이 지금 막 한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대체 누가 왔는데 그래? ……어?”
그가 내미는 인터넷 뉴스의 사진을 확인한 본부장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황급히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
덩달아 궁금해진 수호와 임도균도 힐끔 그 핸드폰 화면을 쳐다봤고, 이내 굉장히 자극적인 헤드라인들을 볼 수 있었다.
-골리앗! 한국 도착!
-스케빈저 길드의 길드장이 한국에 왜?
-백발의 노장 골리앗!
백발의 노장.
사진 속에는 그 말이 딱 어울리게 사자 갈기와도 같은 새하얀 백발을 휘날리는 근육질의 노인이 선글라스를 끼고 당당히 인천공항을 걸어 나오고 있었다.
헌터 중에서 이 노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토마스 안드레?!”
“이 사람이 왜 갑자기 한국에 온 거지?”
가는 곳마다 이슈를 불러오는 사고뭉치가 한국에 방문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