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0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07화(108/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07화
토마스 안드레.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 길드 스케빈저 길드의 마스터였으며.
나이가 무려 70에 가까운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S급 헌터로서 맹활약 중인 세계적인 스타였다.
왜 굳이 그를 ‘스타’라고 표현하냐면, 그가 헌터로 각성하기 전부터도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이룬 유명인이기 때문이었다.
‘링 위의 악마’
토마스 안드레는 각성 전에도 감히 누구도 대적할 수 없었던 최강의 UFC 선수였다.
지구에 마력이나 마수 따위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그는 이미 20대 때부터 자신의 순수한 무력으로 ‘인류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MMA 선수였던 것이다.
수많은 도전자들이 그의 아성에 도전했으나, 누구도 그를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 그렇게 그는 단 한 번의 패배도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은퇴를 하려 했으나…….
신은 그의 은퇴를 허락하지 않았다.
대격변 이후.
한가로이 친구와 커피나 마시며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던 토마스 안드레는 누구보다 먼저 각성을 하고 말았다.
S급 헌터로서.
그리고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미국에 출몰한 마수들을 쥐 잡듯이 잡아 죽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이것이 진짜 힘이로구나! 이전까지의 나는 얼마나 나약했던가!’
그때부터 그는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링 위의 악마’라는 그의 별명이 ‘골리앗’이라는 새로운 별명으로 덧씌워진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마력이 생기기 전부터도 자신의 고도로 발달된 육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었던 그였기에, 각성한 이능력에 적응하는 것도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쉽구나! 쉬워! 이것은 마치 원래 내 것이었던 힘을 되찾은 기분 아닌가!’
그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마음껏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
그동안 자신이 갇혀 있던 사각의 링이 얼마나 좁았는지 새삼 깨달은 것이다.
사람들과 싸울 때는 그들을 차마 찢어 죽일 수 없었지만, 마수들은 얼마든지 찢어발겨도 됐다.
게다가 전자는 살인자가 되어 모두의 지탄을 받겠지만, 후자는 얼마든지 저질러도 오히려 사람들의 찬사와 감사를 받게 되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란 말인가!
‘크하하! 마수는 또 어디 있느냐! 크하하하하!’
……행여나 영상 매체로라도 그가 맨손으로 마수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광경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후기들을 남기곤 했다.
-와. 대체 누가 마수인지 모르겠네 ㄷㄷ
-오히려 마수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인데?
-제발 마수 혐오를 멈춰 주세요 ㅠㅠ
-이러다 토마스 때문에 마수들 멸종하면 어떡함?
-ㄹㅇㅋㅋ
-마수 보호 단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ㅋㅋ
S급 헌터는 상당히 희귀한 존재였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래도 상당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토마스 안드레 못지않은 압도적인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S급 헌터들끼리 싸울 일이 없다 보니, 그들 간의 우위를 경쟁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누군가 토마스 안드레를 최강의 헌터라고 말했을 때 감히 이견을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스케빈저 길드’였다.
스케빈저 길드가 숭상하는 것은 오로지 힘.
그렇다 보니 스케빈저 길드에 모여든 헌터들 또한 과격한 놈들이 대부분이었고, 요즘 미국은 오히려 그들의 횡포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추세였다.
‘……그런 길드의 수장이 갑자기 한국을 방문하다니.’
뉴스를 확인한 현무 길드의 본부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보통 S급 헌터씩이나 되는 인물은 특별한 용건이 없는 한 타국을 방문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위험하니까.
그들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전투 병기.
마음만 먹으면 어지간한 도시 하나쯤은 혼자서도 순식간에 전복시킬 수 있는 위험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토마스 안드레는 단연 최강최악의 위험인물이었고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토마스 안드레가 한국에 온 이유는 뭐래?”
“지금 안 그래도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뜻 모를 말만 하고 있답니다.”
“뜻 모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데 그래?”
본부장의 재촉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인터뷰를 훑어 내리던 현무 길드의 직원은 눈을 핸드폰에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예언.”
“응?”
“예언 때문에 왔다는데요?”
“예언? 갑자기 뭔…….”
움찔.
그 순간 그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수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잠깐. 스케빈저 길드라면 혹시?’
순간 머릿속을 스쳐 가는 기억이 있었다.
스케빈저 길드, 그리고 예언.
때마침 베르도 불쑥 그림자 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수호를 쳐다봤다.
[소군주님, 저번에 피라미드에서 마주쳤던 그놈들도 비슷한 말을 지껄였던 것 같나이다.]“……설마 아니겠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수호에게 베르가 쐐기를 박았다.
[외람되오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어릴 때 속담 공부하실 때 제가 가르쳐 드렸던 기억이…….]“…….”
그때였다.
“아, 찾았다. 라이브 방송!”
마침 임도균이 공항에 나가 있는 유튜버들의 개인 방송을 찾아서 틀었다.
때마침 그 영상 속에서 토마스 안드레가 기자들의 물음에 대꾸를 해 주고 있었다.
백발의 노장.
그 험상궂은 근육질의 노인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스윽 치켜올리며 다가오는 화면을 똑바로 쳐다보곤 입을 열었다.
-그렇다. 나는 예언 때문에 왔다.
“뭐야? 한국말을 하네?”
신기하게도 토종 미국인인 그가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고 있었다.
-흐흐. 예언이 뭐냐고? 그런 걸 내가 설마 맨입으로 알려 줄 리가 있나.
심지어 그 발음이 너무나 한국인처럼 능숙했다.
마치 오랫동안 연습을 해 왔던 것처럼.
토마스 안드레는 히죽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예언은 됐고, 나는 이제 내 길드원들을 죽인 죽음의 사자를 찾으러 갈 것이다. 죽음의 사자? 죽음의 호랑이? 이 단어가 이럴 때 쓰는 게 맞던가? 으음…….
“…….”
그의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수호는 확신했다.
‘나구나.’
[소군주님이군요.]‘…….’
[…….]모두가 흥미진진하게 토마스 안드레의 영상을 지켜보는 가운데, 수호만 어색한 표정으로 베르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변명할 말이 없었다.
이영호 과장은 차라리 악마들의 손에 죽기라도 했지, 암무트의 피라미드에서 싸웠던 스케빈저 길드의 헌터들은 수호가 죽인 것이 확실했으니까.
‘물론 그쪽에서 먼저 덤벼 오긴 했지만.’
[그런 속사정은 아무래도 좋지요. 그보단 확실히 증거 인멸은 해 뒀던 것 같은데 이걸 들켰나이다. 아! 혹시 그때 살려 준 아수라 길드가 입을 연 게 아닐까요? 역시 그때 죽였어야…….]‘그보단 예언이라는 게 좀 신경 쓰이네.’
얼마 전까지의 수호였으면 뜬구름 잡는 예언 같은 건 미신이라며 믿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아버지가 신적인 존재인 것을 알고 나니까, 예언 같은 주술적인 무언가도 대충 흘려 넘길 수가 없었다.
하물며 최강의 S급 헌터인 토마스 안드레가 설마 얼토당토않은 오늘의 운세 같은 걸 보고 내한했을 리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때 그 예언이라면…….’
수호는 이집트에서 들었던 ‘예언’에 대해 떠올렸다.
-머지않아 죽음에서 태어난 생명이 봉인에서 깨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죽은 이들을 일으켜 세울 것이다.
‘어떤 점술가의 예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역시 나를 지칭하는 것 같단 말이지.’
그때 그 예언을 듣고 피라미드를 찾아온 것이 바로 스케빈저 길드였으니, 길드장인 토마스 안드레가 언급한 예언도 비슷한 내용일 확률이 높았다.
그 말은 결국.
‘음. 역시 나구나.’
[어쩌시렵니까? 진짜 소군주님을 찾아온 거라면…….]베르가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수호를 쳐다봤다.
하지만 수호는 뻔뻔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에이, 뭐. 증거도 없이 자기가 뭘 어쩌겠어? 피라미드까지 통째로 챙겨 왔는데.”
[키엑?]“그냥 안 했다고 우기자.”
베르는 생각했다.
소군주님이 요즘 참 성숙해지신 것 같다고.
점점 아버지의 성품을 닮아 가는 것 같다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베르였다.
* * *
“허? 감히 내 앞을 막아?”
토마스 안드레는 공항에 나오자마자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한국의 협회 헌터들을 보며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은 마치 이번 장난감은 어떻게 분해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악동 같아서, 그를 마주한 협회 헌터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토마스 안드레, 이렇게 갑자기 방문하시는 건 국제법 위반입니다.”
협회 헌터들을 이끌고 온 한재혁 팀장은 두려운 마음을 억누르며 앞으로 나섰다.
“흠. 네가 여기 대장인가?”
스윽, 하고 토마스 안드레의 그림자가 한재혁 팀장의 얼굴에 드리워지자, 한재혁 팀장은 결연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내 목숨은 여기까진가.’
사상 최악의 S급 헌터 골리앗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그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일부러 그러는 듯, 토마스 안드레의 전신에서 뻗어 나온 숨 막힐 것 같은 기세가 한재혁 팀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때 토마스 안드레의 여비서가 그 옆에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토마스, 장난은 그쯤 하시고, 피곤하니까 숙소나 잡으러 가시죠.”
여비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재혁 팀장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헉.’
순간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한 한재혁 팀장은 숨을 몰아쉬며 여비서와 수다를 떨고 있는 토마스 안드레를 계속 주시했다.
“으잉? 나 아직 안 피곤한데?”
“제가 피곤하다고요, 제가. 자꾸 잊으시는 것 같은데, 저는 당신처럼 각성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아하! 그래, 우리 로라가 피곤하면 안 되지. 일단 호텔로 가서 시차 적응부터 하자고.”
벌써 30년째 자신을 수행하고 있는 여비서 로라의 쓴소리에 토마스 안드레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성큼성큼 협회 헌터들을 지나쳐 갔다.
“자, 잠깐만요! 토마스 안드레! 거기 서십시오!”
뒤에서 다급히 그를 부르는 한재혁 팀장의 외침에 앞을 보고 걷던 토마스 안드레가 다시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그거 아나? 살면서 지금까지 어떤 놈도 감히 내 앞길을 막은 놈이 없었어.”
오싹.
거대 마수에게서나 느껴질 법한 흉악한 기세가 그의 전신에서 다시금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토마스.”
그 순간 또다시 뒤에서 그를 만류하는 로라의 목소리.
하지만 이번에는 토마스 안드레의 폭주를 막을 수 없었다.
그는 더없이 사나운 기세로 협회 헌터들에게 경고했다.
“알아듣겠나? 내가 간다고 하면 가는 거야. 나를 막고 싶으면 네깟 놈들이 아니라, 최소한 너희 나라의 S급 헌터들을 끌고 오라고.”
“토마스.”
고오오오오!
그가 뿜어내는 끔찍한 기운에 공항이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토마스.”
“로라, 그만해. 아무리 너라도…….”
“택시 잡았어요.”
“오, 벌써?”
그 순간 지금까지의 모든 공포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공항의 공기가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그 공포에 짓눌려 있던 사람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토마스 안드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우, 좁아.”
그는 택시에 들어가기 위해 거대한 몸집을 열심히 구겨 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