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1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09화(110/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09화
쿠구구구구!
“……하아.”
어마어마한 마력장의 무게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수호는 당황하거나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암무트 같은 인간이 여기 또 있었네.’
덩치도 그렇고, 나이 많은 것도 그렇고.
대체 왜 자신이 마주치는 영감님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터프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뭐, 뭐야? 이걸 견딘다고?”
토마스 안드레는 진심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로라의 정보에 의하면 수호는 고작 C급 헌터에 불과했다.
그리고 당장 눈앞에서 수호를 봤을 때, 느껴지는 기운은 아무리 높게 쳐줘 봐야 B급 언저리.
그런데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아무리 자신이 진심으로 힘을 낸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고작 이런 놈 하나쯤은 압살시키고도 남을 마력장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걸 어떻게 견딜 수 있는 거지?’
하지만 그가 전혀 짐작도 못하는 사실이 있었다.
헌터는 마력이 전부가 아니다.
정작 토마스 안드레 본인조차도, 각성하기 전부터 이미 인류 최강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고도로 발달된 육체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 압도적인 피지컬에 마력이 동반되었을 때 그 시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수호도 마찬가지였다.
고오오오오!
헌터의 등급은 마력의 보유량으로 매겨진다.
그리고 분명히 수호의 마력량은 상대적으로 토마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였다.
하지만 근력만큼은…….
[근력 : 115]‘나도 그동안 허투루 훈련을 받은 게 아니란 말이지.’
토마스 안드레의 마력장을 정면으로 받아 내고 있는 수호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떠올랐다.
일일 퀘스트.
강체술 훈련.
이것만으로도 하루에 능력치 포인트를 3포인트씩 착실하게 받아먹고 있었던 수호였다.
그리고 그걸 전부 근력 스탯에만 몰빵하고 있었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발휘되고 있었다.
‘중력장이라면 익숙하지!’
“허? 웃어?”
수호의 여유로운 표정을 본 토마스의 두 눈에 불똥이 튀었다.
“내 앞에서 감히 웃는다고?”
후욱!
그 순간 토마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기운에 ‘진심’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호의 표정도 조금씩 굳어 가기 시작했고,
“마음이 변했다.”
토마스는 단순히 기 싸움을 넘어서 그 거대한 손으로 수호의 목줄기를 움켜잡기 위해 뻗었다.
“네가 설령 예언의 그 자식이 맞더라도, 일단은 서열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끌고 가겠다.”
후와악!
이쯤에서 수호는 결정을 해야 했다.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후퇴인가.
하지만 수호는 처음부터 이미 결정을 내린 뒤였다.
‘당연히 싸워야지.’
수호는 호기롭게 눈을 번뜩이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무려 S급 헌터와 싸울 기회가 생겼는데.’
마침 궁금했던 참이었다.
이타림의 사도.
이타림도 아니고, 고작 그들이 부리는 졸개 하나에 그토록 고전한 끝에 간신히 이겼었다.
이래서는 안 됐다.
고작 그 정도에 멈춰 설 수는 없었다.
궁극적으로 아버지가 있는 곳까지 다다르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옆에 당당히 서서 이타림과의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인간들 중에서는 가장 강해져야 하지 않겠나.’
고작 인간에게 패배할 정도라면, 어차피 아버지가 서 있는 전장에는 발을 들일 자격조차 없는 것이니까.
그래서 궁금했다.
인류 최강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의 S급 헌터 토마스 안드레가 한국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S급은 얼마나 강할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저쪽에서 먼저 찾아와 주다니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콰쾅!
그렇게 수호는 다가오는 토마스 안드레의 두 손을 맞잡았다.
그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악력!
“어쭈?”
순간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치켜뜬 토마스 안드레의 표정이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그의 입꼬리가 씰룩이며 올라갔다.
“진심이냐? 설마 나랑 지금 힘겨루기라도 하겠다고?”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초에 토마스가 한국에 방문한 이유는 수호를 높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노마 셀너의 예언 때문이었다.
‘빙하 던전, 거기 좀 공략해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건만.’
빙하 던전은 아무리 스케빈저 길드라 할지라도 선뜻 도전하기 힘든 마경(魔境)이었다.
이름 그대로 엄청난 혹한이 뒤덮고 있는 던전으로, 그저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버티기 굉장히 힘든 환경이었다.
심지어 강력한 마수들까지 즐비한 탓에 그동안 숱한 헌터들이 그곳에 발을 들였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실제로 스케빈저 길드에서 힘깨나 쓰는 헌터가 하나 있었는데, 그가 추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부하들을 이끌고 자신만만하게 들어갔다가 고생만 잔뜩 하고 얼어 죽기 직전에 가까스로 복귀한 사례도 있었다.
그렇게 스케빈저 길드조차 공략하지 못한 던전을 공략하는 데 한국의 성수호라는 헌터가 도움이 될 거라고 노마 셀너가 예언한 것이다.
직후 토마스 안드레는 바로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한국에 도착해서 보니, 예언 속의 성수호는 고작 C급, 그것도 소환술사에 불과했다.
‘이딴 놈에게 감히 우습게 보일 줄이야. 그냥 확 죽여 버려?’
애초에 토마스 안드레는 그동안 살면서 이번처럼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명령하고 지시할 뿐.
그래서 지금 그는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이 가소로운 놈의 두 팔을 어깨에서 뽑아 버리면, 한국의 힐러들이 과연 고쳐 줄 수 있을지.
그것도 아니면 사지를 다 찢어 놓는다거나…….
“토마스! 진정해요!”
멀리서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로라가 다급히 그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마스! 그를 죽일 생각은 아니죠? 우리의 목적을 잊지 말아요!”
……하지만 이런 기분이 되어 버리면, 토마스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아무리 늙었어도 그야말로 전장의 악동.
자신의 앞에서 감히 힘자랑을 하는 애새끼를 멀쩡히 살려 보낸 역사가 없었으니까.
그는 오히려 수호의 두 손을 맞잡은 팔에 더더욱 힘을 주었다.
“로라, 걱정 마. 요즘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데! 내가 아무리 고장 내도 힐러들이 다 살려 줄 거라고! 크하하하!”
사나운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팔뚝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그에 맞서는 수호 또한 더없이 사나운 표정으로 이를 드러냈다는 것이었다.
‘얼마든지 와라!’
[맷집 스킬이 고통을 경감시킵니다.] [맷집 스킬이 고통을 경감시킵니다.]…….
매일같이 강체술 훈련을 할 때마다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으스러진 탓에, 이제 이 정도 고통은 일상이었다.
암무트는 늘 강조했다.
그런 고통 속에서조차 전신의 힘을 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전사라고.
그 스승에 그 제자.
수호도 이제는 암무트의 말에 진심으로 동의할 수 있었다.
악마계에서 자신이 마주쳤던 수많은 광혈마들.
그들은 이미 온몸에 광혈독이 퍼질 대로 퍼져서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고.
그 고통 속에서도 오로지 상대를 죽이고 잡아먹겠다는 일념만으로 전의를 불태우는 전사들이었다.
그런 악귀들을 전부 죽이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 바로 수호 자신 아니던가.
‘상대가 힘으로만 덤벼 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수호는 진심으로 토마스 안드레와의 힘겨루기에서 이길 생각이었다.
“크아아아앗!”
“크하하하하하!”
쿠콰콰콰콰콰콰콰!
수호와 토마스 안드레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격돌하자, 둘을 중심으로 엄청난 마력의 태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박살 나기 시작했다.
“토마스! 토마스! 그만해요!”
이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토마스를 말리는 로라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런데 그때.
……끼익!
마침 이곳에 도착한 검은 세단이 있었다.
그 문이 열리며 밖으로 내려선 이는 다름 아닌 유진호였다.
“후우. 다행히 너무 늦지 않았군.”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그는 토마스 안드레와 대립 중인 수호의 안부를 살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 그래도 오늘 하루 동안 현무 길드 때문에 수호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던 유진호.
그는 조금 전 비서를 통해 갑자기 오늘 한국에 방문한 S급 헌터 토마스 안드레가 수호의 집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을 전달받았다.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무심코 넘겼겠지만.’
유진호는 지금은 이미 잊힌 시간대의 기억이 돌아온 사람으로서, 토마스 안드레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떠올리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로 결코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끄아아악……!
그 기억 속에서 자신이 한 일은 고작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토해 내는 것밖에 없었다.
‘내가 설마 스케빈저 길드를 또 이렇게 맞닥뜨리게 될 줄이야.’
충격이었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토마스 안드레는 여전히 토마스 안드레였다.
유진호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치밀어 오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과거의 기억 속에서도 토마스가 자신을 직접적으로 해코지한 적은 없었다.
다만 그의 부하들이었던 스케빈저 길드의 헌터들에게 붙잡혀 죽기 직전까지 고문을 당했을 뿐.
그리고 그 이유 또한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형님의 유일한 약점이었으니까.’
그때의 너무나 무력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유진호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때의 스케빈저 길드가 또다시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유진호는 곧장 직원들을 시켜 그의 모든 행보를 실시간으로 알아내 보고할 것을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
두려웠으니까.
자신이 기억하는 토마스 안드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이었고.
그 시절의 자신이 성진우의 유일한 약점이었다면.
‘……이번엔 수호가 바로 그런 존재가 되었으니까.’
더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다.
토마스가 어떤 목적으로 수호를 찾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유진호는 곧장 그의 비서인 로라를 알아보고 빠르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옆에 서서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 맥락 없는 기 싸움을 중지시켰다.
“토마스 안드레.”
유진호는 차분하고 정중한 어조로 또박또박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어차피 S급 헌터라면 이 난리 중에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자신의 목소리 또한 그의 귀에 들어갈 테니까.
“제 이름은 유진호. 아진 소프트의 대표 유진호입니다.”
쿠콰콰콰콰콰!
천지개벽이라도 할 것처럼 온 세상이 뒤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저 자신의 말을 할 뿐이었다.
“당장 거기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저도 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뭐?”
꿈틀.
철저히 수호에게만 집중하고 있던 토마스가 처음으로 그 말에 반응했다.
이미 그는 근처에 새로운 인물이 다가온 것쯤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진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고작 D급.
이 앞에 있는 시건방진 놈도 부족해서, 이번엔 저딴 무지렁이까지 감히 자신에게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다.
토마스는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유진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너는 또 뭐냐. 회사 대표가 뭐 어떻다고?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토마스! 그만해요!”
그때 유진호의 옆에 있던 로라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유진호 대표님은 우리 길드의 대주주시라고요!”
“어이고, 그렇게 훌륭한 분이셨어?”
그 순간 토마스의 살기가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