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13)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12화(113/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12화
수호는 생각했다.
‘마침 잘됐군.’
리오 싱이 속한 아수라 길드는 인도에서 상당히 잘나가는 길드 중 하나였다.
아수라 길드라면 혹시 스케빈저 길드가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정보가 필요해.”
“……저, 정보? 어떤?”
“던전에 대한 정보.”
수호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리오 싱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빙하 던전에 대해 알고 있어?”
“빙하? 그게 머지?”
아무래도 리오 싱에겐 조금 어려운 단어였나 보다.
리오 싱은 얼른 번역기를 켜서 그 뜻을 알아내고 표정이 환해졌다.
“아, 글레시어(Glacier) 던전! 나 거기 안다!”
“안다고? 진짜?”
수호의 눈이 덩달아 커졌다.
혹시나 하고 물어봤는데 진짜 알 줄이야!
[키엑!]베르도 깜짝 놀라 리오 싱의 멱살을 꽉 쥐고 윽박질렀다.
그 두 팔이 비록 손가락 두께였어도 기세만큼은 살벌했다.
[지금 그 말이 사실이렷다! 목숨을 연명하려 거짓을 고했다간 사지를 찢겠다!]“켁켁! 지, 진짜 알아! 아수라 조아! 아수라 정보 많아!”
당황한 틈에도 깨알같이 길드 홍보를 곁들이는 리오 싱이었다.
그런데 진짜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도 아수라 길드는 정보력이 꽤 좋은 길드에 속했다.
애초에 스케빈저 길드가 덩치에 비해 유독 정보력이 빈약할 뿐.
대부분의 길드들은 서로의 정보를 사고팔며, 자신들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리고 스케빈저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정보력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침을 변경할 예정이었다.
뜻밖의 소득에 수호는 잘됐다며 눈을 빛냈다.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지? 그럼 빙하 던전에 대해 아는 걸 전부 알려 줄 수 있어? 사소한 거 하나도 남김없이.”
“으응? 거기 왜?”
“조만간 그 던전에 토마스 안드레와 함께 들어가기로 했거든.”
“뭐, 뭣?!”
그 말에 리오 싱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자신이 뭘 들은 걸까?
토마스 안드레와 어딜 들어간다고? 빙하 던전에?
“안 돼! 매우 위험해! 거기 가면 다 주거-!”
“위험해도 가야 돼. 그 던전에 우리 어머니가 있을지도 모르거든.”
움찔.
단호한 수호의 말에 리오 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 어머니가 거기 왜 이써?”
“아무튼 그래.”
‘정확히는 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의 실마리지만.’
수호는 최대한 그가 알아듣기 쉽게 축약해서 설명했고, 본의 아니게 그 말이 더 설득력이 좋았다.
리오 싱은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굴렸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는 바람에 상황 판단이 어려웠다.
‘성수호의 어머니가 빙하 던전에 있다? 그곳은 아직 극소수의 길드들에게만 알려진 던전일 텐데?’
성수호에 대한 사전 조사가 미흡했던 것 같다.
설마 성수호의 어머니도 헌터였을 줄이야.
그것도 빙하 던전에 들어갈 수준의 헌터?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문제는 수호의 입에서 튀어나온 토마스 안드레라는 이름이었다.
수호가 어째서 토마스 안드레와 함께 던전에 들어간다는 말인가.
‘……잠깐. 설마 그가 성수호를 찾아온 목적이 복수가 아니라 영입 때문이었나?!’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리오 싱은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다급히 시선을 돌려 초토화된 주변의 풍경을 둘러봤다.
수호와 토마스 안드레가 격돌하면서 만들어 낸 흔적들은 다시 봐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제야 알겠다.’
토마스 안드레가 진심으로 힘을 썼다면 고작 이 정도로 끝났을 리 없었다.
‘이곳에서 면접 시험이 치러졌었구나! 성수호의 힘을 테스트한 거였어!’
무슨 면접이 이리 우악스럽냐고?
그건 평소 토마스 안드레 성격을 떠올리면 충분히 납득됐다.
간발의 차이로 새치기를 당한 기분에 리오 싱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설마 벌써 계약한 건 아니겠지? 눈치를 보면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수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성수호, 스케빈저 길드 가입해써?”
“아니? 내가 왜?”
“아니구나!”
대번에 표정이 밝아진 리오 싱.
그리고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탕탕 쳤다.
“알아따! 나 빙하 던전 말해 준다!”
어렵게 튀어나온 대답에 수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됐다!’
운이 좋았다.
던전에 대한 정보는 천금보다 귀하다.
특히 빙하 던전처럼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에 대한 정보는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
리오 싱 입장에서도 함부로 유출시켰다간 직간접적으로 길드에게 경제적인 손실을 일으킬 수도 있는 민감한 사항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리오 싱은 몸을 사릴 때가 아니었다.
‘이런 인재를 눈앞에서 다른 길드에게 뺏길 수는 없지!’
그는 빠르게 주변에 다른 듣는 귀가 없는지 살핀 뒤.
자신만만하게 자신이 아는 정보들을 수호에게 하나씩 나열하기 시작했다.
“거기 많이 춥다. 숨 쉬기, 밥 먹기, 잠자기, 걷기, 다 위험해.”
“그거야 빙하니까 당연한 거고. 다른 건?”
“진짜 많이 춥다. 너무 추워서 행동 느려진다. 디버프 에어리어!”
“디버프 에어리어?”
[소군주님, 아무래도 광범위하게 둔화의 저주가 걸려 있는 곳 같나이다.]베르조차 끼어들 정도로 이건 상당히 중요한 정보였다.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전투 중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저주가 펼쳐진 던전이라니.
하지만.
‘나에겐 상관없는 일이지.’
다행히 수호는 ‘칸디아루의 축복’ 덕분에 모든 저주에 면역이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수호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축복에 불과했고, 일행으로 같이 움직이게 될 다른 헌터들에게는 확실한 위험 요소일 것이었다.
“오케이. 그리고 또?”
“으음.”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묻는 말에 리오 싱은 잠시 주춤했다.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이거 비밀이야. 약속?”
“응. 약속. 대체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빙하 던전, 아이스 엘프 산다. 엄청 많이.”
“뭐? 아이스 엘프?”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아이스 엘프라면 던전에서 보기 드문 희귀한 마수였다.
그런데 리오 싱이 말해 준 정보가 헌터넷에 나와 있는 아이스 엘프의 습성과 많이 달랐다.
“아이스 엘프는 원래 둘씩 짝지어 다니는 놈들 아니었어? 멀리서 활만 쏘고?”
“맞다. 그러나 빙하 던전은 다르다.”
수호의 물음에 리오 싱은 오해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번역기까지 쓰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그곳엔 아이스 엘프 부족이 살고 있다. 알려진 숫자만 최소 수백.”
“수백?”
이것이 바로 아수라 길드가 가지고 있는 고급 정보였다.
“응. 빙하 던전, 아이스 엘프의 나라다.”
* * *
한편.
지금 이 순간에도 빙하 던전에 무턱대고 발을 들인 헌터들은 속절없이 쫓기는 중이었다.
“허억! 허억!”
순백의 설원.
슈슈슈슈슈슉!
숨조차도 얼어붙을 시린 바람결을 타고 빗발치는 화살들.
쐐애애애액-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살들이 집요하게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퓨퓨퓩!
“끄악!”
“내 다리……!”
이미 도망치는 그들의 등과 다리에는 수십 개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이 꼴이 되고도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며 바닥을 기는 헌터들의 표정에는 절박함만이 가득했다.
“헉헉. 저 집요한 새끼들……!”
“우리를 말려 죽일 작정이야!”
이미 이곳에 희망 따윈 없었다.
설마 사냥꾼이었던 자신들이 비참한 사냥감 신세로 전락해 버릴 줄이야……!
그리고 이렇게 절망에 빠진 자신들을 저 높은 곳에서 무심히 내려다보고 있는 수백의 사냥꾼이 있었다.
아이스 엘프.
그들은 시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이 땅을 침범한 이방인들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수백 개의 활.
그곳에서 쏟아져 내리는 화살비.
“말도 안 돼! 아이스 엘프가 무리를 짓다니!”
“이, 이런 곳인 줄 알았으면 절대 안 들어왔어!”
세간에 알려진 아이스 엘프는 아주 희귀한 확률로 발견되는 ‘비교적 온순한’ 마수였다.
놈들은 언제나 둘씩 붙어 다니는 습성이 있었는데, 항상 그 손에 나무로 만든 조악한 활과 화살을 들고 다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은 누가 먼저 자신들에게 다가오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공격해 오지 않는 이른바 ‘비선공몹’이었다.
심지어 헌터들이 던전을 공략하고 게이트가 닫히는 그 순간까지도.
그들은 그저 멀리 떨어진 곳, 던전의 깊은 곳에 조용히 몸을 숨긴 채 헌터들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더 와쳐 – The Watcher]……‘지켜보는 자’였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녀석들을 사냥하겠다며 덤벼든 헌터들은 절대로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아이스 엘프.
온순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적대하는 순간.
신출귀몰한 움직임으로 적을 사냥하는 잔혹한 명사수로 돌변했다.
아름다운 외모와는 다르게, 그 실상은 매우 잔인하고 호전적인 아이스 엘프.
그래서 생긴 또 다른 별명이 바로…….
백귀(白鬼)
신출귀몰한 하얀 귀신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귀’는 안전한 마수에 속했다.
궁술 실력은 뛰어났지만, 고작해야 둘씩 짝지어 다녀서 숫자도 위협적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비선공몹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정보는 이제 가치를 잃었다.
최소한 이곳, 빙하 던전에서는.
수백 명의 명사수가 한꺼번에 모여 사는 땅이라니.
이 정보를 미리 알고 대비하고 들어왔더라도, 과연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었을까?
“으아아!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두 다리와 등에 화살들이 꽂힌 채로 허겁지겁 바닥을 기어가는 사내.
터벅.
그 공포에 질려 창백해진 얼굴 위로 시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네놈이 마지막이다.”
사내는 자신의 앞에 다가와 말을 거는 아이스 엘프를 두려움에 떨며 올려다봤다.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에 희뿌예진 시야로 상대의 모습이 가까스로 들어왔다.
백발과 흰 피부에 은색 눈.
그리고 뾰족한 귀.
인간 기준에선 고작 열 살 남짓으로 보이는 작고 앳된 소녀였다.
“우리의 땅을 침략한 이방인이여. 나는 바루카 부족의 수호자 시르카다.”
털모자를 눌러 쓴 아이스 엘프 소녀가 서릿발처럼 냉막한 눈빛으로 당당히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사내에게선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했다.
마수의 언어를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시르카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자신의 말을 이어 나갔다.
“딱 하나만 묻겠다. 살고 싶다면 잘 대답해야 할 거야.”
시르카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 또박또박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림자 군주를 알고 있나?”
“대, 대체 뭐라는 거야!”
알 수 없는 언어로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소녀의 모습에 죽어 가는 사내는 악에 받쳐 소리쳤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성진우’를 알고 있나?”
“시발, 그냥 죽여! 죽이라고!”
“모른다면 죽어라.”
촤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