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1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13화(114/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13화
다음 날.
수호는 날이 밝자마자 을지로로 향했다.
리오 싱 덕분에 상대해야 할 적들을 알았으니, 이제 그에 따른 준비를 할 차례였다.
‘수백 마리의 궁수들이라…….’
당연히 이 정보가 무조건 확실하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어쩌면 드러나지 않은 아이스 엘프가 더 있어서, 그보다 훨씬 숫자가 많을 가능성도 상정해야 했다.
게다가 때마침 수호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돈줄도 생긴 참이었다.
“우리 길드장 돈 많다. 내가 수호 아이템 사 준다.”
바로 리오 싱.
수호를 스카웃하기 위해 출장을 나온 그에게는 아수라 길드에서 지급한 영업용 법인카드가 있었다.
어차피 토마스 안드레에 대한 빚도 덮을 겸, 수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얼마든지 카드를 긁을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베르는 그런 리오 싱의 멱살을 잡고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마땅히 바쳐야 할 죗값으로 거들먹거리지 마라. 고작 이 정도로 소군주님을 위험에 빠뜨린 죄가 사라질…….]“켁켁. 말 어려워. 쉽게, 쉽게.”
[……잘 쓰겠다.]베르는 냉큼 그의 법인카드를 빼앗아 수호에게 바쳤다.
까앙- 까앙-
키이이잉-!
을지로에 도착하자,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음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때 이곳, 을지로에는 흘러가는 농담처럼 이런 말이 들려오곤 했다.
‘을지로에선 사람 빼곤 다 판다.’
필요한 게 무엇이든 어지간한 건 다 구할 수 있다는 만물상.
수많은 전문 장비들을 보유한 특수 제작소가 즐비한 특수 지역.
그곳이 바로 을지로였다.
그랬던 을지로가 본격적으로 더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바로 대격변 이후부터였다.
이윽고 그들이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온 순간.
화악!
……!
확 트인 시야로 빨려 들어온 엄청난 광경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을지로 블랙스미스](Blacksmith, 대장간)
이것이 바로 을지로가 이 격변의 시대에 발맞춰 적응한 모습이었다.
[헌터 전용 생존키트 도매상] [방패 특수 가공] [검, 도끼날 갈아 드립니다.] [판금 갑옷 제작소] [둔기류 주물 제작/가공]각양각색의 간판들이 즐비한 진풍경.
그 앞에 반짝반짝 진열된 헌터 용품들.
이걸 보고도 눈이 돌아가지 않을 헌터는 없을 것이다.
‘아아! 이곳이 바로 한국의 헌터몰인가!’
리오 싱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인도에도 이런 곳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무기상에는 또 새로운 무기들이 기다리고 있는 법.
게다가 한국처럼 이렇게 한 지역에 무기상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모습은 그에게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수호! 여기 너무 조타! 아이템 숍! 블랙스미스!”
사실 국적이나 등급과 무관하게 헌터라면 당연히 장비 매니아가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헌터들은 수호처럼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강해질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마력량이 고정값이기 때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이란 결국 피지컬을 올리는 것뿐이었다.
즉, 헬스나 스포츠 같은 혹독한 훈련을 통한 신체 단련.
혹은 숱한 실전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스킬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숙련도를 기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고생을 가뿐히 무시할 수 있는 확실한 성장법이 하나 있었다.
바로 템빨.
보다 강한 무기!
보다 튼튼한 방어구!
사용하는 장비를 살짝만 더 좋은 것으로 바꾸면, 딱 그만큼 강해질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헌터들이 장비에 환장을 하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일이었다.
* * *
“쯧. 이제 왔냐.”
을지로 블랙스미스 앞에는 먼저 도착해서 수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팔짱을 끼고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중년의 사내가 수호를 보더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쓸 만한 아이템 좀 추천해 달라고 나를 불러내는 놈은 네가 처음일 거다.”
수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아저씨. 제가 언제 아저씨를 불러냈어요. 그냥 아는 무기점 추천 좀 해 달랬더니 굳이 나오시겠다던 분이…….”
“자고로 무기는 직접 만져 보고 골라야 하는 법이야. 괜히 문자로 틱 알려 줬다가 네가 어디서 호구라도 잡히면? 그때 가서 사신 길드장 눈썰미 구리다고 소문내려고?”
“에이, 설마 제가 그러겠어요.”
“……!”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리오 싱이 이 사내의 정체를 깨닫곤 벼락이라도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맙소사! 어디서 봤나 했더니 S급 헌터 임태규잖아?! 이 사람이 성수호 헌터와 아는 사이였어?’
리오 싱은 출장을 오면서 한국의 헌터들에 대한 자료를 이미 숙지한 상태였다.
임태규 정도 되는 인물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제 보니 스케빈저만 경쟁자가 아니었구나. 당연히 한국의 대형 길드들도 성수호를 탐내고 있을 것을 미처 생각 못했다.’
그는 초조한 표정으로 수호의 의중을 떠봤다.
“수, 수호. 사신 길드 가입해?”
“아니.”
“아니구나!”
리오 싱의 얼굴이 다시 환해졌다.
하지만 마음을 놓기엔 아직 일렀다.
“이 녀석은 또 누구냐. 새 친구?”
“네. 아수라 길드 헌터예요.”
“아아, 인도 헌터였나.”
그 순간 무심한 임태규의 시선과 리오 싱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고, 리오 싱은 퍼뜩 눈치를 채고 말았다.
수호를 향한 임태규의 표정에 미련(?)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안 되겠군. 길드장님께 연락해서 법인카드의 한도를 더 올려 달라고 해야겠어.’
여기서 밀렸다간 성수호를 눈앞에서 뺏길 수도 있었다.
게다가 당장 눈앞에서 리오 싱의 불안감에 근거를 더해 주는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튼 직접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바쁘실 텐데 저 때문에 시간도 내주시고.”
“그 바쁘신 분의 연락을 지금까지 계속 씹었던 녀석이 잘도 말하는구나.”
“아, 그건 진짜 죄송해요. 요즘 길드 가입 문자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안 봤어요.”
“뭐, 됐다. 너 어차피 요즘 따로 길드 차리려고 경력 쌓고 있다며?”
“어떻게 아셨어요?”
“……어쩌다 보니 알게 됐다. 원래 이 바닥이 좁아.”
떨떠름한 표정으로 슬쩍 말을 돌리는 임태규였다.
가뜩이나 저번 이민성 부사장 사건 때문에 사신 길드는 요즘 사정이 말이 아니었다.
한 방에 이미지가 곤두박질친 것도 문제였지만, 재정적인 어려움까지 겪고 있었다.
임태규의 사비까지 탈탈 털어서, 그 사건 때 죽은 헌터들에 대한 사망 위로금을 유가족들에게 내주느라 돈이 바닥난 것이다.
그로서는 할 수 있는 도리는 다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한 번 나락 간 이미지가 쉽게 복구될 리는 없었다.
‘……그래서 이 녀석을 어떻게든 영입하려 했건만.’
많은 헌터를 잃고 인력 보충이 시급한 상황에, 수호처럼 쓸 만한 인재 한 명이 아쉬운 건 당연지사.
하지만 직접 길드를 차리겠다는 놈을 데려올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잠시 복잡한 시선으로 수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임태규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뭘 사겠다고?”
“활이요. 아저씨가 우리나라에서 활은 제일 전문가시잖아요.”
“그건 당연한 말이고.”
“……활?!”
둘의 대화에 리오 싱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미친 짓이다! 아이스 엘프 수백 마리에 대한 대응책으로 똑같이 활을 쓰겠다니!’
전략이 단단히 잘못됐다!
당연히 수호가 갑옷과 방패를 사러 온 줄 알았던 리오 싱은 허둥대며 그를 말렸다.
“수호! 아이스 엘프 엄청 많다! 풀 플레이트 메일! 타워 실드 추천해!”
“……아이스 엘프가 많다고?”
리오 싱의 말을 들은 임태규의 눈썹이 순간 꿈틀거렸다.
그러곤 급속도로 심각한 표정이 되어 수호를 노려봤다.
“잠깐. 너 지금 설마 빙하 던전에 들어갈 생각이냐?”
“어? 빙하 던전에 대해 아세요?”
“너는 대체 나를 누구라 생각하는 거냐. 나 임태규가 그 정도 정보도 모를까 봐?”
수호의 반응에 임태규는 한숨을 푹푹 쉬며 이를 갈았다.
아무리 사정이 안 좋아졌어도 사신 길드는 얼마 전까지도 한국 최고의 길드로 평가되는 곳이었다.
그 정도 정보는 당연히 꿰고 있었다.
“아니, 잠깐. 그럼 어제 토마스 안드레가 온 이유가 설마……?”
겨우 작은 정보 하나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눈치챈 임태규였다.
최근에 스케빈저가 빙하 던전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묘한 표정으로 수호를 쳐다봤다.
“너, 토마스 안드레와 아는 사이였냐?”
“아뇨. 어제 처음 알았는데요.”
“대체 무슨……. 아니, 그보다 다른 덴 몰라도 스케빈저는 절대 들어가지 마라. 무식한 놈들이야.”
“안 들어가요. 어쩌다 보니 이번 한 번만 같이 던전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빙하 던전에 가려는데 왜 활을 사려는 거냐? 수백 마리의 활잡이들 상대라면 당연히 크고 단단한 방어구가 필요할 텐데?”
“마자! 갑옷! 방패! 타워 실드를 사라!”
리오 싱까지 합세해서 수호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이미 수호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이미 방어력은 충분했다.
딱히 방패가 없더라도 화살을 막아 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연히 방어보단 공격이지.’
가만히 서서 공격을 막아 내는 것보다는 먼저 공격하는 것이 성미에 맞았다.
하지만 수호의 속을 모르는 임태규와 리오 싱은 활 매장으로 들어가는 수호의 뒤를 따라 걸으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래. 방패는 그렇다 치고, 왜 하필 활이냐? 너 원래 칼잡이잖아. 스케빈저 길드에 궁수가 따로 없는 것도 아니고.”
“마자. 수호 원래 쌍검 쓴다. 아수라다.”
“그래, 수호야. 네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나 본데, 활이라는 게 절대로 다루기 쉬운 무기가 아니에요. 알아?”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궁수인 임태규로서는 수호 같은 초짜가 활을 쉽게 생각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하여튼 요즘 나온 게임들 때문에 궁수 이미지를 다 착각하고 있는데, 사실 궁수만큼 근력이 많이 필요한 직종도 없단 말이지. 공격력이 높은 활일수록 크고 무거워서 활시위를 당기는 것도…… 어?”
우뚝.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임태규의 잔소리가 갑자기 뚝 끊긴 이유.
그건 바로 수호가 마침 매장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활을 집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근력 : 115]쫘아아아악-
수호는 너무나도 가볍게 마수의 힘줄을 엮어 만든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
“……?”
“아저씨, 이거 좋은 활인지 좀 봐 주실…… 왜들 그렇게 쳐다봐요?”
수호와 눈이 마주치자 임태규는 머쓱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히, 힘은 좋군. 그런데 너 마력량 C급이었지? 아니, C급인 건 확실한가?”
자신이 직접 봤던 수호의 전투를 떠올려 본 임태규는 조금 미심쩍은 표정으로 수호를 쳐다봤다.
“너 그 후로 재측정은 받아 봤냐? 아니, 대충 B급이라고 쳐도 말이다. 너 애초에 궁수 스킬은 있어?”
“없는데요.”
“뭐? 없다고? 궁수 스킬이 없으면 몇 발만 쏴도 마력이 금방 바닥날 텐데?”
임태규는 새삼 수호가 얼마나 애송이에 초짜 헌터였는지를 깨닫고 이마를 탁 짚었다.
궁수 스킬도 없이 억지로 마력을 응집시켜서 화살을 만들어 냈다간, 화살 하나에 마나 효율이 너무 안 좋았다.
평범한 궁수 헌터들에 비해 적게는 3배에서 10배 이상까지도 마력이 소모되는 것이다.
그의 물음에 수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다 방법이 있…….”
그때였다.
말을 하던 수호의 안색이 무섭게 굳었고.
─!!!!
일대를 따라 거대한 마력 파동이 퍼져 나왔다.
“……!”
“……!”
그 순간 매장에 있던 모든 헌터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눈을 부릅뜨고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방향 너머 먼 곳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느껴진 것이다.
“던전 브레이크다!”
“이 근처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을지로에 있던 헌터들의 입에서 긴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이곳은 바로 을지로.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많은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으니까.
“이런 건 먼저 잡는 놈이 임자지!”
헌터들은 일제히 사려던 물건을 그 자리에 내려놓고, 바로 던전 브레이크가 느껴진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어수선한 가운데.
임태규는 기묘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는 수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착각인가?’
모두가 동시다발적으로 에너지의 파동이 느껴지는 곳을 쳐다봤을 때.
다른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고개를 돌린 사람이 있었다.
‘……이 녀석이 제일 빨랐던 것 같은데.’
어쩌면 자신보다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