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1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17화(118/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17화
[파사드 아일랜드]‘파사드’는 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이었다.
국제연합 정회원국들 중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하며, 그 면적이 제주도의 약 4분의 1밖에 안 되는 매우 작은 독립 국가였다.
하지만 파사드는 그 크기에 비해 상당히 부유한 국가이기도 했다.
섬 자체가 ‘구아노(동물의 똥)’가 축적되어 만들어진 인광석으로 이루어진 섬이었기에, 섬에 파묻힌 그 막대한 양의 인광석을 채굴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버는 돈에 비해 인구수가 적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대격변이 발생하자, 바로 그 부족한 인구에서부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인구가 적으면 자연스레 각성하는 헌터들의 절대적인 수 또한 적을 수밖에 없었다.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이를 막아 낼 수 있는 유일한 전력인 헌터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날’이 와 버렸다.
‘던전 브레이크’
헌터들의 숫자가 부족했던 아일랜드는 어떻게 저항해 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푸른 안개에 침식되고 말았다.
‘필드형 던전’이 된 것이다.
뒤늦게 파사드의 대통령이 막대한 돈을 써서 외국의 헌터들을 용병으로 고용하려고 했으나, 그때는 이미 사태가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갑자기 마력 적성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미스트 번으로 변해 폭주하기 시작했으니까.
사실상 그날 파사드는 멸망하고 말았다.
“……그때만 해도 아직 미스트 번이나 마력 적성에 대한 정보들이 전 세계에 퍼지지 않았을 때였으니까요.”
“…….”
수호는 토마스 안드레의 전용기를 타고 파사드로 날아가는 동안, 로라에게 상황 브리핑을 전달받는 중이었다.
“그렇게 파사드는 나라가 통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직 그곳에 소수의 생존자들이 살아 있긴 하지만, 사실상 망국의 난민이 된 셈이죠.”
“그래도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 나라 대통령은 아직 살아 있다더군.”
옆에서 팔짱을 끼고 느긋하게 하늘의 구름을 구경하고 있던 토마스가 하는 말에 수호가 그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대통령이 헌터로 각성을 한 겁니까?”
“맞아. 운이 좋았던 거지. 하지만 각성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미스트 번으로 변한 자기 가족들을 제 손을 죽인 일이었으니……. 운이 나빴다고도 할 수 있겠지.”
“…….”
그 말에 수호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지독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로라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다시 브리핑을 이어 갔다.
“요즘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을 때 가장 위험한 건 마수가 아니라, 바로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안개 그 자체라고.”
수호도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마수들은 결국 차원의 틈새를 떠도는 난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 습성이 워낙 포악해서 인간들을 본능적으로 공격하고 잡아먹으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푸른 안개였다.
수호의 머릿속에 문득 언젠가 베르와 라칸의 송곳니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이 푸른 안개는 외우주의 마력입니다. 차원의 벽을 강제로 뚫어 세계의 균열을 일으키는 용도이지요.]-맞다. 이 안개 때문에 내가 있던 성역도 차원의 틈새를 떠돌다 지구와 연결되었지.
[결국 외우주 놈들이 원하는 건 이 안개를 지구 전역에 퍼뜨려 대균열을 일으키는 것일 겁니다. 놈들의 군대가 차원을 넘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구멍을 뚫으려는 것이지요.]‘……그리고 어제 본 늪지대처럼 푸른 안개를 몸에 흠뻑 적신 마수들이 사방에 퍼질수록 오염 지역도 점점 넓어진다는 건가.’
수호는 어제 실시간으로 점점 넓어지던 늪지대를 떠올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마침 헌터들이 주변에 많았기에 망정이지, 그 사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한 결과가 바로 그동안 자신이 숱하게 경험했던 필드형 던전들이었다.
그나마 그곳들은 그 둘레를 철조망으로 단단히 두르고, 그 밖으로는 마수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방비하고 있으니 크기가 그 이상 넓어지지 않는 것이다.
푸른 안개를 퍼뜨리는 마수들이 그 너머로 넘어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심지어 요즘에는 그 철조망에 마정석의 마력을 활용해 마수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여러 방식들을 개발하고 있는 추세라, 더더욱 안전해지고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가고 있는 파사드 아일랜드는 하필이면 사방이 바다였고.
그런 철조망 같은 전문 장비가 개발되기 전에 이미 침식이 끝나 버린 상태라는 것이 문제였다.
“도착했습니다.”
잠시 후 그들을 태운 전용기가 드디어 파사드 아일랜드의 연안에 착륙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밖에서 불어닥치는 매서운 추위가 수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헉! 도, 도착해써?”
지금까지 옆 좌석에서 퍼질러 자고 있던 리오 싱이 추위를 느끼고 눈가리개를 벗었다.
로라는 그런 리오 싱을 가리키며 수호에게 물었다.
“그런데 대체 이 인도 헌터는 왜 데려오신 겁니까. 아수라 길드와 협력 상태이십니까?”
“나 수호 돕는다. 통역사로 왔다.”
리오 싱은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말은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서투르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4개 국어가 가능한 석학이었다.
‘성수호를 스케빈저에게 뺏길 수는 없지.’
대부분이 미국인으로 이루어진 스케빈저 길드와 함께 움직이기 위해선 영어가 필수였는데, 정작 수호가 영어를 할 줄 몰랐다.
리오 싱은 줄곧 이걸 이유로 자신도 공략대에 포함시켜 주길 요청하고 있었다.
‘어차피 토마스 안드레와 함께 움직인다면 안전은 보장된 셈이니, 나는 철저히 통역만 도와주면서 성수호가 나에게 계속 의지하게 만드는 거지.’
매우 완벽한 계획이라며 눈을 빛내는 리오 싱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비행기 밖에는 진즉 도착해서 토마스 안드레를 기다리고 있던 스케빈저 길드원들이 막사를 차리고 주둔하고 있었다.
“길드장님!”
“길드장님이 도착하셨다!”
우르르!
누가 스케빈저 아니랄까 봐 하나같이 험악한 인상에 커다란 덩치들이 토마스 안드레를 향해 몰려왔다.
“토마스! 왜 이렇게 늦으셨…… 컥!”
“시끄러워, 이 자식들아.”
토마스 안드레는 가장 먼저 달려온 놈을 발로 뻥 차 버리곤, 험상궂은 눈빛으로 길드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많이 춥냐?”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우리 같은 정예를 여기 방치해 두는 게 어디 있습니까!”
“이럴 시간에 던전 하나라도 더 돌면 돈이 얼만데!”
“진짜 추워! 춥다고!”
토마스 안드레의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이 시끌벅적한 소란이 일어났다.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불만 가득한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먼저 개기다가 얻어맞은 동료 때문인지, 처음보단 기세가 조금 수그러든 상태였다.
“그런데 보스. 그 꼬맹이들은 뭡니까?”
그중 한 명이 마침 토마스 안드레 근처에 서 있는 수호와 리오 싱을 가리키며 물었다.
가뜩이나 덩치가 큰 스케빈저들 사이에 껴 있다 보니, 그 둘은 상대적으로 엄청 작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뭐야? 설마 고작 이 녀석들 데리고 오느라 우릴 기다리게 한 겁니까?”
“생긴 건 약해 보이는데?”
“아냐. 그래도 느껴지는 마나는 B급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아니, B급이면 뭐해? 저런 빈약한 몸으로 여기서 힘이나 쓰겠어?”
이미 며칠 전부터 이곳에 도착해 있던 스케빈저 길드원들은 노골적인 시선으로 수호 일행을 훑어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정작 그런 시선을 받으면서도 수호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뭐라는 거지?’
영어를 몰랐으니까.
하지만 표정만 봐도 자신들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는 정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보스, 진짜 쟤네 데려오려고 우리를 이 추운 데서 대기하게 한 겁니까?”
“아오, 뭡니까 진짜…… 꺽!”
또 한 놈이 구시렁대다가 토마스의 발에 걷어차였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방금 얻어맞은 탱커가 다시 몸을 일으키며 진심으로 화난 표정으로 토마스 안드레에게 항변했다.
“보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여기 지금 처음 와 보셨죠? 이 추위에서는 저렇게 체력이 약한 헌터들은 제대로 힘을 못 씁니다. 우리도 여기에 고작 3일 있던 것만으로도 체력이 축났다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아직 던전 밖인데도 이 정도라는 겁니다.”
그랬다.
토마스 안드레의 전용기가 내려선 이곳은 아직 침식이 되지 않은 필드형 던전의 가장 외각 지역.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철조망 바로 앞인 셈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이 일대는 마치 남극에라도 온 것처럼 혹한의 지대로 변해 있었다.
그야말로 빙하.
“이런 놈들 데리고 빙하 던전에 들어갔다간 짐덩이만 늘어나는 꼴입니다. 지금까지 저런 놈들이 살아 돌아오는 꼴을 못 봤다니까요?”
“그래서 뭐하는 놈입니까? 탱커는 당연히 아니겠고, 딜러?”
마침 리오 싱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을 흘낏 바라본 길드원이 헛웃음을 쳤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시선이 그 둘을 지나쳐 수호에게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얘는 또 왜 무기가 없어? 마법계인가?”
“어음…….”
그 물음에 토마스 안드레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추운 곳에 길드원들을 며칠이나 방치해 둔 건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저렇게 엄살들을 피우고는 있지만, 자신의 길드원들은 결코 나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동안 자기들끼리 알아서 이 근처 마수들을 사냥하면서 제 역할들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 녀석들을 기다리게 한 이유가 수호 때문이긴 했는데, 막상 그 수호를 소개할 말이 되게 애매했던 것이다.
다행히 적절한 타이밍에 로라가 나서 주었다.
“여기 있는 성수호 헌터는…… 한국의 헌터로 C급 소환술사입니다.”
“허?”
“소환술?”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지?”
사실대로 말했는데, 그 말에 더 어처구니없어하는 반응들이었다.
결국 못 참고 수호에게 덩치 큰 스케빈저 길드원이 성큼성큼 다가갔다.
수호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있는 덩치가 수호를 고까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이를 갈았다.
“소환술사라고? 그래, 꼬맹아. 너는 뭘 소환할 수 있냐? 추우니까 불나방이라도 소환해 주면 참 고맙겠는데?”
다만 문제는 수호의 미천한 영어 실력이었다.
잔뜩 성이 난 그의 영어 발음을 알아들을 리 만무했고, 옆에서 그 말을 들은 리오 싱이 얼른 수호에게 통역을 해 주었다.
“수호. 소환술, 가능해?”
“소환? 아아, 맞다.”
그 말에 수호는 깜빡했다며 그림자 던전의 열쇠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에 꽂으며 말했다.
“나와, 에실.”
슈우우욱!
“불렀어?”
“……!”
“……!”
그 순간 갑자기 수호의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에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아니꼬운 표정으로 수호를 쳐다보고 있던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사, 사람?!”
“사람을 소환한다고?!”
“뭐, 뭐야, 이건 또!”
놀라기는 막상 수호를 데려온 토마스 안드레도 마찬가지였다.
에실은 비행기로 이동하는 동안에 계속 수호의 그림자 던전에서 지내고 있었고, 그 이유는 당연히 해외 비자 때문이었다.
길드 신청을 위해 유진호의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헌터 등록은 했지만, 기본적으로 에실은 악마였다.
비자 발급까지 하는 건 아무래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수, 수호? 사람도 소환해? 소환수?”
리오 싱조차 이집트에서 본 적 있던 에실이 갑자기 수호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오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에실도 리오 싱을 알아봤다.
“음? 뭐야, 이 인간 저번에 피라미드에서 봤던 녀석이네?”
“도, 동료? 소환? 사람?”
하지만 정작 리오 싱의 머릿속은 점점 헝클어지고 있었다.
‘큰일 났다.’
위기감이 엄습했다.
통역사가 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