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19)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18화(119/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18화
“이, 인간형 소환수를 소환하는 스킬이라고?!”
“이런 소환 스킬도 있어?”
“B급 소환술사쯤 되면 꼭두각시를 소환하는 건 본 적이 있지만…….”
“꼭두각시 좋아하시네! 이 여자는 아무리 봐도 진짜 사람인 것 같은데? 심지어 느껴지는 마력도 최소 B급 이상이라고!”
“이게 말이 돼? C급 소환술사라며? 그런데 C급이 어떻게 B급을 소환해?”
웅성웅성.
“……수호야, 통역해 줄까?”
“아냐. 이건 표정만 봐도 대충 뭔 말인지 알 것 같네.”
수호와 에실은 자신들을 둘러싸고 웅성거리는 덩치들을 보며 어쩐지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기야 헌터들의 주된 관심사는 국적을 막론하고 다 똑같았다.
‘저 사람이 쓰는 아이템은 뭐지? 어디서 샀지?’
‘저 스킬은 또 뭐지? 신기한데?’
대격변이 일어난 지 고작 2년.
아직 정보의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제아무리 대형 길드의 상급 헌터라고 해도 모르는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모든 궁금증은 항상 결국 누가 더 강한가로 귀결되었지만, 수호가 보여 준 소환(?) 스킬은 그걸 압도할 정도로 스케빈저 길드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제일 처음 수호의 마력량을 가늠했던 A급 헌터 데릭 존슨의 표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아니, 아무리 잘 봐줘도 B급 언저리 수준인데 고작 그 정도 마력량으로 이런 스킬이 가능할 리가…….”
자신은 타인의 마력량을 가늠하는 것에 제법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아무리 좋은 스킬이 있어도 마력량이 딸리면 그만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게 상식.
그런데 수호가 보여 준 놀라운 능력은 절대로 ‘C급 소환술사’에게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말은 즉.
‘마력을 숨기고 있다? 대체 얼마나 마력 컨트롤이 뛰어나길래!’
상위 헌터일수록 자신의 마력을 숨기고 다니는 이들이 많았다.
그건 숨기고 싶어서 숨긴다기보단, 자신의 마력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기에 생기는 결과물이었다.
이유가 뭐냐고?
헌터들도 인간인 이상,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자기도 모르게 마력을 아주 조금씩 소모하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의 마력을 완벽히 통제할수록 그런 불필요한 마력 소모를 아낄 수 있었다.
“그럼 설마 마력을 숨긴 게 이 정도라는 건가? 그럼 원래 등급은 대체 뭐길래? A급? S급?”
“흠흠. 제가 방금 성수호 씨는 C급 소환술사라고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
때마침 옆에서 했던 말을 반복해 주는 로라의 말에 데릭 존슨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로라가 뭔가 잘못 알았겠지! 내가 장담하는데 이 꼬맹이는 무조건 A급 이상이야! 내 전 재산을 걸 수도 있다고!”
애초에 C급 소환술사가 어떻게 B급 소환수를 소환한단 말인가!
그때였다.
“자, 잡담은 그 정도로 하고, 모두 모였으니 바로 출발하자.”
우뚝.
토마스 안드레의 한마디에 그 순간 스케빈저 길드원들의 표정이 돌변했다.
방금 전까지 왁자지껄 떠들던 분위기는 삽시간에 사라지고, 온몸에서 뜨거운 투지를 발산하는 역전의 용사들만이 그곳에 존재했다.
본격적인 출전 준비가 시작되자, 로라는 곧장 비행기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공략이 끝나면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길드장님, 그럼 지난 3일간의 일을 브리핑하겠습니다.”
“대략적인 건 로라를 통해서 이미 전달받았다. 아무튼 춥다는 거잖아. 그리고 마침 한국에서 새로 얻은 정보도 있고.”
그 정보란 바로 수호에게 들은 아이스 엘프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정보에 대한 대가로 토마스 안드레는 수호에게 이 공략이 끝나고 나서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어차피 자신의 부탁으로 이번 공략에 참여해 주는 것에 대한 대가도 지불해야 하니, 한꺼번에 치르기로 한 것이다.
그 정보를 길드원들에게 전달한 뒤, 궁수 부대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시킨 토마스 안드레는 히죽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길드원들에게 명령했다.
“입만 터는 건 이 정도로 끝내자. 우리 스타일 알지? 나머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나간다.”
“예! 보스!”
스케빈저의 함성이 추운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다.
* * *
파사드 아일랜드의 필드 내부로 발을 들인 순간.
수호는 지금까지의 추위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푸른 안개가 섞인 엄청난 눈보라가 시야를 가리며 그야말로 빙하기 같은 추위가 시작된 것이다.
[‘디버프 : 혹한의 저주’가 적용됩니다.] [공격 속도가 –30% 하락합니다.] [이동 속도가 –30% 하락합니다.]하지만 수호에겐 물론 해당 사항이 없었다.
[칸디아루의 축복이 적용됩니다.] [‘디버프 : 혹한의 저주’가 사라집니다.]‘여기가 빙하 던전인가.’
이름 그대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이 그야말로 빙하기가 찾아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거리에는 두껍게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와 수많은 차들이 눈더미에 뒤덮여 파묻혀 있었고.
대형 쇼핑몰과 오피스텔 등 고층 건물들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마치 하나의 얼음성처럼 보였다.
이 처참한 풍경은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던 ‘그날’의 참상을 고스란히 얼려서 보존해 둔 느낌이었다.
“끔찍하군.”
이곳은 어째 마수들보다 추위 때문에 멸망한 것 같았다.
그렇게 스케빈저 길드와 함께 눈보라를 뚫고 얼어붙은 도시를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동안.
베르도 수호의 그림자에서 얼굴만 빼꼼 내민 채 주변을 탐색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타림의 기척은 아직 없는 것 같나이다. 그런데 소군주님. 혹시 춥지는 않으십니까? 뭐라도 걸치심이 어떠신지요?]그 와중에 수호의 안부를 꼼꼼히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말에 수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상점창을 열었다.
사실 마력이 높을수록 어지간한 추위와 더위는 거뜬히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추위는 상상 이상이었다.
짤그락.
수호는 새하얀 털로 장식된 털옷 세 벌을 구매해서 에실과 리오 싱에게 나눠 주었다.
“입어.”
에실은 익숙하게 그 옷을 받아 입었지만, 리오 싱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말았다.
“수, 수호! 이 엄청난 아티팩트 선물! 나는 감동한다!”
“……빌려주는 거야.”
‘나중에 되팔아서 골드 벌어야 되니까.’
수호의 빌려준다는 말에도 리오 싱은 여전히 감격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이템 : 아이스 베어의 로브]입수 난이도 : B등급
종류 : 로브
방어력 +50
아이스 베어의 털가죽으로 만든 로브입니다.
가죽이 질기고 튼튼해 방어력이 높으며, 추위를 막아 내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단, 근력이 80 미만일 경우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효과 ‘추위 내성’ : 추위를 막아 주며, 빙결 마법에 대한 내성이 있습니다.
효과 ‘추위 내성’.
이 단순한 옵션 하나의 효과가 대단했다.
아이스 베어의 로브를 입는 순간, 빙하기 수준의 추위가 한순간에 차단된 것이다.
[참으로 좋은 선택이시나이다. 아이스 베어의 가죽이라면 능히 아이스 엘프들의 빙결 마법도 방어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화살에 빙결 마법이 실려 오면 옷이 상할 수는 있으니 주의하시…….]베르가 열심히 수호에게 설명을 하는 동안.
수호의 손에서 갑자기 나타난 털옷을 본 스케빈저 길드원들은 또다시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뭐, 뭐야! 옷도 소환한다고?”
“하긴 사람도 소환하는데, 털옷 정도야.”
“저 털옷 되게 따뜻해 보이는데?”
“잠깐! 저거 아이스 베어의 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데?”
“뭐? 나도 줘!”
“나도!”
“시끄러워, 이 자식들아!”
또다시 수호에게 몰려드는 길드원들의 모습에 토마스 안드레가 윽박지르며 그들을 중재시켰다.
그러곤 수호에게 머쓱하게 손을 내밀었다.
“……?”
“혹시 한 벌 남았냐?”
“…….”
그때 토마스 안드레에게 리오 싱이 당당하게 나서서 수호의 입장을 대변해 주었다.
“쇼 미 더 머니.”
“…….”
물론 그와 말과는 달리, 돈을 주겠다 하더라도 수호는 더 이상 상점창을 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토마스 안드레의 마력이면 이 정도 추위는 견딜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다른 길드원들도 여기 하루 이틀 있었던 게 아니라서 옷이 두꺼웠고 말이다.
휘오오오오-
하지만 눈보라가 점점 거세질수록 스케빈저 길드원들은 계속 부러운 표정으로 수호 일행을 힐끔거렸다.
“온다.”
갑자기 토마스 안드레가 사나운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쐐애애애액-!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실려 화살들이 어딘가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방어!”
그의 외침에 스케빈저 길드원들의 방어 스킬들이 사방에 펼쳐졌다.
쩌저적!
투명한 마력 장벽에 화살들이 막히자, 그 벽 위로 새하얀 살얼음이 생겨났다.
그리고 계속 날아오기 시작하는 화살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쩌저적! 쩍쩍!
“길드장님! 실드가 깨지려고 합니다!”
“빙결 마법이 실드의 방어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길드원들의 다급한 목소리에 토마스 안드레는 눈보라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아이스 엘프들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스킬, 강화.
그 순간 그의 팔에 엄청난 양의 마력이 응축되었고.
“흐아압!”
그가 허공에 그 주먹을 휘두르자, 강맹한 기운이 파도처럼 휘몰아치며 눈보라를 꿰뚫고 폭발했다.
쿠와아아앙-!
그 엄청난 폭발에 날아오던 화살들이 한꺼번에 소멸되었고.
“전투 시작.”
드디어 스케빈저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정작 수호의 시선은 그쪽이 아니라 반대쪽을 보고 있었다.
[아이스 골렘] [아이스 골렘]눈보라 너머로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감.
시야에 보이는 것은 없지만 감각 스탯이 경고를 주고 있었다.
‘진짜는 저놈들이군.’
수호는 즉시 활을 꺼냈다.
그리고 토마스 안드레도 이미 그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저쪽이 진짜다! 모두 산개!”
S급 헌터의 감각은 이미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 일어났다.
애초에 아이스 골렘들은 이쪽을 공격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아래.
그워어어어어-!
‘잠깐, 설마!’
그 징조를 깨달은 수호의 안색이 무섭게 변했다.
“솟구쳐라, 퀘이!”
그의 그림자에서 검은 화살이 생성되는 사이.
이미 아이스 골렘들은 두 손을 모아 얼어붙은 땅을 내리치고 있었다.
쿠콰쾅-!
그곳을 기점으로 땅이 갈라지며 도로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런! 지진이다!”
당황하는 토마스 안드레의 외침이 들려왔고.
그 순간 그들이 서 있던 바닥이 쑥 꺼지며, 동시에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추락하는 순간, 에실은 퍼뜩 어떤 사실을 깨닫고 다급히 수호를 쳐다봤다.
“수호야! 게이트야! 차원의 균열이 이 밑에서 느껴지고 있어!”
휘오오오오-!
그 순간 수호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이 지독한 눈보라가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있는지.
태양빛이 내리쬐는 이 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갑자기 생긴 빙하기.
이 눈보라는 하늘에서 불어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 섬의 지하에서부터 발생했던 것이다.
슈와아아악!
그리고 엄청난 혹한의 눈보라가 수호를 포함한 모든 헌터들을 게이트로 빨아들였다.
‘우리를 초대한다 이거냐?’
수호는 자신을 집어삼키는 혹한의 게이트를 보며 눈을 빛냈다.
‘그럼 빈손으로는 못 가지.’
아래로 추락하던 수호는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에 맞춰 무작정 활시위를 당겨 퀘이를 쏘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