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1화(12/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1화
수호의 시선이 주변을 둘러봤다.
공포에 질려 몸이 굳어 버린 채굴꾼들.
저 사람들은 오늘 하루 서로 웃고 떠들며 함께 곡괭이질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저 아저씨는 젊은 친구가 고생이 많다며 자신에게 물을 건네준 아저씨였고.
그리고 저 아저씨는 또 자신에게 곡괭이질을 하는 법을 직접 시범을 보여 줬던 사람이었다.
“이 사람들을 두고 나 혼자만 도망치라고?”
[소군주님, 저에겐 저 인간들의 목숨 따위는 알 바 아닙니다. 저에겐 사명이 있습니다.]베르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림자 군주의 아들인 수호의 목숨은 베르에게 있어 지구에 사는 모든 이들의 목숨보다 소중했다.
이곳에 있는 인간들이 다 죽더라도 수호만 어떻게든 살려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베르의 사명이었다.
“단순히 정의감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야.”
수호는 힐끗 주변을 살폈다.
“어차피 퇴로는 전부 막혔어.”
크르릉.
어느새 던전 밖으로 나가는 통로에는 수많은 늑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도망가기 위해선 적을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주 방법이 없을 것 같지도 않단 말이지.”
수호는 수많은 늑대들을 끌고 다니는 김용준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베르는 문득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유약하다고 생각했던 수호에게서 오래전 성진우의 모습이 겹쳐 보였던 것이다.
* * *
송곳니 군주의 ‘망령’은 고양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났더니 자신의 주인은 보이지 않고 하찮은 인간들만 한가득이었다.
‘우습구나. 약해 빠진 버러지들 같으니.’
자신이 기운을 살짝 흘리기만 했을 뿐인데도 저들은 공포에 짓눌려 덜덜 떨고 있었다.
‘아아, 얼마나 나약한 미물들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잡아먹혀야지.
이 세상은 원래 약자는 먹히고, 강자는 모든 것을 취하는 논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할짝.
망령이 지배하고 있는 김용준의 몸이 저 미물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나약한 버러지들이여, 너희들은 살아갈 가치가 없구나. 죽어서 늑대밥이 되는 것이 훨씬 가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김용준의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리고 망령의 본체인 검을 인간들에게 휘둘렀다.
“죽어라.”
촤아악!
하지만 그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그 사이에 뛰어든 그림자 고블린 한 마리가 대신 공격을 맞은 것이다.
[케르륵!]몸이 반으로 갈라진 고블린의 표정이 세상억울해 보였다.
자기 뜻으로 희생하는 게 아니라는 듯한 표정.
“……뭐냐, 네놈들은.”
망령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고블린들을 쳐다봤다.
[케륵케륵!]이 가소로운 놈들이 겁을 상실했는지 자신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강자를 몰라보는 놈들이구나. 마수라면 그 정도 생존 본능은 당연할 터인데.”
촤악!
가차 없이 검을 휘둘러 고블린들을 또 베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처참히 쓰러진 고블린들의 몸이 순식간에 복구되어 다시 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케르르륵!]“허어?”
그 집요한 공격에 망령은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자신이 부리는 늑대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놈들의 몸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망령은 이제 고블린 따위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다시 인간들을 쳐다봤다.
놈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우습군. 저 버러지 같은 미물들도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퇴로가 아니라, 더욱 던전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통로였다.
“놈들을 쫓아라.”
“크르릉!”
그의 명령에 수많은 늑대들이 그들을 쫓았다.
망령은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던전 밖,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가 있는 곳이었다.
‘저곳은 어디지?’
저 밖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약동하고 있었다.
그 하나하나는 약해 빠졌으나, 그렇기에 더욱 입맛이 돌았다.
‘약자는 먹혀야지.’
망령은 문득 자신의 육체를 내려다봤다.
김용준이라는 헌터.
이 인간의 육체는 이미 죽었지만, 이제부턴 자신의 육체가 되어 위대하게 쓰일 것이었다.
아아, 이 미천한 놈에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내가 죽은 너를 대신해 배불리 먹어 주마. 내 친히 저 너머의 세상에 있는 생명체들을 전부 먹어 주겠다.’
망령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빛났다.
그는 수많은 늑대들을 끌고 천천히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였다.
쐐애액-!
“아.”
갑자기 망령의 뒤통수로 날아오는 돌도끼.
그 기척을 느낀 망령은 같잖다는 표정으로 검을 흔들어 그 공격을 털어 버렸다.
“아, 아깝다! 거의 잡을 뻔했는데!”
“……거의?”
망령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돌도끼를 던진 인간을 쳐다봤다.
그런데 그때, 수호의 손에서 또 돌도끼가 날아왔다.
“약자의 발버둥인가.”
툭.
망령은 다시 검을 들어 그 공격을 튕겨 냈다.
그런데 막았더니 도끼가 또 날아왔다.
쐐애액!
“아니.”
또 튕겨 냈다.
그러자 또 날아왔다.
“저기.”
또 튕겨 냈다.
그러자 또…….
“대체 도끼가 몇 개나 있는 거냐!”
결국 못 참고 버럭 화를 내는 망령이었다.
그 와중에 또 날아오는 도끼들.
“저놈부터 죽여라!”
크르렁!
망령의 명령에 게이트 밖으로 나가려던 늑대들이 동시에 몸을 돌려 수호를 뒤쫓기 시작했다.
[소군주님! 이젠 튀셔야 합니다!]“그래, 튀자고!”
“거기 서라, 이놈!”
크르렁! 캬오!
수호는 늑대들을 피해 다시 동굴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쫓아오는 늑대들이 너무 많았고, 그 속도도 너무 빨라서 순식간에 포위당하고 말았다.
“쯧. 미물이란 결국 이렇게 먹히고 마는 거지.”
망령이 수호를 비웃으며 그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죽여라. 저놈의 사지를 찢어 뼈까지 씹어 먹어라.”
크라락!
늑대들이 일제히 수호에게 덤벼들었다.
그 순간, 수호가 히죽 웃으며 자신의 그림자를 향해 열쇠를 꽂았다.
철커덕!
[그림자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그림자 던전 입장!”
[그림자 던전으로 입장합니다.]슈와아악!
그 순간 수호의 그림자가 그를 집어삼켰다.
꿀-꺽!
“어?”
망령은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로 눈앞에서 사냥감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뭐냐. 대체 어디로 숨어 버린 거지? 찾아라!”
그 말에 늑대들이 코를 킁킁대며 수호의 냄새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크릉?”
물론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뭐, 뭐지? 어떻게 냄새조차 안 남기고 숨을 수가 있지?”
망령은 늑대들을 끌고 다니며 수호의 행방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빼꼼.
수호가 사라졌던 그 장소에서 베르가 얼굴을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늑대들이 조금 멀리 떨어진 틈을 타서 그림자를 향해 중얼거렸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슈와아악!
[그림자 던전에서 퇴장합니다.]그러자 다시 그림자 속에서 수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시 망령의 뒤통수를 향해 돌도끼를 냅다 집어 던졌다.
“뭐, 뭐야!”
망령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쐐애액- 팅!
가까스로 돌도끼를 튕겨 내고는 갑자기 나타난 수호를 보고 표정을 굳혔다.
“거기 있었구나, 이놈! 너는 계속 숨어 있었어야 했……!”
쐐애액!
“아오! 그만 좀 던지란 말이다!”
틈만 나면 계속 돌도끼를 던져 대는 수호의 행동에 망령은 평정심을 잃었다.
“죽여라! 저놈을 죽여!”
크르렁!
그렇게 다시 시작된 추격전.
하지만 수호는 놈들에게 포위당하면 여지없이 그림자 던전으로 숨어 버렸다.
슈와아악!
“또 어디로 간 거냐, 이노옴!”
약이 바짝 올라 분통을 터뜨리는 망령이었다.
그리고 그 틈에 또 그의 뒤통수로 돌도끼가 날아들었다.
쐐애액-!
“안 통한다니까!”
* * *
한편 수호의 활약을 멀리서 지켜보던 채굴꾼들은 할 말을 잃었다.
“대체…….”
“뭔 스킬이야, 저거……?”
그들은 수호가 E급 헌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E급은 전투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 모습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약한 건지, 강한 건지 당최 모르겠네…….”
“뭔가 이상하긴 한데…….”
“너무 잘 싸우는데?”
“아니, 애초에 저게 싸우는 게 맞긴 한가?”
그래도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수호의 스킬은 사람 약 올리는 데는 매우 특화되어 있었다.
게다가 스킬뿐만이 아니었다.
저 살벌한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를 상대로 전혀 위축되지 않고 도발하고 있는 저 모습은…….
“스킬이 아니라 타고난 배짱이 좋은 건가.”
“아니면 그냥 성격이 나쁜 걸지도…….”
지금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수호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런데 저 신입은 소환술사 아니었어?”
“아, 그러게. 저 와중에도 소환 스킬은 전혀 안 쓰네.”
“아까 봤잖아. 소환수들 한 방에 물려 죽는 거.”
“이래서 소환 스킬은 안 좋다니까…….”
“소환 스킬이 아니라 다른 전투 스킬이었다면…….”
수호의 저력을 직접 본 채굴꾼들은 안타까움에 탄식을 터뜨렸다.
저런 전투 센스도 그렇고.
며칠 전에 활약했던 미술관 사태도 그렇고.
수호에겐 헌터로서 타고난 센스가 있었다.
높은 능력을 각성했어도 그 전투 감각이 없어서 실전에서 얼어붙어 죽은 헌터가 한둘이던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수호가 소환계 헌터만 아니었더라면…….
‘정말 대단한 헌터가 되었을 텐데.’
그들의 대화를 멀리서 듣고 있던 베르가 분통을 터뜨렸다.
[끼에엑! 그림자 권능이 이런 취급을 받다니!]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현재 수호의 수준에선 그림자 병사들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게다가 수호의 현저히 낮은 마력량도 문제였다.
그림자 병사들의 진면목은 끝없이 부활하는 불사의 군단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수호의 마력이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 줬을 때나 가능한 것.
이미 아까의 전투로 수호의 마력은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그 때문에 오늘 열심히 곡괭이질을 해 주었던 그림자 고블린들은 이미 한참 전에 소멸해 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베르의 눈빛이 음험하게 빛났다.
그와 동시에 수호도 히죽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림자 병사를 만드는 것 자체는 마나가 전혀 안 들지.”
그때였다.
수호를 뒤쫓고 있던 망령의 뒤를 따르던 수많은 늑대들 중에서 수상한 기척이 느껴진 것은.
[그림자 늑대 Lv.1]일반 등급
[그림자 늑대 Lv.1]일반 등급
[그림자 늑대 Lv.1]일반 등급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수거팀이 해체해 둔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수호의 새로운 병사들이었다.
[크라락!]“아닛?!”
계속 날아오는 돌도끼를 쳐 내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망령의 다리를 그림자 늑대들이 와그작 물어뜯었다.
깜짝 놀란 망령이 검으로 그놈들을 베어 버렸다.
그러자 겉에 뒤집어쓰고 있던 늑대 가죽이 잘려 나가며, 검은 기운이 일렁거리는 그림자 늑대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크러렁!]“하찮은 놈들이 감히!”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오른 망령이 검을 휘둘러 순식간에 그림자 늑대들을 난도질했다.
바닥난 수호의 마력으로는 그들을 다시는 부활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체크메이트.”
어느새 망령의 지척까지 다가온 수호가 양손의 돌도끼를 가차 없이 내려찍었다.
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