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2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19화(120/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19화
쐐애애애액-!
검은 화살로 변한 퀘이가 태풍처럼 나부끼는 혹한의 눈보라를 뚫고 앞으로 날아갔다.
이 모습을 평범한 궁수들이 봤다면 애꿎은 마력만 낭비한다며 욕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눈먼 화살이었으니까.
하지만 수호의 화살에는 ‘눈’이 있다.
“퀘이! 아무나 먼저 보이는 놈 맞추고 와!”
[예! 마스터……!]퀘이의 목소리가 눈보라에 파묻혀 아스라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수호는 퀘이에 대해 신경을 껐다.
당장 중요한 건 이쪽이었다.
슈와아아아악!
이러는 와중에도 수호를 포함한 스케빈저의 모든 헌터들은 게이트를 통과해 계속 밑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모두 마력으로 충격에 대비……!”
저 멀리 토마스 안드레의 카리스마 있는 명령에 대답하는 스케빈저 길드원들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멀어졌다.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눈보라 탓에 온 시야가 흐릿했다.
그 때문에 바로 옆에 있던 에실이나 리오 싱조차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알아서들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슈와악!
수호 본인도 토마스의 말처럼 마력으로 온몸을 보호하며 감각을 극대화했다.
그러자 순백의 눈보라를 뚫고 드디어 저 아래 어떤 풍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후와아아악!
“……!”
순간 엄청난 맞바람과 함께 그 풍경을 목격한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숲.
저 아래 새하얀 얼어붙은 숲이 보였다.
얼음으로 된 강과 눈으로 뒤덮인 나무들.
그 빼곡한 산악 지대를 가로지르는 냇물에는 얼음 결정들이 반짝거리고 있었고.
작은 계곡을 따라 흐르던 샘물이 어느덧 작은 호수를 이루며 꽁꽁 얼어붙은 숲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소군주님! 퀘이를 다시 불러들이셔야 합니다! 이대로 추락했다간……!]베르의 다급한 외침대로 이대로 추락했다간 위험했다.
하지만 퀘이의 날갯짓이라도 화살이 되어 쏘아져 나간 것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렇게 거친 눈보라는 뚫지 못했을 것이다.
이 눈보라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닌 시공의 폭풍 그 자체.
차원의 균열마저도 뚫고 나오는 마력이 실린 눈보라였으니까.
하지만 베르의 다급한 외침을 들으면서도 수호는 나부끼는 눈보라를 뚫고 자신의 시야로 빨려 들어온 경이로운 풍경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금까지 겪어 본 어떤 던전들과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었다.
다만 딱 하나 아쉬운 건.
그 아름다운 광경 위로 고공에서 맨몸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 숲에 아이스 엘프들이 살고 있다는 건가?’
아무튼 상황은 파악했으니, 이제는 대처할 때였다.
“그레이, 강신!”
꾸어어엉-
[‘펫 : 그레이’를 강신합니다.]휘오오오!
거친 눈보라 속에서도 신령한 바람이 불어와 수호의 전신을 휘감았다.
[‘스킬 : 초원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초원의 바람이 제사장의 육신을 자유롭게 합니다.] [일시적으로 이동 속도가 30%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공격 속도가 30% 상승합니다.]촤악!
순식간에 은발로 탈색된 수호가 신속하게 인벤토리를 열고 아이템을 교체했다.
양손에 볼칸의 뿔 두 자루를 잡은 수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상대가 폭풍이라면.
‘그저 벤다.’
슈와아악!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수호의 쌍검에 사나운 눈보라가 휘감겼다.
그 바람을 역으로 비틀어 추락 속도를 강제로 늦췄다.
후욱!
수호의 몸이 활강을 하듯 숲 한가운데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마침 가까이 보이는 커다란 나무를 향해 볼칸의 뿔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콰지지지지직-!
볼칸의 뿔에 거대한 나무가 두 쪽으로 거창하게 갈라지며, 수호의 추락하는 속도가 더더욱 줄어들었다.
……척.
“자, 일단은 살았고.”
나무의 숭고한 희생으로 무사히 두꺼운 눈바닥 위에 내려선 수호가 침착한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
보이는 건 온통 새하얀 눈과 나무들뿐.
함께 떨어진 헌터들은 서로 추락한 지점이 다른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졸지에 조난을 당해 버렸네.”
[왜 여태껏 여기서 살아 돌아온 헌터들이 적은지 이유를 알았나이다.]“그러게. 이래서는 다짜고짜 낙사했겠…… 아니, 잠깐?”
베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수호의 머릿속에 문득 의문이 싹텄다.
그가 고개를 치켜들고 차원의 균열이 벌어져 있는 하늘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어떻게 돌아간 거지? 설마 저길 날아서?”
[키엑?]그 말에 베르도 그제야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 위의 게이트를 쳐다봤다.
물론 비행 스킬을 가진 헌터들이라면 가능하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흐음. 그러고 보니…… 그 아이스 골렘들이 매번 이렇게 땅을 박살 냈을 것 같지는 않나이다.]그동안 빙하 던전을 공략하러 온 헌터들마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게이트를 통과했다면, 이미 파사드 아일랜드의 모든 땅은 쑥대밭이 되어 있어야 했다.
그렇다고 매번 이렇게 추락시킨 후에 다시 그 위에 땅을 덮었을 리도 없지 않은가.
“게이트가 하나가 아니다?”
[예. 당장 저 하늘을 보시지요. 인간들이야 게이트라고 간단하게 표현하곤 있지만, 사실상 차원의 균열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벌어지기 마련입니다.]베르의 말대로 수호가 통과한 게이트는 그냥 평범한 구멍이라기보단, 공간이 갈기갈기 찢겨진 형태였다.
이미 파사드 아일랜드는 걷잡을 수 없이 마력에 오염된 지역이었기에, 던전과 통하는 구멍이 여기저기 숭숭 뚫려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럼 지금까지 다른 헌터들은 다른 구멍으로 이쪽으로 들어왔…….”
흠칫.
수호는 말을 끝까지 하다 말고, 곧장 허리를 비틀어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케륵……!”
[아이스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그 칼질 한 방에 눈보라에 숨어서 몰래 다가온 마수의 목이 잘려 나갔다.
수호는 즉시 주변을 돌아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너무 요란하게 추락했나 보네.”
[이미 포위당했나이다.]휘오오오-
어느덧 눈보라가 부는 숲속 가득히 살기등등한 시선들이 수호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이스 코볼트] [아이스 코볼트]…….
마력이 섞인 눈보라 탓에 시각과 청각이 교란된 상황이었지만, 아무래도 이곳이 주 서식지인 저 마수들에게는 그런 건 아무 문제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재밌네.”
수호는 그저 웃었다.
철저히 감각 스탯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지금이야 저런 코볼트 수준이었지만, 그 너머엔 또 얼마나 강한 적들이 도사리고 있을까.
게다가 하필이면 지금은 기껏 같이 들어온 동료들과도 떨어진 상태.
[오히려 좋지요.]베르도 웃었다.
시야가 차단되고 혼자가 됐다면, 수호가 마음 편히 레벨업 하기에 딱 좋은 상황 아니던가.
[레벨업의 시간이 도래했나이다.]“미노, 타우. 나와.”
슈와아악!
수호의 명령에 그림자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거대한 그림자 마수 두 마리.
[그림자 미노타우로스 Lv.1]기사 등급
[그림자 미노타우로스 Lv.1]기사 등급
악마계에서 수호가 직접 죽여서 저장해 온 광혈우들은 이제 수호의 듬직한 병사가 되어 있었다.
[음무우우우-!]전신에서 검은 증기를 일렁거리는 그림자 미노타우로스들이 근육질의 두 팔을 벌리며 사납게 포효했다.
그 기세에 당장이라도 수호를 향해 달려들 것 같았던 아이스 코볼트들의 몸이 본능적으로 떨렸다.
놈들을 가리키며 수호가 명령했다.
“전부 짓밟아 버려.”
[음무우우-!] [무우어어어-!]쿠구구구구궁!
[아이스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아이스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아이스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이어지는 전투는 압도적이었다.
숲에서 쉴 새 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코볼트들의 숫자가 수백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놈들은 나오는 족족 그림자 미노타우로스의 잔혹한 폭력에 짓밟혀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제야 그들 뒤에 숨죽이고 있던 진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이스 트롤]“크워어어어!”
위에서 봤던 아이스 골렘들과 비슷한 덩치를 가진 마수가 한 손에 든 통나무를 휘둘러 그림자 미노타우로스 ‘타우’의 머리를 후려쳤다.
콰직!
통나무가 박살 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에 타우의 목이 꺾였다.
하지만.
“……!”
[음무?]소용없었다.
검은 증기에 휩싸이며 꺾인 목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타우의 흉악한 눈빛.
그 앞에서 아이스 트롤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타우가 섬뜩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고작 이 정도냐는 듯이.
그리고 바로 아이스 트롤을 향해 주먹을 치켜든 타우의 팔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음무우……!]그 압도적인 폭력이 아이스 트롤에게 퍼부어지려는 순간.
푸욱-!
“……!”
갑자기 아이스 트롤의 등을 뚫고 가슴팍으로 쑤셔 나온 검은 창.
촤악!
창이 뽑히자, 아이스 트롤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허물어지고 말았다.
[아이스 트롤을 처치했습니다.]그 창의 주인은 다름 아닌 퀘이였다.
화살로 쏘아졌다가 곧장 수호가 있는 곳으로 복귀한 퀘이는 아이스 트롤의 시체를 짓밟으며 타우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내가 더 빨랐다.] [음무우!] [어쩌라고. 말도 못하는 느려 터진 소대가리 따위가.]화가 나서 푸르륵거리는 타우를 무시한 채 퀘이는 바로 수호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척.
[창기사 퀘이, 복귀했습니다.]그런데 퀘이는 빈손으로 복귀한 것이 아니었다.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퀘이의 손에 발목이 잡혀 기절해 있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던 것이다.
“뭘 잡아 온 거야?”
[제가 날아가 맞춘 아이스 엘프입니다.]놀랍게도 퀘이가 잡아 온 것은 열 살 정도로 생긴 어린 아이스 엘프였다.
물론 그 정체가 아이스 엘프라는 건 생김새를 보자마자 알았다.
그보다 수호가 눈여겨본 것은 다름 아닌 그 엘프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이름표였다.
[바루카 부족의 수호자 시르카]‘바루카 부족의 수호자?’
뭔가 의미심장한 수식어가 붙어 있는 마수였다.
일단 리오 싱의 정보대로 아이스 엘프들이 부족 단위로 생활하고 있다는 증거.
하지만 그보다 더 신기한 건 아직 이 아이스 엘프의 숨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직 살아 있네?”
[예. 송구스럽게도 차마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뭐?”
수호는 진심으로 놀랐다.
정말 놀라운 말이 퀘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퀘이가 설마 이제 와서 생명의 존귀함을 깨달았을 리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퀘이의 입에서 이어진 말은 더더욱 놀라웠다.
[이 아이스 엘프가 저를 알아봤습니다. 그림자 군주를 아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실마리가 아닐까 하고…….]“뭐?”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퀘이가 월척을 물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