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2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21화(122/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21화
외신전쟁의 시작.
당시 성진우는 외우주의 적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직접 저 머나먼 우주로 병사들을 이끌고 출격했고.
곧이어 전면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날…….]그날의 치열했던 전투를 떠올리며 베르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차해인 님을 태우고 떠났던 비룡 카이셀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나이다.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당시 성진우가 카이셀에게 내린 명령은 차해인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 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명령을 듣고 떠났던 카이셀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림자 군단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의 성진우는 그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사이에 자신들은 이미 외신전쟁을 위해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떠나왔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차원 간의 거리가 너무 벌어져 버리게 되면, 그림자 병사는 성진우와의 연결이 점점 약해지다가 끊어지고 만다.
지금의 베르가 그렇듯이.
현재 성진우가 지구에 와 있는 베르를 바로 역소환한 뒤에 우주에서 재소환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 ‘차원 간의 거리’ 때문 아니던가.
거리가 너무 멀면 마력을 충전해 줄 수도 없고, 역소환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소군주님도 아시다시피 그림자 병사들을 소환하는 방식은 일종의 ‘게이트’입니다. 그림자 세계에 대기 중인 병사들을 차원 게이트를 통해 이쪽 차원으로 불러내는 방식이지요.]하지만 그 게이트라는 건 결국 차원의 벽을 뚫는 행위.
[이렇게 차원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게 되면, 게이트가 직통으로 연결이 되지 않나이다. 수없이 많은 차원의 벽을 허물면서 차원의 틈새를 직접 날아와야 하지요.]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지금은 사라진 시간대에서 일어났던 군주 전쟁이 아니던가.
그 강력한 힘을 가진 지배자들조차도 자신들의 차원에서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몇 년이나 되는 세월이 걸렸었다.
그래서 그 몇 년의 세월 동안, 한발 먼저 도착했던 군주들이 지구에서 먼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고.
아무튼, 그 정도로 지금 외신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차원 또한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말이었다.
베르의 설명을 다 들은 수호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그럼 설마 그때부터 어머니는…….”
[예. 아무래도 차해인 님은 카이셀을 타고 이동하시던 길에 피치 못할 사고가 생겨 애당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신 것 같나이다. 도중에 차원의 균열에 휘말리셨다거나.]그렇다.
피치 못할 사고.
그것은 분명 차해인도, 그녀를 태우고 있던 비룡 카이셀에게도 절대 피할 수 없는 사고였으리라.
[……그 당시에는 온 하늘에 차원 균열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요.]말을 마치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베르였다.
하지만 둘의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시르카가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차차의 곁에는 항상 검은 비룡 카이셀이 지키고 있어! 그래서 용의 무녀 차차야!”
그 말에 수호는 다짜고짜 시르카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엄마, 아니 우리 어머니는 어디 있지?”
너무도 오랜만에 엄마, 라는 말을 하는 수호의 목소리가 조금 갈라져 있었다.
어쩐지 목이 메었다.
* * *
휘오오오-
다시 동굴 밖으로 나오자, 마력의 눈보라가 사방에서 불어닥치며 온 시야를 가렸다.
하지만 아이스 엘프 시르카는 이런 혹한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나섰다.
“나만 따라와. 우리 부족이 사는 곳으로 길을 안내할게.”
“…….”
묵묵히 시르카의 뒤를 따라 걷는 수호의 표정에 상념이 가득했다.
반면에 귀가 닳도록 들었던 차해인의 아들을 실제로 만나게 된 시르카의 표정은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나는 이 숲에서 태어났어. 아이스 엘프들에게 이런 날씨는 일상이지.”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듯이, 시르카는 이 마력의 눈보라 속에서도 척척 길을 찾아서 이동했다.
그 발걸음은 신기할 정도로 가벼웠고, 두껍게 쌓인 눈 위를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재주까지 선보였다.
반면에 그 뒤를 따르는 수호의 발은 자꾸만 눈 속으로 푹푹 빠지기 일쑤였다.
그 모습을 돌아본 시르카가 반갑다는 듯이 헤헤 웃었다.
“누구 아들 아니랄까 봐 그런 것까지 차차랑 똑같네! 발이 자꾸 빠지면 발바닥에 마력을 얇게 퍼뜨려 봐.”
“발바닥에 마력을?”
“응. 차차도 처음엔 어려워했는데 금방 요령을 터득했어. 너도 차차의 아들이니까 분명 가능할 거야.”
하지만 수호를 보는 시르카의 표정에는 짓궂은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 표정이 마치 어린 조카가 걸음마를 떼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사실은 차차도 금방 터득한 게 아니지롱.’
말로는 요령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기술은 아이스 엘프가 아닌 종족에게는 절대 쉬운 기술이 아니었다.
차해인도 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던가.
모든 걸음걸음마다 세밀하고 정교한 마나 컨트롤이 완전히 몸에 배어 있어야 가능했다.
“요령은 간단해.”
시르카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수호에게 친히 가르침을 내려 주었다.
“우리 아이스 엘프들은 걸음마도 떼기 전부터 이런 눈 위를 기어다녀. 그렇다 보니 처음엔 본능적으로 전신에 마력을 실어서 기어다니게 되고, 그다음엔 조금씩 마력의 분포도를 줄여 가면서…….”
“아하. 이렇게군. 요령을 알겠다.”
“응?”
순간 열심히 조카에게 걸음마를 가르쳐 주고 있던 시르카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어느새 수호가 두꺼운 눈 위에 거뜬히 서 있었던 것이다.
“왜? 뭐가 잘못됐어?”
“으흠. 아직 좀 어설프네.”
순간 벙쪄 있던 시르카는 어른(?)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수호의 발밑을 지적했다.
“이거 봐. 아직 눈이 살짝 눌려 있지? 원래는 나처럼 이렇게 발자국도 남기지 않아야 돼.”
“발자국이 안 남는다고?”
그 말에 수호가 고개를 돌려 시르카가 지나온 길을 돌아봤다.
‘확실히! 내 발자국만 남아 있다!’
이 얼마나 신기한 재주인가.
눈 위를 걸으면서 발자국도 남지 않는다니.
수호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자, 시르카는 그제야 안도하며 거만하게 팔짱을 꼈다.
“그, 그렇지? 물론 처음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 그래도 많이 노력하다 보면…….”
“아, 이거구나.”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호의 발자국이 남지 않게 되었다.
[‘스킬 : 엘프의 발걸음’을 배웠습니다.]‘새로운 스킬?’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냥 요령이라더니 생각보다 대단한 기술이었나 보다.
잠시 할 말을 잃은 시르카가 수호를 멍하니 쳐다봤다.
“……어쩐지 차차가 입만 열면 그렇게 아들 자랑을 하더라니.”
“어머니가?”
그 말에 수호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니가 내 자랑을 했다고?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시르카에게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신기한 기분만 드는 수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어머니 차해인은 칭찬에 인색한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저기 밖에 나가서 자식 자랑을 하고 다니는 사람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보단 오히려…….
‘나를 항상 평범하게 키우고 싶어 하셨지.’
그놈의 평범 진짜…….
돌아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은 ‘평범’ 그 자체였다.
힘이나 체력적으로는 또래에 비해 항상 뛰어난 편이긴 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지극히도 평범한 아이.
그것이 어린 시절의 수호였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부모님이 묘하게 기뻐하셨단 말이지.’
어쩌면 그분들의 흐뭇한 표정 때문에라도 자신이 더더욱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오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이상한 부분이었다.
보통 다른 집 부모님들은 자기 자녀가 다른 집 애들보다 조금이라도 잘난 모습이 보이면 좋아하는 것이 보통 아니던가.
[케헴. 그것은 말입니다. 소군주님께서 평범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배려이자…….]옆에서 베르가 불쑥 튀어나와 수호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 틈은 없었다.
“도착했어.”
마침 그들의 걸음이 멈췄고, 그 앞에 어떤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이 바로 아이스 엘프들의 마을.
그런데 무엇보다 그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빼앗은 것은 그 마을 앞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아름다운 얼음 조각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얼음 조각의 형상이…….
“어머니?”
[해인 님?!]수호와 베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아이스 엘프들에 의해 조각된 그 얼음 조각은 거대한 비룡 카이셀과 차해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 *
5년 전.
차해인을 태우고 돌아가던 그림자 비룡 카이셀은 결국 그녀를 무사히 지상으로 데려다줄 수 없었다.
하필이면 그들 앞에 이타림의 침략으로 마구잡이로 증식하고 있던 차원의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콰오오오-
갑자기 불어닥친 강력한 차원풍에 의해 카이셀은 날개를 휘청거리며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꺄악!
당시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던 차해인은 휘청거리는 카이셀의 등에 딱 달라붙어 비명을 질렀다.
카이셀은 차해인이 떨어지지 않게 안간힘을 썼지만, 차원의 균열에 한 번 휘말린 이상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방향을 반대로 틀자니, 왔던 방향에서는 이미 엄청난 전투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순간.
비룡 카이셀은 자신에게 성진우가 내린 명령을 다시 되뇌었다.
그 명령이란…….
‘차해인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것.’
차해인의 안전.
평소의 성진우를 지켜봐 온 카이셀이었기에, 성진우에게 다른 무엇보다 차해인의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순간 카이셀은 주저 없이 차원의 균열로 뛰어들었다.
애초에 선택지는 없었다.
버티다가 빨려 들어가거나.
제 발로 뛰어들거나.
결국 자신들은 차원의 틈새에 빨려 들어갈 운명이었다.
하지만 제 발로 뛰어든다면, 최소한 어떤 균열 속에 빨려 들어갈지 선택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카이셀은 차해인의 안전을 위해 가장 마력이 안정된 균열 속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 균열을 넘어간 순간 그들은 볼 수 있었다.
그 너머에서 휘몰아치는 강력한 눈보라를.
그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 얼어붙은 숲을.
“……그렇게 차차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숲으로 내려왔어.”
그날의 광경을 추억하며, 시르카는 몽롱한 표정으로 얼음으로 조각된 차해인의 모습을 바라봤다.
차해인이 차원의 균열을 통과한 순간.
이 얼어붙은 숲에 도착한 순간.
아이스 엘프들과 마주친 순간.
차해인은…….
자신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엄청난 힘을 각성하고 말았다.
S급 헌터.
한국에서 누구보다 강력했던 그 마력을.
“그리고 우리 부족을 구해 줬지.”
“누구에게서?”
“메아리 숲의 얼음 정령들에게서.”
메아리 숲.
한 번 발을 들이면 아무리 아이스 엘프라도 다시는 살아 나올 수 없다는 그 성역.
그 순간.
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수호의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