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2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25화(126/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25화
[그림자 엘프 Lv.1]기사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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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의 앞에 검은 증기를 일렁거리며 당당히 서 있는 그림자 궁수 부대가 나타났다.
그들의 손에는 그림자로 이루어진 활이 들려 있었고, 수호의 명령에 주저 없이 적들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스아아아아!
그 순간 그들의 활에서 여러 가닥의 그림자 화살이 생성되었다.
“세상에.”
그들의 정체를 깨달은 시르카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정령들에게 빼앗긴 영혼을 다시 뺏어 오다니!”
아이스 엘프들의 영혼이 진정한 죽음을 통해 비로소 자유를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시르카는 ‘차차의 아들’이라는 말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말았다.
차차, 아니 차해인의 남편 성진우.
그는 바로 죽음을 지배하는 자.
죽음을 다스리는 왕.
‘그림자 군주’
그리고 그의 피를 물려받은 존재가 바로 성수호라는 사실을.
“전군 진격.”
수호의 명령에 검은 궁수 부대가 적들에게 활시위를 겨눴다.
* * *
한편 메아리 숲을 밖에서부터 공략 중인 수호와는 반대로…….
수호와 같이 들어온 스케빈저 헌터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메아리 숲의 깊은 곳을 헤매고 있었다.
슈슈슈슈슈슈슉!
사방에서 날아오는 얼음 화살들.
“또 온다, 젠장!”
“막아!”
“이번엔 못 막아! 숫자가 너무 많다고!”
“그럼 일단 저 나무 뒤로……!”
홀로 떨어진 수호와는 달리, 이들은 처음부터 메아리 숲으로 추락했었다.
수호도 추락하는 중에 폭풍 베기로 눈보라를 뚫고 활강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이쪽으로 떨어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호와 같은 방식은 아니었어도, 이들도 침착하게 각자의 방식으로 전원 목숨을 부지한 채 착지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이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스케빈저의 길드원들.
그곳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실력은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무사히 착지했어도 그들에겐 잠시도 숨을 돌릴 틈이 없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온 사방에서 얼음 정령들이 그들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정령에게 홀린 아이스 엘프라니.”
마찬가지로 메아리 숲으로 떨어져서 전투를 지속하고 있던 에실은 정령에 홀린 아이스 엘프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진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가관이네. 설인들이 얼음 정령에게 잡아먹혔다고? 대체 생전에 얼마나 약해 빠진 놈들이었던 거지?”
아마 지금 이 모습을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봤다면 죽어서도 곱게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정령술이 특기인 설인이 정령들을 부리기는커녕 도리어 심령을 잡아먹히다니.”
악마 귀족 에실은 ‘설인’들의 진정한 무서움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군주 전쟁에 투입되었던 아이스 엘프 전사들에게는 언제나 얼음 정령의 가호가 따라다녔다.
그래서 그들의 손에 활이나 어떤 무기가 들려지더라도, 그 모든 공격에는 ‘혹한의 저주’가 실려 있었다.
그들이 쏘는 화살에 맞으면 그 부위가 얼어붙고.
그들의 손에서 휘둘러지는 칼날에 베이면 피도 튀지 않고, 그 절단면이 고스란히 얼어붙었다.
그 시리고 냉혹한 공격이 몇 번만 누적되다 보면, 상대는 점점 온몸이 얼어붙고 움직임이 느려지기 마련.
그렇다 보니 아이스 엘프들은 싸움이 길어질수록 더더욱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전사들이었다.
‘나도 수호에게 받은 아이스 베어의 로브가 아니었다면 위험했을지도…….’
쩌저적!
“끄악! 내 팔이 깨졌어! 힐러! 힐러!”
“기, 기다려! 지금 가고 있……!”
때마침 격전 중에 스케빈저 헌터들 중에서 얼음 화살에 맞은 부위가 깨져 버린 피해자가 생겨났다.
그 순간 에실의 눈이 번뜩였다.
일단 저렇게 되어 버리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그 상처를 치료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슈왁!
에실은 다친 헌터의 곁으로 빠르게 다가가, 그의 어깻죽지의 상처를 한 손으로 잡아 뜯었다.
“끄아악!”
“참아. 혈관 속에 침투한 냉기를 다 뽑아내야 치료할 수 있어.”
혈석 생성.
슈와악!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헌터 앞에서 에실은 재빨리 그의 상처에서 얼어붙은 혈석을 뽑아냈다.
그러곤 마침 옆에 도착한 힐러를 향해 명령했다.
“이제 새로운 팔을 재생시켜!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야! 먼저 얼어붙은 상처들을 통째로 도려낸 뒤에 힐을 걸어야 치료가 될 거야!”
“네, 넵!”
이런 난전에서 발휘되는 악마 귀족의 카리스마에 힐러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명령에 복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카리스마는 고스란히 다른 헌터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다들 절대로 화살에 맞지도 말고, 스치지도 마! 살짝만 스쳐도 혹한의 저주가 몸에 스며든다!”
스케빈저에는 워낙 몸이 튼튼한 놈들이 많다 보니, 어지간한 공격들은 몸으로 그냥 맞아가며 싸우는 헌터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연히 눈먼 화살에 갑옷과 갑옷 사이를 공격당하게 되면 그 순간 바로 치명타였다.
에실은 이런 식으로 스케빈저 헌터들을 독려해 가며, 여기저기에 흩어진 동료들을 하나하나 모아 세력을 점점 늘려 나갔다.
물론 헌터들 중에는 에실보다 강한 A급 헌터도 있었지만, 그래 봤자 그들의 경험치는 헌터가 된 지 고작 2년째.
태어나면서부터 먹고 먹히는 악마계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악마 귀족 에실이 보여 주는 카리스마는 애초에 인간 헌터들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서로 돕고 도우며 힘을 합친 결과.
이쪽의 숫자가 점점 늘어날수록,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쫓기기만 하던 양상이 점차 안정되어 갔다.
“슬슬 적응되어 가는데?!”
“어쨌든 다 부숴 버리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 우리 길드장님은 대체 어디 가신 거야!”
“토마스! 토마스 안드레! 우리 목소리 들리십니까!”
슬슬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자,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 전력인 토마스 안드레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주변이 온통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다 보니, 감각이 어지러웠다.
“대체 수호는 어디로 떨어진 거야?”
에실은 토마스 안드레보단 수호의 기운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오싹.
“뭐, 뭐야!”
에실은 갑자기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감각에 황급히 고개를 치켜 들었다.
휘오오오오!
숲을 정처 없이 떠돌다 보니, 어느새 휘몰아치던 눈보라에 회색 눈이 섞여 있었다.
“……회색 눈?”
에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아니야! 이건 눈 같은 게 아니야!’
에실은 근본적으로 피와 시체에 익숙했던 악마였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잿가루다! 시체를 태운 잿가루가 눈에 섞여서 날리고 있어!”
이 혹한의 추위 속에서 시체가 얼지 않고 타 버렸다니?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 티끌처럼 작은 회색의 잿가루에서 느껴지는 기운의 정체가 진짜 말도 안 되는 공포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이건 설마…… 용?”
회색의 잿가루에서는 분명히 용족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 정체를 깨달은 에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주변을 다급히 둘러봤다.
하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추측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홱!
에실의 시선이 회색 잿가루가 더욱 많이 휘날리는 방향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 너머 어딘가에 차원의 균열이 벌어졌구나! 그것도 용들의 세계로 이어진……!”
아니, 어쩌면 완전히 다른 세상일 수도 있었다.
성진우가 이끌던 그림자 군단과 군주들의 전쟁은 차원의 틈새를 따라 온갖 차원에서 벌어졌으니까.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려 ‘용’이라는 종족을 이렇게 재가 되어 흩날릴 정도로 무참히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사실상 성진우뿐이었다.
설마 같은 용족들끼리 서로 싸웠을 리도 없지 않은가.
‘이건…… 좋지 않다.’
에실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전 차원에 퍼져 살고 있는 모든 종족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놈들을 뽑으라고 하면, 딱 둘이었다.
거인족과 용족.
특히 그중에서도 용족의 몸은 엄청난 마력과 권능으로 무장한 종족으로, 그들이 죽어서 남긴 뼈와 시체는 그 자체로도 엄청난 위력을 지닌 보물이었다.
‘그런데 그 시체가 잿가루가 돼서 이렇게 온 땅에 흩뿌려지고 있다고?’
이건 절대로 좋지 않다.
‘죽은 용의 저주가 이 땅에 뿌려지고 있었다니!’
에실은 다급히 숲의 정령들과 싸우고 있는 헌터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왔던 길로 돌아간다! 여기서 최대한 빨리 도망쳐야 해!”
“뭐? 갑자기 왜 그래?”
“이 숲은 저주받았어! 이 회색 눈은……!”
그때였다.
찰나의 순간, 에실의 시야로 회색의 눈보라 너머로 어떤 실루엣이 스쳐 지나간 것은.
“……!”
순간 에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용이다!”
그 실루엣의 정체는 거대한 용이었다.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친 용의 그림자가 회색의 눈보라 너머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스케빈저의 헌터들도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저, 저게 뭐야?”
“드래곤이라니!”
지난 2년간 지구에 나타났던 마수들 중에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드래곤과 비슷하게 생긴 가고일 정도야 있었지만, 아무리 가고일이라도 저렇게 크지 않았던 것이다.
“도, 도망쳐야 해!”
“아아! 이럴 때 토마스 안드레는 대체 어디 가신 거냐고!”
“후퇴! 후퇴한다!”
“우리만으로는 무리야!”
에실의 명령이 끝나기도 전에 황급히 뒤로 물러서는 헌터들.
저 드래곤을 보니까, 아이스 골렘들 따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들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소란을 일으켰던가.
살기 위해 싸운 것이었지만, 하필이면 그 소란 때문에 숲 깊은 곳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던 드래곤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젠장.”
드래곤을 주시하며 후퇴 중이던 에실이 마른침을 삼켰다.
눈보라 너머에서 날고 있던 드래곤이 급격히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입을 쩌억 벌려 살기 가득한 포효를 내지르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어어어어어-!
“……!”
“……!”
드래곤 피어.
숨이 막힐 정도로 끔찍한 살기가 그들의 전신을 집어 삼켰고.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모두의 몸이 뻣뻣하게 굳고 말았다.
깨닫고 만 것이다.
뱀 앞에 놓인 개구리.
자신들은 저 강대한 존재 앞에서 그저 한낱 먹잇감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그런데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쐐애애애애액-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마침 눈보라를 헤치며 먹잇감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던 드래곤의 옆으로 새로운 드래곤이 날아와 격돌하는 모습을.
투콰앙!
“……!”
“……!”
그리고 사방으로 터져 나온 엄청난 충격파에 휘말린 헌터들의 몸이 속수무책으로 뒤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이러는 순간에도 정신을 단단히 붙들어 매고 있던 에실은 자신의 앞에서 일어난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릅떠졌다.
“……서, 설마?!”
보고 만 것이다.
두 번째로 나타난 드래곤의 전신이 검은 증기로 일렁거리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눈의 착각일까?
그 드래곤의 등에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
거리도 너무 멀고 눈보라 때문에 자세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실루엣은…….
양손에 단검을 든 여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