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3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29화(130/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29화
차해인이 빛에 휩싸이기 직전.
[캬아아아……!]카이셀은 차해인을 보호하기 위해 황급히 자신의 날개로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화아아아악!
‘아, 안 돼……!’
카이셀의 힘이 급속도로 약해져 가는 것을 느낀 차해인이 속으로 비명을 터뜨렸다.
검은 그림자로 이루어진 카이셀의 몸이 점점 넝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카이셀이……!’
카이셀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멸까지 감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눈부신 빛의 중심에서 토마스 안드레가 문득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딘가를 바라봤다.
후우우욱-
푸른 귀기에 휩싸인 눈동자가 저 멀리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한 줄기 궤적을 발견했다.
그것은 고도로 압축된 혹한의 바람.
메아리 숲의 눈보라가 울부짖고 있었다.
푸확!
마침내 눈보라를 뚫고 나온 궤적의 끝에서 얼어붙은 삼지창이 모습을 드러냈고.
콰장창!
‘얼음나무의 창’은 그대로 아이스 드래곤의 몸에 적중했다.
[……!]엄청난 충격이 아이스 드래곤의 몸을 강타했고.
그 지점을 중심으로 얼음 결정들이 산산이 박살 나고 비산했다.
슈와아악!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근처에 있던 새로운 정령들이 순식간에 아이스 드래곤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고오오오!
그 순간 엄청난 위압감이 메아리 숲을 짓눌렀다.
띠링! 띠링! 띠링!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얼음 정령들의 기세를 강제로 짓누릅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얼음 정령들에게 굴종을 강요합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얼음 정령들을…….]……!
갑자기 나타난 군주의 기세에 광기에 젖어 있던 정령들이 혼비백산해 비명을 질러 댔다.
메아리 숲에 휘몰아치던 눈보라마저 어쩔 줄 몰라 요동쳤다.
그 중심에서.
텁!
“찾았다.”
수호가 가까스로 어머니를 붙들었다.
“엄마.”
……!
[키에에에에엑!]그와 동시에 베르가 차해인의 머리통에 찰싹 달라붙어 울부짖었다.
[차해인 님! 괜찮으시나이까! 이젠 걱정 마소서! 이 미천한 종 베르가 구하러 왔나이다!] [구어어어어엉!]넝마가 된 카이셀이 수호와 베르를 알아보고 울음을 터뜨렸고, 차해인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호를 쳐다봤다.
“아, 아들? 아니, 여긴 어떻게 왔……!”
“차차! 내가 데려왔어! 내가 차차의 아들을!”
거기에 차해인이 무사한 모습을 보고 활기차게 소리치는 시르카까지.
하지만 이들이 한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쿠르릉!
“……!”
“……!”
얼음나무의 창에 직격당해 박살이 났던 아이스 드래곤이 어느새 복구되어 그들 뒤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수호는 한발 늦게 그 굵직한 얼음 조각들 틈새로 살짝 드러난 토마스 안드레의 얼굴을 발견하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토마스 안드레?!”
“저 인간 설마 정령에게 홀렸나? 아니, 뭔가 다른데?”
시르카는 토마스 안드레의 몸에서 느껴지는 푸른 귀기를 보며 꺼림칙한 기분을 느꼈다.
대체 저 기운은 무엇이란 말인가?
정령과 비슷하지만, 정령이라고 부르기엔 굉장히 이질적인…….
척.
[소군주님, 준비하소서.]때마침 베르가 수호의 앞으로 나서며 전신에서 살기를 뿜어냈다.
[이타림의 사도가 나타났나이다.]촤촤악!
그 말에 즉각 수호가 인벤토리에서 대궁을 꺼내 들었고,
뒤이어 그림자 속에서 퀘이를 길게 뽑아 활시위를 메겼다.
“솟구쳐라, 퀘이!”
그리고 정확히 아이스 드래곤의 심장부, 토마스 안드레를 향해 그림자 화살을 쏘아 보냈다.
“죽여!”
[마스터의 분부대로!]쐐애애애액-
토마스 안드레를 향해 퀘이를 쏘아 보내는 수호의 행동에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토마스 안드레의 상태는 누가 보더라도 정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신변을 걱정해 줄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
상대는 평범한 마수가 아니라, ‘이타림의 사도’였으니까.
이것저것 상황을 따지면서 상대하기엔 너무나 위험한 적이었고, 무엇보다 약간의 망설임이 자신뿐만 아니라 어머니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망설일 수는 없었다.
설령 그것이 타인의 희생을 대가로 할지라도.
그러나 그러한 고민이 무색하게도.
꽈르릉!
퀘이가 토마스 안드레에게 닿기도 전에 그의 몸은 완벽히 아이스 드래곤의 깊숙한 곳으로 파묻혀 버렸고.
안타깝게도 퀘이의 화살촉은 그 두꺼운 방어력을 끝까지 파고드는 데 실패했다.
[이타림이시여!]그리고 그 깊숙한 곳, 토마스 안드레의 입에서 흘러나온 기괴한 목소리.
그와 함께 아이스 드래곤이 거대한 아가리를 쩌억 벌렸고.
그 안에서 엄청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저 공격의 무서움을 익히 겪어 본 차해인이 다급히 수호를 향해 소리쳤다.
“위험해! 드래곤 브레스가 온다!”
하지만 수호는 물러설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베르!”
[예!]수호가 아이스 드래곤을 똑바로 노려보며 외쳤다.
“여기 있는 그림자 드래곤이 이미 적에게 노출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도 상관없겠지?!”
수호의 물음은 넝마가 되어서도 여전히 차해인을 감싸고 있는 카이셀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말에 베르도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당연히 그렇나이다!]“모두 나와!”
그 순간.
수호를 중심으로 그의 그림자가 넓게 펼쳐졌다.
슈와아아아아악!
그 안에서 수십 마리의 그림자 병사가 동시에 몸을 일으켰고.
“……!”
그 놀라운 광경을 뒤에서 목격한 차해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맙소사.’
그것은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었다.
수많은 그림자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저 뒷모습.
몇 년 만에 만난 아들의 넓은 등에서 차해인은 자신의 남편의 뒷모습을 보았다.
‘우리 수호가 언제 이렇게……!’
그것은 참으로 신기한 기분이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가슴속 어딘가가 간질간질한 기분이었다.
[모두 들어라!]그리고 그 병사들의 맨 앞에서 당당히 선 작은 개미 베르.
전직 군단장 베르가 사납게 포효하며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군 산개! 총공격을 감행하라!]크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그림자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여러 각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아이스 드래곤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슈슈슈슈슈슈슉!
그림자 엘프들의 화살 세례가 다양한 각도로 꺾이며 아이스 드래곤의 몸에 쑤셔 박혔고.
그곳에서부터 놈의 얼음덩이 위로 거미줄 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쩌적! 쩌저적!
그와 동시에 그림자 미노타우로스와 그림자 트롤이 전차처럼 달려가 그대로 들이받았다.
투쾅!
쿠콰콰쾅!
그 쉴 새 없는 폭격에 다시 금이 가며 무너지려 하는 아이스 드래곤.
하지만.
부족했다.
이걸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상대는 아이스 드래곤.
공격력과 방어력, 그 모든 면에서 우월한 몬스터였으니까.
콰오오오-!
그사이에 결국 어마어마한 마력을 품은 드래곤 브레스가 뿜어져 나오고 말았다.
놈이 고개를 한번 휘젓자, 그 입을 따라 일직선으로 숲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그 일격에 놈을 공격하고 있던 수많은 그림자 병사들이 한꺼번에 녹아 버렸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병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그림자 엘프들은 그 일격으로 완벽히 ‘무’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은 벌었다!’
꿀꺽꿀꺽!
수호는 이 틈을 타서 지쳐 있는 어머니에게 힐링 포션과 마나 포션을 먹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소멸한 그림자 병사들의 빈자리를 새로운 병사들을 추출해서 바로 채워 넣었다.
어차피 근처에 추출할 대상은 널려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방금 브레스에 휘말려 죽은 건 그림자 병사들뿐만 아니라, 정령들에게 홀려 있던 메아리 숲의 아이스 엘프들도 있었으니까.
“일어나라!”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병사들이 계속 충원되어 아이스 드래곤을 공격했고, 또다시 아이스 브레스가 그들을 소멸시켰다.
그사이에 차해인은 눈에 띄게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 몇 년 동안, 이 낯선 땅에 살면서 차곡차곡 누적되어 있던 상처들까지 전부 치료되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수호는 아낌없이 차해인에게 모든 회복 아이템을 사용했고.
거기에는 ‘아이템 : 미라의 붕대’뿐만 아니라, 조금 전에 획득한 ‘아이템 : 메아리 숲의 샘물’도 있었다.
메아리 숲의 샘물은 혹한의 군주의 성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귀중한 해독 포션.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겠지!’
그러면서 동시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일단 엘프들의 마을에서 들은 대로 어머니가 S급 헌터로 각성했다는 사실은 눈으로 확인했다.
평범한 주부인 줄 알았던 어머니가 이렇게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는 강자로 변해 있을 줄이야.
이건 눈앞에서 보고 있는데도 아직도 안 믿길 정도였다.
그리고 동시에 함께 들어온 스케빈저 헌터들이 주변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에실도 있구나!’
수호는 이 모든 상황들을 머릿속에서 조합해서 빠르게 전략을 구상했다.
‘저 드래곤은 나 혼자서는 절대 못 이긴다. 어머니와 함께 싸워야 해.’
때마침 어느 정도 몸을 가눌 수 있을 만큼 회복한 차해인이 카이셀의 품에서 걸어 나왔다.
“카이셀, 이제는 나에게 맡기고 쉬어.”
[그르릉…….]카이셀은 자상하게 자신의 볼을 어루만지는 차해인의 손길을 느끼며 슬며시 눈을 감았다.
어차피 이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였고, 카이셀은 스르륵 검은 연기로 변해 차해인의 목걸이 속으로 스며들었다.
‘다행이다. 카이셀이 무사해서.’
그 목걸이를 두 손으로 꼬옥 쥐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차해인.
그리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들었을 때.
“아들.”
“네, 어머니.”
“엄마 지금 엄청 화났거든?”
“…….”
아, 조금 쫄았네.
그 말에 순간 찔끔한 수호가 식겁한 표정으로 슬며시 어머니의 얼굴을 살폈다.
청명하던 차해인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잠시만 시간을 벌어 줄래? 내 모든 마력을 스킬 한 방에 다 쏟아부을 거야.”
고오오오오오!
그와 동시에 차해인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의 응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킬, 빛의 검.
소모하는 마력이 워낙 커서 비장의 한 수로밖에 쓸 수 없는 차해인의 필살기.
“이 한 방으로도 안 된다면, 또 네가 시간을 끌면서 방금 엄마한테 먹인 마나 보충제를 다시 먹여 줘.”
그랬다.
차해인이 수호에게 제안하는 것은 일종의 차륜전.
이 전략은 지금은 사라진 시간대에서 한국에서 가장 강했던 헌터 길드의 부사장이었던 차해인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전략이었으니.
“할 수 있지?”
차해인은 신뢰가 담긴 눈빛으로 수호의 모습을 바라봤다.
몇 년 새에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한 수호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동시에 낯익었다.
젊었을 적 남편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어.’
차해인은 냉정하게 수호를 파악하고 있었다.
현재 수호에게서 느껴지는 수준은 남편은커녕 지금의 자신과 비교해도 너무나 연약했다.
하지만 충분하다.
‘시간은 벌어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래, 그거면 충분했다.
마침 수호의 계획도 그것이었다.
“알았어요. 대신 공격할 방향은 내가 정해 줄게요.”
“뭐?”
눈을 번뜩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수호.
그런 수호의 앞에는 어머니에게 먹인 ‘해독 포션’의 정보창이 떠올라 있었다.
[아이템 : 메아리 숲의 샘물]입수 난이도 : ??
종류 : 소모품
메아리 숲의 신비한 샘물입니다.
마시거나 몸에 바르면, 독성을 중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애초에 메아리 숲의 샘물은 ‘생명의 신수’를 만드는 재료였다.
그리고 그 용도는 당연히 ‘정화된 악마왕의 피’의 독성을 중화시켜 주는 용도일 터.
“실라드, 하나만 묻자.”
수호는 확신을 담아 실라드에게 물었다.
“메아리 숲 샘물의 효과는 군주에게도 통하나?”
어느덧 수호의 시선은 아이스 드래곤의 뒤로 보이는 온천이 있는 방향에 닿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