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31)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30화(131/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30화
‘……또 이 꿈인가.’
토마스 안드레는 푸른 안개 속에서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은 자신을 평생 동안 괴롭혀 왔던 지독한 악몽이었다.
-내가 바로 토마스 안드레다! 이 내가 겨우 그 정도에 무너질 것 같으냐!
그곳에서 자신은 바락바락 소리치며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싸움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폭력(暴力)’
쾅! 쾅! 쾅! 쾅!
그 지독하리만치 강한 힘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기를 쓰며 반항해 봐도 돌아오는 것은 항거할 수 없는 일방적인 폭력뿐.
자신은 이 악몽 속의 남자를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투쾅!
꿈속에서는 언제나 그가 자신의 턱을 올려치며 말을 이었다.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그 서늘한 목소리.
너무나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무감정한 눈빛.
그 얼굴은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눈빛만큼은 악몽에서 깨어나더라도 몸서리칠 정도로 뇌리에 선명히 새겨졌다.
그 눈빛 앞에서 자신은 한낱 ‘약자’일 뿐이었으니까.
토마스 안드레는 늘 그 꿈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인가.
UFC 무제한급 챔피언.
인류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링 위의 악마.
은퇴할 때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절대적인 강자이자,
언제나 상대를 발아래에 꿇린 채 내려다보는 폭군이었다.
‘그것이 바로 나, 토마스 안드레인데.’
하지만.
‘도대체 왜…….’
토마스 안드레는 끊임없이 자신이 패배하는 꿈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나는 약하다.
이것이 진짜 토마스 안드레의 진심.
아마도 그가 이런 생각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분명 코웃음을 칠 것이었다.
겸손이나 기만이라고 치부할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것은 그의 진짜 진심이었다.
-나는 약하다.
토마스 안드레는 진심으로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육체를 단련하고, 기술을 연마해도…….
강해지고, 또 강해지기를 반복해서 이내 정상에 올라 모든 이들을 자신의 발아래 두었음에도.
-나는 약하다. 여전히.
그는 아무리 단련하고 강해져도 언제나 목이 말랐다.
불안하고 초조했다.
분명히 자신을 이길 자는 세상에 없는 것이 확실한데도.
자신은 여전히 약하다는 사실만이 뇌리에 강박처럼 새겨질 뿐이었다.
심지어 이러한 강박은 S급 헌터로 각성했음에도 변하지 않았다.
헌터라는, 인지를 초월한 힘을 지닌 괴물.
그 괴물들 사이에서도 S급이라는 불리는 최강의 괴물이 된 지금조차도.
‘대체 왜!’
그는 여전히 초조할 뿐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하냔 말이다!’
토마스 자신도 이러한 자신의 강박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잊을 만하면 꾸게 되는 그 악몽 속의 남자.
꿈속이라고는 하지만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그 사내의 존재는 계속해서 그를 괴롭혔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가.
인류의 정점이라는 S급 헌터로 각성했다는 인간이 한낱 꿈 따위에 휘둘리다니.
‘그녀라면 뭔가 알지도 모른다.’
결국 견디지 못한 그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노마 셀너 부인을 찾아가 하소연했다.
저명한 주술가이자 예언가인 그녀라면 자신의 꿈에 대해 뭔가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그러나 돌아온 노마 셀너의 대답은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그녀는 조금은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토마스,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공허함에서 오는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의 그릇을 채우고 있던 것이 사라져서 허전한 거죠.
-그러니까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고!
예언가란 늘 이런 식이었다.
아무리 답답해서 캐물어 봤자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한 선문답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 덕분에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의 그릇이 분명 비워져 있음을.
그로 인한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 평생토록 강함을 추구해 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빙하 던전에 들어와서 갑자기 덤벼든 마수들과 싸우는 동안.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빈자리가 채워졌다.
‘그래! 바로 이것이었구나!’
토마스 안드레는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평생토록 갈구하던 그 무언가가 자신의 안을 꽉 채우고 있음을!
‘이것이 진정한 힘인가!’
드디어 자신에게 부족했던 퍼즐이 맞춰졌다.
‘이 나는! 토마스 안드레는!’
[……이제! 완전하다!]쿠와아아아아앙!
꿈속을 허우적대던 토마스 안드레가 눈을 떴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힘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타림이시여! 나에게 힘을 주소서!]그 ‘본능’이 그의 몸을, 그의 정신을 순리대로 이끌었다.
그리고 위대해진 자신의 힘도 몰라보고, 겁도 없이 덤벼드는 저 나약한 인간들에게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직접 일깨워 주리니!
――――――!
그는 자신의 안에 꽉 찬 힘을 온전히 개방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 절대적인 힘 앞에서 자신을 막기 위해 덤벼드는 검은 그림자로 이루어진 병사들이 속절없이 녹아 버렸다.
그러나.
미약하지만 기분 나쁜 기운을 지닌 작은 인간은 검은 그림자로 이루어진 병사들을 가로지르며 멈추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아!]토마스 안드레가 포효하며 힘을 뿜어냈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힘 앞에서도 작은 인간은 물러서지 않은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에실.”
그 목소리가 스케빈저 헌터들과 함께 있던 에실에게 닿았고.
“들어와.”
슈와아아악!
[볼칸의 뿔이 악마의 영혼을 포식합니다.]그 순간 에실의 영체가 두 자루의 볼칸의 뿔을 변형시켜, 수호의 머리 위에 두 개의 뿔을 돋아나게 했고.
[‘아이템 : 볼칸의 뿔’을 착용합니다.] [‘버프 : 파괴 욕구’가 적용되어 물리 데미지 300%가 증가합니다.]“전력으로 간다.”
[‘스킬 : 초원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일시적으로 이동 속도가 30%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공격 속도가 30% 상승합니다.] [‘스킬 : 거인의 갑옷’을 사용합니다.]슈와아아아아!
눈보라를 타고 불어오는 시원한 산들바람에 수호의 은발이 나부낀다.
토마스 안드레, 아니 아이스 드래곤을 향해 달려오는 수호의 몸이 한 발, 한 발 옮길 때마다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킬 : 강체술’을 사용합니다.]양팔에 휘감기는 검은 기류.
수호는 그 모든 힘을 모아서 아이스 드래곤의 거대한 몸을 들이받았다.
쿠콰콰콰콰쾅!
[감히-!]토마스 안드레는 분노했다.
하필이면 힘으로 자신에게 맞서려 하다니!
[이 ‘나’와 힘겨루기를 하려는 것인가!]어처구니가 없었다.
설마 이 토마스 안드레가 이깟 꼬마에게 우습게 보일 줄이야.
[네까짓 게 나와 대적할 수 있을 것 같으냐!]쿠콰쾅!
그의 의지에 반응해 아이스 드래곤이 엄청난 힘으로 수호의 몸을 후려쳤다.
그리고 그대로 찍어 눌러 그를 압살하려는 찰나.
아래에서 그 힘을 받아 내던 수호의 눈빛이 빛났다.
‘지배자의 권능!’
슈와악!
그 순간 수호의 팔에 실려 있던 검은 기류가 앞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투쾅-!
[……!]보이지 않는 손.
1레벨 때부터 수호가 지니고 있었던,
베르의 말에 따르면 걸음마 때부터 자신이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지배자의 권능’이 아이스 드래곤의 한쪽 다리를 옆에서 강하게 후려쳤다.
그러자.
콰직!
쩌저적!
아이스 드래곤의 다리가 옆으로 꺾이며 부러졌고.
그 순간 아이스 드래곤은 스스로의 육중한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그리고, 업어치기.
쿠와아앙-!
수호는 그 육중한 무게를 역으로 이용해 아이스 드래곤을 온 힘을 다해 집어 던졌다.
그리고 외쳤다.
“어머니!”
지금……!
그 순간 차해인이 눈을 치켜떴다.
“그래.”
그리고 자신의 전력을 다해 쏟아부은 ‘빛의 검’을 한 점에 쏘아 보냈다.
목표는 토마스 안드레!
번쩍!
[가소롭다!]그 눈부신 섬광을 똑바로 쳐다보며 포효하는 토마스 안드레의 두 눈에서 푸른 귀기가 폭살했다.
콰오오오!
아이스 드래곤이 두 날개로 자신의 몸을 감싸 전력으로 날아오는 빛의 검을 막아 냈다.
콰지지지지직!
그 빛이 두꺼운 얼음을 가르며 날아갔지만.
그 힘의 중심에서 차해인은 이를 악물었다.
‘또 얕았다!’
토마스 안드레 한 명을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그의 존재를 거대한 얼음들이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하리라.
자신의 아들, 수호의 계획에는!
“도착.”
아이스 드래곤이 업어치고 메쳐지며, 빛의 검까지 버텨 내며 뒤로 밀리는 사이.
어느새 그 뒤에는 ‘메아리 숲의 샘물’이 당도해 있었다.
첨벙!
아이스 드래곤의 뒷다리가 그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온천수를 밟는 순간.
―――――――!
아이스 드래곤을 이루고 있던 수많은 얼음 정령들이 질색을 하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큭! 이게 무슨……!]아이스 드래곤의 몸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녹아 사라지기 시작하자, 그 안에 있던 토마스 안드레의 모습이 마침내 드러나고 말았다.
그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고작 그뿐이었다.
[이깟 잔재주를 부리다니!]자신을 둘러싼 얼음덩이가 사라졌을 뿐, 정작 그 안에 있던 토마스 안드레의 힘은 그대로였다.
아니, 자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득히 강해져 있었다!
[크하하! 그래, 이제 어쩔 테냐! 힘이 다 빠진 S급 헌터와 잔챙이들 따위로 감히 나에게 맞설 생각인가!]토마스 안드레는 오만하게 웃으며 온천 앞에 내려섰다.
그리고 즉시 자신의 전력을 개방했다.
[강화!]스킬, 강화.
이 힘은 그 숱하게 많은 탱커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스킬 중 하나였지만, 이 스킬이 토마스 안드레에게서 펼쳐지는 순간.
그야말로 진정한 공포가 이 땅에 강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가 이곳에 도착한 순간 수호의 모든 계획은 완성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수호는 처음부터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에게 한 가지를 물어봤다.
‘메아리 숲 샘물의 효과는 군주에게도 통하나?’
생명의 신수의 재료는 총 세 가지.
정화된 악마왕의 피.
세계수의 파편.
그리고, 메아리 숲의 샘물.
세계수의 파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메아리 숲의 샘물의 성능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메아리 숲의 샘물이 ‘악마 군주의 피’를 정화시킬 정도라면, 지금 토마스 안드레의 정신을 제압하고 있는 ‘이타림의 사도’에게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수호는 언젠가 베르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 차원의 ‘신’ 또한 ‘이타림’이었으며, 그 신이 빛과 어둠을 쪼개서 창조한 존재들이 바로 지배자들과 군주였노라고.
그렇다면.
다른 이타림들이 창조한 ‘사도’들은 어떨까?
‘이타림의 사도 또한 지배자들이나 군주들과 비슷한 존재라면?’
“그 이타림의 사도에게 메아리 숲의 샘물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수호의 물음에 혹한의 군주 실라드는 정확한 대답을 내려 주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성역 : 메아리 숲의 샘물’을 발동합니다.]쩌저저적!
[……!]그 순간 온천 위로 모락모락 떠다니던 증기가 일제히 얼어붙으며 토마스 안드레를 움켜쥐었다.
[계속 잔재주를!]콰드득!
토마스 안드레는 같잖다는 듯이 전신을 둘러싼 서리를 털어 버렸다.
하지만 그 서리조차도 ‘메아리 숲의 샘물’이었으니.
[아이템 : 메아리 숲의 샘물]입수 난이도 : ??
종류 : 소모품
메아리 숲의 신비한 샘물입니다.
마시거나 몸에 바르면, 독성을 중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졸지에 메아리 숲의 샘물을 흠뻑 몸에 바르게 된 토마스 안드레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괴로움에 허리를 웅크렸다.
[크악?! 내, 내게 무슨 짓을 한……!]“정화.”
그에 대한 대답은 때마침 한발 늦게 뒤따라온 시르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시르카는 온천을 피해 흩어지는 숲의 정령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신령한 샘물이 악한 정령에 홀려 있던 정신을 일깨워 줄 거야. 그것이 이 온천이 성역 깊은 곳에 존재하는 이유니까.”
[크아아악! 감히! 나를 한낱 정령 따위와 비교하느냐……!]당연히 이타림의 사도는 한낱 정령 따위보단 훨씬 월등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이 메아리 숲의 샘물은 이타림의 사도와 동격의 존재인 ‘혹한의 군주’의 성역.
악마 군주의 피조차도 정화할 수 있는 신령한 물이었기에…….
촤아아악!
결국 토마스 안드레의 몸에서 푸른 귀기가 못 버티고 튕겨져 나왔다.
그 순간.
꿀꺽.
수호에게서 마나 포션을 마시고 있던 차해인의 힘이 돌아왔다.
“저놈이 본체인가.”
차해인이 전신의 마력을 끌어올리며 허공에 떠오른 ‘이타림의 사도’를 노려봤다.
그리고 이제는…….
정신이 돌아온 토마스 안드레 또한 고개를 치켜들어 이타림의 사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 미친 새끼가 감히 나를 넘봐?”
콰드득.
화가 머리끝까지 난 표정으로 이를 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