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3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31화(132/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31화
펄럭.
토마스 안드레에게서 떨어져 나온 푸른 연기가 한 쌍의 푸른 날개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온전한 모습으로 정체를 드러낸 이타림의 사도의 모습은 실로 기괴했다.
천사라기엔 징그럽고, 악마라기엔 또 지나치게 성스러운 푸른 날개를 지닌 잿빛 거인.
그 거대한 얼굴에는 흉악하게 일그러진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광혈폭군보다 높은 격을 부여받은 사도 같나이다!]빠르게 사도의 수준부터 평가하는 베르였다.
언젠가 베르는 설명했다.
이 세계의 군주와 광휘의 파편들은 ‘절대자’라 불리던 이타림의 의해 창조된 존재들이라고.
그렇다면 똑같이 이타림에게 격을 부여받아 창조된 군주와 광휘의 파편들은 부르는 명칭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이타림의 사도’와 똑같은 존재인 셈이었다.
하지만 창조주가 다른 이상, 창조물에게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성진우, 가장 위대했던 광휘의 파편이자 그림자 군주인 그도 다른 군주와 광휘의 파편들과는 격이 월등히 다른 존재였지 않은가.
이처럼 이타림의 사도들도 저마다 지닌 힘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쪽과 저쪽 사도들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창조된 숫자’였다.
이 세계의 이타림이 창조하여 격을 부여한 존재는, 태초의 빛과 태초의 어둠에서 탄생한 여덟 군주와 여덟 광휘의 파편뿐.
그렇다.
고작 열여섯에 불과했다.
반면 외우주의 이타림들은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배에 달하는 사도들을 창조하여 자신의 힘을 나누어 격을 부여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타림의 사도들은 자연히 이 세계의 군주와 지배들보다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전지전능해 보이는 이타림이라 할지라도 결국 그 힘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계를 창조한 절대자가 자신의 피조물들에게 제거당했듯 모든 힘에는 끝이 있었다.
요컨대, 이런 말이었다.
이타림 = 절대자
광휘의 파편 = 군주 > 외우주의 사도
다시 말해 이쪽 세계의 광휘의 파편과 군주들은 숫자가 적은 대신 하나하나가 엄청난 격을 부여받은 존재들이었다.
반면에 외우주의 이타림의 사도들은 숫자가 많은 만큼 약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쪽의 후방을 노리고 숨어든 사도들은 그들 중에서도 격이 낮은 존재들뿐이었다.
그보다 강한 놈들이 전장에서 이탈했으면, 성진우가 가장 먼저 눈치채고 사전에 차단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베르의 말에 수호는 이타림의 사도를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해볼 만해.”
승산은 있었다.
아무리 저 거인이 광혈폭군보다 한 단계 높은 사도라 할지라도, 지금 자신에게는 죽은 군주들의 가호가 함께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침 정신을 차린 토마스 안드레와 어머니까지, 무려 S급 헌터 2명이 곁에 있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는 전투가 아니었다.
쩌저정!
꽈르르르릉!
“하늘이 무너지고 있어!”
시르카는 이타림의 사도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조각조각 금이 가고 있는 하늘을 보며 비명을 터뜨렸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이대로면 차원의 벽이 무너질 거라고 경고합니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자신들도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인간들의 몸을 빌려 지구에 강신했었다고 설명합니다.]쩌저저적!
꽈르릉!
[소군주님! 빙하 던전이 영체 상태의 이타림의 사도의 존재감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려 하나이다!]이타림의 사도처럼 강대한 힘을 지닌 존재들은 제힘을 온전히 가지고 차원을 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세계 자체가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는 탓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다른 존재의 육체를 빼앗는 것.
사라진 시간대의 군주들이 인간에 몸을 빌려 지구에 강신했던 이유도.
악마계에서 나타났던 이타림의 사도가 광혈폭군의 몸을 빼앗았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때.
“뭔 말인진 몰라도.”
척.
앞에서 베르의 말을 들은 토마스 안드레가 험악한 표정으로 두 다리를 구부렸다.
“아무튼 저 새끼를 최대한 빨리 죽이면 된다는 거네?”
쾅!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토마스 안드레가 푸른 날개의 거인을 향해 쇄도했다.
슈슉!
순식간에 이타림의 사도의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친 토마스 안드레가 즉각 두 손을 치켜들어 강하게 내리쳤다.
쾅!
이타림의 사도가 팔을 들어 가뿐히 그 공격을 막아 냈지만.
덥석!
“감히 내게!”
토마스는 곧장 허공에서 그 팔을 붙잡아, 엄청난 괴력으로 놈의 몸뚱이를 아래로 패대기쳤다.
[……!]쿠콰콰쾅!
거대한 천사가 그대로 메아리 숲 한가운데로 곤두박질쳤다.
뒤이어 토마스는 놈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주먹을 내리쳤다.
“그딴 기분 나쁜 신을 섬기게 해?!”
콰앙-!
기분이 더러웠다.
무신론자였던 토마스에게, 잠시나마 이타림이라는 알지도 못하는 신을 진심으로 추앙했던 감각이 너무나 치욕스러웠다.
쾅! 쾅! 쾅! 쾅!
어마어마한 폭력이 이타림의 사도에게 일방적으로 퍼부어졌다.
하지만.
씨익.
눕혀져 있던 이타림의 사도가 갑자기 토마스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흉악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콰아아아-!
그 입에서 마치 드래곤 브레스 같은 파멸의 광선이 토마스를 향해 뿜어져 나왔다.
“……!”
토마스는 본능적으로 두 팔을 교차해 광선을 막으려 했으나.
콰콰콰콰콰!
그의 몸에 덧입혀진 마력의 갑주가 빠른 속도로 녹아 버렸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콰오오오오!
간발의 차로 달려온 수호에게서 펼쳐진 칼날 폭풍이 이타림의 사도의 머리통에 직격했고, 가까스로 파멸의 광선의 방향이 토마스를 비껴갔다.
콰앙!
토마스 안드레가 뒤로 튕겨 나왔고, 그와 동시에 이번엔 차해인이 튀어 나가 공격을 퍼부었다.
그 틈에 수호는 토마스에게 다가가 포션을 먹였다.
“……끄응. 저 사람이 네 어머니냐.”
“예.”
“어머니가 S급 헌터였다니. 그런데 이 물약은 뭐냐.”
토마스는 자신의 상처가 회복되자 눈을 치켜떴다.
그사이에 차해인이 다시 쏘아진 파멸의 광선을 피해 다시 돌아와 토마스를 향해 외쳤다.
“토마스! 저 혼자서는 못 당합니다! 다 회복되면 협공하죠!”
“그러지.”
본신의 모습으로 현신한 이타림의 사도는 토마스의 몸을 입고 있을 때보다도 훨씬 강해져 있었다.
그 여파로 차원이 붕괴되고 있었고, 그것은 놈에게도 바라는 바가 아니었는지 다시 빙의할 숙주를 찾아서 숲속을 헤집고 있었다.
메아리 숲의 샘물을 먹은 토마스나 차해인을 노릴 수는 없으니, 새로운 숙주를 찾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울창하게 자라 있던 나무들이 다 짓밟혀 쓰러졌고, 그 끝에서 마침내 수많은 생명체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했다.
“아, 안 돼! 저쪽엔 우리 마을이 있어!”
시르카의 당혹성에 베르가 심각한 표정으로 수호를 쳐다봤다.
[소군주님, 이타림의 사도의 그릇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릇이 약하면 깨지듯이, 힘이 약한 이들은 이타림의 사도가 빙의하는 순간 생명력이 타들어 갈 겁니다.]그 말에 수호는 ‘미스트 번’을 떠올렸다.
스케일은 다르지만, 푸른 안개를 못 견디고 천천히 불타 죽는 원리가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일단 저놈을 쫓아가면서 회복하시죠.”
수호가 그 말과 함께 시르카에게 눈짓하자, 시르카가 바로 얼음나무의 창을 앞으로 치켜들며 외쳤다.
“꽉 잡아요! 눈보라를 타고 날아갈 거니까!”
그 말에 모두의 손이 얼음나무의 창을 붙잡았고.
그 순간 엄청난 눈보라가 몰아치며 그들을 이타림의 사도에게로 날려 보냈다.
쐐애애애애액-!
그사이에 차해인은 다시 한번 스킬, 빛의 검을 사용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수호에게 아까부터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단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단검들은 바로 빈손으로 이 차원에 떨어진 차해인이 아이스 엘프들에게 받은 무기였고.
‘S급 헌터의 무기치곤 너무 형편없다.’
수호는 바로 볼칸의 뿔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어머니, 저는 활을 쓸 테니까 이 검으로…….”
그런데 수호의 말을 듣고, 그제야 베르의 시선도 차해인이 지금까지 쓰고 있던 무기를 보게 되었다.
그러더니 크게 당황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키에에엑?! 해인 님! 어찌하여 그딴 쓰레기들을 들고 싸우고 계셨나이까! 목걸이는 어쩌시고요!]“목걸이라니?”
그 말에 차해인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베르는 한발 늦게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짚었다.
[키학! 그, 그러고 보니 주군께 그 목걸이만 받고, 정작 사용법을 듣지 못하셨…… 아이고!]“그게 무슨 소리야? 목걸이의 사용법이라니?”
차해인도 당황하며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목걸이를 쳐다봤다.
이 목걸이는 성진우에게 받았던 16번째 결혼기념일 선물로, 이 목걸이의 신기한 효능 덕분에 지금까지 아이스 엘프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설마 그 기능이 끝이 아니었…….’
베르는 차해인의 목걸이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 목걸이는 수염 난쟁이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아티팩트로, 주군께서 특별히 차해인 님을 위해 특별한 룬을 새겨 넣으셨나이다!]“특별한 룬? 그게 뭔데?”
[자, 저를 따라 말씀하십시오!]베르가 눈을 번뜩이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인벤토리.]“……이, 인벤토리?”
차해인이 더듬더듬 그 말을 따라 읊는 순간이었다.
번쩍!
“……!”
갑자기 그녀의 눈앞에 반투명한 시스템창이 촤라락 펼쳐졌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아이템들을 보며 차해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이, 이건?!”
그랬다.
이타림의 사도 중 하나, 거신족이 지구를 침공하는 일이 벌어지며 성진우는 훗날 똑같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사랑하는 아내인 차해인을 위해 여러 기능이 담긴 목걸이를 제작한 것이었다.
만약 자신이 그녀의 곁에 없더라도, 차해인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도록.
그렇게 차해인을 위해 만들어진 목걸이의 첫 번째 기능은 다른 종족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었고.
그 두 번째가 바로 아공간, 인벤토리 기능이었다.
[저희 병사들도 차해인 님을 위해 자기 나름의 선물들을 모아서 그 안에 넣어 두었지요. 그중 하나가 바로…….]쑤욱.
때마침 차해인의 손에서 푸르른 검신이 뽑혀 나왔다.
“……!”
그 순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눈앞에 아이템 정보가 떠오른 것이다.
[아이템 : 악마왕의 장검]입수 난이도 : S
종류 : 검
공격력 +350
악마왕 ‘바란’의 힘이 담겨 있는 장검입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백염의 폭풍’ 효과가 발동합니다.
효과 ‘백염의 폭풍’ : 일정 지역 안에 끊임없이 번개가 몰아치는 폭풍을 생성합니다.
[이, 이 검은 설마 악마왕께서 쓰시던……?!]정보창이 아니더라도 한눈에 그 검의 정체를 알아본 에실의 비명 소리가 볼칸의 뿔 속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차해인 또한 이 검이 무엇인지 익히 알고 있었다.
“……이건 이그리트의 선물이구나.”
지금의 이그리트는 수염 난쟁이들이 제작한, 더 좋은 검을 성진우에게 하사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즉, 이그리트에게는 더 이상 사용할 일이 없는 검이었다.
하지만.
이 검은 이그리트가 성진우에게 처음으로 하사받은 무기였기에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그리트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인 셈.
그것을 타인에게 건넨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모를 차해인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맺혔다.
파직! 파직!
“베르.”
푸른 전격이 휘몰아치는 ‘악마왕의 장검’의 검신을 홀린 듯이 바라보는 차해인의 눈동자에 시푸른 전류가 비치고 있었다.
“나중에 이그리트를 만나면…….”
콰앙!
때마침 얼음나무의 창이 그들을 이타림의 사도의 바로 지척까지 도착하게 했고.
“선물 정말 고맙다고 전해 줄래?”
사라락.
지상에 내려선 차해인의 손에서 악마왕의 장검이 반원을 그리며 올라왔다.
그 순간.
전장의 공기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