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35)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34화(135/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34화
-우진철 씨요?
한 뉴스 캐스터가 우진철이라는 사람에 대해 관계자들에게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 그 관계자들은 가장 먼저 이것부터 묻곤 했다.
-대격변 전과 후, 어떤 걸 물으시는 거죠?
그리고 이 대답은 누구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우진철이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묻는다면, 그 대답은 대격변 전과 후로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대격변 전까지의 우진철 씨는 원래 경찰서장이었어요. 중부경찰서였지, 아마?
중부경찰서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전설적인 곳이었다.
무려 20년이 넘도록 범죄자 검거율이 전국 최고인 경찰서였으니까.
물론 그 전설을 만들어 낸 사람이 우진철이었던 건 아니었다.
당시 중부경찰서 강력계에는 ‘귀신’이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형사가 있었다.
검거율이 무려 200퍼센트.
자신이 맡은 사건뿐만 아니라 미제로 남겨져 있던 과거 사건의 범인들까지 잡아낸다는 그 ‘귀신’ 앞에서는 어떠한 흉악범이나 폭력배도 순하디순한 양이 되어 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는 그런 대단한 위업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을 한사코 거절하는 별종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 거절 사유도 어처구니없었다.
현장에 전념하기 위해서.
더 많은 범죄자들을 직접 잡기 위해서.
이 뻔하지만 당연한 말을 하며 계속 강력계 형사로 남아 있던 경찰의 이름은 바로 ‘성진우’.
지금은 외우주에서 이타림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그림자 군주였다.
그리고 우진철은 그 성진우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부터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기어코 경찰 시험까지 보게 만든 직속 상사이자 그와 가장 친한 동료였다.
그리고 성진우가 매번 자신의 성과를 우진철에게 떠넘긴 덕분에, 우진철은 어쩌다 보니 혼자만 계속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엔 경찰서장까지 되었을 때.
뒤에서 그를 시샘하며 험담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동료 팔아서 승진한 인간.
-부하 성과를 왜 자기가 챙겨?
-성진우 형사가 우진철한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거 아냐?
그러나 뒤에서 그런 험담을 한 사람들은 어느 날 성진우와 독대를 한 뒤부터는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그 후부턴 다른 소문이 돌았다.
중부경찰서의 실세가 성진우 형사라는.
물론 그건 원래부터 그랬으니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실제로 우진철이 자신의 직속 부하였던 성진우에게 언제나 깍듯이 대하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엄청나게 유명했던 중부경찰서가 언제부터인가 경찰들 입에서 더 이상 오르내리지 않게 되었으니.
정확히 그 시점은 성진우 형사가 갑자기 결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소문이 무성했어요. 그 귀신 형사가 실종됐다느니, 경찰을 때려치웠다느니, 장기 휴가를 갔다느니……. 그런데 그 형사 이름이 뭐였더라?
하지만 신기하게도 정작 그 귀신 형사의 이름은 일반 시민들에게까진 별로 알려진 적이 없었다.
본인이 그걸 원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언론에 드러나는 이름은 언제나 우진철 세 글자뿐이었다.
하지만 같은 동료 경찰들 사이에서 성진우라는 이름은 워낙 유명했기에, 그의 갑작스런 부재는 무성한 소문을 낳았다.
그런데 정작 우진철 경찰서장은 성진우의 부재에 대해 별다른 설명 없이 그저 ‘휴직’ 상태로만 처리했을 뿐이었다.
언젠가 돌아올 걸 당연하게 믿고 있다는 듯이.
그리고 그렇게…….
성진우라는 이름은 빠른 속도로 동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성진우가 사라진 빈자리가 너무도 컸으니까.
그동안 성진우 덕분에 편하게 사건을 해결해 온 중부경찰서의 모든 형사들은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건 사고를 막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바빴다.
-그리고 그때쯤에 갑자기 대격변이 일어났죠.
관계자의 인터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대격변과 동시에 우진철 씨가 진면목을 드러냈어요.
대격변과 동시에 어느 누구도 그가 부하 직원 덕분에 승진했다는 루머를 믿지 않게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우진철 씨가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빨리 각성한 사람일걸요?
그랬다.
지구 곳곳에 갑자기 게이트와 마수들이 출몰했던 그 격동의 시기, 대격변.
당시 경찰서장이었던 ‘우진철’은 누구보다 빨리 마력을 각성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를 지금처럼 추앙하게 된 건 다름 아닌 그가 각성한 다음부터의 행보 때문이었다.
우진철은 다른 각성자들처럼 자신에게 이능력이 생겼다며 신기해하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물 만난 물고기처럼, 그저 자연스럽게 그 힘이 원래 있었던 것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는 실제로 각성과 동시에 침착하게 눈을 감고 자신의 힘부터 가늠했다.
“……A급인가. 예전과 똑같군.”
이때만 해도 아직 미국에서 마력량에 따른 헌터 등급을 발표하기도 전이었고.
마력 측정기조차 개발되기 전이었음에도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마력 등급을 가늠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벌써 수십 년 전에 이미 성진우의 영향을 받아 전생의 모든 기억을 깨우친 사람이었으니까.
대격변 전까지는 그 기억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었으나, 갑자기 지구가 옛날처럼 헌터 시대가 되어 버리자 그는 그야말로 인생 2회 차 헌터가 된 셈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우진철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큰일 났군. 지구가 다시 이런 꼴이 됐는데, 성진우 헌터님이 안 계셔.’
대격변 전에도 성진우가 이계의 적들을 막기 위해 종종 어디론가 떠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때마다 자신은 그를 휴가나 휴직처리를 해서 보조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대체 무슨 일인지 몇 년째 성진우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성진우 헌터님은 반드시 돌아오실 거다. 그러면 그때까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때부터였다.
우진철이 전생의 기억을 활용해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대격변 직후.
그때는 한창 마수들뿐만 아니라 각성자들도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그에 따른 수많은 사건 사고들로 세상이 혼란하던 시기였다.
당시 경찰서장이었던 우진철은 자신의 권력과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헌터 협회’부터 설립했다.
그리고 스스로 초대 협회장이 되어, 정부 인사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아마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헌터 협회가 생겼을걸요?
– 덕분에 헌터법도 엄청 빨리 개정되었고요.
새로운 법이 생겨나려면 수많은 절차와 기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걸 뻔히 알고 있던 우진철 협회장은 차근차근 가장 중요한 법들부터 통과시켜 갔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격변 직후에 가장 많이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존재, ‘빌런 처벌법’이었다.
그리고 그 법을 앞세워 힘에 휘둘려 사고를 일으키던 빌런들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마수들도 골치 아픈데, 인간들끼리 싸우면 안 되지.’
물론 이번 생에서도 A급에 불과한 우진철의 힘으로는 모든 빌런들을 소탕하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부족한 힘은 채우면 그만이지.’
그는 협회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한 첫 단계로,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S급 헌터들을 영입하기로 결심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최종병기’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S급 헌터.
대한민국 1위 길드의 길드장이었던 ‘최종인’이 마력을 각성하기도 전에 우연을 가장해서 친해지는 데 성공.
그가 이번에도 다시 S급 헌터가 되는 순간에 정중하게 명함을 내민 것이다.
“이 나라를 위해, 정의를 위해, 세계를 지키기 위해, 제 동료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날부터 최종인은 한국의 헌터 협회를 대표하는 S급 헌터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런 우진철의 활약 덕분에 혼란에 빠져 있던 한국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고, 협회장 우진철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국민 영웅 우진철!
하지만 우진철에게 쏟아지는 그 관심과 인기에 절대 흔들리거나 심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별거 아니라는 듯, 자신이 할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더욱 국민들에게 호감을 자아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우진철은 그야말로 인생 2회 차 헌터.
특히 전생에서도 고건희 협회장의 후임으로 협회장이 되었던 경력직이었기에,
그는 마치 협회장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매우 능숙하고 노련하게 헌터들을 규합하고 치안을 정비해 나갔다.
이쯤 되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그가 국민 영웅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가 없었다.
그의 힘은 여전히 A급 헌터에 불과했으나, S급 헌터들조차도 감히 그의 앞에선 명함을 내세우지 못했다.
-지난 2년간, 우진철 협회장님이 국가 공무원 헌터로서 걸어온 모든 길이 곧 대한민국 헌터계의 역사니까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요청에 응한 관계자는 이런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친 뉴스 캐스터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멘트를 쳤다.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칩니다. 다음 뉴스는 지산교도소에 대한 소식입니다. 지산교도소는 헌터 협회에서 2년 전에 설립한 빌런 전문 수용소로…….
“우진철 씨가 한국의 협회장이 되셨구나. 다행이다.”
빙하 던전 밖으로 나와서 인터넷 뉴스로 한국의 소식을 확인하던 차해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진철이 만든 협회라면 한국은 안심이었다.
지난 2년 동안 그가 성진우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준비했을지, 그 모든 노력과 고생이 상상도 되지 않았다.
어쩐지 가슴이 찡한 기분을 느낀 차해인은 수호를 향해 조언했다.
“우진철 씨는 네 아빠에 대해 알고 있는 오랜 친구셔. 지금은 대북 지원을 나가 계신다니까, 돌아오시는 대로 바로 만나서 상황을 전달하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럼 어머니는요?”
어머니의 말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수호가 굳은 표정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는 같이 못 가.”
놀랍게도 차해인은 어렵게 빠져나온 빙하 던전으로 다시 들어갈 생각이었다.
차해인은 앵무새만 한 크기로 줄어들어 자신의 어깨에 얌전히 앉아 있는 카이셀의 머리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카이셀은 이대로라면 곧 소멸하고 말 거야. 그렇게 둘 순 없어.”
비룡 카이셀은 지난 5년 동안 자신을 지켜 준 소중한 존재였다.
그래서 차해인이 지금 다시 떠나려는 곳은 바로 ‘회색 눈’이 내리고 있던 메아리 숲의 심처였다.
“신기하게도 그 회색 눈이 많이 내리는 곳으로 들어갈수록 카이셀의 바닥난 힘이 아주 조금씩 채워졌었어.”
[그 이유는 아마도…… 그 회색 눈이 사실 용의 잿가루이기 때문일 겁니다.]베르의 말에 차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차해인은 언젠가 성진우가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며 들려줬던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성진우의 인생에서 가장 위협적이었던 적들 중 하나, 용제.
그 용제가 거느리던 수많은 광룡들을 전부 처치했던 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그 수많은 용족들의 회색 재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만 보면 떠오른다고.
“그리고 그 회색 눈 너머에는 분명…….”
[광룡들의 무덤으로 이어지는 차원의 균열이 존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