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3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36화(137/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36화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였다.
유진호가 이끄는 아진 소프트의 법무팀과 로라가 이끄는 스케빈저 길드의 법무팀.
이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능력을 총동원해 수많은 서류들을 주고받으며 긴 시간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 모습은 마치 헌터들과 마수들의 전쟁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승부의 결과가 정해졌다.
“수호야. 수익은 정확히 5 대 5, 순수익을 반반으로 나누기로 했다.”
유진호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수호의 앞에 나타났다.
“우리가 빙하 던전의 독점권을 매입하는 비용을 전부 투자하는 대신, 이후 메아리 숲의 샘물과 관련된 수급, 관리, 유통, 영업 등 모든 일 처리는 스케빈저 길드가 도맡기로 했고.”
사실 이 부분은 수호가 먼저 유진호에게 요청했던 부분이었다.
어차피 수호에게는 그런 일 처리를 맡길 만한 직원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레벨업 하기도 바쁜 와중에, 그런 사업적인 일에까지 신경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잘됐네요. 그럼 제가 신경 쓸 일은요?”
“너? 너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입금이나 받으면 되지.”
수호의 물음에 한쪽 눈을 찡긋거리는 유진호였다.
“네가 신경 쓸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 걱정 마라. 일하는 과정에서 유통 물량이나 정산에 장난질 치지 못하게, 우리 회사의 직원들을 배치해서 감시 감독하기로 했으니까.”
사실 이 정도도 많이 양보해 준 것이었다.
요컨대, 수호는 메아리 숲의 샘물에 대한 독점권이 있는 셈이었다.
반면에 스케빈저 길드는 수호가 없으면 샘물을 한 방울도 얻지 못하는 철저한 을이었고.
물론 이게 가능하려면 먼저 수호가 빙하 던전이 위치한 파사드 아일랜드에게 던전의 독점권부터 구매한 뒤, 던전을 철저히 관리해서 파사드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도 져야 했다.
그런데 그 던전 관리 또한 스케빈저 길드가 대신해 주기로 했으니, 수호는 진짜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빙하 던전의 독점권을 구매하는 돈은 유진호가 대신 내 주기로 했다.
말하자면, 아진 소프트가 성수호라는 개인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내준 셈.
그리고 아진 소프트는 그 투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독하기 위해서, 스케빈저의 모든 일 처리를 감시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이 생긴 것이었다.
이런 유진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수호는 문득 저 멀리 로라가 지친 모습으로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짜 지독하군.’
로라는 이번 일로 업계에서 유명한 유진호 대표의 악명을 단단히 체험할 수 있었다.
과정은 길고 험난했으나, 결국 이 모든 결과는 유진호 대표가 처음부터 원했던 50%로 귀결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케빈저는 그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전부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탈탈 털렸군. 이것이 바로 을의 입장인가.’
아무리 스케빈저 길드가 미국 최대의 헌터 길드라도, 그 이름값은 어디까지나 같은 헌터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었다.
애초에 유진호의 아진 소프트는 헌터 길드도 아닌 완전히 다른 사업체였으니, 이번 일로 나중에 후환이 두렵거나 꿀릴 것들이 전혀 없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그는 스케빈저 길드의 대주주이기까지 했으니, 이렇게 처음부터 갑과 을이 정해진 진검 승부에서 일방적으로 탈탈 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도 절대 나쁘지 않은 조건인 게 문제야. 아니, 오히려 너무 좋지.’
로라의 흔들리는 시선이 수호와 차해인 곁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유진호에게 머물렀다.
이런 일방적인 조건들을 스케빈저가 전부 수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것은 유진호가 제시한 가장 달콤한 제안 때문이었다.
‘메아리 숲의 샘물의 유통사로 스케빈저 이름만 올려도 된다니. 이렇게 되면 헌터들 사이에서 스케빈저의 브랜드 가치가 최소 2배 이상 올라가게 될 거야.’
길드의 브랜드 가치는 단순히 돈이 많거나 힘이 강하다고 해서 쉽게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 길드가 얼마나 헌터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결국 저 남자가 원하는 대로 놀아난 셈이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군.’
이것이 바로 철혈의 사업가 유진호 대표인가.
다시금 그 이름의 의미를 되새기며 로라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다시 수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성수호 헌터.”
어머니와 대화 중이던 수호가 뒤를 돌아보자, 로라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사업적인 일은 다 끝났고, 지금부터는 토마스 안드레의 개인적인 일이 남았습니다.”
“개인적인 일이라니요?”
“저희 마스터께서는 이번에 성수호 헌터와 성수호 헌터의 어머니께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의 대가를 드리고 싶어 하십니다. 뭐든 원하는 것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아, 그건 괜찮습니다. 저도 덕분에 어머니를 찾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수호는 정중히 사양했다.
빙하 던전에 들어오게 된 건 토마스 안드레의 부탁 때문이긴 했지만, 그 덕분에 몇 년 동안이나 실종되어 있던 어머니와 극적 상봉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수호 본인이었다.
하지만 로라 또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로라는 무려 수십 년 동안이나 토마스 안드레를 보좌해 온 비서였다.
그래서 그가 그동안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지독한 악몽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아왔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 험난한 빙하 던전에 오게 된 이유 또한, 그것을 극복할 방법이 빙하 던전에 있다는 노마 셀너의 조언 덕분 아니던가.
-토마스, 빙하 던전을 공략하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랍니다. 단, 한국에 있는 성수호라는 헌터를…….
그런데 아무래도 그 예언이 결국 이루어진 것 같다.
저 멀리 부하들을 우악스런 힘으로 괴롭히며 킬킬거리는 토마스 안드레의 표정으로 보자, 로라의 입가에도 덩달아 미소가 떠올랐다.
“……저희 마스터는 승부욕이 강한 분이라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면 갚지 않고서는 못 견뎌서요.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으니 말씀해 주실 수 없을까요? 이건 제 개인적인 감사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거듭되는 로라의 부탁에 수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쪽에서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필요한 게 별로 없는데.’
어머니도 찾았고.
빙하 던전 덕분에 이제 많은 돈도 벌게 된 상황이었다.
여기서 갑자기 원하는 걸 물어봤자, 막상 생각나는 게 없었던 것이다.
‘잠깐.’
순간 수호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정 그러시면 혹시 상급의 마정석을 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상급의 마정석이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얼마나 필요하신가요?”
“많을수록 좋습니다.”
“많을수록 좋다라…….”
수호의 부탁에 로라는 잠시 생각을 해 보더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만, 상급의 마정석은 워낙 물량이 적다 보니 구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괜찮으실까요?”
“물론입니다.”
수호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대격변이 발생하고 2년밖에 안 된 시점이라, 상급의 마정석의 물량이 적은 건 당연했다.
게다가 그런 물건들은 헌터들의 장비나 과학계 쪽에서 원하는 회사들이 워낙 많다 보니, 수호 같은 평범한 헌터 입장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 길드인 스케빈저라면 조금만 노력하면 구할 수 있으리라.
수호에게서 대답을 얻은 로라가 만족한 얼굴로 돌아간 뒤.
차해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정석? 차라리 쓸 만한 무기라도 달라고 하지 그랬니.”
“쓸 만한 무기라뇨. 이번에 토마스 안드레가 어머니의 검을 보고 놀라는 거 봤잖아요.”
수호의 판단은 정확했다.
아직까지 스케빈저 길드에게 쓸 만한 아이템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즉시 무기 개발에 착수한다고 해도, 쓸 만한 무기가 만들어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그러면 마정석은 왜?”
“베르한테 먹이려고요.”
“베르?”
“네. 베르도 힘이 바닥났…….”
[키에에에에엑-!]철퍽!
“…….”
수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극한의 감동을 느낀 베르가 수호의 얼굴에 찰싹 달라붙어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렸다.
[크흐흑! 이리도 저를 생각해 주시다니! 역시 우리 소군주님밖에 없나이다! 제가 업어 키워 가며 똥기저귀도 빨아 키운 보람이 있나이다!]“똥기저…….”
똥 씹은 표정인 수호와는 반대로 옆에 있던 차해인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그랬으니까.
아무튼 수호는 스케빈저에게 얻은 상급 마정석들을 전부 베르에게 먹여서 힘을 보충해 줄 생각이었다.
그동안 베르는 수호를 따라다니며 마수들이나 광산의 마석을 포식하며 틈틈이 마력을 회복 중이었는데, 그 회복량이 너무 형편없었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베르가 원래 가지고 있던 힘이 아득히 높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아무리 먹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그런데 상급의 마정석을 베르에게 먹인다면, 그 부족한 힘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채워지지 않겠는가.
* * *
그렇게 스케빈저 길드와 모든 이야기를 끝마친 수호는 차해인과 함께 다시 빙하 던전으로 들어와, 메아리 숲의 심처, 광룡들의 무덤으로 이어지는 게이트 앞에 나란히 섰다
휘오오오.
회색의 잿가루가 흘러나오는 불길한 게이트.
차해인은 그곳을 시르카와 함께 통과하며 문득 수호를 돌아봤다.
“그럼 다녀올게.”
“네, 어머니.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수호는 어쩐지 숙연한 기분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이별은 아쉬웠지만, 어머니의 말대로 자신은 자신대로 해야 될 일이 있었다.
우선 어머니가 저 안에서 카이셀의 힘을 복구하고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 남아 레벨업을 하는 것.’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오시기 전까지 최소한 어머니보다 강해지는 것이었다.
‘……이번 일로 확실히 알았어. 내가 얼마나 약한지.’
완성된 S급 헌터인 차해인의 전투를 보고 난 뒤로 수호에겐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은 어머니보다 강해지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게다가 이번 일로 인해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베르는 늘 말했었지.’
자신의 아버지는 늘 혼자 싸워 왔다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곳에서.
늘 혼자 그렇게 고독한 전투를 이어 왔다고.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는 내가 있다.’
아버지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가 있다.’
수호는 이번에 그 사실을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홀로 싸우고 있는 아버지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자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머니.
고모부 유진호.
토마스 안드레.
거기에 이제 만나러 갈 우진철 협회장까지.
물론 이 모두는 아득히 높은 곳에서 외우주의 적들과 싸우고 있는 아버지를 돕기에는 힘이 부족할 수도 있었다.
이들은 자신처럼 레벨업으로 성장하는 헌터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마음만큼은.
‘똑같다. 아들인 나만큼이나.’
그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아버지 성진우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수호의 시선이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빛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버지.’
제가 금방 가겠습니다.
아버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철저히 준비해서.
수호는 게이트 너머로 어머니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곳을 한참 동안이나 지켜봤다.
그리고.
“베르.”
[예.]베르와 함께 몸을 돌리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돌아가자. 한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