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3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37화(138/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37화
-한때 우리 파사드 공화국은 섬 전체가 거대한 게이트가 될 뻔했습니다.
파사드 공화국 대통령의 연설은 뉴스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피난을 나갔던 파사드 국민들을 향해 전파되었다.
-하지만 파사드 국민 여러분! 이제는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빙하기는 끝났습니다!
저 연설대로 이타림의 사도가 소멸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파사드에선 넝마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던 수많은 게이트들이 빠른 속도로 닫히고 있었다.
때문에 그 구멍들을 통해 흘러나왔던 혹한의 추위도 감쪽같이 사라졌고.
마력에 침식되어 있던 필드형 던전의 영역도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빙하기는 끝났습니다!
대통령의 연설처럼 이제 파사드는 안전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게이트가 닫힌 건 아니었다.
딱 하나.
차원이 안정되고도 빙하 던전으로 통하는 단 하나의 게이트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게이트를 닫기 위해선 빙하 던전의 마수들을 토벌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수호가 그 던전의 독점권을 사 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그의 허락 없이는 어느 누구도 빙하 던전에 발을 들이지 못할 터였다.
요컨대, 앞으로 빙하 던전은 아이스 엘프들의 독자적인 자치구로 지속된다는 말이었다.
다만 이런 상태라면 파사드의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또 던전 브레이크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스케빈저 길드의 존재였다.
미국 최대 길드인 스케빈저 길드가 앞으로 빙하 던전 앞을 지켜 주며 채굴 작업을 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이제 해외로 피난을 나가 있었던 파사드의 국민들은 전부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을 터였다.
-파사드 공화국을 구원해 준 스케빈저 길드에게 전 국민을 대표해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키에엑! 무지몽매한 놈들 같으니!]베르는 공항으로 가는 내내 파사드 대통령의 연설이 마음에 안 드는지 이를 갈았다.
[정말이지 괘씸하기 이를 데 없나이다!] [맞습니다, 마스터. 누가 진짜 자기들을 구해 줬는지도 모르고 애먼 놈들에게만 감사를 표하다니!]“애초에 그런 계약이었으니까 그렇지. 게다가 이러는 편이 우리한테도 유리하고.”
계약의 내용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분통을 터뜨리는 베르와 퀘이가 서로 죽이 잘 맞는 모습에 수호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스케빈저 길드는 곧바로 자신들이 빙하 던전을 공략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처럼 달콤한 무형적 실리를 챙길 수 있을 터였다.
로라의 계획대로 스케빈저 길드가 빙하 던전에 대한 온갖 잡무를 떠안는 대가로, 스케빈저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반면 정작 빙하 던전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차해인과 실질적인 빙하 던전의 독점권을 소유하게 된 수호의 존재는 표면적으로 철저히 숨겨졌다.
이는 전적으로 두 사람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타인의 주목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두 사람이기도 했고, 당장은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너무 불평 마라. 만약 또 다른 이타림의 사도가 어딘가에서 암약하고 있다면, 그 시선이 스케빈저 길드로 향하게 만들기 위함이니까.”
공항까지 수호를 배웅하러 나온 토마스 안드레는 씨익 웃으며 베르와 퀘이를 달랬다.
그리고 옆에 있는 수호를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맡겨 둬라. 이 꼬맹이가 제 아비만큼 강해지기 전까지는 내가 확실히 방패막이가 되어 줄 테니까. 이번에는 창피하게도 폐를 끼쳤지만, 이래 봬도 내가 인류 최강의 탱커였단 말이지.”
실제로 토마스 안드레는 최강의 마수라 일컬어지던 레드 드래곤 카미쉬의 브레스조차 맨몸으로 받아 냈던 탱커였으니 인류 최강의 탱커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허어, 요 녀석들이? 쪽팔리게 자꾸 이러기냐? 요즘 그림자 병사들은 노인 공경도 모르나?”
지지 않고 바로 받아치는 베르와 퀘이의 말에 토마스 안드레는 킬킬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수호야.”
수호를 향해 악수를 건네는 토마스 안드레의 크고 투박한 손이 보였다.
“고마웠다.”
그 짧은 한 마디에 함축된 감정을 느낀 수호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백발을 올백으로 넘긴 근육질의 노인의 얼굴에 홀가분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오랜 숙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걸어갈 방향을 정한 남자의 눈빛이었다.
수호는 피식 웃으며 그 거대한 손을 맞잡았다.
“예. 저도요.”
그 손이 돌처럼 딱딱해서 수호는 조금 놀랐다.
이 굳은살로 가득한 손의 질감은 이 남자가 그동안 얼마나 지독한 훈련을 거듭해 왔는지를 짐작하게 해 주는 영광의 훈장이었다.
동시에 이 굳은살은 전투에서 상대를 붙잡거나 무기를 놓치지 않게 극한으로 발달된 흉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수호가 놀란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손도…… 이랬었지.’
아니, 이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으리라.
그에 비하면 여전히 물러 터진 자신의 손을 잠시 내려다본 수호였다.
그런 그에게 로라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성수호 헌터, 한국에 돌아가시는 대로 최대한 빨리 길드를 창설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아, 예.”
“꼭 좀 부탁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계약은 길드 간의 계약서입니다. 성수호 헌터가 길드를 창설하셔야 본격적으로 우리의 계약이 효력을 발휘합니다.”
던전의 독점권은 원칙적으로 개인이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금이야 스케빈저가 임시로 처리해 뒀지만, 수호가 정식으로 길드를 만들지 않으면 이래저래 곤란했다.
“한국의 길드 창설은 던전 공략 20회 이상의 경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이 부분에서 저희가 도울 만한 일이 있으면…….”
“아, 그 부분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다른 좋은 방법을 알아 뒀거든요.”
“……?”
수호의 말에 로라는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머릿속에서 어떤 정보 하나를 떠올렸다.
어지간해선 잘 활용되지 않는 방법이긴 하지만, 한국의 길드 창설 조건에는 던전 공략이 아닌 다른 경력으로도 보충할 방법이 있긴 했던 것이다.
“설마 빌런 사냥으로 경력 조건을 대신 충족하실 생각입니까?”
“네, 맞습니다.”
수호의 대답에 로라는 더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더 오래 걸리지 않겠습니까? 경력으로 인정되는 현상금 높은 빌런들이 길거리에 막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아, 있더라고요. 요즘엔.”
“……?”
* * *
한국에 돌아왔다.
수호는 유진호의 전용기에서 내려선 순간부터 달라진 한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뉴스는 지산교도소에 대한 소식입니다.
공항 곳곳에서 뉴스 캐스터가 심각한 표정으로 긴급 뉴스를 보도하는 화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지산교도소는 헌터 협회에서 2년 전에 설립한 빌런 전문 수용소로, 당시 우진철 협회장의 강력한 빌런 대응책 아래 설립된…….
“어휴. 안 그래도 요즘 저거 때문에 나라가 아주 난리다, 난리.”
수호의 옆을 걷고 있던 유진호가 뉴스를 보며 혀를 찼다.
한국은 원래 전 세계적으로도 치안이 좋은 나라로 유명했다.
그게 다 우진철 협회장이 협회를 만들자마자 집중적으로 운용했던 빌런 대응책 덕분이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산교도소’였다.
“수호, 너는 이런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 잘 모르겠지만, 지산교도소는 원래 빌런 전문 교도소가 아니었어.”
유진호는 대기업의 대표로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그래서 우진철 협회장에 의해 만들어진 지산교도소의 초창기 모습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 교도소는 경비 등급에 따라 S1에서 S5까지 분류가 되지. 그중에서 지산교도소는 가장 형량이 높은 S5의 죄수들이 들어가는 교도소였다.”
“딱히 빌런들만 가두는 교도소는 아니었다는 거군요.”
“그래.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진철 협회장이 그곳에 잡아넣은 죄수들이 하나둘씩 그 안에서 각성을 하기 시작했단 말이지?”
처음엔 다들 우연으로 치부했다.
죄수들이라고 각성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런데 죄수들의 각성이 그 후로도 계속 반복되더니, 어느새 지산교도소의 수감자 대부분이 각성자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참 말이 많았지. 그 교도소의 터가 어떻다느니, 그 안에 사실 일반인을 각성자를 만들 수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느니…….”
오죽하면 그 당시 각성자가 되고 싶었던 범죄자들은 아예 본인들이 먼저 나서서 지산교도소에 갇히고 싶다고 떼를 쓰는 놈들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대격변 초창기에 우진철 협회장이 직접 잡아넣은 범죄자들이 대부분 각성을 한 이후에 수감된 이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각성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그들은 괜히 지산교도소에 갇히겠다고 자처했다가, 험악한 빌런들 사이에서 벌벌 떨며 옥살이를 하게 됐을 뿐이었다.
그 웃지 못할 이야기가 퍼지며, 지산교도서의 터가 좋은 게 아니라 우진철 협회장에게 각성자가 될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스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설마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알고 있었던 걸 줄이야.”
유진호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사라진 시간대에서 헌터로 각성했던 이들이 지금의 시간대에서도 헌터로 각성한다는 건 약간의 교차 검증만 해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S급 헌터였던 이들은 똑같이 S급 헌터로, E급 헌터였던 이들도 똑같이 E급 헌터로 각성했으니 어렵지 않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진철 협회장은 범죄자들 중 헌터로 각성할 이들을 분류하여 지산교도소에 모두 몰아넣은 것이었다.
훗날 이들이 각성을 하게 되더라도 한곳에 모아 확실히 관리할 수 있도록.
“문제는 우진철 협회장의 범죄자들의 능력까지 세밀하게 다 파악할 수는 없었다는 거겠지.”
그 결과가 바로 저것이었다.
-이틀 전, 지산교도소에서 일제히 폭동을 일으키고 탈출한 각성자 수감자들은 아직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협회는 이들을 정식으로 빌런으로 규정하고, 전국의 모든 헌터들에게 긴급 공조 요청을…….
“……설마 지산교도소에 갇혀 있던 빌런들이 전부 탈출할 줄이야.”
“어쩌면 협회장님이 북한에 지원을 나갔다는 정보가 누설된 걸지도요. 심지어 협회장님뿐만 아니라 협회의 S급 헌터도 함께 그쪽에 투입되었다고 하니, 지금이 기회라고 여겼겠죠.”
당연히 위험한 빌런들을 수용하는 곳이니 정보가 철저히 통제되었겠지만, 빌런들이 어떤 능력을 각성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니 모종의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방법을 통해 우진철 협회장과 협회의 S급 헌터가 부재중이라는 정보가 놈들에게 들어갔다면?
빌런들은 지금이 탈옥을 결행하기에는 적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저희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성수호 헌터님.”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와 유진호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협회의 한재혁 팀장이 수호를 마중 나와 있었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한재혁 팀장은 수호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뜩이나 요즘 해외의 대형 길드들에서 국내의 쓸 만한 인재들을 자꾸 빼 가는 일들이 많아지는 추세였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서 토마스 안드레에게 수호가 납치당하는(?) 모습을 봤으니, 그가 그대로 미국의 스케빈저 길드에 들어가는 건 아닐까 싶었었다.
한재혁 팀장으로서는 상당히 속이 쓰린 일이었다.
심지어 그는 수호가 토마스 안드레와 대등하게 힘 싸움을 하는 모습까지 목도했으니, 그런 헌터를 미국에 빼앗긴다는 게 아깝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스케빈저 길드에서 엄청난 조건을 제시했을 텐데, 그걸 거절하고 돌아와 주시다니.’
한재혁 팀장은 그런 착각을 하며 수호의 애국심에 내심 감사를 표했다.
“다행히 제때 와 주셨네요.”
“당연히 와야지요. 이 시국에 무려 성수호 헌터님께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공조해 주신다는데요.”
한재혁 팀장은 한시름 놨다는 표정이었다.
때마침 뉴스에서는 계속해서 지산교도소에 대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었고.
-한편 이번 대탈주를 주도한 인물은 C급 빌런 ‘황동석’으로 밝혀졌으며, 그는 현재…….
“자, 그래서.”
그 뉴스를 등지고 한재혁 팀장을 쳐다보고 있는 수호의 눈빛은 이미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것으로 변해 있었다.
“제가 몇 놈을 잡아야 길드장이 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