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139)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138화(139/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138화
지산교도소에서 일어난 대탈주로 인해 최근 헌터 협회에 대한 여론은 굉장히 안 좋았다.
-애초에 그 위험한 빌런들을 한곳에 모아 둔 게 문제라니까?
-언제라도 터졌을 시한폭탄 같은 곳이었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빌런들은 가둬 두지 말고 다 죽였어야 했다니까?
-ㅅㅂ 빌런의 인권 타령하던 인류애 새끼들 다 어디 갔냐!
-아니, 그러니까 대체 얼마나 관리가 소홀했길래 그 많은 놈들이 한꺼번에 탈출해? 최고 보안 시설이라면서?
-간수들이 빌런들한테 매수된 거 아냐?
-간수들도 빌런이었나?
-와. 어떻게 우진철 협회장이 자리 좀 비웠다고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나냐.
-이참에 협회장만 빼고 협회 헌터들 다 짜르자!
-그 전에 협회장이 책임지고 옷 벗는 게 맞지 않아?
-그럼 협회장은 누가 해?
-최종인이 협회장 하면 되지. S급 헌터잖아.
-솔직히 우진철은 A급이라 협회장 자격 미달이긴 했어.
-그래도 우리나라 이만큼 돌아가게 만든 사람이 우진철인 건 인정해 줘야지.
-지금 이 꼴이 된 것도 우진철이 만든 지산교도소 때문인데?
-근데 진짜 이번 사태가 해결될 수나 있긴 한 거임?
-ㅅㅂ 빌런 무서워서 외출도 못하겠네.
-사실상 던전 브레이크나 마찬가지 아니야?
던전 브레이크.
어찌 보면 정확한 표현이었다.
지산교도소에서 탈주한 빌런들의 숫자는 무려 500명.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이 중하급 빌런이었지만, 비각성자 시민들 입장에선 하급 빌런 한 명만 마주쳐도 사실 목숨이 위험했다.
범죄자가 된 각성자는 그야말로 마수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사태가 정말 심각한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빌런들이 탈옥을 했는데, 정작 그들을 잡겠다고 나서는 헌터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이유는 이민성 사건 때와 같았다.
돈이 안 되니까.
헌터들 입장에서는 어디 숨어 있을지도 모를 빌런들을 찾아다닐 시간에, 던전 한 번 더 들어가는 것이 훨씬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한국의 헌터 협회는 완전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인터넷 여론 같은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최대한 빨리 탈옥한 빌런들을 사냥해서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니까요.”
한재혁 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수호에게 현재 상황을 브리핑했다.
“전국의 헌터들에게 대대적으로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결국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는 길드는 백호 길드뿐입니다.”
하지만 이민성 때와 이번 사태는 그 스케일이 달랐다.
그때는 이민성 한 명만 잡으면 됐는데, 이번엔 무려 500명.
그 많은 숫자를 잡아들이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성수호 헌터님께 한시적으로 ‘협회 공인 현상금 사냥꾼’ 자격을 부여해 드리려고 합니다.”
“협회 공인이면 뭐가 다른가요?”
“예. 협회의 공인을 받은 현상금 사냥꾼은 다른 길드의 영역에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고 출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그 말에 수호의 눈이 커졌다.
“그 말은, 다른 길드가 독점권을 보유한 던전에 자유롭게 들어가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예, 맞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마수를 사냥하시는 건 안 됩니다.”
“빌런을 쫓다가 던전의 마수들과 마주쳐도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애매한 표현을 썼군요. 정확히는 마수의 사체나 마정석을 들고 나오시는 건 불법입니다.”
“어디까지나 허가되는 건 출입뿐이라는 거군요.”
“맞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게이트에서 나오실 때 소지품 검사를 진행하는 점은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뭐, 그거야 어쩔 수 없죠.”
한재혁 팀장의 설명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수호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거 대박인데?’
빌런 좀 잡으려 했다가 뜻밖의 엄청난 권한을 얻어 버렸다.
‘마음만 먹으면 빌런 핑계 대고 아무 던전이나 들어가서 마수들을 사냥해도 된다는 말이잖아?’
게이트 앞에서 소지품을 검사하겠다고?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그들이 과연 자신의 ‘인벤토리’ 안까지 검사할 수 있을까?
그림자 던전은?
자신이 작정하고 마수의 부산물을 숨겨서 나오면,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었다.
물론 사냥의 흔적까지 감추는 건 어려울 터라, 그런 짓을 남발했다간 결국 의심을 사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마수의 부산물 같은 건 부수적인 것이었다.
수호에게 더 중요한 건 ‘사냥’ 그 자체였으니까.
‘어디서든 레벨업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오히려 자신이 사냥만 하고 마수 사체를 그대로 남겨 두고 오면, 그쪽 길드 입장에서도 전혀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자신처럼 마수를 죽인다고 경험치를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부산물만 얻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이 허가증이 한시적으로만 유지된다는 게 아쉽네.’
기왕이면 평생이면 좋으련만.
* * *
수호는 본격적으로 빌런 사냥에 착수했다.
그 시작은 다른 현상금 사냥꾼들과 똑같았다.
‘일단은 정보부터 모으자.’
헌터들의 추적을 피해 숨어 버린 빌런을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보 분석이 중요했다.
물론 이미 한재혁 팀장을 통해 협회에서 파악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전달받긴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기껏해야 탈출한 빌런들의 신상 정보라거나, 그중에서 지금까지 잡힌 빌런들이 누구인지 정도에 불과했다.
한재혁 팀장이 앞으로도 협회에 들어오는 정보들을 곧장 공유해 주겠다곤 했으나, 수호는 직접 나서서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바로 백호 길드를 이용하는 것.
빌런 사냥에 적극적으로 협조 중이라던 백호 길드라면 분명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 수호에겐 백호 길드에서 꽤 높은 사람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었다.
‘백미호 부사장.’
수호는 곧장 백미호에게 전화를 걸었고.
정확히 한 시간 후.
“참나. 제가 오늘 진-짜 대단한 분을 만나네요.”
수호의 앞에는 상당히 아니꼬운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는 백미호가 서 있었다.
그럴 이유가 그녀에겐 충분했다.
“그동안 내 연락은 다 씹더니, 다짜고짜 전화해서는 뭐요? 정보를 달라고요?”
하지만 수호는 뻔뻔했다.
“아, 그랬어요? 제가 한동안 외국에 나가 있었거든요.”
“외국? 아, 어쩐지 전화기가 꺼져 있더라니…… 아니, 해외 로밍은 안 쓰고 뭐해요? 요즘 시대에 무슨 핸드폰도 없이 해외를 나가는 사람이 다 있어?”
수호의 말에 투덜거리는 백미호였다.
하지만 변명이 나름 통했는지 그 목소리는 처음에 비해 많이 풀려 있었다.
“아무튼 나도 지금 바쁜 몸이라 본론부터 말할게요. 지산교도소 빌런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요?”
“네. 이번에 협회 공인 현상금 사냥꾼이 됐거든요.”
“뭐…… 좋은 일 하시네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일손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대화가 이어질수록 내내 뾰로통한 표정이던 백미호의 눈초리도 점차 풀려 갔다.
안 그래도 백미호가 요즘 정신없이 바쁜 이유도 바로 지산교도소 때문이었으니까.
아마 연락한 사람이 수호가 아니었다면, 그녀가 이렇게 직접 만나러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애초에 백호 길드의 부사장이라는 사람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백미호는 이미 수호와 한 번 손발을 맞춰 본 사이였기에, 누구보다 그의 전투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날 이후로 수호를 영입하기 위해 자존심까지 구겨 가며 부단히 연락을 취했던 것이 아닌가.
‘물론 다 씹혔지만.’
“아, 해외에 있었다니까요.”
“……참나. 눈치는 빨라 가지고.”
다시 기분이 나빠지려던 백미호는 갑자기 끼어든 수호의 말에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아무튼 그래서 어떤 정보가 필요한데요?”
“뭐든 다요. 제가 오늘 막 한국에 도착해서 정보가 별로 없거든요.”
“진짜 외국에 다녀오긴 했나 보네요.”
마침내 단단했던 백미호의 팔짱이 풀렸다.
정작 수호는 그런 백미호의 반응을 보며 내심 신기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토마스 안드레를 따라갔었다는 정보를 차단했다더니, 이 정도였을 줄이야.’
한재혁 팀장에게 듣기로는, 당시 협회 측에서는 그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차단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국의 헌터가 해외의 길드로 영입되는 사례가 알려지게 되면, 장기적으로 헌터들이 점점 해외로 떠나려는 추세가 생길까 봐서였다.
실제로 수호가 스케빈저에게 영입된 건 아니었지만, 협회 측에선 자국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어디서부터 듣고 싶은데요? 지역? 인물? 이럴 거면 차라리 이번에도 그냥 우리 길드와 함께 움직이는 건 어때요?”
“그래 봐야 어차피 뿔뿔이 흩어져서 찾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리고 지역 정도는 저도 알아요. 애초에 지산교도소가 포천에 있으니까 그곳을 중심으로 흩어졌겠죠.”
“그럼 인물 중심으로 말해 주면 되겠네요.”
백미호는 가지고 온 서류를 수호에게 펼쳐 보이며 말했다.
“일단 이번 사태의 시작이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지는 알죠? C급 빌런 황동석.”
“네. 뉴스에도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어떻게 C급 빌런이 주동자가 될 수 있었던 겁니까?”
수호는 일단 한재혁 팀장과 헤어지고 나서 떠오른 의문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지산교도소에는 A급 빌런이나 B급 빌런들도 수감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사태의 주동자가 고작 C급 빌런일 수가 있단 말인가.
“아, 그걸 설명하려면 먼저 지산교도소의 빌런들이 어떤 식으로 통제되고 있었는지부터 알려 줘야겠네요.”
지산교도소.
한국 최고의 경비 등급을 자랑하는 빌런 전문 교도소인 그곳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모든 죄수들의 양쪽 발목에 한 쌍의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다는 점.
“성범죄자들이 차는 그거요?”
“거기서 두 단계쯤 발전된 물건이에요. 그 안에 초소형 폭탄이 내장되어 있거든요.”
설명을 듣던 수호의 물음에 백미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그 초소형 폭탄은 전자발찌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착용자가 마력을 사용하면 폭발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이른바 ‘마력 구속구’라고 불리는 그 위험한 발명품은 우진철 협회장의 주도하에 개발된 물건이었다.
“그런데 사실 협회장님은 애초에 그 폭탄을 발목이 아니라 목에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었어요.”
마력을 쓰면 바로 목이 날아갈 정도는 되어야, 빌런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안건은 결국 부결되고 발찌에서 그쳤어요. 그 이유는 당연히…….”
“빌런도 사람이고 갱생의 여지가 있는데, 너무 인권을 박탈한다?”
“맞아요. 당시에 몇몇 시민단체가 재판소 앞에서 시위를 벌였거든요. 그 주장이 받아들여진 거죠.”
물론 목에 폭탄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건 인륜적으로 굉장히 끔찍한 형벌이긴 했다.
혹시라도 기계에 오류라도 나는 순간 바로 목이 날아갈 테니 말이다.
“그래서 처음엔 목에 걸려던 폭탄이 발목으로 내려온 것까진 오케이. 어찌 됐든 빌런들이 마력을 못 쓰게 예방하는 건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폭탄이 터지고 나서 발목을 재생시키면요?”
수호의 물음에 백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날카로운 지적이네요. 실제로 빌런들 중에는 힐러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협회장님은 빌런들 중에 힐러들은 따로 모아서 다른 교도소로 떨어뜨려 놨어요.”
우진철로서는 조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빌런들의 마력을 봉쇄했더니, 빌런들 사이에서 마력과 무관하게 서열이 생겨났어요. 평범한 교도소와 비슷하게 된 거죠.”
“아아. 그래서 C급 빌런이 주동자가 될 수 있었던 거군요.”
이제야 수호의 머릿속에도 지산교도소가 어떤 상황이었는지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수호의 시선이 백미호가 건네준 황동석에 대한 서류를 훑어 내렸다.
“이름 황동석. 일명 털보 영감.”
“하지만 실제로 그 별명으로 부르는 건 교도관들뿐이었다고 해요. 지산교도소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던 황동석을 그런 우스꽝스러운 별명으로 부를 수 있는 간 큰 인간은 없었으니까요.”
“싸움을 잘했나 보네요.”
“아뇨. 싸움보단 그의 동생 때문이었어요.”
“동생이요?”
그 말에 수호의 시선이 자연스레 서류 아래에 체크되어 있는 ‘형제 관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S급 빌런?!”
“네. S급 빌런 황동수. 그가 황동석의 동생이거든요.”
[키엑?]그 익숙한 이름에 갑자기 베르가 그림자 속에서 고개를 치켜들었다.